목양일은 강책이 무엇을 할 건지 알아차리곤 웃어 보였다.“맞다 형님, 방금 위에서 연락이 왔습니다.”“소강, 진목, 회해 3개 구가 합병되어서 강남구로 통칭되고 형님께서 총책임자를 맡는다고 합니다.”“형님, 이건 정말 짭짤한 보직이라구요.”강책은 창밖을 보며 대답했다.“지금 나는 그런 거에 관심이 없어, 가자.”“네? 어디로 갑니까?”강책은 생각을 하곤, 이내 대답했다.“온 김에 집이나 가 보지.”반 시간 뒤, 차가 천천히 멈춰섰다.강책은 목양일에게 먼저 가라고 한 뒤, 혼자서 명원 단지 내로 들어서 낡아 보이는 별장 한 채로 걸어갔다.똑똑, 그가 문을 두들겼다.“누구세요?”문을 연 사람은 한 중년의 부인이었고, 강책의 장모인 소청이었다. 소청은 강책을 보자 몇 초 동안 얼어붙었다가 이내 반갑게 말을 건넸다.“강책아, 언제 돌아온 거야?”“돌아온 지 얼마 안됐어요”“어서, 빨리 안으로 들어와 앉아.”동생이 죽고 난 뒤, 소청은 강책의 유일한 가족이 되었다.소청은 강책을 방 안으로 들인 뒤 그를 앉혀 놓고 물을 주었다. 그녀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듯했다.이때, 장인 정계산이 안방에서 나왔다.“누가 왔어?”“강책이요, 책이가 돌아왔어요.”“뭐라고?”정계산은 어이없다는 듯 강책을 흘긋 보고는 콧방귀를 뀌곤 테이블로 다가와 앉았다.“강책, 네가 돌아올 낯짝이 있니?”그의 말 한마디에 방 안의 분위기가 긴장되고 어색해졌다.“영감님, 강책이 방금 돌아왔는데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당신은 말할 자격도 없으니, 어서 가서 몽연이나 불러와.”“허 참, 그래요.”정계산은 강책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동생 일은 들었다. 이제 침몽 하이테크는 너희 강 씨 집안이랑 아무런 관계가 없는게냐?”“네.”“5년 동안 군생활 하고 이제서야 돌아와서 한 자리 해먹으려고 그러나?”강책은 어깨를 으쓱하곤 대답했다.“한 자리 해먹을 것도 없지요.”“못 해먹는건 아니고? 하긴, 네 머리로 한 자리 해먹는 게 더 이상하
호텔 로비로 들어서니, 이미 테이블에는 성대한 한 상이 가지런히 차려져 있었다.로비를 누비는 사람들은 몸을 금과 은으로 도배했고,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사람들은 서로 술잔을 맞대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정몽연은 강책을 이끌고 로비 정 중앙에 위치한 테이블 앞으로 가서 한 노인을 웃으며 불렀다.“할아버지!”이 노인은 현재 정 씨 집안의 가장인 정종이었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대답했다.“오, 몽연이 왜 이제야 오는거니? 할아버지가 너 기다리느라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어서, 빨리 와서 앉으렴.”그가 고개를 돌리자, 정몽연의 곁에 있는 강책을 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하고 물었다.“이 분은?”정몽연은 고개를 숙인 채 다소 맥을 못 추며 말했다.“이 사람은 내 남편, 강책이야.”“응?”정종은 강책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종군한다고 들었는데, 오늘 돌아왔나보군. 자, 앉으시게.”“감사합니다 어르신.”강책이 자리에 앉자, 테이블 맞은 편에 있던 정봉성이 알 수 없는 질문을 해왔다.“매부, 5년 동안 잘 먹고 잘 살았나 보지”“그럭저럭요.”“그래? 그럼 돌아올 때, 전용차가 픽업 왔었어?”“난 그런 허례허식은 싫어서, 생략했어요.”그러자 정봉성이 웃으며 말했다.“허례허식? 하하, 척 좀 그만 하시지? 혹시 능력 부족으로 퇴출 당한건 아니지?”테이블에 있던 친척들은 모두 강책을 우습게 보며, 깔보는 눈빛이 역력했다.하지만 강책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정봉성은 강책이 도마 위에 올라왔다고 착각하며 계속해서 그를 쏘아붙였다. “그래도 괜찮지 뭐, 강 씨 집안에는 아직 침몽하이테크가 있으니, 아무리 못 살아도 굶어 죽기야 하겠어요”이 일을 언급하자, 강책의 안색이 살짝 변하는 듯했다.정몽연은 더욱 화가 난 눈치였다.침몽 하이테크의 일은 소문이 자자한테, 정봉성은 강모가 투신자살한 일을 모를 수는 없을 테니, 그는 사람들 앞에서 강책을 욕되게 하려는 의도였다. 다른 사람들은 ‘호의적’인 의도로 정봉성에게 말했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해하며 서로 쳐다보며 생각했다, 수라군신? 이게 무슨 직위야?당문호는 헛기침을 하곤 말했다."서경 쪽 상황은 내가 잘 모르지만 그래도 계급에 대해서는 훤히 알고 있는데, 수라군신 같은 계급 따위는 없어. 그만 꾸며내지."사람들은 그제서야 속이 시원하게 풀린 듯했다 "꾸며낸 거였군, 어쩐지 들어본 적이 없더라니.""꾸며내도 있을 듯이 좀 꾸며내지.""문호도 모르는 계급이면 분명 존재하지 않는 걸 거야."사람들의 수군댐이 계속해서 들려오자, 정몽연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강책은 오히려 덤덤하게 말했다."당신이 듣지 못한 건, 아직 만나보지 못해서겠죠.""......"현장은 순식간에 요란스럽게 변했고, 사람들은 얼이 빠져 강책을 바라보았다.쟤가 단단히 미쳤구나, 아무 말이나 내뱉는 걸 보니.당문호는 동쪽 전장의 부총령이었고, 정 씨 가문의 실세인 정종 조차도 그에게 굽신거리는 신세였다.그런데 강책은 감히 당문호가 자기를 모른다고 한 것을 아직 만나보지 못해서라고 하다니, 그 말 인 즉슨 그가 당문호보다 더 위에 있다는 말이 아닌가?현장은 잠시 조용해지더니, 이내 폭소가 터졌다.정봉성은 강책을 가리키며 말했다.“동생아, 제발 이 진상 좀 데려가 줄 수 없겠냐? 얘가 여기서 이렇게 망신을 당하는 게 정말 맞다고 생각해?”당문호 역시도 강책을 하찮게 여겼다. “신분이 낮은데도 사리분별 없이 자신을 증명해내려는 사람들이 있지, 그저 조롱거리만 될 뿐인데 말이야.”“네가 비천한 걸로 너를 깔보진 않을텐데, 너의 그 염치없음이 역겹기 그지없군.”“비켜, 네가 여기 서 있는 걸 보기만 해도 입맛이 떨어진다.”정봉성은 곧 말을 이어갔다.“폐물 같으니라고, 못 들었어? 형부가 꺼지라잖아.”현장에는 어색함이 감돌았다.그러자 정종은 정몽연을 향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몽연아, 구석 테이블에 가서 밥 먹으라고 하거라.”“알겠어요, 할아버지.”정몽연은 몸을 일으켜 강책의 팔목을 잡았다. 그녀는 입
파티에선 당문호에게 잘 보이려고 비위를 맞추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고, 계속해서 그와 술잔을 맞댔다.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강책을 두 눈으로 똑바로 바라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그와 한 자리에 있던 정몽연 역시도 얼굴이 굳어 몇 번이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떠나고 싶었다.그떄, 강책의 휴대폰이 울렸다.“미안, 전화 좀 받고 올게.”강책은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고, 휴대폰 너머로 목양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형님, 서류가 내려왔습니다. 내일 세 개 구역의 총책임자 자리를 인수하러 취임식에 참석하라는 내용입니다.”강책은 덤덤하게 대답했다.“너도 내가 허례허식 싫어하는 성격인 거 알잖아, 총책임자는 맡더라도, 취임식은 그만두지.”“아……하지만 이건 위에서 정식으로 개최하는 거라 철회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마 윗선에서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만약 불응하면, 총 책임자를 안 맡겠다고 그대로 전해.”“형님, 화내지 마십시오, 제가 가서 잘 말하겠습니다.”강책은 전화를 끊고 자리를 떠나려 하자, 정ㅇ성이 헛기침을 하며 그에게 다가왔다.“어이, 누구랑 통화해?”“친구.”“너 같은 폐물도 친구가 있다고?”정봉성이 말했다.“똑같이 군대에서 나왔는데, 큰 형부를 보고 다시 너를 봐봐. 어떻게 이렇게 차이가 클 수 있지? 방금 큰 형부가 내일 있을 새로 올 총책임자 취임식에 나를 데려 가겠다고 허락했어. 봐, 큰 형부의 능력으로 바로 취임식 참여자격도 얻어내는데, 너는? 넌 그냥 집에 누워서 티비로 내가 직접 총책임자랑 악수하는 모습이나 지켜봐!”강책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참여자격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지 않나? 만약 네가 참여 못하고, 심지어 당문호도 참여하지 못한다면 정말 난처할 거 같은데.”“허!”그러자 정봉성이 강책에게 쏘아붙였다.“내가 참여 못하면 너 같은 쓰레기가 참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두 사람이 말하던 도중, 정몽연이 걸어 나왔다.그녀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걸로 보아 분명 방금 안에서 또 누군가가
깊은 밤.강책은 정몽연과 함께 침실로 들어갔다.그 둘은 부부였기에 본래는 같은 방, 같은 침대를 사용하는 게 이치였다.하지만 그 둘은 방금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서먹했기에, 갑자기 한 침대에서 자려고 하니 어색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특히나 정몽연은 여자랑도 함께 자 본적이 없었는데, ‘방금 만난’ 남자랑 같이 잠을 청해야 한다니.비록 이 남자가 그녀의 남편이어도 말이다.강책은 그녀를 난처하게 하지 않고, 바로 침구를 들어서 바닥에 깔았다.“뭐해?”정몽연이 물었다.“넌 침대에서 자, 난 바닥에서 잘게.”“이게……”“미안해 할 거 없어. 몇 년 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일찍부터 바닥에서 자는 게 습관 됐으니까.”정몽연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불을 끈 뒤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캄캄한 침실에서 강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미안해.”정몽연은 몸을 움찔하며 강책이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강책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군 생활을 오래 하면서 내가 가장 미안한 사람이 둘 있는데, 한 명은 내 동생이고, 또 한 사람이 너야. 내가 조금만 더 일찍 나왔어도. 백이는 죽지 않았을 텐데.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나올 수 있었으면, 너는 이렇게 억울하지 않았을 텐데.”정몽연의 눈가에는 순식간에 억눌린 눈물이 흘러내렸다.최근 5년 동안 그녀는 매일 각종 유언비어를 참아내며, 억울한 일들을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하소연할 대상도 없었기에 그저 인적 없는 곳에서 몰래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그녀는 매우 지친 상태였다.“하지만 이제 걱정하지마, 내가 돌아왔으니까 이제 한 점의 억울함도 겪지 않게 해주겠다고 약속할게.”동생에게 빚진 것을 메울 수 없게 되었으니, 최소한 아내에 대한 부족함이라도 메우는 데 최선을 다해야 했다.……이튿날 새벽.강책은 일찌감치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정몽연을 깨웠다.“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취임식에 참석하려고.”정몽연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물었다.“무슨 취임식?”“오늘
사람들은 질서정연하게 빌딩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정문 입구에는 몇 십 명의 경호원이 있는데, 그중 제일 안쪽 줄은 모두 실탄 총을 메고 있었고, 오늘 오는 사람들의 신분이 얼마나 높은 지 증명하고 있었다.당문호 무리들이 빌딩 정문에 다다르자, 입구에 있는 경호원에 의해 동시에 가로막혔다.“신분증을 제시해 주십시오.”정봉성이 거만하게 신분증을 경호원에게 건네며 고개를 돌려 강책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보이지, 이 곳은 너 같은 나부랭이 자식이 마음대로 올 수 있는 데가 아니라고.”경호원이 신분증을 기계에 스캔하자, 스크린에는 눈에 확 띄는 빨간색의 “X”표시가 보였다.곧 총을 든 경호원 몇 명이 다가와 정봉성을 막아섰다.정봉성이 놀라 창백한 얼굴을 한 채로 말했다.“아, 아니, 이게 무슨 상황이죠?”경호원이 신분증을 바로 돌려주며 말했다.“당신은 이미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가 있어서 빌딩에 진입할 수 없습니다. 돌아가십시오.”“설마, 아니지?”정봉성은 몸을 돌려 당문호를 보았다. 분명 나에게 참가 자리를 주겠다고 하지 않았었나? 근데 이제 와서 들어가지도 못할 뿐더러,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가다니?당문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봐, 한 번 더 확인해 보지. 이 사람의 참가자격은 내가 직접 준 것일세.”“블랙리스트 명단에 있는 사람들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아무런 착오가 없습니다.”정자옥이 화가 나 따지듯이 말했다.“거기, 무슨 말을 그렇게 하지? 우리 남편이 누군지 알기나 해? 무려 동쪽 전장의 부총령이야, 너네가 이런 식이면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아?”그러자 경호원 몇 명이 동시에 정자옥을 노려보았다.“지금 저희를 협박하시는 겁니까?”경호원 몇 사람이 총을 꽉 쥐자 놀란 정자옥은 급히 당문호의 몸 뒤로 물러섰다.비록 당문호의 관직이 낮지는 않지만, 그는 여전히 오늘 책임자의 앞에서 비빌 수 없었다. 더구나 이곳 사람들은 모두 서경에서 복무했기에 동쪽 저장의 부통령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었다.당문호는 난생처음
두 사람은 행사장으로 들어섰고, 선물상자를 든 정계산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는 몸을 가만 두지 못하고 왔다갔다 하며 몹시 불안해 보였다.“아빠.”정몽연이 그를 불렀다.“너희들이 어떻게 온게냐?”정계산이 의외인 듯 말했다.그러자 정몽연이 강책을 가리키며 말했다.“책이가 친구에게 부탁해서 두 자리를 구해왔어, 우린 그냥 와서 구경이나 하다 가려고.”“강책이 참가 자격을 구할 수 있다고?”“제가 서경에서 군 생활을 했을 때 친해진 저의 전우가 이번 취임식을 준비하는 분과 아는 사이여서요, 그 사람을 통해서 자리를 구하게 됐습니다.”강책이 웃으며 말했다.정계산이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런 거였군.”“아빠, 여기서 뭐 하러 빈둥거리고 있는 거야?”정몽연이 물었다.“선물을 전해줄 일을 고심하고 있지 않니? 양준 가게에서 파는 술을 사 왔는데, 문제는 정말 줘도 되는지 의문이라는 거다. 한 병에 천 원도 되지 않는 싸구려 술을 선물하는 게 정말 맞는다고 생각하니?”정계산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그러자 강책이 말을 꺼냈다.“그 책임자가 병사들과 생사를 같이 한 관리라면 이 술을 분명 좋아할 겁니다.”“그랬으면 좋겠군.”이 때, 배불뚝이 중년 남성 몇 명이 다가왔고, 그 중 한 명은 머리가 벗어져 있고 안경을 쓰고 있었다.“아이고, 정 어르신, 이런 데서 다 만나네요.”“조 어르신 아닌가.”정계산이 정몽연과 강책에게 말했다.“이 분은 시장부의 조동 아저씨란다, 내 동료지.”정몽연은 정계산의 말을 듣자 곧장 알아차렸다. ‘조 아저씨’는 정계산의 철천지원수였고, 평소에는 두 사람 사이가 화목해 보였지만 실제론 곳곳에서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관계였다.두 사람은 모든 것을 서로 겨루고 있었고, 이번에는 같은 자리를 놓고 암암리에 겨루고 있었다.이번 취임식에서 잘 보이면, 분명 상대를 누르고 부주임의 자리와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정계산은 집에서 조동 얘기를 꺼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대부분 좋은
목양일은 단상에서 한참 동안 격양된 목소리로 말한 뒤 마침내 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왔다.진행자는 마이크를 들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오늘 취임식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내빈 분들께서는 차례대로 돌아가 주시면 되겠습니다.”말이 돌아가는 것이지,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일부분 사람들이 나간 뒤, 한 남성이 선물을 들고 단상에 올라 웃으며 진행자에게 말했다.“저는 강화중공업의 총지배인 민우입니다. 오늘 새로 오신 총책임자분을 환영하는 의미에서 제가 작은 선물을 준비했으니, 그 분께 전달 부탁드립니다.”그가 상자를 열자, 안에는 10년 된 값진 인삼이 들어 있었다.사회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제가 잘 전달하겠습니다.”“정말 감사합니다.”민우가 내려가자, 두 번째 남성이 다시 올라가더니 하나 둘씩 그들의 ‘성의’를 사회자에게 주었고, 총책임자에게 전달할 것을 부탁했다.누구는 황금불을, 누구는 진주를, 누구는 스포츠카를, 모든 물건들이 하나 같이 값어치가 뛰어난 것들이었고, 가장 싼 게 천만원 단위였다.다른 사람들이 주는 물건을 보고 정계산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의 선물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 창피함이 물 밀 듯 몰려왔다.조동은 바로 그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가 들고 있는 상자를 보자 궁금해하며 물었다.“정 어르신께서는 어떤 선물을 하십니까? 저한테 알려주시면 안 되나요?”“조금 있으면 알게 될 겁니다.”정계산이 머쓱해하며 말했다.“오, 정말 궁금하네요.”조동이 말을 하며 자신의 금색 상자를 꺼내 두드리며 다시 말했다.“그래도 전 어르신께서 뭘 선물하든 상관없습니다. 제가 준비한 이 선물과는 비교가 안 될 거거든요.”정계산이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대꾸하지 않았다.사람들이 거의 다 선물을 건넨 것을 보자 정계산은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 위로 올라갔다.“저기, 저는 정계산이라고 합니다. 총책임자님의 위임을 축하하며 제가 변변치 못한 선물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기쁘게 받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