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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화

호텔 로비로 들어서니, 이미 테이블에는 성대한 한 상이 가지런히 차려져 있었다.

로비를 누비는 사람들은 몸을 금과 은으로 도배했고,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 술잔을 맞대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몽연은 강책을 이끌고 로비 정 중앙에 위치한 테이블 앞으로 가서 한 노인을 웃으며 불렀다.

“할아버지!”

이 노인은 현재 정 씨 집안의 가장인 정종이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대답했다.

“오, 몽연이 왜 이제야 오는거니? 할아버지가 너 기다리느라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어서, 빨리 와서 앉으렴.”

그가 고개를 돌리자, 정몽연의 곁에 있는 강책을 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하고 물었다.

“이 분은?”

정몽연은 고개를 숙인 채 다소 맥을 못 추며 말했다.

“이 사람은 내 남편, 강책이야.”

“응?”

정종은 강책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

“종군한다고 들었는데, 오늘 돌아왔나보군. 자, 앉으시게.”

“감사합니다 어르신.”

강책이 자리에 앉자, 테이블 맞은 편에 있던 정봉성이 알 수 없는 질문을 해왔다.

“매부, 5년 동안 잘 먹고 잘 살았나 보지”

“그럭저럭요.”

“그래? 그럼 돌아올 때, 전용차가 픽업 왔었어?”

“난 그런 허례허식은 싫어서, 생략했어요.”

그러자 정봉성이 웃으며 말했다.

“허례허식? 하하, 척 좀 그만 하시지? 혹시 능력 부족으로 퇴출 당한건 아니지?”

테이블에 있던 친척들은 모두 강책을 우습게 보며, 깔보는 눈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강책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정봉성은 강책이 도마 위에 올라왔다고 착각하며 계속해서 그를 쏘아붙였다.

“그래도 괜찮지 뭐, 강 씨 집안에는 아직 침몽하이테크가 있으니, 아무리 못 살아도 굶어 죽기야 하겠어요”

이 일을 언급하자, 강책의 안색이 살짝 변하는 듯했다.

정몽연은 더욱 화가 난 눈치였다.

침몽 하이테크의 일은 소문이 자자한테, 정봉성은 강모가 투신자살한 일을 모를 수는 없을 테니, 그는 사람들 앞에서 강책을 욕되게 하려는 의도였다.

다른 사람들은 ‘호의적’인 의도로 정봉성에게 말했다.

“봉성아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니? 침몽 하이테크는 일찍이 하유룡이 차지했는데, 강 씨 집안이랑 무슨 상관이야?”

“아아아, 맞다.”

정봉성은 강책을 보며 살짝 웃음짓고 말했다.

“미안, 내가 기억이 안 좋아서 깜박 잊었네.”

“그래도 안심해, 설령 잘 못 지내도 회사는 없어졌으니 똑같이 굶어 죽지는 않겠지. 또 내가 둘째 형 노릇을 해서 널 잘 보살펴 줄게. 보니까 체격이 꽤 괜찮은데, 내 회사에서 경호원이나 하지, 월급 백 만원은 줄게, 어때?”

“그만!”

정종이 낮게 호통을 치며 정봉성의 입을 다물게 했다.

“모두 한 가족이니, 앞으로 말 할 때 조심들 하게나.”

그는 강책을 보고 말했다.

“강책, 지금 상태가 안 좋은 거 같으니 많이 노력해서 따라잡았으면 좋겠군.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있을 집 잔치에 네가 올 필요가 없을 거 같으니 말이야.”

정봉성과 사람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강책이 망신당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정몽연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그녀는 일 평생 이토록 창피한 일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강책은 이미 평정을 되찾은 지 오래였고, 분노와 괴로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의 모습에 남들이 하는 말은 그와 전혀 상관없는 듯했다.

정종은 강책의 모습을 보자, 화를 내며 테이블을 내리쳤다.

“순 말이 통하지 않는군!”

이 때, 호텔 문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10여 대의 흰색 BMW가 일렬로 줄을 지어 호텔 입구에 섰고, 중간에 있는 흑색 차는 1억에 호가하는 벤틀리였으며 그 신분의 고급스러움을 과시하고 있었다.

“큰누나랑 형부가 왔어요!”

정봉성은 신나서 자리를 박차며 일어났고, 동시에 강책을 비꼬는 것을 잊지 않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형부도 군대에서 돌아왔는데, 어떻게 이렇게 규모하며, 형세하며, 똑같이 군에서 돌아왔는데 차이가 왜 이렇게 큰 거야? 또 무슨 허례허식을 싫어한다나 뭐라나, 하하.”

“헛소리 그만하고, 나랑 같이 네 큰누나랑 형부나 맞이하러 가자.”

정종은 몸을 일으켜 문 앞으로 걸어갔고, 다른 사람들도 그 뒤를 따랐다. 정종이 직접 마중나가는 걸 보면, 그 대상의 신분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었다.

대문 앞에 다다르자, 정종은 몸을 곧게 폈다.

벤틀리의 문이 열리자, 정자옥은 남편 당문호의 팔짱을 끼고 차에서 내렸다.

“할아버님, 뭐하러 직접 마중을 나오셨어요? 못 살겠네 정말.”

당문호는 거칠게 말을 건넸다.

“자네는 전쟁터에서 부총령을 맡은 인물인데, 일개 백성인 내가 맞이하는게 뭐가 이상하다고?”

“할아버님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어서 들어갑시다. 밖이 춥습니다.”

“그래, 어서 들어가지.”

별들이 달을 에워싸듯 사람들이 당문호를 중간에 두고 에워싸며 안으로 들어갔다.

“자, 문호, 자옥아, 내 옆에 앉거라.”

당문호와 정자옥을 반갑게 맞이하는 정종의 얼굴은 금방 강책을 대하는 태도와는 달리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테이블 하나에 열 자리인데, 처음부터 강책이 올 줄 몰랐기 때문에 자리가 하나 부족했다.

“어, 자리가 하나 모자라네.”

정봉성이 말했다.

정종은 자리를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강책은 일단 서 있거라. 나중에 직원이 오면 의자를 달라고 하지.”

그의 말투는 무덤덤했고, 강책은 안중에도 없었다.

옆에 있던 정몽연은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그녀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강책은 쓴웃음을 지으며 일어나 테이블 옆에 섰다.

방금 전 강책에게는 아무런 관심의 말조차 없던 정종은 당문호와 농담하며, 끊임없이 그의 근황을 물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정자옥이 강책을 가리키며 물었다.

“몽연아, 이 분이 그 종군했다는 네 남편 강책 씨지?”

“응.”

“그나저나 처음 보는 사람인데 왜 아무도 소개를 안 시켜주는 거야?”

그러자 정봉성이 웃으며 대답했다.

“무슨 소개를 해? 가문이 무너지고 종군하는 것도 실패해 일자리도 없이 우리 정씨네 집에서 기르고 있는데. 이런 폐물이 무슨 소개를 할 게 있다고. “

“뭐? 그렇게나 안됐다고?”

정자옥은 어릴때부터 정몽연보다 뛰어나지 못해서, 마음 한 켠으로 매우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성적은 한참 못미치고, 몸매는 더더욱 비교도 할 수 없는 정몽연을 누를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온 것이었다.

그녀는 남편 당문호의 팔짱을 낀 채 간드러지게 말을 건넸다.

“여보, 당신도 군 생활을 했는데, 모두 같은 처지니까 당신이 강책한테 일거리 좀 줄 수 없나?”

그러자 당문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전쟁터는 아무나 다 들어갈 수 있는 줄 알아? 특히나 우리 구역은 일정한 계급이 없으면 들어갈 자격도 없어.”

고개를 돌려 강책을 훑어보단 당문호가 그에게 물었다.

“지금 계급이 뭐지?”

그러자 강책은 담담히 네 글자를 내뱉었다.

“수라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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