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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화

정몽연은 반신반의하며 강책의 말을 별로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난 두 번 모두 정확히 그의 말 대로 되었기 때문에 기대해도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이 때, 목양일이 손을 뻗어 조동이 바친 열쇠를 집어 들었다.

조동의 얼굴이 격양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속으로 기뻐하며 생각했다.

‘양준 가게의 술을 좋아하는 건 그저 모양새에 불과해. 결국 내 호화 저택을 선택하지 않겠어? 난 아직 지지 않았다고.’

목양일이 조동을 보며 말했다.

“조 선생님, 이 열쇠는 조 선생님이 선물하신 건가요?”

“그, 그렇습니다.”

“음,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풍림단지는 그렇게 싼 편이 아닐 텐데요. 그 쪽에 있는 저택은 한 채당 가격이 20억 이상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러자 조동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비싸긴 하지만, 모두 값어치를 하죠. 이런 가격대의 집만이 총책임자분의 신분에 걸맞은 거 아니겠습니까!”

목양일이 싸늘한 눈빛을 하며 고의로 물었다.

“이 저택을 직접 구매하신 건가요?”

“당연합니다.”

“네? 그렇다면 조 선생님께 묻겠습니다, 시장 부서의 주 책임자이신데, 한 달 월급이 어떻게 되죠?”

조동의 얼굴에 있던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지더니, 분위기가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는 다는 것을 느꼈다.

“어……월급이라면, 매 월 150만원 정도 합니다.”

“흠, 150만원이라. 그럼 배당금, 연말 보너스, 각종 복리후생까지 합치면 연 수입이 4천만원 정도 되겠네요?”

조동은 들으면 들을수록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목양일은 고개를 살짝 휘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좀 이상하죠. 연 4천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이 어떻게 20억이 넘는 호화 별장을 살 수 있다는 거죠? 조동 선생님, 합당한 설명을 해 주실 수 있나요?”

쿠궁!!!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다.

사실 이 곳에 비리가 분명 있을 거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선물을 모두 하는 마당에 다들 알고 있어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새로 온 총책임자는 달랐다, 그는 오자마자 모두에게 위세를 떨쳐 보였다.

방금 선물을 전달한 사람들 모두 식은땀이 흘렀다. 어떤 사람들은 천만원 상당의 선물을 한 것을 은근히 다행으로 여겼고, 몇 천만원을 호가하는 선물을 한 사람들은 모두 손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당연히, 땀을 가장 많이 흘리는 사람은 조동이었다.

천 만원 혹은 몇 천 만원은 몇 년동안 모은 돈이라고 변명할 수는 있지만, 20억이라는 숫자는 몇 년을 모아야지 모을 수 있는 돈인가?

조동의 수입으로 따지면, 100년을 모아야지 나오는 돈이었다! 조동의 수입에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조동의 손발이 차가워졌고, 계속해서 침을 삼키며 한 마디도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목양일은 목청을 높이며 말했다.

“조동 선생님, 말해 보시죠, 어떻게 20억 상당의 돈이 나온 거죠?”

풀썩 소리를 내며 조동은 깜짝 놀라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가 어떻게 대답을 하겠는가?

목양일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대답을 못하시는 거 보니, 천천히 자백할 수 있게 하죠. 여기, 저 사람 수갑 채우고 데려가세요.”

곧바로 경찰복 차림의 몇 사람이 뛰쳐나와 조동의 두 손을 등뒤에 얹힌 뒤 수갑을 채운 채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연행했다.

“이러지 마시죠, 좋게 좋게 합시다 우리, 이게 무슨 경우입니까?”

“풀어줘, 당장 풀지 못해?”

조동의 눈은 풀려 있었고, 선물을 한 결과가 이럴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가 사람들 앞에서 끌려갈 때, 사람들은 모두 그들도 제 2의 조동이 될까 두려워 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감히 쳐다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목양일이 계속해서 얘기했다.

“사실 저도 남아 있는 여러분들이 모두 깨끗하지는 않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제가 충고 하나 하겠는데, 모두들 지금을 시점으로 본분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조동의 다음 타자는 여러분들이 될 테니까요!”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가까워지려는 분들도 모두 자중해 주십시오. 총책임자 분께서는 그런 수작과 아첨꾼들을 가장 싫어하십니다.”

“오늘 주신 선물들은 모두 도로 가지고 가십시오, 총책임자께서 단 한 가지도 가지지 않으시겠답니다. 오늘은 이만하면 됐으니, 다음 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습니다.”

사람들이 잇달아 고개를 숙이고, 놀란 마음에 찍 소리도 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목양일은 양준 가게의 술병을 몇 개 들고서 말했다.

“정계산 님, 다른 분들의 선물은 모두 돌려보낼 거지만, 당신께서 준비한 이 선물은 제가 총책임자분을 대신해서 받겠습니다.”

정계산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정말 영광입니다.”

목양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신은 다른 사람과는 다릅니다, 계속해서 지켜볼 테니, 힘내십시오.”

“감사합니다.”

목양일이 몸을 돌려 떠나자, 계속해서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만이 남았다.

모두 한숨을 크게 내쉬며, 새로 발령이 나면 의욕이 넘친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정도로 큰 화가 일어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정몽연이 가슴을 치며 말했다.

“아빠한테 술 선물 아이디어를 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아빠도 몇 천만 원의 선물을 주고도 남들처럼 야단 맞을뻔했네.”

“이제 날 믿겠어?”

강책이 웃으며 말했다.

“응, 쥐 잡는 솜씨가 대단하네. 조동 그 인간쓰레기를 결국엔 치워줬는데, 들어가서 절차만 밟고 나오는 거 아닌가 몰라.”

정몽연이 분풀이를 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그 사람이 연루된 금액이 얼만데, 들어가면 나올 생각은 하지 말아야지.”

수라군신과 세 구역의 총 책임자인 강책은 조동이 이번에는 한 번 들어가면 아무도 그를 건져내지 못할 거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이것이 강책의 발작버튼을 누른 말로였다!

정계산이 다가와 얼굴에 미소를 띄며 말했다.

“강책아, 네놈 참 잘했구나. 네가 꾀를 써 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오늘 분명 실패했을 거다.”

강책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기뻐하시는 게 가장 중요하죠.”

정계산은 언뜻 사위에게 반감이 생기지 않았고, 오늘 강책은 그의 악감정에서 조금 빠져나올 수 있게 되었다.

회사에서 몇 년 동안 조동에게 치여 살다가, 오늘에서야 완전히 해방된 느낌이었다.

정계산은 기분이 더없이 좋아졌다.

“가자, 오늘은 내가 한턱 내마. 우리 나가서 좋은 밥이나 한 끼 먹고 오지.”

그러자 강책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버지, 오늘 저는 또 일이 있어서요, 몽연이와 같이 가서 드시죠.”

“무슨 일?”

“어……동생을 보러 가고 싶어서요.”

정계산과 정몽연은 서로를 한 번 바라보다 이내 비통한 눈빛을 하였다.

“그래, 네가 돌아온 지 이틀이 지나도록 찾아가 보지도 못했으니 동생을 보러 가는 게 맞겠구나.”

“강책, 힘내, 지금 네 상황이 썩 좋지는 않지만 열심히 노력만 한다면 다시 네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 기회가 올거야.”

강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먼저 가보마.”

“네.”

정계산은 정몽연을 데리고 자리를 떴고, 강책은 정장을 차려입고 밖으로 나갔다.

그는 택시를 불러 곧바로 서강변까지 갔다.

차가 멈춰섰고, 그가 문을 열고 내렸다.

강책은 강가 무덤을 향해 걸어갔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가슴이 심하게 떨려왔으며, 자책감에 짓눌린 그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강모야, 미안해, 형이 너무 늦었다.”

“강모야, 형이 너무 보고싶다……”

그는 무덤 곁으로 다가갔다. 단순하기 그지없는 묘비에 몸을 기대자 마치 강모가 자신의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피를 흘릴 줄만 알았던 그 전장의 군인은 처음으로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강책은 두 손을 거친 묘비를 어루만졌고, 그의 죄책감이 한없이 분출되고 있었다.

처음 떠날 때는 햇살이 눈부셨지만, 다시 돌아오니 생사가 영원히 갈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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