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쿵쿵-손에 무기를 든 40~50명 정도의 건장한 남자들이 차에서 내렸다. 앞장선 사람은 바로 하유룡과 허가명이었다.“여기서 뭐하는 거야? 여기 이미 봉쇄된 거 몰라? 다들 꺼져!”허가명이 소리를 치자 엄중한 분위기가 깨졌다.강책은 미간을 찌푸리며 허가명을 쳐다봤다. “제 동생 생일에 거칠게 굴기 싫으니까 꺼져, 다음에 상대해 줄게.”“다음? 상대?허가명이 웃으며 자신의 뒤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네 두 눈으로 똑똑히 봐, 강책, 네가 아무리 대단해도 이 사람들을 혼자 상대할 수 있겠어? 분명히 말해 줄게, 우리는 이곳을 철거를 해야 하니 너희를 쫓아내고 여기도 다 철거할 거야. 더 알아듣기 쉽게 말하자면 오늘 강모 무덤을 허물러 온 거야!”강책은 두 주먹을 불끈 지고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는 이렇게 화가 난 적이 없었다.“오늘은 강모 생일이야, 나 화 내려고 하지 않았는데, 네가 기어코 싸움을 거니 나도 어쩔 수 없네.”하유룡이 다가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강책, 아직도 허풍 떠는 거야? 오늘 비행기랑 크루즈까지 동원한 게 기세가 드높은데, 이게 다 무슨 쓸모 있나? 혼자서 20명을 상대할 수 있겠어?“기세가 드높아?” 강책이 웃으며 말했다. “뭔가 잘 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건 그냥 맛보기예요, 장례식은 이제 시작이예요.” 강책의 말이 끝나자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검정색 링컨 차가 봉쇄구역으로 들어섰다.10대!30대!50대!100대!100대의 차들이 원을 그리며 주차하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수 십대의 고급차를 본 하유룡은 무의식적으로 침을 삼켰다.몇 십억 이상의 차가 100대, 모두 합치면 가치가 어마어마하다. 고급차들이 들어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 분위기가 숨이 막힌다. 그후.차량마다 문이 열리고 검정색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차에서 내렸다.그들은 마치 틀에 박힌 듯 하나같이 굳건하고 늠름한 군인자세로 질서 있게 움직였다.딱 봐도 일 년 내내 훈련받
고급차가 저렇게 많다니, 그야말로 대단했다.하유룡은 100대의 고급 차, 3~400병의 군인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허유룡을 따라온 사람들은 손에 뜬 무기를 내려놓고 그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저기… 허사장님, 저 집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저는 배가 아파서요, 금방 다시 오겠습니다.”“허사장님, 다음에 다시 얘기하시죠.”하유룡이 데려온 사람들은 몇 십 명의 군인들을 보자 기겁하고 하유룡은 생각하지도 않고 모두 도망쳤다. 결국, 하유룡과 허가명만 남았다. 강책은 차갑게 물었다. “하유룡, 내가 마지막으로 준 속죄할 기회를 소중한지 모르다니.”하유룡은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유룡은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 “네가 아무리 많은 사람을 데려오면 뭐 어쩔 건데? 여기는 서경이 아니라 쑤쑤저우야! 그리고 나는 쑤저우시 건설청 지시를 받고 합법적으로 온 거야. 네가 지금 나를 막는 건 도시청에 대항하는 거야, 그러다 감옥 갈 수 있으니 조심해!”“네가 감히!” 천칭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와 허야룡의 멱살을 움켜쥐고 들어올렸다. “나는 네가 진작부터 거슬렸어, 아직도 개소리나 짓거리 다니.”이때,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손 놔!” 파란색 승용차가 천천히 들어와 멈췄다. 중년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그는 바로 쑤쑤저우시 건설청 주임 비서 ‘왕민래’ 였다. 하유룡은 울컥하여 천칭을 밀치고 왕민래에게 뛰어갔다. “왕비서님 오셨네요, 저 무리들이 철거 작업을 방해해요. 왕비서가 처리해주세요.”“흠, 이런 일이 있었네요?”왕민래는 강책에게 다가가 말했다. “당신이 강책이에요?”“네?”“저 무리들은 당신이 데려온 거예요?”“네.”“하하- 인정을 하다니, 소란 피우고 법 집행 방해한 게 얼마나 큰 죄인지 모르세요?” 강책은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동생 장례를 치르러는 것뿐이에요, 동생 가는 길 편히 보내주려는 것이 소란을 피우는 거예요?”“당연하지!” 왕민래가 주변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는 철거 구역으로 이미
“주임도 내가 시키는 대로 해. 강책, 넌 내 손바닥 안이니까 살아서 떠날 생각 하지 마.”강책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건설청에서 왕민래씨 말이 곧 법이었군요.”갑자기 그가 고개를 돌려 크루즈를 쳐다봤다. “임 주임님, 왕민래씨 말이 사실인가요?”임 주임?왕미래는 오싹해하며 크루즈를 바라보더니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한테 장난을 치다니, 너 가만 안…둬…”“왕민래!”크루즈쪽에서 기세등등한 목소리를 듣고 왕민래는 혼비백산해졌다. 아주 익숙한 목소리이다. 그가 매일 애걸복걸하며, 밖에서는 위세를 부릴 수 있는 목소리였다.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건설청 사무실 주임 “유진영” 이었다. 크루즈에서 40대 중년 남자가 천천히 내려왔다. 그의 눈에는 살기가 역력했다.그는 아침 일찍 3구역 총책짐자에게 크루즈에서 건설청에서 직접 연출한 공연을 준비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유진영은 처음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크루즈에 타게 되었다.유진영은 왕민래의 말을 듣고서야 총책임자의 말을 이해했다.“왕민래씨, 정말 권위가 대단하시네요!”“내가 네 말을 듣는다고? 네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그럼 오늘부터 네가 주임 하면 되겠네!”왕민래는 깜짝 놀라 유진영 앞에 무릎을 꿇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주임님, 아닙니다. 제가 방금 한 말은 다 헛소리예요.”왕민래는 자신의 뺨을 세게 때렸다.“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는 사람도 아닙니다.”“임 주임님, 잘못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건설청은 임 주인님 말이 곧 법이에요.”“저는 주임님의 개입니다. 앞으로 다시는 절대 헛소리하지 않겠습니다.”유진영이 차갑게 웃었다. “이제서야 네 잘못을 알아? 이미 늦었어, 네가 왜 요 며칠 동안 여기를 굳이 철거 구역으로 넣으려고 하면서 빨리하라고 하는지 이상하다고 느꼈어, 허유롱과 한통속이었네, 철거를 빌미로 자기네들 원한이나 풀려고 하다니, 하마터면 나도 공범 될 뻔했네.“王珉来,你真是胆大包天,今天如果不办
왕민래가 끌려가는 것을 보는 순간 하유룡의 화가 사그라들었다.하유룡은 강책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눈물 콧물 흘리며 울었다. “강책아, 내가 정말 잘못했다. 앞으로 네 일에 방해 안 할게, 강모랑 한때는 좋은 동료 사이였으니 이번 한 번만 좀 봐줘.”동료?좋은 동료?강책은 분노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네가 천정기업과 손잡고 내 동생을 어떻게 모함했는지 모를 줄 알아?” 하유룡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사실 천정기업 사람들이 협박해서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나는 그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지 강모를 모함하려는 음모는 정말 내가 꾸민 게 아니야.”“사시 너도 알겠지만 내가 지금은 침몽테크놀리지 회장인데 천정기업에 명령을 받고 있어, 난 그저 수행원 일뿐이야,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이 강모를 모함한 장본인이야.”강책은 그를 차갑게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유룡은 강책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뒤에서 허가명이 말했다.“너 이 자식, 지금 당장 침몽테크놀리지에 전화해서 사람들 다 오라고 해!”“네?”“네는 무슨 네야? 빨리 전화해서 강모 장례식에 오라고 해! 빨리!”허가명은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 7~8대가 도착했다. 침몽테크놀리지 사람들은 정장을 차려 입고 멍한 표정으로 걸어왔다. 그들은 그곳에 있는 몇 백명의 군인들과 몇 십대의 거대한 크루즈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하유룡이 큰 소리로 말했다. “거기 서서 뭐하는 거야? 빨리 와서 절 하고 참회해!”모든 직원들이 놀라서 달려왔다. 한 사람씩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하유룡은 강책을 보며 말했다. “강책아, 그전에 5시간 무릎 꿇고 있으라고 했는데, 그 정도면 되나?” 강책은 그를 차갑게 쳐다봤다.하유룡은 더 이상 군말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직원들에게 소리쳤다. “지금부터 내일까지 물 한 모금 마시지 말고 무릎 꿇고 있어!”직원들은 원망의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봤지만 감히 말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직원들이 모두 강모의 무덤
정해가 제일 아끼는 둘째 아들이 바람에 흩날려 갔다.정해가 묘 앞으로 갔다. 회장 하유룡 뒤에 회사 직원들이 모두 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정해은 극도로 흥분했다.“하유룡? 네가 여기 왜 있어?!” “하느님, 아이고 하느님!”강책이 달려와 정해을 부축했다. “삼촌,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바람이 차니 감기 조심하세요.”정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강책아, 정말 잘했다. 강 주변에 장례를 치루고, 강모를 죽인 살인자들까지 묘 앞에 무릎 꿇게 하다니, 정말 잘했구나! 네가 이렇게 커서 난 정말 기쁘다, 앞으로장가 집안에 희망이 있구나.”말을 할수록 흥분하는 정해을 보고 강책은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을까 봐 사람을 불러 정해를 챙겼다.정해는 강책에게 아버지와 다름없는 사람이다.“어르신 좀 모시고 가주세요.”“네, 알겠습니다!”강책은 자신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정몽연을 보았다. 강책은 웃으며 정몽연에게 다가갔다.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잘 알지?”몽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강책은 몽연에게 오늘 일에 대해 설명했다. “내가 서경에서 군복무할 때 격전이 있었어. 한 번은 처참하게 지고 목숨을 걸고 군인 한 명을 구해줬어. 근데 그 사람 명성이 아주 자자한 사람이었던 거야. 그래서 그분이 그때 고마웠다고 오늘 장례를 도와주셨어. 사람, 차, 비행기, 크루즈까지 모두 동원해 주셔서 일이 순조롭게 풀렸지.”“그랬구나.” 정몽연은 강책이 오늘 장례를 치를 수 있었던 이유를 이제서야 알았다. 하지만 몽연은 실망했다.만약에......강책이 바로 그 위대한 군인이었다면, 만약 오늘 일이 강책의 능력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강책은 실망한 듯한 몽연을 보았다. 강책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강책은 정몽연의 손을 잡고 말했다. “너무 실망하지 마,
정몽연은 어떨결에 강책에게 이끌려 한 차 앞에 도착했다. 정종과 정봉성이 차에서 내렸다. 이들은 한참 전에 도착해서 강책이 한 말을 모두 들었다.정종은 처음에 충동적으로 강책과의 관계를 끊은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방금 사람을 보내 알아보니 강책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가 대단한 군인을 구해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이 강책에게 신세를 졌으니 한 번 도와주겠지만 계속해서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결국 강책은 남에게 의지하는 루저일 뿐이다. “할아버지, 오빠 진짜 오셨네요!” 정몽연은 의외인 듯 말했다.정중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책을 쳐다봤다.“강책, 오늘 아주 보기 좋더라.”“별 말씀을요.”“하하, 하지만 오늘 일이 나중에 네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거 아니?”“네? 할아버지, 무슨 말씀이에요?”정중은 무릎 꿇고 있는 하유룡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유룡이 네가 남의 힘을 빌렸다는 것을 조만간 알게 될 거야.”“너는 그저 남의 권세를 빌어 위세를 부리는 무능력자야.”“오늘 네가 화가 나서 하유룡에게 모질게 했다고 하자, 근데 나중에는 어떨까? 하유룡이 모든 것을 다 알게 되고, 그 위대한 군인이 너를 도와주지 않으면 넌 끝장이야.”“나중에 내 탓 하지마라, 그때 가서 죽는 건 네 자유지만 제발 우리 정가 집안까지 끌어들이지 마라.”정몽연의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할아버지의 말이 심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강책은 웃으며 정중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저랑 정가 집안은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다른 사람이 저에게 복수를 하더라도 절대로 정가 집안에 피해 안 끼칠게요.”“그럼 됐다!”정봉성이 정중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입찰 시작했어요. 그만 가요.”“그래”정중이 떠나기 전에 강책에게 한 마디 했다. “젊은이, 일을 할 때는 자기 분수를 알아야지, 능력도 없으면서 허세 부리다가 처참해질 거야.”정중은 말을 마치고 입찰장으로 향했다. 정몽연은 강책의 손을 잡고 말했다. “너랑 할아버지
강책과 정몽연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입찰에 참여했다.전국에서 유명한 공장, 지방에서 알아주는 작은 공장들의 대표자들이 모두 참여했다.정가는 쑤저우와 항저우 지역에서 알아주는 집안이었다. 하지만 3구역이 강남구로 합병되면서 정가 집안 세력이 하락했다. 이번 입찰에는 강남구 일류 집안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정가 집안은 어떠한 우위도 차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쑤저우 항저우 지역 이외에 후이하이와 친모우 지역의 해안 모두 이번 프로젝트에 포함됐기 때문에 큰 안건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다시 말해 이전 3구역 프로젝트를 뛰어 넘는다. 일단 입찰만 받으면 10년은 편히 먹고 살 수 있다. 그래서 정중도 이번 입찰에 직접 참가한 것이다. 정중은 원래 당문호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당문호는 건설청과 인맥이 없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입찰을 받을 수 있냐 없냐는 정중의 손에 달려 있다.사람들이 차례대로 앉았다. 정중이 긴장하자 정보성이 자신 있게 말했다. “할아버지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이번 프로젝트에 많은 돈을 들여 국내에서 제일 유명한 디자인팀이 만들었으니 저희가 꼭 따낼 수 있어요. 저희가 건설업을 몇 년을 한 배테랑인데 누가 우리 보다 대단하겠어요?’정중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봉성아, 너무 자신만만하지 마라. 건설업계에서 우리는 그저 이류일 뿐이야, 우리는 건설청에 인맥도 없으니 말 다 했지, 이번 입찰 쉽지 않을 거야.”“할아버지, 다른 사람들 기에 죽지 마세요. 저 잘 보세요.”잠시 후, 입찰 주최자가 무대에 올랐다. 건설청 부국장 곽창이 목을 가다듬고 웃으며 말했다.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자리에 이렇게 함께 모이게 되어 영광입니다.”곽창은 인사말을 끝내고 본론으로 들어갔다.“여러분 모두 이번 입찰에 많은 기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잠시 후 저는 왼쪽 사무실에 있을 것입니다. 입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한 명씩 들어오셔서 자신의 프로젝트를 자세히 설명해
정봉성이 들어갈 준비를 할 때 강책과 정몽연을 보고 웃었다.“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너희들이 여길 왜 왔어? 경치 구경하러 왔어?”강책이 정봉성에 다가가 말했다. “너랑 똑같은 목적으로 왔지.”“하하하, 너희도 입찰에 참가해? 정말 웃긴다. 너희가 뭘로?“강책, 너 설마 진짜 그 군인이 널 계속 도와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잘들어, 이건 장례식처럼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아!”정중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만해, 어쨌든 몽연이도 우리 정가 식구야. 입찰에 참여해도 우리한테 나쁠 게 없으니 한 명이라도 더 많으면 좋지.”“할아버지, 저는 뒤에서 강책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을까 봐 그게 걱정인 거예요.”정중은 얼굴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말했다.“봉성이 말도 일리가 있다. 몽연이 너는 그만 돌아가라, 정가에는 나랑 봉성이면 충분해. 부국장이 여자 혼자 입찰에 온 거 보면 우리 정씨 집안이 입찰을 만만하게 본다고 생각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정몽연은 가슴이 찡했다. 여자 혼자 입찰에 참가하는 게 뭐?도대체 무슨 논리이지?강책이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몽연이가 입찰에 참여하는 게 정가 집안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신다면 몽연이는 계열회사 대표로 입찰에 참여하면 되죠, 그럼 정가 집안과 아무런 관계없으니까 문제없죠?”“뭐?” 정봉성이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계열회사? 직원 20명도 안되는 작은 공장에 어떤 바보가 입찰을 줘! “정중은 정봉성을 막으며 진정시켰다. “너희가 기어코 창피를 당하고 싶다면 난 말리지 않을게, 하지만 이것만 기억해, 몽연이가 받는 입찰은 본사와 종가 집안과는 아무런 관련 없이 몽연이 계열회사 입찰 받는 거야.”“약속 지켜.”앞으로 우리 더 이상 연락하지 말자.정몽연은 초조해하며 강책을 비난했다. “너 미쳤어? 할아버지가 그 계열회사 지분 아빠한테 주려고 한 거야. 기술도 아무것도 없는 망해가는 회사였어. 회사 미래가 안 보이니까 아빠는 수리국에 취직하셔서 나한테 마음대로 하라고 주신 거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