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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화

황혼 무렵, 강책은 명원단지의 별장으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장인 가족이 소파에 앉아 한 남자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강책이 돌아온 것을 보자, 소청이 강책을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책아, 이리로 오렴. 이 분은 옆집 조 아주머니의 아들 조덕성이란다. 몇 년 전에 유학을 떠났다가 오늘 막 돌아왔어.”

조덕성이 강책을 향해 손을 뻗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강책이 조덕성과 악수를 하자, 그가 손에 힘을 쥔 것을 느꼈다.

조덕성은 몸집이 크고 근육이 단단해, 보기만 해도 헬스장에서 꾸준히 몸을 키운 것을 알 수 있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조덕성이 손을 움켜쥔 것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전장에서 몇 년동안 수라군신 신분이었던 그에게는 아무런 타격감이 없었다.

강책 또한 힘을 더 크게 실었고, 조덕성의 손을 쇠집게처럼 단단히 집고 힘을 주자 뼈가 부러질 듯 딸깎, 딸각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

조덕성은 아픔을 꾹 참으며 놀란 듯 강책을 쳐다 보았고, 속으로 이 남자는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힘이 센 건지 생각했다.

손을 놓자, 조덕성의 손은 이미 빨개져 있었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았고, 조덕성은 손을 주무르며 말했다.

“당신이 그 강책이군요? 서경에서 5년 동안 군 생활을 했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네.”

“참, 이렇게 예쁜 아내를 두고 그렇게 오랫 동안 떠나 있다니.”

강책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의 눈에선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 때, 정몽연이 옷을 갈아입고 나왔고, 머리띠를 하고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젊음을 뽐내고 있었으며, 조덕성은 그녀에게 눈길을 뗄 수 없었다.

정몽연이 강책의 곁에 앉자 조덕성이 질투 어린 표정을 지었다.

“내가 유학을 가서 몇 년 동안이나 몽연이를 못 봤네.”

그가 고의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정몽연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거의 6년 정도 됐나?”

“그래, 벌써 6년이나 됐지. 어렸을 떄 우리 자주 놀던 기억이 난다. 그 떄 네가 나 아니면 시집 안게갔다고 하고, 커서는 내가 너 아니면 장가 안간다고 했었는데.”

이 말을 하자, 분위기가 순간 어색해졌다.

정몽연의 얼굴에 있던 웃음기가 조금씩 사라졌고, 헛기침을 하고 고개를 숙여 차를 마셨다.

하지만 조덕성의 개의치 않다는 듯이 계속해서 말했다.

“농담하자면, 만약 내가 6년 전에 유학을 안 갔더라면 내가 너와 같은 식구가 됐을지도, 하하하.”

그는 혼자서 농담을 했고, 아무도 웃지 않았다.

소청의 안색도 조금 안 좋아지며 말했다.

“몽연이는 이미 시집을 갔는데, 어떻게 남편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니?”

강책은 덤덤하게 말했다.

“볼 일 다 보셨으면 이만 가보시죠.”

그러자 조덕성이 냉혈하게 대답했다.

“뭘 그렇게 재촉해요?전 당신을 보러 온 것도 아니고 소청 아주머니와 몽연이에게 볼 일이 있어서 온 겁니다. 강책 씨, 시간이 남으면 당신네 죽은 동생이나 잘 돌보시죠.”

“조덕성!”

정몽연이 고함을 침과 동시에 강책을 붙들었고, 그를 억누르게 하기 위함이었다.

“미안, 내가 좀 직설적이어서 말이야. 아참, 이번에 돌아오면서 몽연이 네 선물도 하나 준비했어.”

조동이 손을 뻗어 상자 하나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몽연아, 네가 열어서 직접 봐봐.””

정몽연은 숨을 고르고는 예의상 상자를 열어 보아쏙, 안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 있었다.

다이아 반지?!

다이아라고 하면, 남성이 여성한데 구혼할 때야 줄 법한 선물 아닌가.

조덕성이 이러한 선물을 전해 주는 것은 누가 봐도 그의 의도를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사실 그는 돌아오기 전부터 정몽연이 몇 년 동안 생과부 생활을 한다는 것을 익히 들었다. 또한 강책은 아버지가 실종되고, 동생은 자살해 집안이 망한 데릴사위였다.

그는 정몽연은 분명 강책을 싫어하고, 정 가네는 정몽연과 강책을 곧장 이혼시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조덕성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어때, 마음에 들어?”

조덕성이 물었다.

정몽연은 화가 더 치밀어 오른듯한 얼굴을 하고는 말했다.

“이건 너무 비싸, 난 안 받을래.”

“별로 안 비싸. 몽연아, 너한테 주는 선물이면 나는 억만금이든 살 수 있어.”

“아니, 필요없어. 내가 가지고 싶어하면 우리 남편이 사 줄거니까 괜찮아.”

정몽연은 이 한마다로 자신이 유부녀인것을 강조하며, 다이아 반지 같은 맞지 않는 물건은 선물하면 안 된다고 암시하는 듯했다.

하지만 조덕성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다시 웃으며 말했다.

“네 남편?”

그는 강책을 멸시하듯 말을 이어갔다.

“내가 알기론, 그는 집안이 망한 퇴역 군인일 뿐이면서, 사는 곳조차 없는데 어떻게 그런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다이아 반지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해? 몽연아, 넌 이 반지가 얼마인지는 알아?”

조덕성이 손가락 두개를 펼쳐보이며 말했다.

“4천 만원, 자그마치 4천 만원 이라고! 네 그 잘난 남편이 평생 4천만원이라는 돈을 벌 수 있을거라 생각해?”

정몽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의 강책은 다이아 반지는 고사하고 인공 다이아몬드도 못 사줄 판인데.

강책은 다이아반지를 무심히 쳐다보며 물었다.

“이 빈지가 정말 4천 만원이나 한다고요?”

“당연하죠! 당신이 이게 가짜로 보입니까? 저는 지금 당장이라도 사람을 구해서 감정을 할 수도 있어요.”

“저는 이게 가짜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요 몇 년 동안 이런 다이아몬드를 너무 많이봤고, 길에 널려있는 이 다이아몬드를 땅에 떨어트려도 아무도 안 주워 갈 것 같아서요. 근데 이런 게 4천 만원이나 하다니.”

“개소리! 사지도 못하면서 무슨 허세를 부리고 있어?4천 만원이 무슨 개 이름인가? 그래, 그럼 어디 보여줘봐!”

조덕성이 비웃으며 말했고, 소청은 옆에서 고개를 내젓고 있었다.

그녀는 강책이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하는 말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분별 있게 말했어야 했다.

무슨 다이아몬드가 길에 널려 있다는 소리를 하다니, 어리석기 그지 없었다.

소청이 강책을 대변하며 말했다.

“아마 책이가 잘 못 보고......”

“아뇨, 전 확신합니다.”

소청은 어이가 가출할 것 같은 표정을 하며 그를 도와주려고 말을 꺼냈는데, 어째서 우기는지 당최 알 길이 없었다.

“하......”

그녀가 한숨을 크게 내쉬고 강책에게 매우 실망한 듯, 강책은 죽어도 체면은 못 버리는 못난 사위라고 생각했다.

조덕성은 소파에 허리를 기대며 말했다.

“그래, 길에 널려 있다고 했죠? 그럼 길에 가서 다이아 두 알을 주워서 나한테 보여줘봐요 어디!”

“흠, 그래요, 제가 친구한테 전화를 한 번 해보죠. 그 때 친구가 다이아몬드를 주워서 유리공으로 가지고 놀았다고 했는데, 한 광주리 만큼 주웠었죠. 제가 그 친구한테 가지고 와보라고 하죠.”

“풉......”

조덕성이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

“한 광주리? 공으로 가지고 놀아? 그래, 정말 대단하네. 당신의 그 허풍을 능가할 사람이 없겠어. 소청 아주머니, 몽연아, 무슨 이런 사람을 집에 들였어요? 하하하, 안 되겠네.”

그러자 강책이 어깨를 으쓱하며 전화를 걸었다.

“응, 물고기, 소강에 도착했지? 네가 주웠던 그 ‘유리공’ 한 광주리 나 이틀만 놀게 빌려줘.”
Comment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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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기
빈지는 뭐? 사투리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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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기
갑자기 조동 왜 나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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