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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화

Author: 베니스
last update Last Updated: 2022-07-05 14:20:26
깊은 밤.

강책은 정몽연과 함께 침실로 들어갔다.

그 둘은 부부였기에 본래는 같은 방, 같은 침대를 사용하는 게 이치였다.

하지만 그 둘은 방금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서먹했기에, 갑자기 한 침대에서 자려고 하니 어색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특히나 정몽연은 여자랑도 함께 자 본적이 없었는데, ‘방금 만난’ 남자랑 같이 잠을 청해야 한다니.

비록 이 남자가 그녀의 남편이어도 말이다.

강책은 그녀를 난처하게 하지 않고, 바로 침구를 들어서 바닥에 깔았다.

“뭐해?”

정몽연이 물었다.

“넌 침대에서 자, 난 바닥에서 잘게.”

“이게……”

“미안해 할 거 없어. 몇 년 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일찍부터 바닥에서 자는 게 습관 됐으니까.”

정몽연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불을 끈 뒤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캄캄한 침실에서 강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해.”

정몽연은 몸을 움찔하며 강책이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강책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군 생활을 오래 하면서 내가 가장 미안한 사람이 둘 있는데, 한 명은 내 동생이고, 또 한 사람이 너야. 내가 조금만 더 일찍 나왔어도. 백이는 죽지 않았을 텐데.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나올 수 있었으면, 너는 이렇게 억울하지 않았을 텐데.”

정몽연의 눈가에는 순식간에 억눌린 눈물이 흘러내렸다.

최근 5년 동안 그녀는 매일 각종 유언비어를 참아내며, 억울한 일들을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하소연할 대상도 없었기에 그저 인적 없는 곳에서 몰래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매우 지친 상태였다.

“하지만 이제 걱정하지마, 내가 돌아왔으니까 이제 한 점의 억울함도 겪지 않게 해주겠다고 약속할게.”

동생에게 빚진 것을 메울 수 없게 되었으니, 최소한 아내에 대한 부족함이라도 메우는 데 최선을 다해야 했다.

……

이튿날 새벽.

강책은 일찌감치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정몽연을 깨웠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취임식에 참석하려고.”

정몽연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물었다.

“무슨 취임식?”

“오늘 세 구역 책임자의 취임식이잖아, 내가 친구한테 부탁해서 두 자리를 구해 놨으니 너도 같이 가면 돼.”

정몽연은 조금 의아했다. 그녀가 정계산에게 물어본 바로는 취임식을 참여 자격의 부여는 매우 까다로웠고, 정계산같이 시에서 20년 넘게 일한 사람도 몇 번의 심사를 거쳐 겨우 얻어낸 자격이었다.

한 자리도 구하기 힘든데, 두 자리는 더욱이 말할 것도 없다. 당문호 같이 직급이 높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강책을 보면 또 농담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반신반의하던 정몽연은 옷을 차려입고 서둘러 아침식사를 한 뒤 차를 몰고 강책과 함께 취임식이 열리는 빌딩 문 앞에 도착했다.

이 곳에 주차하는 차들은 모두 1억 상당의 호화로운 차들로, 참여 인원의 신분을 나타내고 있었다.

하지만 정몽연의 차는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다.

“강책, 우리가 정말 참여 자격이 있는 거 맞아?”

정몽연이 다시 한번 의구심을 품으며 물었고, 후에 큰 소동을 피워 창피를 당할까 걱정이었다.

“나만 믿으면 돼.”

강책은 정몽연을 데리고 빌딩 출구 앞으로 걸어갔고, 마침 이때 세 사람의 그림자가 뒤쪽으로 걸어왔다.

“오, 큰누나, 큰형부, 저기 누가 왔는지 봐.”

정몽연은 목소리만 들어도 둘째 오빠 정봉성이라는 걸 알 수 있었고, 몸을 돌려 보자 과연 정봉성과 정자옥, 당문호가 함께 그녀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정봉성이 실실 웃으며 말을 건넸다.

“어떻게 이런데서 다 마주치네. 아니, 또 너희 집 폐물을 데리고 왔어? 너희 둘은 뭐하러 온거야?”

“당연히 취임식에 참석하러 온 거 아니겠어?”

강책이 너스레를 떨며 대답했다.

정봉성은 순간 멈칫 하더니, 당문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형부, 이 두 사람한테 참가 자격을 줬어요?”

당문호가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내 권한으론 기껏해야 세 자리밖에 못 구해.”

“응? 그럼 정계산이 한 짓인가?”

정봉성이 또 물었다.

그러자 당문호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 사람이 무슨 권한이 있다고? 그 사람 조차도 관리한테 선물을 주고 부탁해서 얻은 자리인데, 무슨 권한으로 남에게 자리를 내어 주겠나.”

이 말을 듣자, 정봉성이 웃으며 말했다.

“동생아, 그럼 너희는 들어갈 자격이 없어. 근데도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여기가 무슨 장터인 줄 알고 들어오려는 거야?”

정몽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여전히 속으로는 강책이 얻어 온 자리를 의심했다.

지금 당문호에게 자격이 이토록 어렵게 얻을 수 있다는 걸 들으니 더더욱 강책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 떄, 강책이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우리가 들어갈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가 더 잘 알아. 너희같이 자신이 자격이 없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불쌍할 뿐이지.”

이 말은 분명 당문호와 세 사람을 겨냥한 것이었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네가 우리 정 씨 가문으로 장가 왔다고 해서 네가 정 가네 사람이 됐다고 착각하지 마. 한 번 떠 그 따위로 말하면 내가 귀싸대기를 갈겨 버릴 테니까.”

그러자 당문호가 정봉성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여긴 소란을 피울 공간이 아니니, 이 일은 돌아가서 얘기하자.”

“알겠어요 형부.”

당문호는 강책을 몹시 깔보며 말했다.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아는 게 가장 중요한 법인데, 자신의 힘에 부치는 일을 하면 치욕만 자초할뿐이거늘.”

말을 마치자 그는 몸을 돌려 빌딩 정문으로 향했다.

정자옥이 정몽연에게 다가와 ‘좋은 뜻’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동생아, 내 남편이 군인이라 성질이 좀 나쁘고 말이 험한 거니 나쁘게 여기진 말고. 하지만 너도 마찬가지야, 매일 저 물건을 데리고 나와서 망신을 당하니 너도 덩달아 고생하잖니. 난 취임식에 참석해야 하니까 길게 말은 안 할게. 넌 먼저 돌아가렴, 알겠지?”

겉으로는 듣기 좋게 말하지만 사실은 구구절절 가슴 한 켠을 후벼 파는 말들이었다.

정자옥은 돌아서서 발걸음을 옮겼고, 만족스럽다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정몽연에게 눌려 살았는데, 이렇게 그녀를 시원하게 면전에서 망신 주다니. 그녀는 낭군님에게 시집 간 것에 매우 감사했다.

정몽연의 안색이 새까맣게 변하여 한 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냥 집에 가만히 있었으면 될 걸, 왜 이런 곳에 와서 모욕을 자초하는 거지?

“가자.”

강책이 담담하게 말했다.

“가? 어딜?”

정몽연의 말투는 서늘했다.

“말했잖아, 취임식 간다고.”

“제발 그만 좀 해!”

정몽연은 끝내 참지 못하고 말했다.

“네가 능력이 없는걸 탓하진 않아. 하지만 제발 허세 좀 그만 부리고 이기려고 노력이라도 하면 안 돼? 계속 이런 식이면 날 기쁘게 해주기는커녕 내가 널 더 무시하게 만든다고!”

휙휙휙, 사방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강책은 제 자리에 서 있었고, 3초 뒤 그는 살짝 미소를 띄며 차분하게 말했다.

“몽연아, 날 한 번만 믿어줘. 만약에 내가 널 취임식에 데려가지 못한다면, 난 즉시 돌아가서 너랑 이혼도 할 수 있어.”

정몽연은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얼어붙었다. 그는 너무나 단호했고, 전혀 농담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정말로 진지했다.

정몽연은 망설이다 이내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럼 내가 기회를 한 번 줄게!”

그녀는 빌딩 정문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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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2-07-05
  • 자유로운 군신   제 15화

    전화를 끊은 강책이 덤덤하게 말했다.“친구가 10분 이내로 물건을 가지고 온다고 하네요.”“휴……그래, 계속 그렇게 척을 해라. 거짓말도 정말 능숙하네.”그러면서 조동석이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만약에 당신이 오늘 다이아몬드 한 바구니를 가지고 온다면, 냐 머리를 꺼내서 네 전용의자를 만들어 줄게. 하지만 구해오지 못한다면, 넌 몽연이를 떠나야 할 거야.”정몽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너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야?”조동석이 강책을 보며 물었다.“어때? 남자답게 한 번 붙어보지 그래?”강책은 침묵했다.정몽연이 강책의 소매를 잡아 당기며 말했다.“그냥 무시해버려.”조동석은 강책이 말이 없는 걸 보자 더욱 거만하게 말했다.“하하,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무서운가 보지?”그러자 강책이 고개를 휘저으며 대답했다.“아니, 나는 그저 이런 사소한 일을 가지고 당신의 머리를 박살내 버리는게 좀 안됐다고 생각해서.”“하 무슨……”조동석이 벌떡 일어나 말했다.“강책, 제발 허세 좀 적당히 부리지? 빨리 내기를 받아들일지 말지나 말해.”“그래, 하겠어.”그러자 조동석이 웃어 보이며 이미 강책과 정몽연이 이혼하는 장면을 눈 앞에서 본 듯했다.그 때, 강책의 휴대폰이 울렸다.“물건이 도착했네요, 몇 분만 기다려 주세요.”그가 말을 마친 뒤 몸을 일으켜 밖을 나가려고 하자, 조동석이 뒤에서 소리쳤다.“어이, 우리 다 기다리고 있으니까,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말라고.”강책의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정몽연과 소청은 손에 땀을 쥐었다.다이아몬드 한 광주리?강책은 커녕 근처 보석상에서도 한 순간에 그런 양의 다이아몬드는 구해내지 못할 것이었다.이번 내기에서 지게 된다면, 정말로 둘은 이혼을 하는 것일까?얼마 뒤, 강책이 돌아왔다.그의 오른손에는 광주리가 들려 있었고, 위에는 붉은 천이 덮여 있었다.강책은 사람들 앞으로 다가가 찻상 위에 광주리를 올려놓고, 붉은 천을 벗기자 거위알 만한 다이아몬드들이 반짝이고 있었다.한 알 한

    Last Updated :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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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로운 군신   제 2419화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 자유로운 군신   제 2418화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 자유로운 군신   제 2417화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 자유로운 군신   제 2416화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 자유로운 군신   제 2415화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 자유로운 군신   제 2414화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 자유로운 군신   제 2413화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 자유로운 군신   제 2412화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 자유로운 군신   제 2411화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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