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의 문은 굳게 닫혀 있지 않았기에 바람이 불자 문이 열렸다.마른 나뭇잎이 문틈을 타고 들어와 공중에서 펄럭이고 있다.쏴아.찬바람이 정중의 얼굴에 불어왔고, 그는 멍한 상태에서 깨어나 온몸을 부르르 떨며 멍하니 강책을 바라보았다.이상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큰 동요도, 경악도 없었다.지금 그는 마치 큰길을 걷다가 마주 오던 화물차에 세게 부딪힌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으며 이미 세상과 단절한 듯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는 생각하는 것을 잊었으며 마치 산송장처럼 두 눈이 흐릿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머릿속에 수많은 장면들이 떠올랐다.정몽연의 거액 계약을 도운 강책의 모습, 위험한 고비를 무사히 탈출한 강책의 모습, 그리고 다시 한번 구사일생으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 강책의 그 모습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그때의 정중은 증오에 두 눈이 멀어 있었다. 그는 강책이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차분하게 다시 생각해 보면 '운이 좋다'라고 단순히 치부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정중이 강책을 중시하지 않았던 것도 그가 강책에게 계속 끌려다니는 이유였다. 항상 상대방을 직시하려 하지 않는데 어떻게 상대방을 이길 수 있겠는가? 이제 정중은 직시하기 싫어해도 해야 했다. “강남구, 총책임자?” 정중은 마치 기계처럼 감정이 하나도 담겨있지 않은 두 눈으로 묵묵히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그는 눈앞에 있는 이 남자를 알지 못한다고 느꼈고 매우 낯설게 다가왔다. 그렇다, 강남구의 총책임자 신분만이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었고, 3개의 지고지상인 우승기를 가질 수 있다. 차츰 정중의 얼굴에는 씁쓸함만 남았고, 눈에서는 눈물이 힘없이 흘러내렸다.정중은 엎드려 두 손으로 땅을 쳤다. "왜? 왜 진상이 이 모양이란 말이냐!” 이제 그도 강책이 말한 것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강책은 정말 정 씨 집안의 재산을 신경 쓰지 않을 인물이다. 강남
"그래도 싸다, 싸!”더 이상 할 말이 없자 정중은 돌아서서 사당의 위패를 바라보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강책의 신분이 밝혀지자 정중은 큰 충격을 받았고, 그는 이제서야 자신이 얼마나 무지하고 무능했는지를 깨달았으며 원래는 그의 후원자가 되어 그를 출세시키고 정 씨 집안을 일류 명문 집안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기회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그의 미움을 사기까지 하다니, 정말 가소롭기 그지없었다. 만약 머리 좋은 가주였다면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터, 이제는 자리를 물러나야 했다. 정중은 할 말이 없었고, 또 한 번의 침묵이 찾아왔다. 한참 만에 강책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방금 전 몽연이에게 한 말은 반드시 이루어질 겁니다.” 정중이 두 눈을 번쩍 떴다."정 씨 집안의 가주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말인가?” 강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몽연이와 약속한 일은 무조건 이뤄집니다. 유일한 문제는 가지의 자리를 되찾았다고 해도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하느냐겠죠.” “두말할 것도 없이 너 아니면 몽연이 아니겠니.” 정중이 대답하자, 강책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정 씨 집안의 가주 자리에 앉지 않을 겁니다. 몽연이의 성격으로도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거고요. 사실 제 마음속에는 이미 답이 있고, 어르신도 같은 답일 겁니다.” “정봉성.” 그 이름을 듣자 정중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놈 이름은 언급도 하지 말거라. 그 자식이 무능하지만 않았으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거다.” “그놈이 일찌감치 가주의 책임을 맡을 능력이 있었다면 나도 여태까지 가주의 자리에 앉아 있지는 않았을 거다!” 강책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도 정봉성이 정말 무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바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몇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 자는 능력도 없고 도박도 잘 하고 놀기도 좋아해서 이렇게 곤두박질쳤지만 그래도 좋은 점은 하나 있습니다. 적어도 어르신을 배신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죠.” 강책이 이 말을 하자, 정중은 차갑게 웃으며 한 마디를
강책은 빙그레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당을 나섰다.그가 문 앞에 다다르자 정중은 가슴이 뭉클해지며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강책아!”강책은 문을 열기 직전에, 발걸음을 멈추었다.“고맙다, 정말 고마워!” 강책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고, 정중에게 깊은 의미를 담은 뒷모습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남자가 가져야 할 모습이 아닐까. 정봉성은 어리바리한 눈을 하고서 먼저 자신의 이마를 만진 후 다시 정중의 이마를 만졌다. "뭐 하는 거야?”정중은 정봉성의 손을 툭 쳤다. "내가 열이 난 거예요, 아니면 할아버지가 열이 난 거예요? 왜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는 거예요?” "내가 무슨 얼토당토않은 말을 해?""아니, 내가 잘못 들은 거예요? 방금 분명히 강책한테 고맙다고 한 것 같은데, 할아버지 약 잘못 드셨어요? 그리고 강책도, 영문도 모른 채 날 왜 도와준다는 거죠? 몰래 날 해치려는 거 아니죠? 우리가 이런 처지에 놓이니까 강책이 한술 더 뜨려는 거 아니냐고요?” “참나!” 정중은 정봉성의 머리를 한 대 내리치며 말했다."강책이 얼마나 마음씨가 착하고 문무도 두루 겸비하고 있는데, 너는 어떻게 뒤에서 그렇게 남을 욕할 수 있단 말이냐?” 마음씨가 착하고, 문무도 겸비한다고? 정봉성은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지? "할아버지, 정말 미쳤어요?그러자 정중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그래, 미쳤다. 내가 좀 더 일찍 미쳤더라면 정 씨 집안은 일찍이 명문 집안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네.” 그는 입구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봉성아, 잘 기억해, 앞으로 강책에게 무례하게 굴지 마. 강책이 바로 우리 정 씨 집안의 구원자니까.” "나중에 강책이 나를 대신해서 어떻게 하면 좋은 가주가 될 수 있는지 너한테 가르쳐 줄 거다.” 그러자 정봉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이게 다 무슨 소리예요? 강책이 날 가르친다고요? 그럼 죽을 때까지 날 괴롭히지 않겠어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
"허, 나한테 10초를 더 준다고? 네놈이 뭔데?” "해치워버려!” 명령을 내리자 건장한 남자 몇 명이 동시에 달려들었다.네다섯 명의 건장한 남자가 한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분명 어렵지 않은 일이었는데, 결과가 다를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강책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서서 어떻게 주먹을 날렸는지 거의 볼 수 없었고, 허공에서 소리가 들리며 공기 속에서 잔상이 여러 개 보였다.퍽, 퍽, 퍽!주먹을 날리는 소리가 연거푸 들려왔다. 잔영 하나하나가 모두 건장한 남자들의 얼굴에 남아 있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은 거의 동시에 땅바닥에 넘어져 인사불성이 되었다."이게 무슨……”관리인은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프로 킬러가 와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의 반응이 오기도 전에 강책은 한 손을 내밀어 관리인의 목을 움켜쥐고 살짝 힘을 주자 관리인의 얼굴이 빨개지고 숨을 쉴 수 없어 필사적으로 강책의 팔을 두드렸다."푸, 풀어줘……수, 숨을 쉴 수가……”관리인은 어린아이처럼 무력했다. "그만!”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강책이 눈을 들어보니 사장 해민이 2층 끝에 서 있었다."드디어 나오셨군요."그는 관리인을 책상 쪽으로 바로 내던져 버리자 놀란 몇몇 카드 놀이꾼들이 잇달아 자리를 피했다.강책은 해민 형님에게 다가갔고,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강책, 우리 사이에 원한이 없는 것 아닌가? 날 찾아와 이런 짓을 벌이는 건 말이 안 되는데.” 해민이 강책에게 물었고, 강책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당신 사람이 손을 먼저 댔습니다.” “오케이, 그 얘기는 그만하고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는지 말해 보죠."“정봉성이 10억 빚을 아직 못 갚았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제가 대신 갚겠습니다.”해민이 강책의 말을 듣자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아니, 강책, 그게 무슨 소리죠?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당신과 정봉성은 죽고 못 사는 사이였던 것 같은데. 그런데 왜 정봉
말이 안 통하는 사람에겐 어쩔 도리가 없고, 아무리 싸움을 잘한다고 한들 이렇게 많은 총을 상대로는 영웅도 이길 수 없었다. 이렇게 작은 공간 안에서는 도망갈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앞에서 사각지대 없이 사격을 해대면 강책이라고 해도 총알이 빗발치는 곳에서는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다. 해민은 도도하게 고개를 젖히고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강책을 바라보았다. "아까는 그렇게 자신만만하더니, 왜 지금은 말이 없는 거지? 자, 계속 그렇게 거만하게 굴어봐.” 해민은 강책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고, 이렇게 많은 총 앞에서 그는 확실히 누구도 안중에 두지 않을 자격이 있다. 위험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하지만, 해민이 잊고 있었던 게 하나 있는데 그 자신도 이 '작은방'에 있다는 것이다. 그와 강책 사이에는 아직 7~8미터의 거리가 있었기에 강책이 뭔가를 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러나 그것은 평범한 사람에게만 해당될 뿐, 강책은 달랐다. 해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책은 번개처럼 순식간에 자리를 박차고 해민의 자리를 향해 달려갔다. 해민은 그제야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빨리 쏘라고 말을 꺼내려다 입을 벌리기도 전에 ‘포로’가 되어 버렸다. 아무도 반응이 채 오지도 않은 사이, 강책은 해민의 뒤로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고 해민을 방패막이로 삼았다."쏘지 마!"해민은 재빨리 부하들에게 명령했고, 실수로 자신을 쏠까 봐 걱정됐다. 강책의 속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고, 그의 힘을 본 부하들은 그들이 총을 쏘기 전에 강책이 해민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해민은 침을 꿀꺽 삼키며 억지로 웃음을 짜내며 말했다."강책, 굳이 이럴 필요가 있나? 나를 납치해도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내가 제안 하나 하지, 정봉성의 일은 네가 상관할 필요가 없고 우리는 그냥 각자 제 갈 길을 가면 되는 거야. 어때?” 이것은 해민의 목숨이 보장된 조치이자 현명한 조치였다. 그는 강책의 현명함을 믿
그의 고함소리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귀에 선명하게 박혔다. 강책은 해민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쳤고, 좋은 방패 하나를 이토록 쉽게 버려버렸다. 부하들은 그 장면을 보자 재빨리 총을 들고 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책은 그들에게 절대적인 속도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체험하게 했다.샤샥.눈 깜짝할 사이에 강책은 이미 이 총잡이들의 뒤에 와서 손칼로 벴고, 한 명 한 명 참외를 자르고 채소를 자르듯이 모든 총잡이들을 해결했다.그들이 미처 총을 쏘기도 전에 다 해결한 것이다.정말 두려운 존재였다. 해민은 한 손으로 팔을 감싸고 강책을 겁에 질려 쳐다보는데, 눈앞의 이 남자의 실력은 이미 비인간적인 지경에 이르렀다.이게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일인가? 강책은 해민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만족스러운 답변을 해주길 바라, 그렇지 않으면 내일 다시 찾아올 테니까.” 말을 마치자 그는 돌아서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내일 또 온다고?해민은 죽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자신의 가장 강력한 부하들이 모두 해결되었으니, 내일 강책이 다시 온다면 무엇으로 막아낼 수 있겠는가?무엇으로도 그를 상대할 수 없었다! 내일이면 팔 하나가 부러지는 것만큼 간단하지 않을 것이었고, 두 팔과 두 다리가 부러지고 목숨까지 잃게 될까 봐 두려웠다. “안 돼, 난 죽으면 안 돼.” “정홍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젠 없다, 당신을 도울 수가 없어.” 해민은 허우적대며 일어섰다. “빨리, 빨리 정봉성을 찾아가서 사과를 해야겠어!” ……정 씨네 사당.정봉성은 한 시간 내내 무릎을 꿇었고, 두 다리가 시큰거리며 몇 번이나 일어나려다 어르신에게 제지당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돈을 갚아야 할지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정 씨 집안에서 나가야 할지도 말이다. 해민 쪽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고, 만약 이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게 된다면 해민은 자신을 찾아서 결판을 내려고 할 테니 그때가 되면 빼
그들이 무릎을 꿇자 정봉성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리둥절했다. 그는 이렇게 오래 살면서 줄곧 애송이인 척하며 사람들에게 사과해 왔는데,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 뜻밖에도 누군가가 자발적으로 그에게 사과를 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람들이 여전히 자기보다 더 강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치대로라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었다. 그는 전전긍긍하며 말했다."저기, 그럴 필요 없으니 모두 일어나세요.”이렇게 큰 선물을 받은 건 처음이라 정봉성 스스로도 마음이 약해졌다. 하지만 웃긴 건, 상대방은 여전히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가장 앞에 있던 사람이 간곡히 말했다."아뇨, 저희는 일어날 수 없습니다. 저희가 먼저 잘못을 했습니다, 우리가 무리하게 소란을 피워서 당신을 강제로 정 씨 집안에서 퇴출시키려 한 것은 저희가 정말 잘못한 짓입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은 없지만 사과하러 왔으니 정 씨 집안 사당 앞에서 참회하게 해주십시오, 그래야 마음이 편안합니다.""어……”정봉성은 머리를 긁적였다."당신들이 무릎을 꿇고 싶으면, 꿇으시죠.” 그런 뒤 말머리를 돌려 물었다.“해민 형님은?”그들은 정봉성이 왜 해민 형님이 오지 않느냐고 따지는 줄 알고 서둘러 해명했다.“해민 형님께서는 팔을 다치셔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당분간 못 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해민 형님께서 다 나으시면 반드시 직접 사과하러 오실 겁니다.” 정봉성은 더욱 멍해졌다.해민 형님이 팔을 다쳤다고? 누가 이렇게 대담하단 말이지? 그는 탐색하듯 물었다.“당신들이 이렇게 하는 건 누구 때문이죠?” 그러자 상대방은 매우 성실하게 대답했다.“농담하지 마세요, 누구 때문인지는 도련님께서 제일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정봉성은 얼굴을 찡그리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사당 안으로 들어갔다."할아버지, 정말 이상해요. 해민 형님의 부하들이 와서 사과를 하다니요!” "게다가 해민 형님이 다쳤다네요. 정말 이
"전에는 내가 눈이 멀었었지만, 지금은 누가 좋고 누가 나쁜지 똑똑히 봤다고!”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가자!"20분 후.정몽연의 집 앞까지 차를 몰고 온 정봉성은 차가 멈추자 한참을 망설이다가 천천히 내렸다.과일 한 상자를 손에 들고 할 말을 생각해 보고 나서야 그는 마지못해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고맙다는 말을 하기 싫은 게 아니라 그는 매우 쑥스러웠다. 예전에 강책, 정몽연에게 했던 일을 생각하면 정봉성은 마음속으로 자신이 소인처럼 느껴졌고, 사실 그가 한 행동대로라면 그는 소인이 맞았다. 대문 앞에 다다르자 정봉성은 강책이 정몽연의 발을 주무르며 금슬을 나누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크흠.”그는 일부러 헛기침을 했다.방 안에 있던 그들은 인기척을 듣고는 부끄러워서 얼른 자세를 고쳐 앉았다. 정몽연 빨개진 볼을 한 채 말했다.“둘째 오빠, 왔어?” "응." 정봉성은 걸어가 과일 상자 하나를 찻상 위에 놓고는 어색하게 말했다. "오늘은 특별히 강책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고 온 거야, 강책 나를 도와줘서 고맙다……” 그는 말을 더듬고 우물쭈물하는 등 평소 청산유수처럼 말을 잘하던 정봉성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하지만 이상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는 한 번도 이렇게 오글거리는 말을 한 적은 없었다. 듣던 중 강책은 얼른 손을 들어 그만하라고 했고, 듣기 싫은 게 아니라 온몸에 소름이 돋았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억지로 감동을 쥐어짜내는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고, 보는 사람을 괴롭게 했다. "에이, 됐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정봉성도 어색해하며 말했다."그, 그럼 가져온 건 여기 두고 먼저 일어날게.”"잠깐만." 강책이 맞은편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일단 앉아봐요, 할 말이 있습니다.” 정봉성은 자리에 앉았다.강책은 그를 보고 다시 정몽연을 보며 말했다."정봉성, 난 이미 몽연이와 의논을 했어요, 당신을 정 씨 집안 가주의 자리에 앉힐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이렇게 되면 정 씨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