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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85화

강책은 빙그레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당을 나섰다.

그가 문 앞에 다다르자 정중은 가슴이 뭉클해지며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강책아!”

강책은 문을 열기 직전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고맙다, 정말 고마워!”

강책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고, 정중에게 깊은 의미를 담은 뒷모습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남자가 가져야 할 모습이 아닐까.

정봉성은 어리바리한 눈을 하고서 먼저 자신의 이마를 만진 후 다시 정중의 이마를 만졌다.

"뭐 하는 거야?”

정중은 정봉성의 손을 툭 쳤다.

"내가 열이 난 거예요, 아니면 할아버지가 열이 난 거예요? 왜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는 거예요?”

"내가 무슨 얼토당토않은 말을 해?"

"아니, 내가 잘못 들은 거예요? 방금 분명히 강책한테 고맙다고 한 것 같은데, 할아버지 약 잘못 드셨어요? 그리고 강책도, 영문도 모른 채 날 왜 도와준다는 거죠? 몰래 날 해치려는 거 아니죠? 우리가 이런 처지에 놓이니까 강책이 한술 더 뜨려는 거 아니냐고요?”

“참나!”

정중은 정봉성의 머리를 한 대 내리치며 말했다.

"강책이 얼마나 마음씨가 착하고 문무도 두루 겸비하고 있는데, 너는 어떻게 뒤에서 그렇게 남을 욕할 수 있단 말이냐?”

마음씨가 착하고, 문무도 겸비한다고?

정봉성은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지?

"할아버지, 정말 미쳤어요?

그러자 정중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그래, 미쳤다. 내가 좀 더 일찍 미쳤더라면 정 씨 집안은 일찍이 명문 집안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네.”

그는 입구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봉성아, 잘 기억해, 앞으로 강책에게 무례하게 굴지 마. 강책이 바로 우리 정 씨 집안의 구원자니까.”

"나중에 강책이 나를 대신해서 어떻게 하면 좋은 가주가 될 수 있는지 너한테 가르쳐 줄 거다.”

그러자 정봉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게 다 무슨 소리예요? 강책이 날 가르친다고요? 그럼 죽을 때까지 날 괴롭히지 않겠어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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