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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90화

"전에는 내가 눈이 멀었었지만, 지금은 누가 좋고 누가 나쁜지 똑똑히 봤다고!”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가자!"

20분 후.

정몽연의 집 앞까지 차를 몰고 온 정봉성은 차가 멈추자 한참을 망설이다가 천천히 내렸다.

과일 한 상자를 손에 들고 할 말을 생각해 보고 나서야 그는 마지못해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

고맙다는 말을 하기 싫은 게 아니라 그는 매우 쑥스러웠다.

예전에 강책, 정몽연에게 했던 일을 생각하면 정봉성은 마음속으로 자신이 소인처럼 느껴졌고, 사실 그가 한 행동대로라면 그는 소인이 맞았다.

대문 앞에 다다르자 정봉성은 강책이 정몽연의 발을 주무르며 금슬을 나누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크흠.”

그는 일부러 헛기침을 했다.

방 안에 있던 그들은 인기척을 듣고는 부끄러워서 얼른 자세를 고쳐 앉았다.

정몽연 빨개진 볼을 한 채 말했다.

“둘째 오빠, 왔어?”

"응."

정봉성은 걸어가 과일 상자 하나를 찻상 위에 놓고는 어색하게 말했다.

"오늘은 특별히 강책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고 온 거야, 강책 나를 도와줘서 고맙다……”

그는 말을 더듬고 우물쭈물하는 등 평소 청산유수처럼 말을 잘하던 정봉성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는 한 번도 이렇게 오글거리는 말을 한 적은 없었다.

듣던 중 강책은 얼른 손을 들어 그만하라고 했고, 듣기 싫은 게 아니라 온몸에 소름이 돋았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억지로 감동을 쥐어짜내는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고, 보는 사람을 괴롭게 했다.

"에이, 됐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

정봉성도 어색해하며 말했다.

"그, 그럼 가져온 건 여기 두고 먼저 일어날게.”

"잠깐만."

강책이 맞은편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앉아봐요, 할 말이 있습니다.”

정봉성은 자리에 앉았다.

강책은 그를 보고 다시 정몽연을 보며 말했다.

"정봉성, 난 이미 몽연이와 의논을 했어요, 당신을 정 씨 집안 가주의 자리에 앉힐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이렇게 되면 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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