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회사 건물 안.회장사무실에 신임회장 정홍민이 앉아 사원들의 목록을 살펴보고 있다. 전회장인 정중과 깊은 사이였던 사람들부터 해고하고 자신의 편인 사람들로 대체할 생각이였다. 적들을 정리하고 회사의 주요업무를 바꾸어 정용제조를 자신을 돈방석에 앉힐 도구로 생각하니 웃음이 세어나왔다. 이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정자옥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 정홍민은 정자옥의 행동이 살짝 거슬렸다. 잔소리를 하기도 전에 정자옥이 먼저 입을 열었다.“오빠, 큰일났어. 입찰이 실패로 돌아갔어.” 큰 뇌물과 완벽한 계획안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말에 정홍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항상 있었던 일이기에 크게 마음에 두지는 않았다.“어쩔 수 없지. 우리보다 더 많이 준비해 온 거야.”“아니, 뇌물도 준비를 안했어. 이번년도 관리자들 다 뭐에 홀린 것 처럼 뇌물 건넨 참가자들한테 얼마나 욕을 했는 지 알아?” “하하, 그래? 신기하네.” “그리고, 누가 입찰에 성공한 지 알아? 들으면 깜짝 놀랄 걸?” “누군데?” “...정봉성!”정봉성이라는 세 글자에 정홍민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정봉성?그 쓸모없는 놈이 어떻게?”정자옥은 현장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정봉성에게 설명해주었다. 동시에 그의 표정도 점점 굳어갔다. 정홍민은 의자에 기대고는 생각에 잠겼다. 정자옥은 초조해하며 말했다.“정봉성 그 자식, 뭔가 수상해. 귀신에 씌인 것 같아.” 정홍민은 웃으며 말했다.“귀신에 씌인게 아니라 뒤에서 누가 알려주고 있는 거야.” “누구?” “강책.” 정자옥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정봉성에게서 강책의 모습을 발견한 이유를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리고는 다시 정홍민에게 물었다.“오빠, 그니까 강책이 정봉성을 뒤에서 도와주고 있다는 거야? 두 사람 천적이잖아.” “하지만 강책 옆에는 정몽연이 있잖아.”정홍민은 정확히 파악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동생이 무슨 성격인지는 너도 알거야.
정홍민은 “사람 한명을 조사해주세요.” 라며 입을 열었다. “누구 말씀이십니까?” “강책입니다.” “네?”안영운은 눈살을 찌푸렸다.“강책은 정가집안의 사위아닙니까? 침몽하이테크에서 일하고 매달 겨우 60만원 정도 밖에 못버는 사람을 대체 왜...” 정홍민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분명 숨겨진 신분이 있을 겁니다. 꼭 조사해주세요.” 안영운은 “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찾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한 뒤, 사무실을 나갔다. 이어서 정자옥이 질문을 던졌다.“또 다른 신분이라니? 몽연도 모르고 있다는 거야?” 정홍민은 한숨을 내쉬었다.“글쎄, 그냥 그런 느낌이 드네. 증거는 없지만 분명히 뭔가 숨기고 있을 거야. 아, 그리고 강책 몇 년전에 서경에서 군인이였잖아. 네 남편한테도 조사해달라고 해.” 정자옥은 더욱 의아했다.“문호씨 바빠. 군인 한명을 조사해달라고 하면 화 엄청 낼 걸?”“오빠 좀 도와줘.” 정자옥은 정홍민의 부탁이 훗날에 얼마나 큰 파장을 데리고 올 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정자옥이 떠나고 정홍민 혼자 사무실에 남았다. 그는 다시 창문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알아낼 수 있다는 것도 다행일텐데, 알아내지 못한다면..” 순간 두려움이 몰려왔다. 한편, 33번지 낡은 별장 안에는 경쾌한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정봉성이 큰 소리를 내며 웃고있다.“강책, 진짜 네 계획대로 되고 있어! 입찰에 성공했다고! 우리 정해제조가 지금 얼마나 소문이 났는 지 알아? 프로젝트가 우리 손에 넘어올 줄 누가 알았겠어? 나중에는 본부랑 굳이 연합할 필요 없을 것 같아.” 강책은 차를 한 입 마셨다.“그건 아니야. 정가 회장 자리를 다시 가져오라는 거지, 혼자서 행동하라고 하지는 않았어.” “하하, 걱정하지마. 네 말대로 할테니까.” 강책은 정몽연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정몽연은 사원 목록 서류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렸다.“봉성아, 서류에 써져 있는 사람 모두 정홍민한테서 짤리거나 곧 짤릴
화해동 191번지, 항성 주얼리 강남구 지부. 이곳은 2년전 항성 주얼리가 강남구에서 건설한 회사 지부였다. 강남구의 구체적인 상황을 살피기 위함을 목적으로 지은 것이다. 보수적이기도 하며 국내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에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이 흐르고 난 뒤, 기진이 강책과 약속을 잡은 이유는 강남구의 항성 주얼리 확장에 대해 의논을 하기 위함이였다. 강책은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항성 주얼리 샵 문으로 다가갔다. 기진은 2층에서 식사자리의 준비를 끝냈으며, 강책을 기다리고 있었다.오랜 친구를 만날 생각에 들떠 있었던 강책은 문 앞 보안요원에 의해 저지 당했다. 밀라노 본사의 회장이 회사에 도착했기에 잔뜩 긴장하며 높은 신분들의 사람들만 출입이 허가되었다. 보안요원은 강책의 겉모습을 위아래로 훑고는 코웃음을 쳤다.“이봐요,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 오려고 하는 겁니까? 보석 하나도 그쪽 월급보다 더 비쌀 거요. 당장 가세요.” 강책은 어이가 없었다. “저는 기회장의 손님입니다. 여기서 밥 먹기로 했습니다만.” “기회장? 어디 함부로 회장님이랑 신분 있는 척 하시는 겁니까? 저희 회장님이 그쪽 같은 거지랑 왜 밥을 먹습니까? 지금 당장 여기서 안나가시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요.” 강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일단 제 신분을 확인하셔야 할텐데요. 저를 다시 부르기에는 제가 좀 바빠서요.” “필요 없고요, 지금 당장 나가세요. 경찰 부르기 전에 가세요.” 강책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기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너머 기진의 열정적인 목소리가 들렸다.“강책, 도착 했어요?” 강책은 일부러 더 억울한 말투로 답했다.“도착은 했는데, 들여보내주지를 않아요. 보안요원이 저보고 당장 나가라고 하네요.” “..” 뚝- 전화가 끊어졌다. 보안요원을 놀리는 듯 미소를 지어보이며 몸을 돌리고 속도를 낮추어 밖으로 향했다.
강책이 50미터 정도 걸어갔을 때, 뒤에서 조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전 보안 요원이 강책 앞으로 미소를 띤 채 빠르게 다가갔다. “강선생님, 잠시만요!” 강책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왜요? 저보고 나가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라며 동시에 빠른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보안 요원은 그의 앞을 두 손으로 막았다.“방금 전 기회장님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강선생님이 오늘 회장님 중요한 손님이라고요. 안 돌아가시면 저 오늘 짤릴 지도 몰라요.” “나가라고 한 건 그쪽 입니다.” “아이고, 강선생님.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없습니다. 이렇게 고귀한 분도 잘 몰라봐요. 넓은 아량으로 한 번 봐주시면 안될까요?”보안 요원은 바닥에 엎드려 다시 말을 이었다.“무릎까지 꿇겠습니다. 제발 용서해주세요.” 보안요원은 용서를 빌면서 바닥에서 뒹굴었다. 자존심까지 버린 모습을 보고 강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그만 하시고 일어나세요.” 보안요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먼지를 털었다.“용서해 주시는 겁니까?” “다음부터는 색안경 끼고 봐주시면 않았으면 합니다.”보안요원은 강책의 말에 연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책은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돌려 항성 주얼리 샵으로 향했다. 방금 전과 다르게 기진과 그의 무리들이 강책을 환영하러 문 앞에 서있었고, 강책을 환영했다.“강신의!!” 기진은 강책을 향해 달려가더니, 포옹을 했다. 강책은 그에게 은인이자 귀인이였다. 두 사람은 긴 포옹을 나누고, 기진은 뒤에 있는 보안요원을 노려보았다. 강책은 눈치채고 손을 휘젓거렸다.“괜찮아요. 제가 이미 혼을 내두었습니다.” “네.”기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보안요원을 한 번 보고, 강책의 손을 잡고 기뻐하며 샵 안으로 들어갔다. 기진은 겸손, 존경을 담은 태도로 강책을 대했다. 수 많은 보안요원과 임원들은 밀라노 본사에서 일어난 일을 알지 못했기에 그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알게 된다면 기진이 강책에게 회장자리를 내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었
서열에 맞게 자리에 앉았고, 기진과 강책은 옆으로 나란히 앉아 떨어지지 않았다. 동시에 기진에게 있어 강책을 얼마나 중요시 여기는 지 알 수 있다. 두 사람을 바라보며 원용진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음식이 올라오고 예쁘장한 여종업원들이 술을 따라주었다. 다 같이 건배한 뒤, 술을 한입 마시고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기진은 기뻐하며 말했다.“저희 항성 주얼리 다음 목표로는 강남구입니다. 최선을 다해주십시오.”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강책을 바라보았다. 이때, 의사 가운을 입은 강아지 한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들어왔다. 사람들은 시선은 강아지로 집중 되었다. 원용진은 술잔을 내려놓고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아이고, 개도 의사짓을 하려고 하네요?” 이상함을 눈치 챈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방금 전 원용진이 꺼낸 말은 ‘강신의’ 라는 명칭을 가진 강책을 욕하는 것과 비슷했다. 그의 거침없는 발언은 현장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기진은 불쾌한 얼굴로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았다. 자신의 은인인 강책을 욕하는 원용진에게 분노가 오르기 시작했다. 오히려 욕하던 강책은 허허 웃어 넘기며, 마음에 두지 않았다. 이어서 고개를 돌아 강아지를 가리켰다.“강아지가 귀엽네요. 이리 와, 고기 줄게.” 그리고는 삼겹살을 집어 강아지에게 던져주었다. 강아지는 냄새를 맡고 바로 달려와 삼겹살 10덩어리를 집어 먹었다. “하하, 삼겹살을 좋아하나봐요.” 이때,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자신들의 그릇을 바라보았다. 오로지 원용진만이 삼겹살을 먹고 있었다. 즉, 강책은 원용진의 방식처럼 그를 개라고 욕한 것이다. 강책의 침착한 태도와 교묘한 방식에 당한 원용진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리고는 삼겹살을 먹다말고 옆으로 뱉었다. 동시에 강책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두었다. 강책의 역공에 기진은 그제서야 한결 편하다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하하 웃으며 다시 대화주제로 넘어갔다.“강남구에 발을 붙이고 싶은데, 강신의께서 좋은 생
강책은 반찬을 집어 입에 넣었다.“만약 두 달 전에 물어보셨다면 바로 분점을 열라고 말씀 드렸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뭐가 다른 겁니까?” “이미 다른 브랜드에서 먼저 시장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오셔서 하셔야 하는 건 건설 계획이 아닌 시장을 뺏어와야 하는 일입니다.” 기진은 물었다.”무슨 브랜드 입니까?” “유사라는 사장이 만든 아르아 주얼리 입니다.”강책은 출상에서 아르아 주얼리가 보낸 사람들이 시비를 걸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다. 사람을 통해 조사를 한 결과, 아르아 주얼리 사장은 ‘유사’라는 사람으로 전세계로 브랜드를 넓히고 있다가 이번에 갑자기 강남구에 들어온 것이라고 밝혀졌다. 강책은 그를 알지 못했지만 유사가 자신에 대한 경계심이 가득하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이때, 원용진은 일부러 생색을 내보였다.“기회장님, 제가 조금 알아봤는데요. 다 질 안좋은 것 뿐이에요, 저희처럼 고급 소재가 아니라서 너무 경계하실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기진은 눈살을 찌푸렸다.“용진씨, 경계심을 너무 풀지는 마세요. 강책이 집어서 말한 거면 그만한 실력있는 겁니다.” 기진이 무조건 강책을 신뢰하는 듯한 말에 원용진은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일부로 사과하는 척을 하며 강책을 찔러보았다.“강신의,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하는 지 생각이 있으십니까?” 강책이 답했다.“새로운 정보에 따르면 성북땅 위에 럭셔리 백화점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강남구의 특색이 될지도 모르는 백화점입니다. 그 다음으로 해야하는 건, 건설쪽이랑 협의를 하여 제일 좋은 위치를 차지하셔야 합니다. 브랜드가 눈에 띄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기진은 “정말입니까?” 라며 깜짝 놀랐다.“그렇다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샵이 들어간다면 브랜드를 쉽게 넓힐 수 있겠어요.” 강책의 빠른 정보력을 듣고 원용진도 놀란 눈치였다. 자신도 힘들게 알아낸 정보를 강책도 알고 있는 것을 보아 그의 실력을 만만하게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원하는 가격
강책은 아무것도 모르는 마냥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어서 또 한번 건배사가 올리고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10분 뒤, 원용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입찰에 성공한 사람을 찾았나봅니다. 잠시 전화 좀 받고 오겠습니다.” 라고 말한 뒤, 전화를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화가 끝났다.“기회장님, 이번 성북땅 프로젝트 입찰에 성공하신 분은 정해제조 담당자 정봉성씨라고 합니다. 곧 오신다고 합니다!” 기진은 “오? 제대로 손님대접을 해야겠어요.” 라고 활짝 미소를 지었다. 옆에 있던 원용진은 강책에게 시비를 거는 말투로 물었다.“강선생님, 여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나 봅니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원용진의 말에 숨겨진 의미를 알고 있었다. 기진도 알아채고 표정이 좋지 않았다. 원용진을 혼내는 장면을 정봉성이 보게 되면 안 좋은 인상을 남길까 참고 있다. 하지만 강책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강책은 평상시처럼 음식과 술을 마시며, 원용진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거기까지 생각은 해봤지만, 여기로 초대하는 것이 아닌 저희 집으로 초대해서 같이 대화를 할 생각이였습니다.” 자리 곳곳에서 웃음이 세어나왔다. 특히 원용진은 웃다가 허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했다.“아이고, 웃겨 죽겠네. 강신의, 그쪽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 지 잘 모르겠지만 개그하나는 인정하지요. 담당자를 집에 불러서 대화를 나눠요? 그쪽이 무슨 강남구 총괄자 입니까?” 강책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원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맞습니다. 제가 강남구 총괄자입니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농담도 잘 하십니다.” “농담인 것 같습니까?”강책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고는 계속해서 음식을 입에 넣었다. 보디가드도 없이 혼자 돌아다니는 강책이 강남구 총괄자라고 믿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30분이 자니고 정봉성이 도착했다. 기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다들 내려 가시죠.” 원용진이 제일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초대한 손님이기에 존중하는 모습
기진은 강책의 화가 빨리 풀리기를 빌었다. 하지만 강책은 화가 나지 않았고, 그저 있는 사실 그대로를 말한 것 뿐이였다. 사람들이 내려가자 정장을 입고 있는 정봉성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기진이 그에게 다가가 짧은 인사를 나눈 뒤, 위층으로 안내했다. 원용진은 올라가면 강책을 제치고 기진과 자신이 정봉성을 중간에 두고 왼쪽, 오른쪽에 나란히 앉을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는 정봉성에게 깍듯이 예의를 차렸다. 정봉성도 강책 덕에 받는 깍듯한 접대에 뿌듯함과 동시에 그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모두 꿍꿍이를 가진 채 2층으로 올라가 룸 안으로 들어갔다. 정봉성이 룸 안으로 들어가자 한 남자가 음식을 먹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민망한 장면에 기진의 안색이 굳었다. 원용진은 뒤에 숨어서 강책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지 흥미진진했다.“강책, 또 무슨 말을 할 지 궁금한데?” 정봉성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하하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화를 낼 줄 알았지만 오히려 웃는 모습에 모두 당황했다. 정봉성은 강책에게 다가가 말을 꺼냈다.“왜 여기있는 거야?” 강책은 옆의자를 툭툭 쳤다.“나랑 기진회장이 인연이 깊은 사이라서 말이야. 같이 밥먹으러 온 건데, 네가 올지는 몰랐지. 자, 여기 앉아. 강책의 옆자리는 제일 낮은 위치의 임원이 앉는 자리였지만 정봉성은 한마디의 불만없이 자리에 앉아 강책과 신나게 떠들기 시작했다. 원용진과 다른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 졌다. 기진은 친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나서 그제서야 강책은 화난 게 아니라 사실 그대로를 말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진은 다시 자리에 앉아 궁금해하며 물었다.“정사징님과 강신의, 두 분은 아는 사이십니까?” 강책은 그저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정봉성은 의아한 얼굴로 답했다. “기회장님, 저희 둘이 무슨 관계이신지 모르시는 겁니까?” “네, 송구합니다.” “강책은 제 처남이에요!”그의 말에 원용진은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방금 전 강책을 무시한 발언들이 뇌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