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할아버지, 아직 판단력과 사업 쪽에서 뚜렷한 의식을 가지고 계시지만 할아버지 연세도 생각하셔야 해요. 몸이 따라가지를 못할 겁니다. 게다가 너무 올드한 사상으로는 회사를 키울 수 없어요. 요 근래 회사의 성적을 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자리에서 물러나 주시는 게 회사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녀의 말에 회의실 안 모든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말 장난만 치던 정계산과는 다르게 정자옥은 진심어린 말에 정계산은 웃음을 터뜨렸다.“자옥아, 노인네랑 한 편 아니였어? 노인네가 빨리 내려오기를 바란거야?” 정자옥은 미소를 짓고는 “셋째 삼촌, 저는 어느 한 편도 아니였어요. 그냥 회사 발전을 위해 사실 그대로를 말씀 드렸을 뿐 입니다.” 라며 말했다. 항상 자신의 편에 서있던 정자옥의 돌변한 태도에 정중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자옥아, 네 뜻은 잘 알겠구나. 그렇다면 누구에게 이 자리를 물려주어야 할까?” 정중은 말하면서 정봉성을 바라보았다. 그는 정봉성과 정자옥이 서로 말을 맞추어 자신을 끌어내리는 수작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봉성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할아버지,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에요.” 정중은 코웃음을 쳤다. 여자인 정자옥의 신분은 정가들의 허락을 받지 못한다. 강책도 떠올렸지만 외부인으로 허락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떠올리며 생각을 지웠다. 정자옥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오빠, 들어와.” 그녀의 말에 정중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어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회의실 문으로 향하고 문이 열리자 들어온 사람은 정장을 입고 있으며, 얼굴에는 엄숙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다름 아닌 정홍민이였다. 정가의 모든 사람들은 그의 등장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고, 정중도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중을 낮밤으로 괴롭히던 정홍민의 재등장이였다. “정..홍민?” “할아버지, 오랜만에 뵙습니다.”정홍민은 사람들 앞에서 차가운 눈빛으로 정중을 바
정홍민의 등장은 마치 조용한 연못에 돌덩이를 던진 것 같았다. 정자옥과 소수 사람들을 제외하면 그의 등장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정중의 손에서 회장 자리를 눈 앞에서 놓쳤었다. 예전의 그와 다르게 지금의 정홍민은 자신의 약점을 채우고 꼼꼼히 준비 한 뒤, 그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할아버지, 이게 얼마만이에요.” 정중은 환영을 보는 것 같았다. “어, 어떻게 온거야?” “할아버지는 제가 반갑지 않나봐요.” “1년은 더 있어야 할 놈이..어떻게..” “할아버지, 교도소에서 열심히만 되면 모범죄수라는 이름을 지어줘요. 그럼 빨리 나올 수 있고요.”정홍민의 말에 정중은 큰 충격을 받았다. 강책은 정중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며 궁금한 듯 정몽연에게 정홍민의 신분에 대해 물었다. 정몽연은 작은 목소리로 정중과 정홍민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을 대략 설명했다. 강책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정자옥이 찾아온 목적은 정홍민을 회장자리에 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그제서야 제대로 깨달았다. 정적이 흐르고, 정중이 코웃음을 쳤다.“추천한 사람이 정홍민이냐?” 정자옥은 고개를 끄덕였다.“제 오빠는 할아버지의 장남장손으로, 지혜나 용기는 정봉성과 천차만별이라고요. 제 오빠 정홍민을 그 다음 후계자에 추천합니다!” 신분으로 보아 정홍민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 주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능력에서도 정홍민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정중이 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멀뚱멀뚱 서로를 쳐다만 볼 뿐이였다. 정중은 코웃음을 쳤다.“좋아. 정자옥, 내 옆에 꼭 붙어서 양 처럼 내 말을 잘 따르더니 이제와서 내 뒷통수를 쳐? 그래, 네 핏줄이 어디 가겠어? 하지만 네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너만 추천한다고 해서 올라 갈 수 있는 게 아니야!” 정자옥은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지 말이 맞아요. 제가 추천하다고 해서 다 올라갈 수 있는 건 아니죠. 하지만 주식 분배에 관해 잊으시진 않으셨겠죠? 저 10%, 저희 부모
정중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자옥아,홍민아. 여기까지 생각해 온 게 대단하구나. 하지만 너희들이 놓친 게 있어. 40%의 주권을 가지고 있다면 아직 회장자리에 오르기 어려워.” 정홍민은 고개를 들어 정중을 바라보며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할아버지, 저를 바보로 보시는 거에요? 제가 준비를 안 한 것 같으세요?” 정홍민의 일처리 방식은 꼼꼼했다. 그가 손을 흔들자 또 다른 남자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는 오락장의 사장 중 한명인 해민 형님이였다. 해민 형님이 정가의 주식을 갖고 있다고? 모든 사람들이 의아해 할때, 유일하게 정봉성만이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그제서야 자신이 정자옥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같이 정몽연을 해하자고 했지만 사실 정몽연이 아니라 자기 자신 이였던 것이다. 정봉성은 후회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정중은 해민 형님을 보고 하찮은 듯 말했다.“누구신지요? 그쪽은 저희 정가 회의에 참가 하실 수 없습니다.” 해민형님은 헛기침을 했다.“제가 정가의 15%의 주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데 제가 왜 정가 주식 회의에 참가하지 못합니까?” “네?”15%는 정봉성 외에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정중은 다시 그에게 물었다.“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15%의 주식이라니요?” “손자가 아무말 하지 않던가요? 제 구역에서 놀다가 돈을 다 잃고 마지막으로 15%의 주식을 저한테 넘겼어요.” 그의 말에 정중은 자신의 가슴팍이 망치에 때려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이없는 말에 그는 고개를 돌려 정봉성을 바라보았다. “사실이냐?” 정봉성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정중은 정봉성에게 다가가 뺨을 내려쳤다.“내가! 짐승을 키웠어!” 뺨 맞는 소리가 회의실 곳곳에 퍼졌다. 정중은 그제서야 정봉성을 안쓰러워하며 그에게 도움을 주었지만 결국 주식까지 판 손자의 행동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컥- 정중의 입에서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그대로 정중은 자리
정 씨 집안 사당.정중은 마치 잘못을 저지른 초등학생처럼 조상들의 위패 앞에 무릎을 꿇고 슬퍼했다.그는 평생을 정 씨 집안에 바쳐 정 씨 집안을 일으키려 했지만, 늙어서까지 친손자에게 계략을 당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한 손자는 심술궂고, 다른 손자는 쓸모가 없다. 정 씨 집안은 이대로 끝이 나는 건가. 정중은 무릎을 꿇고 참회하며 평생의 소행을 회상하며 후회했다. 저벅저벅, 연거푸 발자국 소리가 난다.정몽연과 강책이 다가왔다."할아버지, 이건 할아버지 잘못이 아니에요, 이렇게까지 자신을 난처하게 할 필요는 없어요.” "허허."정중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말했다. "몽연아, 사실 할아버지는 멍청하지 않아. 난 네가 순수하고 착하고 좋은 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할아버지가 너에게 계속 매섭게 굴었는데, 너는 참고 또 참았다. 만약 정홍민과 정자옥이었다면 나를 몇 번이나 죽였겠지.” 정몽연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술을 깨물었고, 정중은 계속해서 말했다."사실 내가 너한테 화난 건 네가 그 지분 10%를 내놓지 않아서다. 강책의 능력은 정봉성보다 훨씬 뛰어나지, 그래서 나는 언젠가 너희가 이 10%의 주식으로 강책이 우리 정 씨 집안의 가주가 될까 봐 걱정이란다.” "그렇게 되면 우리 정 씨네 집안은 다 망하고 백 년 가업을 남에게 내줘야 한다. 그런데 생뚱맞게 정자옥 그년이 먼저 손을 쓸 줄이야! 내가 아주 기가 차서!” 정몽연은 한숨을 쉬었다."할아버지, 저와 강책은 여태껏 가주 자리를 탐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렇니? 허허, 누가 알았겠냐. 하지만 지금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니, 이미 가주는 정홍민인데 말이다.” 정중의 말투는 애처로웠다. 그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고, 그런 할아버지를 보는 정몽연의 마음도 상당이 아렸다. 하지만 그녀는 도울 수 없었다. 지금 그녀는 마지막 지분 10%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정 씨 집안의 부회장직도 사임했으니, 혈연관계 외에는
정중은 변함없이 강책을 매우 싫어했다. 강책도 개의치 않고 정몽연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잠깐 나가 있어, 그리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고. 어르신께 속마음을 털어놔야겠어.” "응, 그래."정몽연은 나가면서 사당 문을 닫았다.강책은 정중의 곁으로 가서 사당에 있는 정 씨네 조상의 위패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어르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정 씨네 집안의 이런 가업은 제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어르신께서 사사건건 저를 경계하시는 건 정말 시간 낭비지요.” "그래? 네가 그릇이 정말 크구나, 정 씨네 집안의 백 년 가업도 네 눈에 차지 않으니 말이다.” 정중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그런데 왜 빠득빠득 우리 정 씨 집안의 데릴사위 자리에 있는 거지? 네 눈에 차지 않는 것 아닌가? 그러니 더 이상 공짜밥 먹지 말고 썩 꺼져버려.” 그의 말은 이미 상당히 지나쳤다. 보통 사람이라면 진작에 화를 냈지만 강책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는 사당에 걸린 세 개의 우승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어르신, 이 우승기 세 개를 기억하십니까?"정중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사당 한쪽에 확실히 세 개의 깃발이 걸려 있다.충간의담, 백전백승, 명수청사. 정중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기억하고말고, 이건 전장에서 당문호에게 보낸 우승기가 아니더냐. 너도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니? 네가 강남구로 돌아온 첫날이었지.” "정자옥은 좋은 남편을 얻었지, 당문호는 동쪽 전장의 부통령이고 몇 만 명을 거느리고 있으니 아주 보통 인물이 아니야.” "하지만 몽연이는……”정중은 강책을 보고 시큰둥한 눈초리를 보냈다.하지만 강책은 개의치 않고 정중에게 질문했다. "동쪽 전장의 부통령이 전역에서 이렇게 세 개의 깃발을 보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당문호가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이 질문은 정중이 내심 궁금해하던 것이기도 했다.그렇다, 과연 당문호가 이 우승기를 받을만한 인물이었나? 솔직히 말해서 당문호는 전혀 이 우승기를 받을만한
사당의 문은 굳게 닫혀 있지 않았기에 바람이 불자 문이 열렸다.마른 나뭇잎이 문틈을 타고 들어와 공중에서 펄럭이고 있다.쏴아.찬바람이 정중의 얼굴에 불어왔고, 그는 멍한 상태에서 깨어나 온몸을 부르르 떨며 멍하니 강책을 바라보았다.이상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큰 동요도, 경악도 없었다.지금 그는 마치 큰길을 걷다가 마주 오던 화물차에 세게 부딪힌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으며 이미 세상과 단절한 듯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는 생각하는 것을 잊었으며 마치 산송장처럼 두 눈이 흐릿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머릿속에 수많은 장면들이 떠올랐다.정몽연의 거액 계약을 도운 강책의 모습, 위험한 고비를 무사히 탈출한 강책의 모습, 그리고 다시 한번 구사일생으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 강책의 그 모습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그때의 정중은 증오에 두 눈이 멀어 있었다. 그는 강책이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차분하게 다시 생각해 보면 '운이 좋다'라고 단순히 치부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정중이 강책을 중시하지 않았던 것도 그가 강책에게 계속 끌려다니는 이유였다. 항상 상대방을 직시하려 하지 않는데 어떻게 상대방을 이길 수 있겠는가? 이제 정중은 직시하기 싫어해도 해야 했다. “강남구, 총책임자?” 정중은 마치 기계처럼 감정이 하나도 담겨있지 않은 두 눈으로 묵묵히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그는 눈앞에 있는 이 남자를 알지 못한다고 느꼈고 매우 낯설게 다가왔다. 그렇다, 강남구의 총책임자 신분만이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었고, 3개의 지고지상인 우승기를 가질 수 있다. 차츰 정중의 얼굴에는 씁쓸함만 남았고, 눈에서는 눈물이 힘없이 흘러내렸다.정중은 엎드려 두 손으로 땅을 쳤다. "왜? 왜 진상이 이 모양이란 말이냐!” 이제 그도 강책이 말한 것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강책은 정말 정 씨 집안의 재산을 신경 쓰지 않을 인물이다. 강남
"그래도 싸다, 싸!”더 이상 할 말이 없자 정중은 돌아서서 사당의 위패를 바라보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강책의 신분이 밝혀지자 정중은 큰 충격을 받았고, 그는 이제서야 자신이 얼마나 무지하고 무능했는지를 깨달았으며 원래는 그의 후원자가 되어 그를 출세시키고 정 씨 집안을 일류 명문 집안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기회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그의 미움을 사기까지 하다니, 정말 가소롭기 그지없었다. 만약 머리 좋은 가주였다면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터, 이제는 자리를 물러나야 했다. 정중은 할 말이 없었고, 또 한 번의 침묵이 찾아왔다. 한참 만에 강책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방금 전 몽연이에게 한 말은 반드시 이루어질 겁니다.” 정중이 두 눈을 번쩍 떴다."정 씨 집안의 가주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말인가?” 강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몽연이와 약속한 일은 무조건 이뤄집니다. 유일한 문제는 가지의 자리를 되찾았다고 해도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하느냐겠죠.” “두말할 것도 없이 너 아니면 몽연이 아니겠니.” 정중이 대답하자, 강책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정 씨 집안의 가주 자리에 앉지 않을 겁니다. 몽연이의 성격으로도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거고요. 사실 제 마음속에는 이미 답이 있고, 어르신도 같은 답일 겁니다.” “정봉성.” 그 이름을 듣자 정중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놈 이름은 언급도 하지 말거라. 그 자식이 무능하지만 않았으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거다.” “그놈이 일찌감치 가주의 책임을 맡을 능력이 있었다면 나도 여태까지 가주의 자리에 앉아 있지는 않았을 거다!” 강책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도 정봉성이 정말 무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바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몇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 자는 능력도 없고 도박도 잘 하고 놀기도 좋아해서 이렇게 곤두박질쳤지만 그래도 좋은 점은 하나 있습니다. 적어도 어르신을 배신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죠.” 강책이 이 말을 하자, 정중은 차갑게 웃으며 한 마디를
강책은 빙그레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당을 나섰다.그가 문 앞에 다다르자 정중은 가슴이 뭉클해지며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강책아!”강책은 문을 열기 직전에, 발걸음을 멈추었다.“고맙다, 정말 고마워!” 강책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고, 정중에게 깊은 의미를 담은 뒷모습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남자가 가져야 할 모습이 아닐까. 정봉성은 어리바리한 눈을 하고서 먼저 자신의 이마를 만진 후 다시 정중의 이마를 만졌다. "뭐 하는 거야?”정중은 정봉성의 손을 툭 쳤다. "내가 열이 난 거예요, 아니면 할아버지가 열이 난 거예요? 왜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는 거예요?” "내가 무슨 얼토당토않은 말을 해?""아니, 내가 잘못 들은 거예요? 방금 분명히 강책한테 고맙다고 한 것 같은데, 할아버지 약 잘못 드셨어요? 그리고 강책도, 영문도 모른 채 날 왜 도와준다는 거죠? 몰래 날 해치려는 거 아니죠? 우리가 이런 처지에 놓이니까 강책이 한술 더 뜨려는 거 아니냐고요?” “참나!” 정중은 정봉성의 머리를 한 대 내리치며 말했다."강책이 얼마나 마음씨가 착하고 문무도 두루 겸비하고 있는데, 너는 어떻게 뒤에서 그렇게 남을 욕할 수 있단 말이냐?” 마음씨가 착하고, 문무도 겸비한다고? 정봉성은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지? "할아버지, 정말 미쳤어요?그러자 정중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그래, 미쳤다. 내가 좀 더 일찍 미쳤더라면 정 씨 집안은 일찍이 명문 집안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네.” 그는 입구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봉성아, 잘 기억해, 앞으로 강책에게 무례하게 굴지 마. 강책이 바로 우리 정 씨 집안의 구원자니까.” "나중에 강책이 나를 대신해서 어떻게 하면 좋은 가주가 될 수 있는지 너한테 가르쳐 줄 거다.” 그러자 정봉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이게 다 무슨 소리예요? 강책이 날 가르친다고요? 그럼 죽을 때까지 날 괴롭히지 않겠어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