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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06화

지용수는 선생님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벽에 기대어 멍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잠시 후, 강책이 사무실에서 나오며 그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닿은 그 순간, 서로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강자들한테는 특유의 기질이 있다. 그것은 서로 수평의 관계를 이루어 서로의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강책의 의술을 믿지 않았던 지용수는 그의 눈빛만 보고 그가 대단한 의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용수는 허리를 조금 숙이고 겸손한 말투로 말했다.

“강 선생님, 안녕하세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의술이라 하여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강 선생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항상 약자에게만 친절한 강책을 알기에 지용수는 먼저 자신을 낮추어 말했다.

강책은 지용수를 빤히 쳐다보고 말했다.

“몸에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호흡도 정상이고 얼굴 안색도 아주 좋아 보이네요. 어디가 불편해 오셨나요? 죽는 건 더욱 말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지용수의 얼굴만 보아서는 죽음과는 거리가 먼 정정한 중년 남자였다.

그러자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 선생님, 사실 제가 조금 특수한 병에 걸렸습니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말하고 싶습니다.”

“네.”

강책은 지용수와 함께 뒤편에 있는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작은방은 사방이 벽으로 되어 있어 비밀 보장이 잘 되는 방이다.

“여기서 말씀하시면 됩니다. 방음도 잘 되는 방이니 다른 사람은 절대 들을 수 없습니다.”

지용은 주위를 둘러보고 겨우 옷을 천천히 벗었다. 그러자 몸 군데군데에 검은색 반점이 나타났다. 반점은 썩은 과일에 있는 반점처럼 흉측했다.

그것은 마치 저주받은 사람한테만 나타나는 악마의 눈과 같았다.

지용수의 몸을 본 강책은 깜짝 놀랐다. 강책도 처음 보는 병이다.

“몸에 언제부터 반점이 생겼나요?”

“10개월 전부터 생기고 샤워를 하는 도중에 발견했습니다. 작았던 반점들이 점점 커지고 이제는 몸 전체에 퍼졌습니다. 너무 흉측해 아내한테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디서 옮은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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