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VIP룸 등급이 세 개의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 중 가장 싼 룸도 대여비가 최소 1억, 가장 비싼 VVIP룸은 최소 4억이었다.강책이 조사한 바로 지용수는 VVIP룸에서 식사를 하고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천성원, VVIP룸!”강책은 바로 물병에게 문자를 보내 프라시아 호텔의 천성원 VVIP룸을 통째로 대여하라고 지시했다.핸드폰을 내려놓은 강책은 눈을 비비고 아내인 정몽연과 함께 밥 먹으러 갔다.다음 날, 강책은 홀로 차를 운전해 프라시아 호텔로 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그는 호텔 로비로 걸어갔다.그런데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등 뒤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강책! 너야?”강책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뒤돌아섰다. 뒤에서 멀지 않은 곳에 키만 멀대 같이 크고 왜소한 남자가 서 있었다.그는 강책의 어릴적 친구 현광수였다. 키만 크고 말랐다고 멀대라는 별명이 붙여졌다.“멀대?”강책은 이런 곳에서 옛친구를 만난 게 놀랍기도 하고 반가웠다.사실 어릴 때 강책은 아버지와 함께 시골에서 잠시 생활한 적 있었다. 그때 어린 강책과 현광수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 안타깝게도 강책이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가면서 연락이 끊겼다.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옛친구를 다시 만나니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안 만나고 지낸지 벌써 십년도 훌쩍 넘었고 과거의 어린 소년은 남자가 되었지만 그들은 한눈에 서로를 알아보았다.이런 게 우정이란 걸까?현광수는 강책에게 다가서며 말했다.“너 요즘 잘나간다면서? 강남구 총괄 관리인이 되었다던데 정말 대단해.”강책은 손을 휘휘 저으며 대답했다.“진작에 물러났어.”“그래도 대단해. 나 같이 가난한 사람이랑은 비교도 할 수 없지.”잠시 흥분을 가라앉힌 현광수가 계속해서 말했다.“너도 동현이 생일파티에 참석하러 온 거야?”“동현이?”“공사장 책임자 아들 동현이 있잖아. 유동현 기억 안 나? 예전에 너한테 많이 맞았었는데.”강책은 그제야 유동현이라는 인물이 떠올랐다.그가 아주 어릴 때, 유동현
그 말을 들은 현광수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기분 좋게 밥 먹으러 왔는데 이렇게 무시당하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하지만 돈 많은 놈이 왕이라고 어쩌겠는가?현광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 할 수만 있다면 저 얄미운 면상에 주먹을 꽂고 싶었다. 남자라면 인격이 무시당했을 때 다들 이런 충동을 느꼈을 것이다.하지만 결국 그는 주먹을 쓰지 않았다.상대가 자신보다 부자였고 유동현을 이길 자신도 없었다. 저 덩치만 봐도 비쩍 마른 현광수가 당해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유동현이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능한 녀석. 어릴 때부터 겁이 많더니 커서도 이러네. 넌 평생 무능한 쓰레기로 살아야 할 거야.”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누군가가 현광수의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유동현은 저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끼고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그제야 그는 눈앞의 남자가 누군지 기억났다.“강책?”20년만에 처음 보는 거라 하마터면 그를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하지만 날카로운 눈빛은 옛날에 비해 전혀 변하지 않았다. 유동현은 매번 그의 눈빛을 마주할 때면 독수리를 만난 토끼처럼 긴장되고 온몸이 떨렸다.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그에게 물었다.“또 저 녀석 편을 들어주려는 거야?”강책은 담담하게 대꾸했다.“그걸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 수도 있어.”“하!”유동현은 강책과 정면으로 부딪힐 용기가 없었다. 어릴 때 강책에게 맞아 바닥을 뒹굴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 죽어서 물러서고 싶지는 않았다.유동현이 말했다.“강책? 초대한 명단에는 없는 이름인데 뻔뻔하게 너도 밥 얻어먹으려고 왔어?”마을 사람들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강책을 쏘아보았다.이 시대에도 밥 한끼 공짜로 먹으려고 오는 사람이 있다니.현광수는 다급히 그들을 말렸다.“동현아.”유동현은 그를 향해 눈을 부릅뜨며 차갑게 반박했다.“누가 내 이름 부르라고 허락했어?”“유 사장.”현광수는 공손해진 말투로 말했다.“어릴 때 같이 놀던 친구
강책과 현광수는 유동현의 맞은편에 앉았다. 사람들은 두 사람이 그들 중에서 가장 힘이 없다고 생각했다.잠시 후, 주문한 메뉴가 올라왔다.온갖 값비싼 코스 요리가 올라왔고 시가 몇백만 원씩 하는 고급 양주도 올라왔다.아마 안주와 술값만 해도 5천만원은 훌쩍 넘을 것이다.거기에 룸 대여비용과 특별 서비스 비용까지 합치면 1억 정도 들어갔을 터.사치라는 단어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한 여자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감탄하듯 말했다.“평생 먹어본 것 중에 가장 비싼 요리인 것 같아요.”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맞장구를 쳤다.“그러니까요. 몇 년을 모아도 이런 곳에서 식사할 돈은 못 모을 것 같아요. 정말 부자들 생활체험 한 것 같아요.”“이게 다 동현 씨 덕분이죠. 그분이 아니었으면 우린 이런 곳에 들어오지도 못할 걸요?”“맞아요. 유 사장님은 능력 좋고 통도 크고 우리가 본받을만한 분이죠. 평소에는 얼굴도 비추지 않다가 공짜밥이 생긴다니까 찾아오는 누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죠.”대놓고 강책과 현광수를 비꼬는 말이었다. 주민들은 너도나도 웃음을 터뜨렸다.유동현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과 술을 마셨다. 잠시 후, 그는 술 한잔을 따르고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이장에게 술을 권했다.“이장님, 여태 보살펴 주시고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잔은 이장님께 올릴게요.”“유 사장이 잘해서 잘된 거지 뭐.”이장은 허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술을 받았다.술 한잔이 내려가자 유동현은 감탄하듯 말했다.“이장님, 기억하세요? 예전에 저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이장님이 매일 따라다니며 혼내셨잖아요. 앞으로 공사장에나 가서 일하라면서요. 그때는 강책을 꽤 예뻐하셨었죠. 이 녀석은 뭐가 돼도 될 놈이라면서 말이죠.”이장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지금이 중요하지. 사실 어릴 때 모습이 평생을 결정하지는 않아.”“동현이 넌 어릴 때 공부도 못하고 사고뭉치였지만 지금은 봐. 명품 옷에 시계에 한 회사를 이끄는 사장이 되었잖
그들은 강책이 가난하다고 믿었다.그리고 과거에 강책을 떠받들고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쓴 경험이 있기에 오랜만에 강책을 만나서 밟아주니 기분이 통쾌했다.그래서 겉보기에는 화려해 보이는 이 만찬을 강책은 편하게 먹을 수 없었다.마을 사람들과 오랜만에 만나 회포라도 풀려고 했지만 이런 상황일 줄 누가 알았을까?강책의 절친인 현광수는 더 이상 듣고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식탁을 힘껏 치며 소리쳤다.“다들 그만해!”순간 룸 안에 정적이 찾아왔다.유동현은 차갑게 현광수를 노려보며 물었다.“야, 현광수, 상이라도 엎으려고?”현광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돈 1억 들여서 룸을 빌린 것 가지고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을 무시할 일이야? 역겨워서 못 들어주겠네!”“여긴 그냥 일반 룸이잖아. 프라시아 호텔에서 최고로 좋은 룸은 VVIP룸 아닌가? 거기 한끼 식사가 최소 4억이라던데?”“유동현, 네가 그렇게 잘났으면 왜 VVIP룸을 대여하지 않았어?”현장은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유동현은 술잔을 내려놓고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현광수, 너 참 뻔뻔하다? 내가 1억 들여서 사람들 불러 밥을 사겠다는데 내가 잘못했다는 거야?”“뭐? 4억 주고 VVIP룸을 대여하라고? 자기 돈이 아니라고 쉽게 말하기는. 그럼 너는 왜 그런 룸 못 빌리는데?”“넌 VVIP룸이 아니라 네가 말한 일반 룸도 대여할 능력이 없잖아?”말을 마친 그는 술잔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현광수, 네가 이 룸에서 발생한 비용 모두 지불하면 내가 너 인정해 줄게. 너한테 사과하고 여기서 나갈게. 어때? 너 돈 있어?”모두의 시선이 현광수에게 집중되었다.그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힘없이 대답했다.“돈 없어.”“돈 낼 거 아니면 입 닥쳐!”유동현은 기고만장하게 현광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이때, 줄곧 말이 없던 강책이 입을 닦고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그럼 내가 내는 건 어떨까?”순간 모두의 시선에 강책에게 돌아갔다.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자기가 잘못 들은
그들이 그러는 것도 이유가 있었다. 지금 시대에 돈 있는 자가 왕이다. 시골 마을 주민들도 부자를 좋아했다.유동현은 고개를 살짝 치켜들고 가소롭다는 듯이 강책을 바라보았다.그는 이런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현광수는 들을수록 기분이 나빴다. 과거의 순박하던 주민들은 하나 같이 그와 강책을 비난하며 꺼지라고 소리쳤다. 현광수는 속상하고 자존심이 상했다.가난하다고 무시당해야만 할까?현광순은 손을 내리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여기서 더 이상 식사를 할 수는 없었다.이때, 강책은 억울해하는 현광수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광수야, 여기 사람들 우리를 환영하지 않는 것 같네. 사실 나도 일반 룸 코스 요리가 별로 맛이 없었거든. 우리 VVIP룸으로 옮길까?”그 말에 주민들은 폭소를 터뜨렸다.유동현이 웃으며 말했다.“주제를 알아야지. 너희는 거울도 안 봐? VVIP룸으로 옮겨? 너희가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현광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강책을 바라보았다.‘얘가 오늘따라 왜 이러지? 왜 이렇게 허세를 부려?’처음에는 1억 룸 비용을 결제하겠다더니 이제는 VVIP룸으로 가자고 한다.미친 사람인가?학창시절 강책은 허세를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도 밖에서 사회생활 하면서 나쁜 버릇이 물든 걸까?하지만 강책은 사람들의 비난과 경멸에도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그는 벨을 눌러 레스토랑 직원을 불렀다.잠시 후, 잘생긴 훈남 직원이 안으로 들어와서 공손하게 물었다.“손님, 필요한 거라도 있으십니까?”강책이 말했다.“VVIP룸으로 옮길 거니까 두 사람 자리 세팅해 줘요.”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진심인가?유동현은 등 뒤에 소름이 돋았다.‘설마 강책 저 자식 정말 부자였어?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강책이 강남구 총괄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들었지만 만약 그가 숨겨둔 돈이라도 있다면?이때, 호텔 직원이 말했다.“죄송합니다. VVIP룸은 오시기 전에 예약해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직원은 강책을 아래위로 훑더니 불손한 말투
주민들은 너 한마디, 나 한마디 강책을 비웃었다.현장 분위기는 최고조로 치솟았다.현광수는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안했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고개 좀 숙이면 되는 일을 왜 이렇게 일을 복잡하게 만들까? 그렇게 센 척하더니 이제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려고?현광수는 수치스러웠다.강책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밥 좀 먹겠다는데 왜 이렇게 힘들까?그는 담담한 말투로 직원에게 말했다.“여기 사장이 민종수 씨 맞죠? 그분 좀 불러주세요.”호텔 직원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네가 뭔데 우리 사장님을 오라가라 해?’그는 경멸에 찬 눈빛으로 강책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합니다만 사장님은 오늘 호텔에 안 계십니다.”사장이 호텔을 비운다?당연히 거짓말이었다.사람들은 배를 잡고 웃었고 누구는 숨이 넘어갈 듯이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들은 돈도 없으면서 잘난 척하는 강책이 우습고 바보 같았다. 게다가 두 번이나 거절당하다니.상황이 점점 재밌어지고 있었다.강책은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꺼내 물병에게 전화를 걸었다.“네, 총수님.”“내가 지금 프라시아 호텔에 왔는데 민종수 씨 좀 불러줘. 꼭 확인해야 할 일이 있어.”“네, 총수님.”전화를 끊은 뒤, 강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직원이 옆에서 비아냥거렸다.“손님, 술을 좀 많이 마신 것 같은데 나가서 술 좀 깨고 오시겠어요?”그러자 이현화가 말했다.“저 사람 술 취한 게 아니라 허세로 똘똘 뭉쳐서 그래요! 전화해서 사장님을 오라가라 하다니. 주제도 모르고. 웃겨 죽겠어요.”유동현은 숨이 넘어갈 것처럼 웃더니 손을 흔들며 말했다.“강책, 넌 정말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렇게 허세만 부리다가 큰일 나. 정말 답 없는 인간이네!”직원이 경멸에 찬 눈빛, 주민들의 폭소, 현광수의 한숨 소리가 들리는 와중에 이쪽으로 다가오는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직원은 습관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놀라서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사장님!”민종수였다.
유동현은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사람들은 자신이 했던 말을 후회했다. 잘 생각해 보면 총괄 책임자까지 했던 사람이 자리에서 내려왔다고 갑자기 가난뱅이가 되는 건 아닐 텐데 경솔했다.그들은 강책이 현광수와 함께 있는 것만 보고 그 역시 현광수처럼 가난하고 힘 없는 밑바닥 인생이라고 판단했다.하지만 아무리 후회해도 때는 이미 늦었다.주민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망설였다. 갑자기 강책을 치켜세우자니 너무 자존심이 상했다.게다가 그렇게 되면 유동현과 척을 지게 된다.결국 그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가장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은 이장과 이현화였다.그들은 손에 힘이 풀려 젓가락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조금 전까지 어렸을 때는 공부만 잘하더니 커서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유동현과 비교하며 강책을 깎아내렸던 이장이었다.이현화는 정몽연까지 들먹이며 강책을 몰아세웠으니 부끄러워서 얼굴도 들지 못했다.물론 강책은 그녀를 신경도 쓰지 않았다.호텔 룸에서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인물이 된 것처럼 찬양하던 주민들은 자신들이 우물안의 개구리라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그들은 평생 애써도 4억짜리 VVIP룸은 구경도 하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행운이었다.현광수.자리에서 일어선 강책은 현광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우리 VVIP룸으로 옮기자. 여긴 격 떨어져서 같이 밥 못 먹겠어.”1억이나 하는 룸을 격 떨어진다고 가볍게 얘기하다니!유동현을 포함한 마을 주민들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뻘겋게 물들었다.확실히 강책에게 1억짜리 룸은 일반 룸이나 다름없었다.가장 타격이 큰 사람은 유동현이었다. 어릴 때도 강책에게 맞고 자랐는데 성인이 되고 돈으로 강책을 누르려다가 또 비교당할 줄이야!어릴 때의 기억이 눈앞에 선했다.그가 현광수를 괴롭히면 강책이 나타나서 그를 괴롭혔고 그건 20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았다.유동현은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이를 갈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강책의 저 얄미운 면상에 주
현광수는 강책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 VVIP룸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자 현광수는 놀라서 입이 벌어졌다. 이건 레스토랑이나 룸의 개념이 아니라 궁전과 흡사했다.온갖 보석과 금으로 장식된 복도가 눈앞에 펼쳐졌다.왕족이 지금 있다면 이런 곳에서 살 것 같은 풍경이었다. 현광수는 안으로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강책이 물었다.“안 들어가고 뭐 해?”현광수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됐어. 난 안 들어갈래. 이렇게 귀한 곳에 나 같이 빈곤한 농민이 무슨 자격으로 들어가겠어? 그러다가 타일이 더러워지면 어떡해?”현광수는 뼛속 깊이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었다.강책은 빙그레 웃고는 현광수의 팔목을 잡고 억지로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현광수는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안에서 걷는 한걸음 한걸음이 소중하고 행복했다. 인생의 절정에 도달한 것처럼 눈부시고 아름다웠다.“앉으시죠.”강책과 현광수가 자리에 앉자 민종수는 직접 최고급 코스 요리를 준비시켰다.메뉴가 나오자 현광수는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평소에 집에서 밥을 먹으면 반찬 하나가 전부였고 명절 때가 되어야 반찬 두 개가 상에 올라왔다. 가짓수가 108개가 되는 이 코스 요리는 살면서 구경 한번 해보지 못한 코스였다.현광수는 벌써 취할 것 같았다.“정말 괜찮은 거 맞아? 우리 두 명이서 다 먹지도 못할 텐데 낭비 아니야?”“괜찮아. 다 먹지 못한 음식은 호텔에서 처리할 거야. 낭비 아니야. 먹고 싶은 만큼 먹어. 다른 건 상관하지 말고.”현광수는 들뜬 마음을 안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는 야채는 입에 대지도 않고 고기만 공략했다.그는 비싸 보이는 소고기부터 먹었다. 그 뒤에는 전복이나 킹크랩 같은 비싼 해산물이 나왔다.며칠은 굶은 사람처럼 요리를 먹어치우는 친구의 모습에 강책은 웃음이 나왔다.잠시 현광수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민종수에게 고개를 돌리고 자신이 오늘 이곳에 방문한 목적을 밝혔다.“자동차 업계의 대부 지용수 씨가 여기서 식사를 한 적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