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수가 웃으며 말했다.“입장이라뇨? 전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오해한 거 없으니 이제 나가셔도 됩니다.”“네.”민종수는 강책이 정말 자신을 이대로 보내줄 줄 알고 바로 걸음을 돌렸다.하지만 그가 두 걸음도 채 가지 못해서 얇은 은침이 날아와 그의 혈자리에 꽂혔다. 그 순간부터 민종수는 온몸이 간지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마치 수십 마리의 뱀이 온몸을 기어다니는 느낌이었다.“윽!”민종수는 다급히 손으로 몸 이곳저곳을 긁으며 부산을 떨었지만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는 바닥에 쓰러진 채 미친듯이 몸을 긁어대더니 급기야 옷을 벗어던졌다.“가… 간지러워!”한창 식사 중이던 현광수도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민 사장님, 왜 그러세요? 왜 바닥에 누워 있어요?”그는 민종수를 도우려고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강책이 그를 막았다.강책은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온몸이 간지러운 건 민 사장님이 거짓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벌을 받고 있는 거예요.”어린아이나 속일 법한 거짓말이었다.하지만 강책이 이렇게 말했다는 건 이 간지러움을 멈춰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민종수가 사실을 곧이곧대로 강책에게 말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민종수는 손톱으로 피부 여기저기를 긁느라 군데군데 피까지 나고 있었다.그는 울상을 지으며 애원했다.“제발…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저는 정말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그래요. 그럼 계속하시죠.”민종수는 고통스럽게 바닥을 굴렀다.10초쯤 지났을까, 민종수는 절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건 화상그룹에서 지시했습니다. 제가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닙니다. 강 회장님, 회장님은 강산 그룹 사람이시죠. 저 같이 힘없는 인간이 어떻게 감히 회장님 심기를 거스르겠어요? 하지만 두 세력의 싸움에 저희 같은 힘없는 백성은 죽겠다고요.”민종수는 화상그룹이 두려웠고 강산 그룹에게 대적할 용기도 없었다.그래서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기에는 눈앞의 시련이 너
강책은 과학기술이 이토록 발전한 오늘날에 정밀한 독극물을 제작했을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게다가 신씨 형제만 해독법을 알고 있다니.감탄이 절로 나왔다.강남구 기업인들도 보통 인물들은 아닌데 그들도 어떻게든 이 독을 완치하려고 갖은 방법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한 명도 성공하지 못했다.아무리 강책이라도 지용수의 상태를 살펴봤지만 속수무책이었다.강책도 해독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강책은 갑자기 어릴 때 봤던 무협지가 떠올랐다. 한 선인이 여러 문파들을 통제하기 위해 그들의 몸에 생사부를 심은 이야기였다. 그 귀로 문파의 문인들은 선인에게 반항하지 못했다고 한다.화상그룹의 술수는 그 선인의 술법과 똑같았다.신씨 형제가 무협지에서나 나오는 선인의 술법을 따라 독극물을 제작해 강남구의 세력을 통제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다행히 손재언은 워낙 조심스러운 성격이고 똑똑한 사람이라 술수에 넘어가지 않았다.손재언까지 독에 걸렸다면 강책은 아마 발을 디딜 곳조차 찾지 못했을 것이다.이제 강책은 화상그룹의 수법을 대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수법을 알았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없었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유일한 방법은 해독약을 제작해 내는 것이다.만약 해독약을 신씨 형제가 쥐고 있다면 그들의 손에 명줄이 달린 강남구의 기업인들은 영원히 신씨 형제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강책이 해독약을 제작해 낸다면 문제는 알아서 해결된다.신씨 형제의 통제를 벗어난 기업인들은 바로 화상 그룹과 등을 돌릴 것이다.해독약을 어떻게 제작해야 할까?강책은 고민에 잠겼다.지용수의 상태를 살펴봤지만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강책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신씨 형제도 만든 해독약을 나라고 못 만들 리 없어.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이때, 강책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만약 신씨 형제에게 해독약이 있다면 지용수는 왜 자신을 찾았을까?만약 발작이 일어난다면 신씨 형제를 찾아가면 될 일이다.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
“이건 내가 가져갈 테니 이만 나가주세요.”민종수는 고개를 끄덕인 뒤, 홀가분한 걸음으로 룸을 나갔다.강책은 포트를 챙기고 현광수의 어깨를 다독이며 물었다.“다 먹었어? 이제 나가자.”“그래. 배불리 먹었어.”현광수는 배를 만지작거리며 아쉬운 표정으로 남은 요리를 바라보았다.강책이 웃으며 말했다.“이따가 포장해 달라고 할 테니 걱정하지 마.”“그래도 돼?”“당연하지.”강책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이따가 나는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해. 넌 천천히 먹고 남은 거 포장해서 가. 돈은 내가 이미 지불했어.”“그래, 알았어.”현광수와 작별인사를 마친 강책은 룸을 빠져나왔다.호텔을 나서고 얼마되지 않아 아내 정몽연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구랑 같이 나가는데 데리러 와달라는 얘기였다.그는 어쩔 수 없이 포트를 물병에게 맡긴 뒤, 혼자 차를 운전해서 정몽연을 픽업하러 갔다.한 시간 뒤, 정몽연이 차에 올랐다.그녀가 차에서 오르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정몽연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수화기 너머로 여자의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몽연아, 나 도착했어. 넌 언제 도착해?”“곧 도착해. 10분만 기다려.”“알았어. 기다리고 있을게.”전화를 끊은 정몽연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내 친구 변아름이야. 오늘 같이 화보 촬영하기로 했거든. 촬영장으로 데려다 줘.”화보 촬영?강책의 머리속에 요염한 포즈를 취하는 정몽연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는 어색하게 기침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잠시 후, 두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했다.주차를 끝내자마자 망사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이쪽으로 달려왔다.“몽연아!”“오래 기다렸어?”변아름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나도 금방 도착했어.고개를 돌려 강책을 바라본 변아름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이분은 누구야?”정몽여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내 남편, 강책 씨야.”“네 남편?”변아름의 표정이 살짝 굳더니 말했다.“임신한 자기 아내를 집에 1년이나 방치한 나쁜 자식?”강책의 표
미소관에서 화보 촬영을 하는 것은 뭇 여자들의 로망이었다.건물로 들어간 세 사람은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포토그래퍼를 만났다.180이 넘는 큰 키에 웃는 얼굴이 아름다운 훈남이었다.변아름은 넋을 잃고 촬영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정몽연의 손목을 잡으며 흥분에 겨워 말했다.“저기 봐, 너무 잘생겼잖아!”포토그래퍼는 그들에게 다가와 허리를 살짝 숙이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두 분 참 미인이시네요. 반가워요, 저는 오늘 촬영을 맡은 피터라고 합니다.”피터는 이쪽으로 다가올 때부터 눈길이 변아름과 정몽연의 몸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탐욕으로 가득한 기분 나쁜 눈빛이었다. 그는 정몽연을 보자 심지어 군침을 꿀꺽 삼키기까지 했다.그 모습을 본 강책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고개를 든 피터가 팔을 걷어올리자 팔에 연꽃 모양의 문신이 보였다.“응?”강책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겉보기에는 흔히 있는 모양이었지만 사실 그것은 해외 불법 사이트의 로고와 같은 모양이었다.강책이 기억하기로 그 사이트는 국내에 서버를 가지고 있었지만 운영은 해외에서 했다.IP가 막히면 본거지를 옮겨 다니는 악질적인 사이트였다.게다가 VIP 고객들에게 라이브 화면을 송출했는데 형사들이 수년간 추적하고 소탕했지만 핵심 인물들만 교활하게 빠져나가 지금도 사이트는 유지되고 있었다.불법 사이트가 강책의 관심사는 아니지만 피터의 팔 문신을 보자 뭔가 수상함을 느꼈다.그가 예상한 대로라면 피터는 해외 불법 사이트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그렇다면 이 스튜디오는 양 탈을 쓴 늑대일 수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간단한 화보촬영으로 돈을 벌지만 사실상 배후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강책이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피터는 두 여자와 함께 옷을 고르러 갔다.피터는 핑크색 쉬폰 재질의 드레스를 정몽연에게 건네며 말했다.“공주풍 드레스가 어울릴 것 같아서 골라봤어요. 새로운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그래요?”정몽연은 옷을 받으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
피터의 눈이 수상하게 번뜩였다.사냥감을 노리는 늑대의 눈빛이었다.강책은 점점 더 수상함을 느끼고 정몽연이 탈의실로 들어가기 전에 다가가서 드레스를 꽉 잡았다.“당신 왜 이래?”정몽연은 화들짝 놀라며 짜증을 부렸다.“이 옷, 당신이랑 안 어울린다니까.”강책이 굳은 말투로 말했다.옆에 있던 변아름은 크게 분노하며 강책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아니, 임신한 아내를 집에 1년이나 방치한 망나니가 무슨 자격으로 자꾸 몽연이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옷 몽연이한테 돌려줘! 세계 정상급의 포토그래퍼가 골라준 옷인데 당신이 뭔데 지적질이야?”“강책 씨, 난 당신이 정말 싫어. 몽연이가 당신 같이 쓰레기랑 결혼한 게 너무 안타깝다고!”“제발 몽연이 그만 내버려 둬. 몽연이랑 이혼만 하면 내가 위자료를 대신 내줄게! 그러니까 몽연이한테 더 이상 질척거리지 마. 당신 정말 싫어, 알아?”대놓고 사람을 무시하는 말투에 주변 사람들마저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입을 막고 강책을 비웃고 있었다.정몽연의 얼굴도 좋지 않았다. 강책이 왜 말도 안 되는 일로 시비를 거는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출산한지 얼마 안 된 그녀는 아직 산후우울증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 정몽연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우리랑 같이 있기 싫으면 당신 먼저 집에 가.”화를 꾹 참고 최대한 순화해서 한 말이었다.정몽연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강책을 먼저 보내고 두 사람이 무사히 촬영을 마치면 오늘 있었던 일을 없던 일로 해줄 생각이었다.하지만….강책은 드레스를 낚아채며 차갑게 말했다.“이 옷 당신이랑 안 어울려. 탈의실 들어가지 말고 나랑 가자!”힘을 너무 세게 줬는지 얇은 드레스가 쫙 하고 찢어졌다.정몽연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분노한 시선으로 강책을 바라보며 말했다.“여보, 오늘 도대체 왜 이래? 꼭 이렇게 기분 나쁘게 해야겠어? 당신 1년이나 집을 비운 동안 나도 많이 힘들었어. 어쩌다가 힐링하러 나왔는데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피터는 정몽연과 변아름을 번갈아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입술을 감빨며 말했다.“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내보내는 게 국룰이지. 일단 저 여자를 송출해서 흥분한 관중들을 달래보자.”그는 조용히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다들 집중해. 목표가 이미 함정으로 들어갔어. 다들 촬영 준비해. 온라인으로 VIP 고객들에게 연락해서 유료 생방송이 있다고 전해.”한편, 건물을 나선 강책은 바로 물병에게 전화를 걸었다.“총수님.”“사이트 하나 조사해 줘. 최대한 빨리.”잠시 후, 강책은 자신이 원하는 자료를 전송받았다. 그가 예상했던 것과 한치도 틀리지 않았다.“지금 당장 신고해, 놈들의 본거지를 알아냈어!”한편, 탈의실.아무것도 모르는 변아름은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근 뒤 드레스를 펼쳤다.그녀는 입을 삐죽이며 중얼거렸다.“피터 그 사람은 나는 안 보고 몽연이만 빤히 쳐다보네. 이따가 좀 섹시하게 입어서 정몽연보다 내가 낫다는 걸 증명해야겠어.”그녀는 중얼거리면서 단추를 풀고 옷을 벗었다.그녀의 등 뒤에서 초소형 카메라가 돌아가며 그녀의 나신을 찍고 있었다.그게 다가 아니었다.변아름이 마주하고 있는 거울 내부에도 소형 카메라가 숨겨져 있었는데 육안으로는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했다. 카메라는 변아름의 앞모습을 찍고 있었다.아무것도 모르는 변아름은 카메라 앞에서 옷을 홀딱 벗었다.불법 사이트에 이용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불과 10분도 안 되는 사이에 VIP 유저들이 사이트에 접속해서 돈을 지불하고 생중계를 관람하고 있었다.너무 자극적인 화면이었다.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 바로 이런 탈의 생중계였다.‘피부가 참 곱네.’‘얼굴은 그저 그런데 몸매는 꽤 봐줄만 하네. 피부도 하얗고.’댓글창에 댓글이 폭주하고 있었다. 이 화면을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지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하지만 변아름은 그것도 모르고 계속 거울 앞에서 자신의 나신을 비춰보고 있었다.“섹시하게 입으면 피터도 나를 봐주겠지?”말을 마친 그녀가 탈의
정몽연은 거울 앞에 서서 정몽연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옷을 자신의 몸에 대보았다. 예쁜 옷을 입고 사진으로 기념을 남기는 걸 싫어할 여자가 어디 있을까!그녀는 손을 들어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한 개, 두 개….그녀가 세 번째 단추에 손을 가져가는데 갑자기 밖에서 변아름의 욕설이 들려왔다.“강책, 당신은 왜 또 왔어? 내가 꺼지라고 했잖아!”“경비, 당장 경비 불러요!”정몽연도 미간을 확 찌푸렸다.‘이 사람 오늘 약을 잘못 먹었나? 왜 이렇게 일을 귀찮게 만들어?’그녀는 짜증스럽게 옷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강책 씨,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정몽연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나랑 나가자.”강책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녀의 팔목을 잡고 밖으로 끌었다.“이… 이거 놔!”정몽연은 거세게 강책의 손길을 뿌리치며 소리쳤다.“강책 씨, 난 당신의 인형이 아니야. 나도 내 생활이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자유가 있어!”“나한테 잘해주고 많이 도와준 거 알아. 하지만 그게 당신이 나에게 무언가를 강요할 이유가 되지는 않아.”“만약 계속 이렇게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리면 난 당신이랑….”그녀는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지 않았다.어떤 남자가 들어도 화가 날 상황이지만 강책은 여전히 냉정함을 유지하며 묵묵히 정몽연을 바라보며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나 믿고 여기를 나가자.”이때, 경비 직원들이 달려 나와 그들을 에워쌌다.피터가 정색해서 말했다.“손님, 저도 참는데 한계가 있어요. 영업 방해하지 말고 알아서 나가 주세요.”경비 직원들은 야구 방망이를 들고 있었다.변아름은 다가가서 정몽연의 손을 잡고는 강책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당신 피터가 당신보다 잘생기고 돈도 잘 벌어서 질투하는 거지? 그래서 몽연이 데리고 나가려는 거잖아.”“당신은 정말 쪼잔한 남자야. 질투가 무슨 소용이야? 자기 여자를 그렇게 믿지 못해서 다른 남자나 질투하고 말이야.”“능력 없는 인간들이 여자한테 화풀이를 하는 법이지. 그런 걸 우리는 쓰레기라
경찰 팀장이 다가와 말했다.“피터 씨, 해외음란사이트운영자로 긴급 체포합니다. 협조해주시죠.” 곧이어 영장을 내밀고는 “체포영장도 가져왔습니다.” 라며 증거를 더했다. 촬영장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 눈이 휘둥그레 졌다. 미소관에서 제일 잘나가는 촬영작가가 범죄자라는 사실에 정몽연이 놀란 눈으로 피터를 바라보았다. 경찰의 말에 피터는 억지 웃음을 지어 보였다.“죄송하지만 사람을 잘못 찾아 오신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떻게...” 팀장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하직원들에게 신호를 주고는, 촬영장 탈의실 조사를 지시했다. 몇 분뒤, 탈의실 안에서는 숨겨져 있는 20개의 카메라가 발견 되었다. 탈의실과 완벽하게 융합 되어 결코 쉽게 찾아 볼 수 없었다. 팀장은 증거를 내밀고는 “피터 씨, 탈의실에 카메라를 숨겨놓고 해외음란사이트에 생방송으로 내보냈다는 증거까지 있는데, 아직도 변명의 여지가 남아있습니까?” 라며 물었다. 이어서 피터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완전범죄는 존재하지 않는다. 방금 전,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장면을 전세계에 송출되었다는 사실에 변아름은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아!!!!!!” 변아름은 화가 나지만 수치스러운 마음에 울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순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며 똑바로 서있을 수 조차 없었다. 변아름의 울음에 경찰서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변아름으로 향했고, 피터는 틈을 타 정몽연의 목을 휘감고는 주머니에서 팬을 꺼내 그녀의 목에 갖다대었다.“오지마! 한 발자국이라도 다가오면 이 년 죽일거야! 오지마!” 경찰은 인질의 안전을 위해 한발자국 물러갔다. 정몽연은 밝고, 멋진 촬영작가가 범죄자라는 것과 동시에 자신이 그 사람의 인질로 잡혔다는 것에 회의감이 들었다. 그녀는 두려운 마음에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피터 작가님, 제발...” 피터는 정몽연을 더욱 더 꽉 껴안고는 “닥쳐!” 라며 그녀에게 답했다. 정몽연은 마음속으로 땅을 치며 후회했다. 강책의 말대로 서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