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가 가져갈 테니 이만 나가주세요.”민종수는 고개를 끄덕인 뒤, 홀가분한 걸음으로 룸을 나갔다.강책은 포트를 챙기고 현광수의 어깨를 다독이며 물었다.“다 먹었어? 이제 나가자.”“그래. 배불리 먹었어.”현광수는 배를 만지작거리며 아쉬운 표정으로 남은 요리를 바라보았다.강책이 웃으며 말했다.“이따가 포장해 달라고 할 테니 걱정하지 마.”“그래도 돼?”“당연하지.”강책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이따가 나는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해. 넌 천천히 먹고 남은 거 포장해서 가. 돈은 내가 이미 지불했어.”“그래, 알았어.”현광수와 작별인사를 마친 강책은 룸을 빠져나왔다.호텔을 나서고 얼마되지 않아 아내 정몽연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구랑 같이 나가는데 데리러 와달라는 얘기였다.그는 어쩔 수 없이 포트를 물병에게 맡긴 뒤, 혼자 차를 운전해서 정몽연을 픽업하러 갔다.한 시간 뒤, 정몽연이 차에 올랐다.그녀가 차에서 오르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정몽연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수화기 너머로 여자의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몽연아, 나 도착했어. 넌 언제 도착해?”“곧 도착해. 10분만 기다려.”“알았어. 기다리고 있을게.”전화를 끊은 정몽연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내 친구 변아름이야. 오늘 같이 화보 촬영하기로 했거든. 촬영장으로 데려다 줘.”화보 촬영?강책의 머리속에 요염한 포즈를 취하는 정몽연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는 어색하게 기침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잠시 후, 두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했다.주차를 끝내자마자 망사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이쪽으로 달려왔다.“몽연아!”“오래 기다렸어?”변아름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나도 금방 도착했어.고개를 돌려 강책을 바라본 변아름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이분은 누구야?”정몽여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내 남편, 강책 씨야.”“네 남편?”변아름의 표정이 살짝 굳더니 말했다.“임신한 자기 아내를 집에 1년이나 방치한 나쁜 자식?”강책의 표
미소관에서 화보 촬영을 하는 것은 뭇 여자들의 로망이었다.건물로 들어간 세 사람은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포토그래퍼를 만났다.180이 넘는 큰 키에 웃는 얼굴이 아름다운 훈남이었다.변아름은 넋을 잃고 촬영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정몽연의 손목을 잡으며 흥분에 겨워 말했다.“저기 봐, 너무 잘생겼잖아!”포토그래퍼는 그들에게 다가와 허리를 살짝 숙이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두 분 참 미인이시네요. 반가워요, 저는 오늘 촬영을 맡은 피터라고 합니다.”피터는 이쪽으로 다가올 때부터 눈길이 변아름과 정몽연의 몸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탐욕으로 가득한 기분 나쁜 눈빛이었다. 그는 정몽연을 보자 심지어 군침을 꿀꺽 삼키기까지 했다.그 모습을 본 강책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고개를 든 피터가 팔을 걷어올리자 팔에 연꽃 모양의 문신이 보였다.“응?”강책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겉보기에는 흔히 있는 모양이었지만 사실 그것은 해외 불법 사이트의 로고와 같은 모양이었다.강책이 기억하기로 그 사이트는 국내에 서버를 가지고 있었지만 운영은 해외에서 했다.IP가 막히면 본거지를 옮겨 다니는 악질적인 사이트였다.게다가 VIP 고객들에게 라이브 화면을 송출했는데 형사들이 수년간 추적하고 소탕했지만 핵심 인물들만 교활하게 빠져나가 지금도 사이트는 유지되고 있었다.불법 사이트가 강책의 관심사는 아니지만 피터의 팔 문신을 보자 뭔가 수상함을 느꼈다.그가 예상한 대로라면 피터는 해외 불법 사이트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그렇다면 이 스튜디오는 양 탈을 쓴 늑대일 수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간단한 화보촬영으로 돈을 벌지만 사실상 배후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강책이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피터는 두 여자와 함께 옷을 고르러 갔다.피터는 핑크색 쉬폰 재질의 드레스를 정몽연에게 건네며 말했다.“공주풍 드레스가 어울릴 것 같아서 골라봤어요. 새로운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그래요?”정몽연은 옷을 받으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
피터의 눈이 수상하게 번뜩였다.사냥감을 노리는 늑대의 눈빛이었다.강책은 점점 더 수상함을 느끼고 정몽연이 탈의실로 들어가기 전에 다가가서 드레스를 꽉 잡았다.“당신 왜 이래?”정몽연은 화들짝 놀라며 짜증을 부렸다.“이 옷, 당신이랑 안 어울린다니까.”강책이 굳은 말투로 말했다.옆에 있던 변아름은 크게 분노하며 강책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아니, 임신한 아내를 집에 1년이나 방치한 망나니가 무슨 자격으로 자꾸 몽연이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옷 몽연이한테 돌려줘! 세계 정상급의 포토그래퍼가 골라준 옷인데 당신이 뭔데 지적질이야?”“강책 씨, 난 당신이 정말 싫어. 몽연이가 당신 같이 쓰레기랑 결혼한 게 너무 안타깝다고!”“제발 몽연이 그만 내버려 둬. 몽연이랑 이혼만 하면 내가 위자료를 대신 내줄게! 그러니까 몽연이한테 더 이상 질척거리지 마. 당신 정말 싫어, 알아?”대놓고 사람을 무시하는 말투에 주변 사람들마저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입을 막고 강책을 비웃고 있었다.정몽연의 얼굴도 좋지 않았다. 강책이 왜 말도 안 되는 일로 시비를 거는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출산한지 얼마 안 된 그녀는 아직 산후우울증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 정몽연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우리랑 같이 있기 싫으면 당신 먼저 집에 가.”화를 꾹 참고 최대한 순화해서 한 말이었다.정몽연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강책을 먼저 보내고 두 사람이 무사히 촬영을 마치면 오늘 있었던 일을 없던 일로 해줄 생각이었다.하지만….강책은 드레스를 낚아채며 차갑게 말했다.“이 옷 당신이랑 안 어울려. 탈의실 들어가지 말고 나랑 가자!”힘을 너무 세게 줬는지 얇은 드레스가 쫙 하고 찢어졌다.정몽연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분노한 시선으로 강책을 바라보며 말했다.“여보, 오늘 도대체 왜 이래? 꼭 이렇게 기분 나쁘게 해야겠어? 당신 1년이나 집을 비운 동안 나도 많이 힘들었어. 어쩌다가 힐링하러 나왔는데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피터는 정몽연과 변아름을 번갈아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입술을 감빨며 말했다.“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내보내는 게 국룰이지. 일단 저 여자를 송출해서 흥분한 관중들을 달래보자.”그는 조용히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다들 집중해. 목표가 이미 함정으로 들어갔어. 다들 촬영 준비해. 온라인으로 VIP 고객들에게 연락해서 유료 생방송이 있다고 전해.”한편, 건물을 나선 강책은 바로 물병에게 전화를 걸었다.“총수님.”“사이트 하나 조사해 줘. 최대한 빨리.”잠시 후, 강책은 자신이 원하는 자료를 전송받았다. 그가 예상했던 것과 한치도 틀리지 않았다.“지금 당장 신고해, 놈들의 본거지를 알아냈어!”한편, 탈의실.아무것도 모르는 변아름은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근 뒤 드레스를 펼쳤다.그녀는 입을 삐죽이며 중얼거렸다.“피터 그 사람은 나는 안 보고 몽연이만 빤히 쳐다보네. 이따가 좀 섹시하게 입어서 정몽연보다 내가 낫다는 걸 증명해야겠어.”그녀는 중얼거리면서 단추를 풀고 옷을 벗었다.그녀의 등 뒤에서 초소형 카메라가 돌아가며 그녀의 나신을 찍고 있었다.그게 다가 아니었다.변아름이 마주하고 있는 거울 내부에도 소형 카메라가 숨겨져 있었는데 육안으로는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했다. 카메라는 변아름의 앞모습을 찍고 있었다.아무것도 모르는 변아름은 카메라 앞에서 옷을 홀딱 벗었다.불법 사이트에 이용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불과 10분도 안 되는 사이에 VIP 유저들이 사이트에 접속해서 돈을 지불하고 생중계를 관람하고 있었다.너무 자극적인 화면이었다.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 바로 이런 탈의 생중계였다.‘피부가 참 곱네.’‘얼굴은 그저 그런데 몸매는 꽤 봐줄만 하네. 피부도 하얗고.’댓글창에 댓글이 폭주하고 있었다. 이 화면을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지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하지만 변아름은 그것도 모르고 계속 거울 앞에서 자신의 나신을 비춰보고 있었다.“섹시하게 입으면 피터도 나를 봐주겠지?”말을 마친 그녀가 탈의
정몽연은 거울 앞에 서서 정몽연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옷을 자신의 몸에 대보았다. 예쁜 옷을 입고 사진으로 기념을 남기는 걸 싫어할 여자가 어디 있을까!그녀는 손을 들어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한 개, 두 개….그녀가 세 번째 단추에 손을 가져가는데 갑자기 밖에서 변아름의 욕설이 들려왔다.“강책, 당신은 왜 또 왔어? 내가 꺼지라고 했잖아!”“경비, 당장 경비 불러요!”정몽연도 미간을 확 찌푸렸다.‘이 사람 오늘 약을 잘못 먹었나? 왜 이렇게 일을 귀찮게 만들어?’그녀는 짜증스럽게 옷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강책 씨,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정몽연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나랑 나가자.”강책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녀의 팔목을 잡고 밖으로 끌었다.“이… 이거 놔!”정몽연은 거세게 강책의 손길을 뿌리치며 소리쳤다.“강책 씨, 난 당신의 인형이 아니야. 나도 내 생활이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자유가 있어!”“나한테 잘해주고 많이 도와준 거 알아. 하지만 그게 당신이 나에게 무언가를 강요할 이유가 되지는 않아.”“만약 계속 이렇게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리면 난 당신이랑….”그녀는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지 않았다.어떤 남자가 들어도 화가 날 상황이지만 강책은 여전히 냉정함을 유지하며 묵묵히 정몽연을 바라보며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나 믿고 여기를 나가자.”이때, 경비 직원들이 달려 나와 그들을 에워쌌다.피터가 정색해서 말했다.“손님, 저도 참는데 한계가 있어요. 영업 방해하지 말고 알아서 나가 주세요.”경비 직원들은 야구 방망이를 들고 있었다.변아름은 다가가서 정몽연의 손을 잡고는 강책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당신 피터가 당신보다 잘생기고 돈도 잘 벌어서 질투하는 거지? 그래서 몽연이 데리고 나가려는 거잖아.”“당신은 정말 쪼잔한 남자야. 질투가 무슨 소용이야? 자기 여자를 그렇게 믿지 못해서 다른 남자나 질투하고 말이야.”“능력 없는 인간들이 여자한테 화풀이를 하는 법이지. 그런 걸 우리는 쓰레기라
경찰 팀장이 다가와 말했다.“피터 씨, 해외음란사이트운영자로 긴급 체포합니다. 협조해주시죠.” 곧이어 영장을 내밀고는 “체포영장도 가져왔습니다.” 라며 증거를 더했다. 촬영장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 눈이 휘둥그레 졌다. 미소관에서 제일 잘나가는 촬영작가가 범죄자라는 사실에 정몽연이 놀란 눈으로 피터를 바라보았다. 경찰의 말에 피터는 억지 웃음을 지어 보였다.“죄송하지만 사람을 잘못 찾아 오신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떻게...” 팀장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하직원들에게 신호를 주고는, 촬영장 탈의실 조사를 지시했다. 몇 분뒤, 탈의실 안에서는 숨겨져 있는 20개의 카메라가 발견 되었다. 탈의실과 완벽하게 융합 되어 결코 쉽게 찾아 볼 수 없었다. 팀장은 증거를 내밀고는 “피터 씨, 탈의실에 카메라를 숨겨놓고 해외음란사이트에 생방송으로 내보냈다는 증거까지 있는데, 아직도 변명의 여지가 남아있습니까?” 라며 물었다. 이어서 피터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완전범죄는 존재하지 않는다. 방금 전,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장면을 전세계에 송출되었다는 사실에 변아름은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아!!!!!!” 변아름은 화가 나지만 수치스러운 마음에 울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순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며 똑바로 서있을 수 조차 없었다. 변아름의 울음에 경찰서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변아름으로 향했고, 피터는 틈을 타 정몽연의 목을 휘감고는 주머니에서 팬을 꺼내 그녀의 목에 갖다대었다.“오지마! 한 발자국이라도 다가오면 이 년 죽일거야! 오지마!” 경찰은 인질의 안전을 위해 한발자국 물러갔다. 정몽연은 밝고, 멋진 촬영작가가 범죄자라는 것과 동시에 자신이 그 사람의 인질로 잡혔다는 것에 회의감이 들었다. 그녀는 두려운 마음에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피터 작가님, 제발...” 피터는 정몽연을 더욱 더 꽉 껴안고는 “닥쳐!” 라며 그녀에게 답했다. 정몽연은 마음속으로 땅을 치며 후회했다. 강책의 말대로 서둘러
경찰이 현장을 제어하고, 범죄자 피터는 체포되어 연행되었다. 정몽연은 고개를 숙이고는 난감한 표정으로 강책 앞으로 다가갔다. ‘미안해’ 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10분 전 만해도 강책에게 안 좋은 말을 퍼부었던 정몽연이였다. 여자 탈의실에 몰카를 단 범죄자이며 자신을 인질로 이용한 사람을 덜컥 믿어 버리고 만 것이다. 강책에게 미안한 마음에 정몽연은 “미..미..”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였다.“괜찮아?”강책은 오히려 정몽연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상한 목소리가 정몽연의 귀에 들려왔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강책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 정몽연에게 욕을 먹었어도 그의 눈에는 걱정스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여보!” 정몽연은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강책의 품에 안겨 엉엉 울기 시작했다.“이제 괜찮아.” 강책은 정몽연의 등을 쓰다듬으며 그녀를 계속 위로해주었다. 정몽연은 그제서야 자신의 선택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미안해. 나 이제 당신밖에 안 믿을 거야.” 정몽연은 더욱 세게 강책을 껴안았다. 시간이 지나고, 변아름은 경찰과 함께 영상, 사진을 모두 삭제했다. 하지만 생방송으로 이미 송출되었다는 사실에 쥐구멍 안에 숨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정몽연도 두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만약 경찰이 늦거나, 강책의 구조가 늦었더라면 변아름과 같은 처지에 쳐했을 것이다.“여보, 피터가 범죄자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 “저 사람 팔목에 있는 문신이 그 사이트 로고랑 똑같아.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지.” 옆에 있던 변아름은 짜증섞인 말투로 물었다.“알고 있었으면서 왜 말리지 않으신거에요?” 그녀의 반응에 강책은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어서 정몽연이 “일단 여기서 나가자.” 하며 대화 주제를 돌렸다. 곧이어 세 사람은 차를 타고는 자리를 떴다. 한편, 한 남자 무리가 그늘에서 나오더니 정몽연의 차번호를 적어서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20분 뒤, 정몽연의 차가 아스팔트 도로를 달
또 동시에 검은 차량 3대가 다시 달려들었다. 3대 중 1대가 정몽연의 속도로 따라 붙었다. 이상함을 감지한 강책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어서 주위를 번갈아 보며 상황을 살폈다. 이때, 앞에 있던 차가 갑자기 속도를 늦추고는 정몽연의 차와의 거리를 좁혔다. 동시에 옆에서 달리고 있던 차와 뒤에서 달리고 있던 차가 정몽연의 차에 서서히 다가왔다. 차량 5대가 정몽연을 완전히 포위했다. 움직일 수 조차 없는 상황에 정몽연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하며 “납치하려고 하는 걸까?” 라고 물었다. 곧이어 검은 차에 문이 열리더니 나시를 입은 건장한 남자 4-5명이 차에서 내렸다. 큰 덩치에, 팔목에는 호랑이,용 문신이 가득했다. 그 중 리더처럼 보이는 사람은 빨간 머리를 하고, 얼굴에는 살이 쪄서 기름기가 가득했다.“돼지?”변아름은 그를 보자 깜짝 놀랐다.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이 구역의 깡패이다. 많은부하직원들을 거들고, 서민들을 무차별 폭행하고, 괴롭히는 집단의 리더이다. 일반인 같은 경우, 저 집단을 보기만 하면 도망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왜 하필 돼지가 변아름 등을 노리고 왔는 지 알 수 없었다.“내려.내리라고!” 돼지의 부하가 철몽둥이로 차 후드를 계속 가격했다. 차 안에 있는 세 사람은 모두 문을 열어 나왔다. 돼지는 담배를 뻑뻑 피면서 입을 열었다.“야 이 개자식들아, 미소관은 내가 관리하고 있는 곳이야. 너네 때문에 지금 받는 월세가 적어졌잖아! 너네 세 사람 모두 각오해야할거야!” 변아름이 돼지의 말을 듣고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두 손을 돼지의 팔목에다가 올리고는 몸을 배배 꼬는 행동을 취했다.“돼지오빠, 사실 이 일은 저희랑 연관이 없어요. 그건 모두 강책이 잘못한 거에요. 피터한테 질투가 나서 신고를 한 건 모두 저 자식이에요. 그래서 돼지 오빠가 월세를 적게 받게 된 거구요. 탓하시려면 저 자식을 탓하셔야 해요, 아시겠죠? 돼지오빠?” 변아름은 방금 전 강책이 자신을 구해준 은혜도 까맣게 잊고 모든 책임을 그에게로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