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동시에 검은 차량 3대가 다시 달려들었다. 3대 중 1대가 정몽연의 속도로 따라 붙었다. 이상함을 감지한 강책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어서 주위를 번갈아 보며 상황을 살폈다. 이때, 앞에 있던 차가 갑자기 속도를 늦추고는 정몽연의 차와의 거리를 좁혔다. 동시에 옆에서 달리고 있던 차와 뒤에서 달리고 있던 차가 정몽연의 차에 서서히 다가왔다. 차량 5대가 정몽연을 완전히 포위했다. 움직일 수 조차 없는 상황에 정몽연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하며 “납치하려고 하는 걸까?” 라고 물었다. 곧이어 검은 차에 문이 열리더니 나시를 입은 건장한 남자 4-5명이 차에서 내렸다. 큰 덩치에, 팔목에는 호랑이,용 문신이 가득했다. 그 중 리더처럼 보이는 사람은 빨간 머리를 하고, 얼굴에는 살이 쪄서 기름기가 가득했다.“돼지?”변아름은 그를 보자 깜짝 놀랐다.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이 구역의 깡패이다. 많은부하직원들을 거들고, 서민들을 무차별 폭행하고, 괴롭히는 집단의 리더이다. 일반인 같은 경우, 저 집단을 보기만 하면 도망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왜 하필 돼지가 변아름 등을 노리고 왔는 지 알 수 없었다.“내려.내리라고!” 돼지의 부하가 철몽둥이로 차 후드를 계속 가격했다. 차 안에 있는 세 사람은 모두 문을 열어 나왔다. 돼지는 담배를 뻑뻑 피면서 입을 열었다.“야 이 개자식들아, 미소관은 내가 관리하고 있는 곳이야. 너네 때문에 지금 받는 월세가 적어졌잖아! 너네 세 사람 모두 각오해야할거야!” 변아름이 돼지의 말을 듣고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두 손을 돼지의 팔목에다가 올리고는 몸을 배배 꼬는 행동을 취했다.“돼지오빠, 사실 이 일은 저희랑 연관이 없어요. 그건 모두 강책이 잘못한 거에요. 피터한테 질투가 나서 신고를 한 건 모두 저 자식이에요. 그래서 돼지 오빠가 월세를 적게 받게 된 거구요. 탓하시려면 저 자식을 탓하셔야 해요, 아시겠죠? 돼지오빠?” 변아름은 방금 전 강책이 자신을 구해준 은혜도 까맣게 잊고 모든 책임을 그에게로
강책은 멀어져가는 차를 보고 나서야 안심이 들었다. 이어서 그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리고 돼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너한텐 두 가지 선택이 있어. 나한테 무릎 꿇고 땅에 대가리 박고 사과한 다음에 자리를 뜨는 거, 아니면 여기서 죽는 거.” 돼지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방금 전 들은 말이 믿기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무리에 싸여있어도 전혀 굴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돼지는 화를 내기는 커녕 웃겨 보였다.“하하하하, 얘들아. 저 자식이 방금 뭐라고 했는 지 들었냐? 내가 안꿇으면 내가 죽는 다고 하네. 네가 그렇게 잘났어? 네 가족은 알고 있냐?” 돼지는 방금 전 강책의 말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고 있다. 강책은 살짝 고개를 들어 말했다.“시간이 별로 없어. 얼른 꿇고 사과해. 안 그러면 정말로 넌 여기가 제삿상이 될거야.” “하하하하~”돼지는 더욱 더 크게 웃었다.“이봐, 당신 연기자 안할래? 그런 재능을 썩히기는 많이 아쉬울 텐데 말이야. 그래, 나도 이제 슬슬 지겨워. 얘들아, 이 자식 두손, 두발 다 묶어서 나무에 걸어놔라!” 돼지의 말에 부하들이 강책에게 다가갔다. 강책을 제압하려 하자 순간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지진이라고 생각한 그들은 주위를 살폈다. 이때, 도로 끝에서 하얀 색을 띤 무리가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저게 뭐야?”돼지는 눈이 찡그리며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무리는 하얀 색 오토바이를 탄 젊은이들이였다. 사람마다 새하얀 색의 오토바이를 타고, 이상한 옷을 입고는 손에는 몽둥이, 칼등을 쥐고 있다. 얼핏 보아도 200명은 넘어보였다.“저게 뭐야...” 돼지가 제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무리 중 한 사람이 그에게 다가갔다. 100대가 넘는 오토바이가 돼지를 둘러쌌다. 그들은 오토바이에 계속 시동을 걸며,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무리의 리더는 다름 아닌 물고기 자리였다. 돼지는 자신이 건드린 사람이 이렇게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훈련을 받은 사람들
물고기 자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네 알겠습니다. 걱정마십쇼.” 라며 답했다. “그래.”강책은 마지막으로 바닥에 누워있는 돼지를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물고기 자리는 돼지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총수님께서 죽이지 말라고 하시니 죽이지는 않을 게. 하지만 죽는 게 사는 것보다 낫다는 게 뭔지 알려줄게!” “네? 무슨 짓을 하시려고 하는 겁니까?”돼지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20대 청년을 보며 마음 속 깊은 트라우마가 생겨 버렸다. 이 청년은 결코 말을 쉽게 하지 않는 다는 걸 안 돼지는 불안해졌다. 이때, 물고기 자리의 부하가 주머니 안에서 뱀을 꺼내고는 돼지의 목에 걸었다.“안돼..싫어! 하지마!” 돼지는 또 한번 더 비명을 질렀고, 바닥에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이때 돼지는 떠올렸다. 지금까지 살면서 강책을 협박한 일이 제일 틀린 일이라는 걸 말이다. 하지만 과거를 되돌릴 수 있는 약은 없다. 한편, 강책은 오토바이를 몰고 도로위를 활보하고 있다. 돼지가 순순히 정몽연을 풀어주었지만 의심이 가는 건 할 수 없었다. 마음이 놓이지 않는 강책은 속도를 더 올렸다.“몽연아, 기다려줘.” 또 다른 한편, 정몽연은 차를 몰다가 중간에 세우고는 핸드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를 하려 했다. 변아름은 깜짝 놀라고는 정몽연의 핸드폰을 가로챘다.“몽연아, 이게 뭐하는 짓이야?” “아름아, 폰 줘. 경찰에 신고해서 강책을 구해야 할 거 아니야!” 변아름이 답했다.“너 미쳤어? 만약 신고하면 저 돼지가 너 다시 찾아와서 복수 할지도 몰라! 그리고 너가 경찰에 신고를 한다고 해도 강책은 이미 피투성이 인채로 쓰러졌을 거야.” 변아름은 살짝 머뭇거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몽연아. 그 자식은 신경쓰지 말고 얼른 가자니까? 몇 년동안 그 놈한테 바친 청춘이 아까워! 지금이 기회야, 내가 더 좋은 남자 소개시켜줄게. 응?” 변아름은 옆에서 정몽연을 재촉하며 강책을 구할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 정몽연도 지금가도
아스팔트 도로 위.정몽연이 힘겹게 걸어가고 있다. 구두를 양손에 든 채 앞으로만 쭉 걷고 있다. 그녀는 강책이 맞아서 피투성이인 모습을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쓰라리고 아파왔다. 눈물이 계속 흘러 나왔지만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발은 무언가에 다쳐 피가 나고 있었지만 아파할 겨를도 없었다.“강책, 강책!” 제일 절망스러운 순간에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앞에서는 한 오토바이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어서 그 오토바이에서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정몽연이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남편 강책이었다.“책아!!!” 정몽연은 다른 말은 하지 못한 채 눈물만 계속 흘렸다. 그녀는 바로 강책의 품 안으로 들어가 엉엉 울기 시작했다. “너가 죽은 줄 알았어. 다시는 너 못볼 줄 알았어. 살아 있어줘서 고마워.” 강책은 상처투성이인 정몽연의 발과 엉망인 그녀의 모습을 보고 마음 한 구석이 짠하면서도 고마움을 느꼈다. 강책은 목숨을 내어서라도 지켜야할 여자가 정몽연이라는 사실을 또 한번 더 확신했다. 그는 더욱 세게 정몽연을 껴안고는 등을 쓰다듬었다.“괜찮아, 이제 다 끝났어.” 울음을 어느정도 그친 그녀가 물었다.“근데 어떻게 나온거야? 그 무리들은 ?” 강책은 급하게 거짓말을 지어냈다.“딱 마침 경찰이 지나갔어. 그래서 무리는 붙잡혀 가고, 나는 구조 된거야. 경찰들이 나한테 오토바이도 빌려줬어. 근데 자기 차는?”정몽연은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이야기해줄게.” 라며 답했다. 두 사람은 오토바이를 올라탔고 정몽연은 양팔로 강책을 꼭 껴안았다. 두 사람은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도로를 달렸다.햇살은 항상 비가 오고 나서 더 쨍한것 같다. 정몽연은 1년의 기다림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강책도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했다. 금이 가던 두 사람의 마음이 점점 하나로 변해가고 있었다. ..늦은 밤.변아름은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는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대낮에 일어난 일들을 떠올리며 무서움을 느
“낮에는 저희가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변아름은 덜덜 떨리는 마음으로 상자를 건네 받았다. 그 중 하나를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명품 시계가 들어있었다. 성의가 가득한 선물이였다. 변아름은 거만했던 돼지가 순식간에 태도가 돌변하자 낮에 무슨 일이 있었는 지 궁금했다. 한편, 강씨 별장.정몽연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거실에 있는 전화기가 울렸다. 전화기 너머로는 변아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몽연아, 자?” 정몽연은 그녀의 목소리만 들어도 짜증이 났다.“나 너랑 이야기할 기분 아니야.” “아,잠깐만.”변아름은 다급한 듯 다시 말을 이었다.“너한테 전화 한 첫번째 이유는 낮에 너한테 그런 짓해서 미안해, 그리고 두번째 이유는 네 차를 내가 내일 다른 사람 통해서 보내겠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야. 그리고 세 번째는 ..” 뜸을 들이는 변아름의 모습에 정몽연이 짜증섞인 말투로 물었다.“세 번째는 뭔데?”“몽연아, 네 남편 어제 돼지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정몽연은 순간 멈칫했다. 강책이 알려준 대로라면 경찰이 돼지를 잡아간 게 전부였다.“아무것도 안했다는데.” “아무것도 안했다고?”변아름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순식간에 변해버린 돼지의 태도와 멍투성이인 그의 얼굴만 보아도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방금 전에 돼지가 찾아왔었어. 나한테 사과까지 했다고! 그리고 너랑 네 남편한테도 미안했다고 전해달래. 근데 유독 네 남편을 무서워 하는 것처럼 보였어. 몽연아, 강책이 대체 돼지한테 무슨 짓을 했길래 저러는 거야?” 사실 정몽연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경찰이 데려가서 제정신을 차리게 한 것이 아닐까라고 그녀는 생각했다.“진짜 몰라, 이제 묻지마.” “그래, 알겠어. 그럼 끊을 게.” 두 사람은 전화를 끊었다. 이때, 방문이 열리고 강책이 큰 봉지를 들고 들어왔다. 정몽연이 그에게 물었다.“밤중에 어딜 나갔다 온거야?” 강책이 은은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큰
그 다음 날 아침. 강산그룹 강남구 지사 건물 옥상.강책이 큰 창문 앞에 서서 뒷짐을 진 채 강남구의 경치를 내려다 보고 있다. 이때, 물병자리가 들어오더니 미소를 지어보였다.“총수님, 오늘 컨디션이 좋아보이십니다.” 강책이 순간 멈칫했다.“그래?” “총수님께서는 항상 차가운 모습이셨습니다. 옆에 몇 분만 앉아있어도 서늘한 공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분위기도 없고, 따뜻한 햇살과 비슷합니다. 만약 제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어제 형수님과 좋은 시간을 보내셨나 봅니다.” 강책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날카롭고 예리한 그도 쑥스러움은 감출 수가 없었다. 그는 대화의 주제를 돌려 버렸다.“오늘 회사에 다른 특별한 일은 없어?”“화상 그룹이 계속 진행하고 있는 거 외에는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아 그리고, 다른 회사에서 손을 잡고 싶어합니다. 어제만 해도 성태 와이너리에서 좋은 의미로 술 두병을 보내왔습니다.” 성태 와이너리?강책은 처음 듣는 회사 이름에 “그런 회사가 있었어?” 라며 물었다. 물병자리가 답했다.“성태 와이너리는 강남구 국유기업입니다. 100년이라는 전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술은 다른 곳에서 판매하지 않고 오로지 강남구에서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성태의 술은 소문이 자자하고 세계 탑급의 위치해있고, ‘부처’, ‘성인’, ‘왕’ 이라는 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강책은 시리즈의 이름을 듣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물병자리가 계속 말을 이었다.“이 시리즈는 모두 A등급으로, 그 중 제일 낮은 등급인 ‘왕’ 시리즈는 10만병이나 팔렸다고 합니다. ‘부처’ 시리즈는 사고 싶어도 물량이 없어서 못 사고, 얼마 전 시장에서는 몇 천만원이라는 가격에 올라왔다고 하더라고요.” 강책은 예상외로 높은 가격에 “한 병에 몇 천만원이나 한다고?” 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그렇습니다. ‘부처’ 시리즈의 술이 만들기 워낙 복잡하다고 들었습니다. 매년 생산하는 물량이 10병 좌우입니다. 듣자하니 일반
오후 4시. 강책은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차를 운전해 정몽연, 장모 소청과 함께 초대된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도착해 룸으로 안내를 받고 들어가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착석해 있었다. 모두 소청의 동기들이였다. 그 중, 오늘의 주인공 진희선이 제일 중간에 앉아있다. 진희선은 회사에서도 평가 높은 직원이며, 소청도 그녀를 ‘언니’ 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언니, 저 왔어요.” “어, 드디어 왔구나. 다들 너만 기다렸잖아. 조금만 늦었어도 다 먹어버렸을 거야.” 소청은 웃음을 터뜨리고는 자리에 앉았다. 이어서 정몽연과 강책도 자리에 앉았다. 진희선은 정몽연을 바라보고는 “우리 조카는 가면 갈수록 이뻐지네, 곱다 고와.” 라며 칭찬했다. 이때, 옆에 앉아 있는 젊은 여자 한명이 대화에 끼어들었다.“예쁘면 뭐해요? 능력도 없는 놈한테 시집가서 맨날 그 사람만 기다리고 있잖아요.” 젊은 여자의 정체는 진희선의 딸 하연수였다. 하연수는 어렸을 때 부터 정몽연과 비교를 당하기 일쑤였다. 정몽연보다 예쁘지도 않고, 성적도 좋지 않았으며 좋은 집안도 아니였기에 정몽연을 시기질투했다. 하지만 정몽연이 강책과 결혼을 하고 난 후 부터는 그녀를 만날 때마다 이 이야기를 꺼내 정몽연을 깎아내렸다. 8년 동안 정몽연이 당한 모욕은 셀 수가 없었다. 진희선은 하연수를 막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었다. 하지만 소청은 하연수의 말이 거슬렸는 지 소리를 크게 내어 말했다.“우리 사위 소개를 안했네, 여긴 우리 사위 강책이야. 얼마 전에 다시 강남구로 돌아왔어.” 1년 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던 주인공의 등장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하연수는 강책을 위아래로 훑었다.“쯧쯧쯧, 무슨 낯짝으로 다시 돌아온거래요? 만삭된 자기 아내를 집에 내버려두고 혼자서 밖으로 나가니까 마음이 편했어요? 만약 제가 당신이였으면 죽을 때까지 나타날 용기도 없었을 거에요.” 정몽연과 소청의 안색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진희선이 헛기침을 하고는 하연수를 살짝
소청은 젓가락을 쥐고 있던 손이 떨렸다. 옆에 있던 정몽연도 입을 세게 꽉 물었다. 마지막에는 하연수가 나서서 ‘장난’ 섞인 말투로 말했다.“엄마, 적어도 몽연 언니는 예쁘고, 아직 젊잖아요. 더 좋은 남자가 나타날 수도 있는 거구요. 제가 봤을 때는 빨리 이혼하고 새로운 남자를 찾는 게 더 좋겠어요. 몽연 언니는 어떻게 생각해요?” 식사자리의 분위기가 살얼음판 같았다. 정몽연이 화를 내기 일보직전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다들 식사하고 계시네요?”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하연수의 남편 양준범이였다. 하연수는 그를 보자마자 그의 어깨에 팔을 내두르고는 애교를 부렸다.“여보, 왜 이제야 왔어?” 양준범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회사 야근 때문에 늦었어 미안해. 장모님, 죄송합니다.” 진희선은 손을 휘두르고는 “직장인이 그럴 수 있지, 괜찮아. 일도 없이 백수처럼 사는 사람도 있는데뭐.” 라며 말했다. 양준범은 강책을 훑어보았다. 사실, 방금 전 그는 식사자리에 있었던 대화를 모두 듣고 있었다.“몽연 씨의 남편이라고 하셨죠? 소문으로만 들었었는데 이렇게 만나뵈서 영광입니다.” 하연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소문으로 들었다고? 뒷담이 아니라?” 하연수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강책, 정몽연이 순식간에 식사자리의 ‘안주’가 되어버렸다. 진희선은 계속 소청에게 말했다.“동생아, 어렸을 때 부터 너는 사람 보는 눈이 별로였지. 오늘 이 언니가 남편을 고르는 방법을 잘 알려줄게. 만약 나중에 우리 몽연이가 다시 재혼을 하고 싶다고 하면 우리 준범 사위같은 사람만 찾으면 돼. 집, 차는 물론 있어야하고. 집은 꼭 유명한 학교 주변에 있어야 하는 집이여야만해. 그 다음으로는 직업도 안정적이여야하고, 매달마다 들어오는 월급은 적어도 천만원은 넘어야해.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효심이야. 인성이 좋아야 한다는 뜻이지. 동생아, 알아 듣겠어?” 소청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이빨만 꽉 깨물고 있을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