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은 현광수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기분 좋게 밥 먹으러 왔는데 이렇게 무시당하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하지만 돈 많은 놈이 왕이라고 어쩌겠는가?현광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 할 수만 있다면 저 얄미운 면상에 주먹을 꽂고 싶었다. 남자라면 인격이 무시당했을 때 다들 이런 충동을 느꼈을 것이다.하지만 결국 그는 주먹을 쓰지 않았다.상대가 자신보다 부자였고 유동현을 이길 자신도 없었다. 저 덩치만 봐도 비쩍 마른 현광수가 당해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유동현이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능한 녀석. 어릴 때부터 겁이 많더니 커서도 이러네. 넌 평생 무능한 쓰레기로 살아야 할 거야.”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누군가가 현광수의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유동현은 저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끼고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그제야 그는 눈앞의 남자가 누군지 기억났다.“강책?”20년만에 처음 보는 거라 하마터면 그를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하지만 날카로운 눈빛은 옛날에 비해 전혀 변하지 않았다. 유동현은 매번 그의 눈빛을 마주할 때면 독수리를 만난 토끼처럼 긴장되고 온몸이 떨렸다.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그에게 물었다.“또 저 녀석 편을 들어주려는 거야?”강책은 담담하게 대꾸했다.“그걸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 수도 있어.”“하!”유동현은 강책과 정면으로 부딪힐 용기가 없었다. 어릴 때 강책에게 맞아 바닥을 뒹굴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 죽어서 물러서고 싶지는 않았다.유동현이 말했다.“강책? 초대한 명단에는 없는 이름인데 뻔뻔하게 너도 밥 얻어먹으려고 왔어?”마을 사람들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강책을 쏘아보았다.이 시대에도 밥 한끼 공짜로 먹으려고 오는 사람이 있다니.현광수는 다급히 그들을 말렸다.“동현아.”유동현은 그를 향해 눈을 부릅뜨며 차갑게 반박했다.“누가 내 이름 부르라고 허락했어?”“유 사장.”현광수는 공손해진 말투로 말했다.“어릴 때 같이 놀던 친구
강책과 현광수는 유동현의 맞은편에 앉았다. 사람들은 두 사람이 그들 중에서 가장 힘이 없다고 생각했다.잠시 후, 주문한 메뉴가 올라왔다.온갖 값비싼 코스 요리가 올라왔고 시가 몇백만 원씩 하는 고급 양주도 올라왔다.아마 안주와 술값만 해도 5천만원은 훌쩍 넘을 것이다.거기에 룸 대여비용과 특별 서비스 비용까지 합치면 1억 정도 들어갔을 터.사치라는 단어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한 여자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감탄하듯 말했다.“평생 먹어본 것 중에 가장 비싼 요리인 것 같아요.”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맞장구를 쳤다.“그러니까요. 몇 년을 모아도 이런 곳에서 식사할 돈은 못 모을 것 같아요. 정말 부자들 생활체험 한 것 같아요.”“이게 다 동현 씨 덕분이죠. 그분이 아니었으면 우린 이런 곳에 들어오지도 못할 걸요?”“맞아요. 유 사장님은 능력 좋고 통도 크고 우리가 본받을만한 분이죠. 평소에는 얼굴도 비추지 않다가 공짜밥이 생긴다니까 찾아오는 누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죠.”대놓고 강책과 현광수를 비꼬는 말이었다. 주민들은 너도나도 웃음을 터뜨렸다.유동현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과 술을 마셨다. 잠시 후, 그는 술 한잔을 따르고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이장에게 술을 권했다.“이장님, 여태 보살펴 주시고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잔은 이장님께 올릴게요.”“유 사장이 잘해서 잘된 거지 뭐.”이장은 허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술을 받았다.술 한잔이 내려가자 유동현은 감탄하듯 말했다.“이장님, 기억하세요? 예전에 저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이장님이 매일 따라다니며 혼내셨잖아요. 앞으로 공사장에나 가서 일하라면서요. 그때는 강책을 꽤 예뻐하셨었죠. 이 녀석은 뭐가 돼도 될 놈이라면서 말이죠.”이장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지금이 중요하지. 사실 어릴 때 모습이 평생을 결정하지는 않아.”“동현이 넌 어릴 때 공부도 못하고 사고뭉치였지만 지금은 봐. 명품 옷에 시계에 한 회사를 이끄는 사장이 되었잖
그들은 강책이 가난하다고 믿었다.그리고 과거에 강책을 떠받들고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쓴 경험이 있기에 오랜만에 강책을 만나서 밟아주니 기분이 통쾌했다.그래서 겉보기에는 화려해 보이는 이 만찬을 강책은 편하게 먹을 수 없었다.마을 사람들과 오랜만에 만나 회포라도 풀려고 했지만 이런 상황일 줄 누가 알았을까?강책의 절친인 현광수는 더 이상 듣고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식탁을 힘껏 치며 소리쳤다.“다들 그만해!”순간 룸 안에 정적이 찾아왔다.유동현은 차갑게 현광수를 노려보며 물었다.“야, 현광수, 상이라도 엎으려고?”현광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돈 1억 들여서 룸을 빌린 것 가지고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을 무시할 일이야? 역겨워서 못 들어주겠네!”“여긴 그냥 일반 룸이잖아. 프라시아 호텔에서 최고로 좋은 룸은 VVIP룸 아닌가? 거기 한끼 식사가 최소 4억이라던데?”“유동현, 네가 그렇게 잘났으면 왜 VVIP룸을 대여하지 않았어?”현장은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유동현은 술잔을 내려놓고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현광수, 너 참 뻔뻔하다? 내가 1억 들여서 사람들 불러 밥을 사겠다는데 내가 잘못했다는 거야?”“뭐? 4억 주고 VVIP룸을 대여하라고? 자기 돈이 아니라고 쉽게 말하기는. 그럼 너는 왜 그런 룸 못 빌리는데?”“넌 VVIP룸이 아니라 네가 말한 일반 룸도 대여할 능력이 없잖아?”말을 마친 그는 술잔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현광수, 네가 이 룸에서 발생한 비용 모두 지불하면 내가 너 인정해 줄게. 너한테 사과하고 여기서 나갈게. 어때? 너 돈 있어?”모두의 시선이 현광수에게 집중되었다.그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힘없이 대답했다.“돈 없어.”“돈 낼 거 아니면 입 닥쳐!”유동현은 기고만장하게 현광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이때, 줄곧 말이 없던 강책이 입을 닦고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그럼 내가 내는 건 어떨까?”순간 모두의 시선에 강책에게 돌아갔다.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자기가 잘못 들은
그들이 그러는 것도 이유가 있었다. 지금 시대에 돈 있는 자가 왕이다. 시골 마을 주민들도 부자를 좋아했다.유동현은 고개를 살짝 치켜들고 가소롭다는 듯이 강책을 바라보았다.그는 이런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현광수는 들을수록 기분이 나빴다. 과거의 순박하던 주민들은 하나 같이 그와 강책을 비난하며 꺼지라고 소리쳤다. 현광수는 속상하고 자존심이 상했다.가난하다고 무시당해야만 할까?현광순은 손을 내리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여기서 더 이상 식사를 할 수는 없었다.이때, 강책은 억울해하는 현광수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광수야, 여기 사람들 우리를 환영하지 않는 것 같네. 사실 나도 일반 룸 코스 요리가 별로 맛이 없었거든. 우리 VVIP룸으로 옮길까?”그 말에 주민들은 폭소를 터뜨렸다.유동현이 웃으며 말했다.“주제를 알아야지. 너희는 거울도 안 봐? VVIP룸으로 옮겨? 너희가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현광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강책을 바라보았다.‘얘가 오늘따라 왜 이러지? 왜 이렇게 허세를 부려?’처음에는 1억 룸 비용을 결제하겠다더니 이제는 VVIP룸으로 가자고 한다.미친 사람인가?학창시절 강책은 허세를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도 밖에서 사회생활 하면서 나쁜 버릇이 물든 걸까?하지만 강책은 사람들의 비난과 경멸에도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그는 벨을 눌러 레스토랑 직원을 불렀다.잠시 후, 잘생긴 훈남 직원이 안으로 들어와서 공손하게 물었다.“손님, 필요한 거라도 있으십니까?”강책이 말했다.“VVIP룸으로 옮길 거니까 두 사람 자리 세팅해 줘요.”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진심인가?유동현은 등 뒤에 소름이 돋았다.‘설마 강책 저 자식 정말 부자였어?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강책이 강남구 총괄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들었지만 만약 그가 숨겨둔 돈이라도 있다면?이때, 호텔 직원이 말했다.“죄송합니다. VVIP룸은 오시기 전에 예약해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직원은 강책을 아래위로 훑더니 불손한 말투
주민들은 너 한마디, 나 한마디 강책을 비웃었다.현장 분위기는 최고조로 치솟았다.현광수는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안했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고개 좀 숙이면 되는 일을 왜 이렇게 일을 복잡하게 만들까? 그렇게 센 척하더니 이제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려고?현광수는 수치스러웠다.강책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밥 좀 먹겠다는데 왜 이렇게 힘들까?그는 담담한 말투로 직원에게 말했다.“여기 사장이 민종수 씨 맞죠? 그분 좀 불러주세요.”호텔 직원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네가 뭔데 우리 사장님을 오라가라 해?’그는 경멸에 찬 눈빛으로 강책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합니다만 사장님은 오늘 호텔에 안 계십니다.”사장이 호텔을 비운다?당연히 거짓말이었다.사람들은 배를 잡고 웃었고 누구는 숨이 넘어갈 듯이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들은 돈도 없으면서 잘난 척하는 강책이 우습고 바보 같았다. 게다가 두 번이나 거절당하다니.상황이 점점 재밌어지고 있었다.강책은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꺼내 물병에게 전화를 걸었다.“네, 총수님.”“내가 지금 프라시아 호텔에 왔는데 민종수 씨 좀 불러줘. 꼭 확인해야 할 일이 있어.”“네, 총수님.”전화를 끊은 뒤, 강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직원이 옆에서 비아냥거렸다.“손님, 술을 좀 많이 마신 것 같은데 나가서 술 좀 깨고 오시겠어요?”그러자 이현화가 말했다.“저 사람 술 취한 게 아니라 허세로 똘똘 뭉쳐서 그래요! 전화해서 사장님을 오라가라 하다니. 주제도 모르고. 웃겨 죽겠어요.”유동현은 숨이 넘어갈 것처럼 웃더니 손을 흔들며 말했다.“강책, 넌 정말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렇게 허세만 부리다가 큰일 나. 정말 답 없는 인간이네!”직원이 경멸에 찬 눈빛, 주민들의 폭소, 현광수의 한숨 소리가 들리는 와중에 이쪽으로 다가오는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직원은 습관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놀라서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사장님!”민종수였다.
유동현은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사람들은 자신이 했던 말을 후회했다. 잘 생각해 보면 총괄 책임자까지 했던 사람이 자리에서 내려왔다고 갑자기 가난뱅이가 되는 건 아닐 텐데 경솔했다.그들은 강책이 현광수와 함께 있는 것만 보고 그 역시 현광수처럼 가난하고 힘 없는 밑바닥 인생이라고 판단했다.하지만 아무리 후회해도 때는 이미 늦었다.주민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망설였다. 갑자기 강책을 치켜세우자니 너무 자존심이 상했다.게다가 그렇게 되면 유동현과 척을 지게 된다.결국 그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가장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은 이장과 이현화였다.그들은 손에 힘이 풀려 젓가락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조금 전까지 어렸을 때는 공부만 잘하더니 커서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유동현과 비교하며 강책을 깎아내렸던 이장이었다.이현화는 정몽연까지 들먹이며 강책을 몰아세웠으니 부끄러워서 얼굴도 들지 못했다.물론 강책은 그녀를 신경도 쓰지 않았다.호텔 룸에서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인물이 된 것처럼 찬양하던 주민들은 자신들이 우물안의 개구리라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그들은 평생 애써도 4억짜리 VVIP룸은 구경도 하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행운이었다.현광수.자리에서 일어선 강책은 현광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우리 VVIP룸으로 옮기자. 여긴 격 떨어져서 같이 밥 못 먹겠어.”1억이나 하는 룸을 격 떨어진다고 가볍게 얘기하다니!유동현을 포함한 마을 주민들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뻘겋게 물들었다.확실히 강책에게 1억짜리 룸은 일반 룸이나 다름없었다.가장 타격이 큰 사람은 유동현이었다. 어릴 때도 강책에게 맞고 자랐는데 성인이 되고 돈으로 강책을 누르려다가 또 비교당할 줄이야!어릴 때의 기억이 눈앞에 선했다.그가 현광수를 괴롭히면 강책이 나타나서 그를 괴롭혔고 그건 20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았다.유동현은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이를 갈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강책의 저 얄미운 면상에 주
현광수는 강책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 VVIP룸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자 현광수는 놀라서 입이 벌어졌다. 이건 레스토랑이나 룸의 개념이 아니라 궁전과 흡사했다.온갖 보석과 금으로 장식된 복도가 눈앞에 펼쳐졌다.왕족이 지금 있다면 이런 곳에서 살 것 같은 풍경이었다. 현광수는 안으로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강책이 물었다.“안 들어가고 뭐 해?”현광수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됐어. 난 안 들어갈래. 이렇게 귀한 곳에 나 같이 빈곤한 농민이 무슨 자격으로 들어가겠어? 그러다가 타일이 더러워지면 어떡해?”현광수는 뼛속 깊이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었다.강책은 빙그레 웃고는 현광수의 팔목을 잡고 억지로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현광수는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안에서 걷는 한걸음 한걸음이 소중하고 행복했다. 인생의 절정에 도달한 것처럼 눈부시고 아름다웠다.“앉으시죠.”강책과 현광수가 자리에 앉자 민종수는 직접 최고급 코스 요리를 준비시켰다.메뉴가 나오자 현광수는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평소에 집에서 밥을 먹으면 반찬 하나가 전부였고 명절 때가 되어야 반찬 두 개가 상에 올라왔다. 가짓수가 108개가 되는 이 코스 요리는 살면서 구경 한번 해보지 못한 코스였다.현광수는 벌써 취할 것 같았다.“정말 괜찮은 거 맞아? 우리 두 명이서 다 먹지도 못할 텐데 낭비 아니야?”“괜찮아. 다 먹지 못한 음식은 호텔에서 처리할 거야. 낭비 아니야. 먹고 싶은 만큼 먹어. 다른 건 상관하지 말고.”현광수는 들뜬 마음을 안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는 야채는 입에 대지도 않고 고기만 공략했다.그는 비싸 보이는 소고기부터 먹었다. 그 뒤에는 전복이나 킹크랩 같은 비싼 해산물이 나왔다.며칠은 굶은 사람처럼 요리를 먹어치우는 친구의 모습에 강책은 웃음이 나왔다.잠시 현광수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민종수에게 고개를 돌리고 자신이 오늘 이곳에 방문한 목적을 밝혔다.“자동차 업계의 대부 지용수 씨가 여기서 식사를 한 적
민종수가 웃으며 말했다.“입장이라뇨? 전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오해한 거 없으니 이제 나가셔도 됩니다.”“네.”민종수는 강책이 정말 자신을 이대로 보내줄 줄 알고 바로 걸음을 돌렸다.하지만 그가 두 걸음도 채 가지 못해서 얇은 은침이 날아와 그의 혈자리에 꽂혔다. 그 순간부터 민종수는 온몸이 간지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마치 수십 마리의 뱀이 온몸을 기어다니는 느낌이었다.“윽!”민종수는 다급히 손으로 몸 이곳저곳을 긁으며 부산을 떨었지만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는 바닥에 쓰러진 채 미친듯이 몸을 긁어대더니 급기야 옷을 벗어던졌다.“가… 간지러워!”한창 식사 중이던 현광수도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민 사장님, 왜 그러세요? 왜 바닥에 누워 있어요?”그는 민종수를 도우려고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강책이 그를 막았다.강책은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온몸이 간지러운 건 민 사장님이 거짓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벌을 받고 있는 거예요.”어린아이나 속일 법한 거짓말이었다.하지만 강책이 이렇게 말했다는 건 이 간지러움을 멈춰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민종수가 사실을 곧이곧대로 강책에게 말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민종수는 손톱으로 피부 여기저기를 긁느라 군데군데 피까지 나고 있었다.그는 울상을 지으며 애원했다.“제발…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저는 정말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그래요. 그럼 계속하시죠.”민종수는 고통스럽게 바닥을 굴렀다.10초쯤 지났을까, 민종수는 절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건 화상그룹에서 지시했습니다. 제가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닙니다. 강 회장님, 회장님은 강산 그룹 사람이시죠. 저 같이 힘없는 인간이 어떻게 감히 회장님 심기를 거스르겠어요? 하지만 두 세력의 싸움에 저희 같은 힘없는 백성은 죽겠다고요.”민종수는 화상그룹이 두려웠고 강산 그룹에게 대적할 용기도 없었다.그래서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기에는 눈앞의 시련이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