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너 한마디, 나 한마디 강책을 비웃었다.현장 분위기는 최고조로 치솟았다.현광수는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안했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고개 좀 숙이면 되는 일을 왜 이렇게 일을 복잡하게 만들까? 그렇게 센 척하더니 이제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려고?현광수는 수치스러웠다.강책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밥 좀 먹겠다는데 왜 이렇게 힘들까?그는 담담한 말투로 직원에게 말했다.“여기 사장이 민종수 씨 맞죠? 그분 좀 불러주세요.”호텔 직원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네가 뭔데 우리 사장님을 오라가라 해?’그는 경멸에 찬 눈빛으로 강책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합니다만 사장님은 오늘 호텔에 안 계십니다.”사장이 호텔을 비운다?당연히 거짓말이었다.사람들은 배를 잡고 웃었고 누구는 숨이 넘어갈 듯이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들은 돈도 없으면서 잘난 척하는 강책이 우습고 바보 같았다. 게다가 두 번이나 거절당하다니.상황이 점점 재밌어지고 있었다.강책은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꺼내 물병에게 전화를 걸었다.“네, 총수님.”“내가 지금 프라시아 호텔에 왔는데 민종수 씨 좀 불러줘. 꼭 확인해야 할 일이 있어.”“네, 총수님.”전화를 끊은 뒤, 강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직원이 옆에서 비아냥거렸다.“손님, 술을 좀 많이 마신 것 같은데 나가서 술 좀 깨고 오시겠어요?”그러자 이현화가 말했다.“저 사람 술 취한 게 아니라 허세로 똘똘 뭉쳐서 그래요! 전화해서 사장님을 오라가라 하다니. 주제도 모르고. 웃겨 죽겠어요.”유동현은 숨이 넘어갈 것처럼 웃더니 손을 흔들며 말했다.“강책, 넌 정말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렇게 허세만 부리다가 큰일 나. 정말 답 없는 인간이네!”직원이 경멸에 찬 눈빛, 주민들의 폭소, 현광수의 한숨 소리가 들리는 와중에 이쪽으로 다가오는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직원은 습관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놀라서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사장님!”민종수였다.
유동현은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사람들은 자신이 했던 말을 후회했다. 잘 생각해 보면 총괄 책임자까지 했던 사람이 자리에서 내려왔다고 갑자기 가난뱅이가 되는 건 아닐 텐데 경솔했다.그들은 강책이 현광수와 함께 있는 것만 보고 그 역시 현광수처럼 가난하고 힘 없는 밑바닥 인생이라고 판단했다.하지만 아무리 후회해도 때는 이미 늦었다.주민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망설였다. 갑자기 강책을 치켜세우자니 너무 자존심이 상했다.게다가 그렇게 되면 유동현과 척을 지게 된다.결국 그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가장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은 이장과 이현화였다.그들은 손에 힘이 풀려 젓가락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조금 전까지 어렸을 때는 공부만 잘하더니 커서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유동현과 비교하며 강책을 깎아내렸던 이장이었다.이현화는 정몽연까지 들먹이며 강책을 몰아세웠으니 부끄러워서 얼굴도 들지 못했다.물론 강책은 그녀를 신경도 쓰지 않았다.호텔 룸에서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인물이 된 것처럼 찬양하던 주민들은 자신들이 우물안의 개구리라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그들은 평생 애써도 4억짜리 VVIP룸은 구경도 하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행운이었다.현광수.자리에서 일어선 강책은 현광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우리 VVIP룸으로 옮기자. 여긴 격 떨어져서 같이 밥 못 먹겠어.”1억이나 하는 룸을 격 떨어진다고 가볍게 얘기하다니!유동현을 포함한 마을 주민들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뻘겋게 물들었다.확실히 강책에게 1억짜리 룸은 일반 룸이나 다름없었다.가장 타격이 큰 사람은 유동현이었다. 어릴 때도 강책에게 맞고 자랐는데 성인이 되고 돈으로 강책을 누르려다가 또 비교당할 줄이야!어릴 때의 기억이 눈앞에 선했다.그가 현광수를 괴롭히면 강책이 나타나서 그를 괴롭혔고 그건 20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았다.유동현은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이를 갈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강책의 저 얄미운 면상에 주
현광수는 강책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 VVIP룸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자 현광수는 놀라서 입이 벌어졌다. 이건 레스토랑이나 룸의 개념이 아니라 궁전과 흡사했다.온갖 보석과 금으로 장식된 복도가 눈앞에 펼쳐졌다.왕족이 지금 있다면 이런 곳에서 살 것 같은 풍경이었다. 현광수는 안으로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강책이 물었다.“안 들어가고 뭐 해?”현광수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됐어. 난 안 들어갈래. 이렇게 귀한 곳에 나 같이 빈곤한 농민이 무슨 자격으로 들어가겠어? 그러다가 타일이 더러워지면 어떡해?”현광수는 뼛속 깊이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었다.강책은 빙그레 웃고는 현광수의 팔목을 잡고 억지로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현광수는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안에서 걷는 한걸음 한걸음이 소중하고 행복했다. 인생의 절정에 도달한 것처럼 눈부시고 아름다웠다.“앉으시죠.”강책과 현광수가 자리에 앉자 민종수는 직접 최고급 코스 요리를 준비시켰다.메뉴가 나오자 현광수는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평소에 집에서 밥을 먹으면 반찬 하나가 전부였고 명절 때가 되어야 반찬 두 개가 상에 올라왔다. 가짓수가 108개가 되는 이 코스 요리는 살면서 구경 한번 해보지 못한 코스였다.현광수는 벌써 취할 것 같았다.“정말 괜찮은 거 맞아? 우리 두 명이서 다 먹지도 못할 텐데 낭비 아니야?”“괜찮아. 다 먹지 못한 음식은 호텔에서 처리할 거야. 낭비 아니야. 먹고 싶은 만큼 먹어. 다른 건 상관하지 말고.”현광수는 들뜬 마음을 안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는 야채는 입에 대지도 않고 고기만 공략했다.그는 비싸 보이는 소고기부터 먹었다. 그 뒤에는 전복이나 킹크랩 같은 비싼 해산물이 나왔다.며칠은 굶은 사람처럼 요리를 먹어치우는 친구의 모습에 강책은 웃음이 나왔다.잠시 현광수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민종수에게 고개를 돌리고 자신이 오늘 이곳에 방문한 목적을 밝혔다.“자동차 업계의 대부 지용수 씨가 여기서 식사를 한 적
민종수가 웃으며 말했다.“입장이라뇨? 전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오해한 거 없으니 이제 나가셔도 됩니다.”“네.”민종수는 강책이 정말 자신을 이대로 보내줄 줄 알고 바로 걸음을 돌렸다.하지만 그가 두 걸음도 채 가지 못해서 얇은 은침이 날아와 그의 혈자리에 꽂혔다. 그 순간부터 민종수는 온몸이 간지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마치 수십 마리의 뱀이 온몸을 기어다니는 느낌이었다.“윽!”민종수는 다급히 손으로 몸 이곳저곳을 긁으며 부산을 떨었지만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는 바닥에 쓰러진 채 미친듯이 몸을 긁어대더니 급기야 옷을 벗어던졌다.“가… 간지러워!”한창 식사 중이던 현광수도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민 사장님, 왜 그러세요? 왜 바닥에 누워 있어요?”그는 민종수를 도우려고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강책이 그를 막았다.강책은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온몸이 간지러운 건 민 사장님이 거짓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벌을 받고 있는 거예요.”어린아이나 속일 법한 거짓말이었다.하지만 강책이 이렇게 말했다는 건 이 간지러움을 멈춰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민종수가 사실을 곧이곧대로 강책에게 말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민종수는 손톱으로 피부 여기저기를 긁느라 군데군데 피까지 나고 있었다.그는 울상을 지으며 애원했다.“제발…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저는 정말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그래요. 그럼 계속하시죠.”민종수는 고통스럽게 바닥을 굴렀다.10초쯤 지났을까, 민종수는 절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건 화상그룹에서 지시했습니다. 제가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닙니다. 강 회장님, 회장님은 강산 그룹 사람이시죠. 저 같이 힘없는 인간이 어떻게 감히 회장님 심기를 거스르겠어요? 하지만 두 세력의 싸움에 저희 같은 힘없는 백성은 죽겠다고요.”민종수는 화상그룹이 두려웠고 강산 그룹에게 대적할 용기도 없었다.그래서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기에는 눈앞의 시련이 너
강책은 과학기술이 이토록 발전한 오늘날에 정밀한 독극물을 제작했을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게다가 신씨 형제만 해독법을 알고 있다니.감탄이 절로 나왔다.강남구 기업인들도 보통 인물들은 아닌데 그들도 어떻게든 이 독을 완치하려고 갖은 방법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한 명도 성공하지 못했다.아무리 강책이라도 지용수의 상태를 살펴봤지만 속수무책이었다.강책도 해독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강책은 갑자기 어릴 때 봤던 무협지가 떠올랐다. 한 선인이 여러 문파들을 통제하기 위해 그들의 몸에 생사부를 심은 이야기였다. 그 귀로 문파의 문인들은 선인에게 반항하지 못했다고 한다.화상그룹의 술수는 그 선인의 술법과 똑같았다.신씨 형제가 무협지에서나 나오는 선인의 술법을 따라 독극물을 제작해 강남구의 세력을 통제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다행히 손재언은 워낙 조심스러운 성격이고 똑똑한 사람이라 술수에 넘어가지 않았다.손재언까지 독에 걸렸다면 강책은 아마 발을 디딜 곳조차 찾지 못했을 것이다.이제 강책은 화상그룹의 수법을 대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수법을 알았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없었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유일한 방법은 해독약을 제작해 내는 것이다.만약 해독약을 신씨 형제가 쥐고 있다면 그들의 손에 명줄이 달린 강남구의 기업인들은 영원히 신씨 형제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강책이 해독약을 제작해 낸다면 문제는 알아서 해결된다.신씨 형제의 통제를 벗어난 기업인들은 바로 화상 그룹과 등을 돌릴 것이다.해독약을 어떻게 제작해야 할까?강책은 고민에 잠겼다.지용수의 상태를 살펴봤지만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강책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신씨 형제도 만든 해독약을 나라고 못 만들 리 없어.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이때, 강책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만약 신씨 형제에게 해독약이 있다면 지용수는 왜 자신을 찾았을까?만약 발작이 일어난다면 신씨 형제를 찾아가면 될 일이다.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
“이건 내가 가져갈 테니 이만 나가주세요.”민종수는 고개를 끄덕인 뒤, 홀가분한 걸음으로 룸을 나갔다.강책은 포트를 챙기고 현광수의 어깨를 다독이며 물었다.“다 먹었어? 이제 나가자.”“그래. 배불리 먹었어.”현광수는 배를 만지작거리며 아쉬운 표정으로 남은 요리를 바라보았다.강책이 웃으며 말했다.“이따가 포장해 달라고 할 테니 걱정하지 마.”“그래도 돼?”“당연하지.”강책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이따가 나는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해. 넌 천천히 먹고 남은 거 포장해서 가. 돈은 내가 이미 지불했어.”“그래, 알았어.”현광수와 작별인사를 마친 강책은 룸을 빠져나왔다.호텔을 나서고 얼마되지 않아 아내 정몽연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구랑 같이 나가는데 데리러 와달라는 얘기였다.그는 어쩔 수 없이 포트를 물병에게 맡긴 뒤, 혼자 차를 운전해서 정몽연을 픽업하러 갔다.한 시간 뒤, 정몽연이 차에 올랐다.그녀가 차에서 오르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정몽연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수화기 너머로 여자의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몽연아, 나 도착했어. 넌 언제 도착해?”“곧 도착해. 10분만 기다려.”“알았어. 기다리고 있을게.”전화를 끊은 정몽연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내 친구 변아름이야. 오늘 같이 화보 촬영하기로 했거든. 촬영장으로 데려다 줘.”화보 촬영?강책의 머리속에 요염한 포즈를 취하는 정몽연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는 어색하게 기침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잠시 후, 두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했다.주차를 끝내자마자 망사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이쪽으로 달려왔다.“몽연아!”“오래 기다렸어?”변아름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나도 금방 도착했어.고개를 돌려 강책을 바라본 변아름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이분은 누구야?”정몽여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내 남편, 강책 씨야.”“네 남편?”변아름의 표정이 살짝 굳더니 말했다.“임신한 자기 아내를 집에 1년이나 방치한 나쁜 자식?”강책의 표
미소관에서 화보 촬영을 하는 것은 뭇 여자들의 로망이었다.건물로 들어간 세 사람은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포토그래퍼를 만났다.180이 넘는 큰 키에 웃는 얼굴이 아름다운 훈남이었다.변아름은 넋을 잃고 촬영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정몽연의 손목을 잡으며 흥분에 겨워 말했다.“저기 봐, 너무 잘생겼잖아!”포토그래퍼는 그들에게 다가와 허리를 살짝 숙이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두 분 참 미인이시네요. 반가워요, 저는 오늘 촬영을 맡은 피터라고 합니다.”피터는 이쪽으로 다가올 때부터 눈길이 변아름과 정몽연의 몸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탐욕으로 가득한 기분 나쁜 눈빛이었다. 그는 정몽연을 보자 심지어 군침을 꿀꺽 삼키기까지 했다.그 모습을 본 강책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고개를 든 피터가 팔을 걷어올리자 팔에 연꽃 모양의 문신이 보였다.“응?”강책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겉보기에는 흔히 있는 모양이었지만 사실 그것은 해외 불법 사이트의 로고와 같은 모양이었다.강책이 기억하기로 그 사이트는 국내에 서버를 가지고 있었지만 운영은 해외에서 했다.IP가 막히면 본거지를 옮겨 다니는 악질적인 사이트였다.게다가 VIP 고객들에게 라이브 화면을 송출했는데 형사들이 수년간 추적하고 소탕했지만 핵심 인물들만 교활하게 빠져나가 지금도 사이트는 유지되고 있었다.불법 사이트가 강책의 관심사는 아니지만 피터의 팔 문신을 보자 뭔가 수상함을 느꼈다.그가 예상한 대로라면 피터는 해외 불법 사이트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그렇다면 이 스튜디오는 양 탈을 쓴 늑대일 수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간단한 화보촬영으로 돈을 벌지만 사실상 배후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강책이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피터는 두 여자와 함께 옷을 고르러 갔다.피터는 핑크색 쉬폰 재질의 드레스를 정몽연에게 건네며 말했다.“공주풍 드레스가 어울릴 것 같아서 골라봤어요. 새로운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그래요?”정몽연은 옷을 받으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
피터의 눈이 수상하게 번뜩였다.사냥감을 노리는 늑대의 눈빛이었다.강책은 점점 더 수상함을 느끼고 정몽연이 탈의실로 들어가기 전에 다가가서 드레스를 꽉 잡았다.“당신 왜 이래?”정몽연은 화들짝 놀라며 짜증을 부렸다.“이 옷, 당신이랑 안 어울린다니까.”강책이 굳은 말투로 말했다.옆에 있던 변아름은 크게 분노하며 강책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아니, 임신한 아내를 집에 1년이나 방치한 망나니가 무슨 자격으로 자꾸 몽연이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옷 몽연이한테 돌려줘! 세계 정상급의 포토그래퍼가 골라준 옷인데 당신이 뭔데 지적질이야?”“강책 씨, 난 당신이 정말 싫어. 몽연이가 당신 같이 쓰레기랑 결혼한 게 너무 안타깝다고!”“제발 몽연이 그만 내버려 둬. 몽연이랑 이혼만 하면 내가 위자료를 대신 내줄게! 그러니까 몽연이한테 더 이상 질척거리지 마. 당신 정말 싫어, 알아?”대놓고 사람을 무시하는 말투에 주변 사람들마저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입을 막고 강책을 비웃고 있었다.정몽연의 얼굴도 좋지 않았다. 강책이 왜 말도 안 되는 일로 시비를 거는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출산한지 얼마 안 된 그녀는 아직 산후우울증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 정몽연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우리랑 같이 있기 싫으면 당신 먼저 집에 가.”화를 꾹 참고 최대한 순화해서 한 말이었다.정몽연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강책을 먼저 보내고 두 사람이 무사히 촬영을 마치면 오늘 있었던 일을 없던 일로 해줄 생각이었다.하지만….강책은 드레스를 낚아채며 차갑게 말했다.“이 옷 당신이랑 안 어울려. 탈의실 들어가지 말고 나랑 가자!”힘을 너무 세게 줬는지 얇은 드레스가 쫙 하고 찢어졌다.정몽연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분노한 시선으로 강책을 바라보며 말했다.“여보, 오늘 도대체 왜 이래? 꼭 이렇게 기분 나쁘게 해야겠어? 당신 1년이나 집을 비운 동안 나도 많이 힘들었어. 어쩌다가 힐링하러 나왔는데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