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수는 선생님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벽에 기대어 멍한 표정으로 서있었다.잠시 후, 강책이 사무실에서 나오며 그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닿은 그 순간, 서로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강자들한테는 특유의 기질이 있다. 그것은 서로 수평의 관계를 이루어 서로의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다.강책의 의술을 믿지 않았던 지용수는 그의 눈빛만 보고 그가 대단한 의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지용수는 허리를 조금 숙이고 겸손한 말투로 말했다.“강 선생님, 안녕하세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의술이라 하여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강 선생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항상 약자에게만 친절한 강책을 알기에 지용수는 먼저 자신을 낮추어 말했다.강책은 지용수를 빤히 쳐다보고 말했다.“몸에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호흡도 정상이고 얼굴 안색도 아주 좋아 보이네요. 어디가 불편해 오셨나요? 죽는 건 더욱 말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지용수의 얼굴만 보아서는 죽음과는 거리가 먼 정정한 중년 남자였다.그러자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강 선생님, 사실 제가 조금 특수한 병에 걸렸습니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말하고 싶습니다.”“네.”강책은 지용수와 함께 뒤편에 있는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작은방은 사방이 벽으로 되어 있어 비밀 보장이 잘 되는 방이다.“여기서 말씀하시면 됩니다. 방음도 잘 되는 방이니 다른 사람은 절대 들을 수 없습니다.”지용은 주위를 둘러보고 겨우 옷을 천천히 벗었다. 그러자 몸 군데군데에 검은색 반점이 나타났다. 반점은 썩은 과일에 있는 반점처럼 흉측했다.그것은 마치 저주받은 사람한테만 나타나는 악마의 눈과 같았다.지용수의 몸을 본 강책은 깜짝 놀랐다. 강책도 처음 보는 병이다.“몸에 언제부터 반점이 생겼나요?”“10개월 전부터 생기고 샤워를 하는 도중에 발견했습니다. 작았던 반점들이 점점 커지고 이제는 몸 전체에 퍼졌습니다. 너무 흉측해 아내한테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어디서 옮은 건가요
그는 건강한 몸도 아니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몸도 아니지만나쁜 연기가 몸 안에 가득 찼다.마치 미세먼지가 가득한 도시와 같다.사실 그의 몸 안의 모든 건축은 완벽했다. 큰 굴뚝을 제거하기만 하면 모든 스모그를 멈출 수 있고 그의 몸은 다시 건강한 몸으로 회복할 수 있다.그의 각 장기에도 문제가 없었고, 독소 감염 현상도 없어 안색을 보았을 때,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검사 결과 그의 몸은 아주 깨끗하기 때문이다.몸이 아프고 힘든 것은 모두 그 미세먼지 때문이다. 대체 왜 있는지 모를 검은색 반점.그 검은색 반점만 사라지면 지용수는 살 수 있다.하지만 어떻게 해야 검은색 반점이 사라질 수 있을까?강책은 그 검은색 반점이 왜 생기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해 정확한 치료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선생님, 저 살 수 있나요?”강책은 사실대로 대답했다.“치료할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어요. 검은색 반점의 정확한 원인을 일단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아니면 저도 방법이 없을 겁니다. 저한테 시간을 조금만 주세요. 내일 아침에 다시 오시면 정확한 치료 방안을 만들어 놓을게요.”지용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강책과 신태윤은 완전히 다른 부류의 사람이다.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지용수는 신태윤 그 쓰레기들과 절대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강책이 그의 병을 고칠 수 있다면 그는 반드시 강책의 손을 잡고 신태윤과 신태민의 비밀을 세상에 공개할 것이다.강남구를 화상 그룹의 손아귀에서 빼앗아 와야 한다!만약 고칠 수 없는 병이라 하여도 강책에게 사실대로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신씨 형제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강책이 그를 살릴 수 있든 없든 모두 사실대로 말할 것이다. 강책에게 화상 그룹의 비밀을 알리는 것은 시간이 결정해 주는 일이다.“강 선생님, 그러면 저 내일 오전 9시에 다시 이곳에 오겠습니다.”“네.”강책은 직접 지용수를 병원 밖으로 배웅했다.그때, 윤병철이 다급하게 병실로 들어와 지용수
“강책을 찾아 병을 보인다고?” 신태민은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진짜 강책이 뭐 대라 금선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거 아니야?”“그래, 강책의 의술은 인정해. 내가 강책의 의술을 무시해서 지금 강책과 윤병철이 손을 잡았으니까.”“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문제야.”“강책의 의술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지용수의 병은 영원히 낫게 할 수 없어. 물건을 손에 넣지 못하면... 아니 물건을 손에 넣어도 잠시 고통을 참게 해주는 것뿐이니까. 완치는 영원히 꿈꾸지도 못하는 거야!”만약 그렇게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이라면 화상 그룹이 10개월 사이에 강남구를 손에 넣지 못했을 것이다.“나도 알아. 하지만 지용수는 모르잖아. 지용수는 그 사실을 알았어도 강책을 찾으러 갔을 거야. 죽음의 문턱에 도착한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니까.”그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지용수 지금 급해졌을 거야. 지금 이대로 나을 수 없으면, 우리 두 사람을 배신할지도 몰라.”“그래서 우리가 먼저 손을 써야 돼. 혹시라도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겨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혼란스러우면 우리가 감당하기 힘들어지니까.”신태윤의 말에 신태민은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잘 생각했어. 형 조금만 기다려. 내가 바로 사람을 시켜 지용수를 죽여야겠어.”말을 마친 신태민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최근에 너무 괴로웠던 신태민은 진작부터 화풀이를 하고 싶었다. 이제 지용수를 죽이면 모든 화가 가라앉을 것 같았다.사고로 위장해 죽이면 아주 쉬운 일이다.사무실을 나선 신태민은 바로 집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용수, 사고로 위장하고 당장 죽여. 다른 사람의 입에 우리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게.”“네 알겠습니다.”집사는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늦은 시각, 지용수가 집으로 절반쯤 돌아가고 있을 때, 도로가 꽉 막혀 30분 동안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무슨 일이야? 내려가서 상황 좀 보고 와.”답답했던 지용수의 마음이 힘들었다.기사는 바로 차에서
2호선 지하철 도로에는 안전 문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그저 바닥에 1미터 간격을 주의해달라는 안전 표시만 있었다.지용수는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2호선 지하철을 기다리며 가끔 먼 곳을 쳐다보았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2호선은 도착하지 않았고 조바심이 난 지용수는 바닥에 있는 안내선을 무시하고 점점 앞으로 걸어갔다.“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지하철도 길이 막히는 걸까?”지용수는 중얼거리며 늦게 도착하는 지하철을 불평불만했다.그때, 큰 소음과 함께 2호선이 곧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모두 안내선 밖으로 서며 지하철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하지만 지용수는 멍하니 지하철이 오는 것을 보며 다른 생각에 잠겼다.안전거리는 아니지만 지하철과 멀리 떨어져 있어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은 정상적인 날이 아니다.지용수가 뒤로 물러서는 사이 그의 뒤에 줄지어 서 있던 한 커플이 갑자기 크게 다투며 손찌검을 했다.남자가 여자의 뺨을 때리자 여자는 남자의 어깨룰 힘껏 밀쳤다. 그러자 남자는 난간 가까이에 다가갔다.“죽어!”남자의 어깨가 마침 지용수의 어깨에 부딪쳤다.지용수의 뒤에 있던 어린 커플이 싸우는 사이, 남자의 어깨가 지용수의 어깨를 부딪치자 지용수는 비틀거리며 지하철 승강장 가장자리를 향해 몸을 비틀거렸다.지용수는 지하철과 1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서있었다.그때, 남자의 어깨가 다시 지용수의 몸에 부딪치고 지용수의 몸이 앞으로 몇 걸음 나가더니 발을 헛디뎌 지하철 터널 안으로 추락했다.빵!지하철 터널 밑으로 떨어진 지용수는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지하철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당황한 모습이다.커플은 다급하게 지용수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아 끌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지하철이 곧 도착할 것 같다.자리에 멈추려고 하던 지하철은 빠른 속도로 역을 지나쳤다.사람들이 미처 반응을 하기도 전에 지하철은 지용수의 몸을 으깨고 지나갔다.지용수는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플랫폼 터널에서 쏟아져 나온 피는 어린 커플들 몸을 적셨다. 두 사람은 멍한 표정으로 서있었다.지용수를 도와주려던 사람들도 자리에 멍하니 있었다.어린 여자아이들은 바로 입을 틀어막고 헛구역질하며 비명을 질렀다.지하철은 바로 자리에 멈춰 섰고, 경찰들이 빠르게 현장으로 달려와 현장을 처리했다.죽은 사람의 신분은 빠르게 알려졌다. 강남구 자동차 그룹 회장 지용수.뉴스는 순식간에 전체 강남구에 보도되었다.......집으로 돌아온 강책은 외투를 벗어던지고 주방으로 들어가 저녁 반찬을 준비했다. 그때, 그의 아내 정몽연이 달려와 말했다.“여보! 빅뉴스!”“무슨 일이야?”“강남구 자동차 그룹 회장 지용수가 사고로 죽었대요!”“뭐?”강책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크게 놀랐다. 강남구에서 제일 유명한 회장이 죽은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강책이 깜짝 놀란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다.조금 전, 지용수가 검은색 반점을 보이려고 강책을 만나러 왔고, 내일 아침 다시 진찰 예약을 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늘 밤 지용수가 죽었다.우연이라기에는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다.강책은 뉴스를 하나하나 읽어보았다. 사고가 맞다. 커플이 사랑싸움을 하다 지용수가 죽은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왜 하필 지하철역에서 커플들이 싸우는 타이밍에 지용수가 죽었을까?너무 일부러 끼워 맞춘 느낌도 조금 들었다.만약 지용수가 오늘 강책을 만나러 오지 않았다면 이런 느낌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강책을 만나러 온 다음 사고가 일어났으니 충분히 의심스러웠다.강책은 그의 몸에 난 검은색 반점이 바로 그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지용수를 죽인 범인은 바로 신태윤.신태윤이 범인일 거란 생각에 강책은 바로 앞치마를 벗어던지고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뭘 생각하고 있어요?”정몽연이 물었다.“지용수가 낮에 나한테 병을 보이러 왔어. 그리고 저녁에 사고로 죽었어. 그리고 지용수는 화상 그룹에 매우 중요한 인물이야. 나는 절대 사고라고 생각하지 않아. 누군가 사고로 위장한
이곳은 VIP룸 등급이 세 개의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 중 가장 싼 룸도 대여비가 최소 1억, 가장 비싼 VVIP룸은 최소 4억이었다.강책이 조사한 바로 지용수는 VVIP룸에서 식사를 하고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천성원, VVIP룸!”강책은 바로 물병에게 문자를 보내 프라시아 호텔의 천성원 VVIP룸을 통째로 대여하라고 지시했다.핸드폰을 내려놓은 강책은 눈을 비비고 아내인 정몽연과 함께 밥 먹으러 갔다.다음 날, 강책은 홀로 차를 운전해 프라시아 호텔로 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그는 호텔 로비로 걸어갔다.그런데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등 뒤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강책! 너야?”강책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뒤돌아섰다. 뒤에서 멀지 않은 곳에 키만 멀대 같이 크고 왜소한 남자가 서 있었다.그는 강책의 어릴적 친구 현광수였다. 키만 크고 말랐다고 멀대라는 별명이 붙여졌다.“멀대?”강책은 이런 곳에서 옛친구를 만난 게 놀랍기도 하고 반가웠다.사실 어릴 때 강책은 아버지와 함께 시골에서 잠시 생활한 적 있었다. 그때 어린 강책과 현광수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 안타깝게도 강책이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가면서 연락이 끊겼다.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옛친구를 다시 만나니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안 만나고 지낸지 벌써 십년도 훌쩍 넘었고 과거의 어린 소년은 남자가 되었지만 그들은 한눈에 서로를 알아보았다.이런 게 우정이란 걸까?현광수는 강책에게 다가서며 말했다.“너 요즘 잘나간다면서? 강남구 총괄 관리인이 되었다던데 정말 대단해.”강책은 손을 휘휘 저으며 대답했다.“진작에 물러났어.”“그래도 대단해. 나 같이 가난한 사람이랑은 비교도 할 수 없지.”잠시 흥분을 가라앉힌 현광수가 계속해서 말했다.“너도 동현이 생일파티에 참석하러 온 거야?”“동현이?”“공사장 책임자 아들 동현이 있잖아. 유동현 기억 안 나? 예전에 너한테 많이 맞았었는데.”강책은 그제야 유동현이라는 인물이 떠올랐다.그가 아주 어릴 때, 유동현
그 말을 들은 현광수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기분 좋게 밥 먹으러 왔는데 이렇게 무시당하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하지만 돈 많은 놈이 왕이라고 어쩌겠는가?현광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 할 수만 있다면 저 얄미운 면상에 주먹을 꽂고 싶었다. 남자라면 인격이 무시당했을 때 다들 이런 충동을 느꼈을 것이다.하지만 결국 그는 주먹을 쓰지 않았다.상대가 자신보다 부자였고 유동현을 이길 자신도 없었다. 저 덩치만 봐도 비쩍 마른 현광수가 당해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유동현이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능한 녀석. 어릴 때부터 겁이 많더니 커서도 이러네. 넌 평생 무능한 쓰레기로 살아야 할 거야.”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누군가가 현광수의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유동현은 저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끼고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그제야 그는 눈앞의 남자가 누군지 기억났다.“강책?”20년만에 처음 보는 거라 하마터면 그를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하지만 날카로운 눈빛은 옛날에 비해 전혀 변하지 않았다. 유동현은 매번 그의 눈빛을 마주할 때면 독수리를 만난 토끼처럼 긴장되고 온몸이 떨렸다.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그에게 물었다.“또 저 녀석 편을 들어주려는 거야?”강책은 담담하게 대꾸했다.“그걸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 수도 있어.”“하!”유동현은 강책과 정면으로 부딪힐 용기가 없었다. 어릴 때 강책에게 맞아 바닥을 뒹굴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 죽어서 물러서고 싶지는 않았다.유동현이 말했다.“강책? 초대한 명단에는 없는 이름인데 뻔뻔하게 너도 밥 얻어먹으려고 왔어?”마을 사람들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강책을 쏘아보았다.이 시대에도 밥 한끼 공짜로 먹으려고 오는 사람이 있다니.현광수는 다급히 그들을 말렸다.“동현아.”유동현은 그를 향해 눈을 부릅뜨며 차갑게 반박했다.“누가 내 이름 부르라고 허락했어?”“유 사장.”현광수는 공손해진 말투로 말했다.“어릴 때 같이 놀던 친구
강책과 현광수는 유동현의 맞은편에 앉았다. 사람들은 두 사람이 그들 중에서 가장 힘이 없다고 생각했다.잠시 후, 주문한 메뉴가 올라왔다.온갖 값비싼 코스 요리가 올라왔고 시가 몇백만 원씩 하는 고급 양주도 올라왔다.아마 안주와 술값만 해도 5천만원은 훌쩍 넘을 것이다.거기에 룸 대여비용과 특별 서비스 비용까지 합치면 1억 정도 들어갔을 터.사치라는 단어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한 여자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감탄하듯 말했다.“평생 먹어본 것 중에 가장 비싼 요리인 것 같아요.”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맞장구를 쳤다.“그러니까요. 몇 년을 모아도 이런 곳에서 식사할 돈은 못 모을 것 같아요. 정말 부자들 생활체험 한 것 같아요.”“이게 다 동현 씨 덕분이죠. 그분이 아니었으면 우린 이런 곳에 들어오지도 못할 걸요?”“맞아요. 유 사장님은 능력 좋고 통도 크고 우리가 본받을만한 분이죠. 평소에는 얼굴도 비추지 않다가 공짜밥이 생긴다니까 찾아오는 누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죠.”대놓고 강책과 현광수를 비꼬는 말이었다. 주민들은 너도나도 웃음을 터뜨렸다.유동현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과 술을 마셨다. 잠시 후, 그는 술 한잔을 따르고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이장에게 술을 권했다.“이장님, 여태 보살펴 주시고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잔은 이장님께 올릴게요.”“유 사장이 잘해서 잘된 거지 뭐.”이장은 허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술을 받았다.술 한잔이 내려가자 유동현은 감탄하듯 말했다.“이장님, 기억하세요? 예전에 저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이장님이 매일 따라다니며 혼내셨잖아요. 앞으로 공사장에나 가서 일하라면서요. 그때는 강책을 꽤 예뻐하셨었죠. 이 녀석은 뭐가 돼도 될 놈이라면서 말이죠.”이장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지금이 중요하지. 사실 어릴 때 모습이 평생을 결정하지는 않아.”“동현이 넌 어릴 때 공부도 못하고 사고뭉치였지만 지금은 봐. 명품 옷에 시계에 한 회사를 이끄는 사장이 되었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