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윤은 곁에 놓인 걸상을 던지며 화풀이를 했다.“제기랄, 이렇게 크게 키워놓았는데, 그깟 사람들 때문에 내가 지금 이 꼴을 당해야 해?”아무리 큰 회사를 손에 쥐고 있어도 약점이 상대방의 손에 있으면 어려울 것이다.차에 돌아온 지용수는 몸에 번진 검은색 반점을 보며 더욱 화가 치밀었다.신태민, 신태윤만 아니었으면 자신이 이렇게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며칠을 더 살기 위해, 꿈을 포기하고 회사를 포기했다.하지만 결국 똑같게 죽을 목숨인 것도 모르고...물건을 잃어버렸으니 이제 어떡하면 좋지?지용수는 의자에 몸을 기대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에 대해 곰곰이 고민했다.그때, ‘나에게 남겨진 생이 3일 밖에 없다면’이라는 책이 생각났다.지금 그의 상황과 똑같은 제목의 책이다.3일이라는 시간,만약 3일 뒤에 죽어야 한다면, 신태민과 신태윤은 걱정이 되지 않는다.아내와 아이, 부모들은 어떡하지?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인데, 자신이 죽으면 가족도 무너지고 말 것이다.“이대로 죽을 수 없어!”지용수는 신씨 형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믿기로 결심했다.모든 의사들이 그를 치료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누가 있지?강책!강책은 아주 훌륭한 의사다. 윤병철을 진료한 모든 의원들이 그가 죽었다고 할 때, 강책은 가사술을 이용해 윤병철을 살려두었다.윤병철은 지금도 잘 살아 있다! “그래, 강책을 찾아 가는 거야!”유일하게 조심해야 하는 것은 바로 강책과 화상 그룹이 적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절대 강책에게 자신의 비밀을 들켜서는 안 된다.만약 그 비밀을 들켜 화상 그룹이 무너지면... 가족들도 함께 위험해진다. 강책을 만나러 갈 때,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지용수는 꼼꼼하게 변장하고 직접 운전을 해 인지 병원으로 향했다. 이곳에 오면 강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병원으로 들어갔다.“죄송합니다. 지금은 영업시간이 아닙니다.”“네, 저 강책 선생님 만나러 왔어요.”지용수는 정중한 태도
지용수는 선생님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벽에 기대어 멍한 표정으로 서있었다.잠시 후, 강책이 사무실에서 나오며 그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닿은 그 순간, 서로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강자들한테는 특유의 기질이 있다. 그것은 서로 수평의 관계를 이루어 서로의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다.강책의 의술을 믿지 않았던 지용수는 그의 눈빛만 보고 그가 대단한 의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지용수는 허리를 조금 숙이고 겸손한 말투로 말했다.“강 선생님, 안녕하세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의술이라 하여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강 선생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항상 약자에게만 친절한 강책을 알기에 지용수는 먼저 자신을 낮추어 말했다.강책은 지용수를 빤히 쳐다보고 말했다.“몸에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호흡도 정상이고 얼굴 안색도 아주 좋아 보이네요. 어디가 불편해 오셨나요? 죽는 건 더욱 말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지용수의 얼굴만 보아서는 죽음과는 거리가 먼 정정한 중년 남자였다.그러자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강 선생님, 사실 제가 조금 특수한 병에 걸렸습니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말하고 싶습니다.”“네.”강책은 지용수와 함께 뒤편에 있는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작은방은 사방이 벽으로 되어 있어 비밀 보장이 잘 되는 방이다.“여기서 말씀하시면 됩니다. 방음도 잘 되는 방이니 다른 사람은 절대 들을 수 없습니다.”지용은 주위를 둘러보고 겨우 옷을 천천히 벗었다. 그러자 몸 군데군데에 검은색 반점이 나타났다. 반점은 썩은 과일에 있는 반점처럼 흉측했다.그것은 마치 저주받은 사람한테만 나타나는 악마의 눈과 같았다.지용수의 몸을 본 강책은 깜짝 놀랐다. 강책도 처음 보는 병이다.“몸에 언제부터 반점이 생겼나요?”“10개월 전부터 생기고 샤워를 하는 도중에 발견했습니다. 작았던 반점들이 점점 커지고 이제는 몸 전체에 퍼졌습니다. 너무 흉측해 아내한테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어디서 옮은 건가요
그는 건강한 몸도 아니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몸도 아니지만나쁜 연기가 몸 안에 가득 찼다.마치 미세먼지가 가득한 도시와 같다.사실 그의 몸 안의 모든 건축은 완벽했다. 큰 굴뚝을 제거하기만 하면 모든 스모그를 멈출 수 있고 그의 몸은 다시 건강한 몸으로 회복할 수 있다.그의 각 장기에도 문제가 없었고, 독소 감염 현상도 없어 안색을 보았을 때,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검사 결과 그의 몸은 아주 깨끗하기 때문이다.몸이 아프고 힘든 것은 모두 그 미세먼지 때문이다. 대체 왜 있는지 모를 검은색 반점.그 검은색 반점만 사라지면 지용수는 살 수 있다.하지만 어떻게 해야 검은색 반점이 사라질 수 있을까?강책은 그 검은색 반점이 왜 생기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해 정확한 치료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선생님, 저 살 수 있나요?”강책은 사실대로 대답했다.“치료할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어요. 검은색 반점의 정확한 원인을 일단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아니면 저도 방법이 없을 겁니다. 저한테 시간을 조금만 주세요. 내일 아침에 다시 오시면 정확한 치료 방안을 만들어 놓을게요.”지용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강책과 신태윤은 완전히 다른 부류의 사람이다.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지용수는 신태윤 그 쓰레기들과 절대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강책이 그의 병을 고칠 수 있다면 그는 반드시 강책의 손을 잡고 신태윤과 신태민의 비밀을 세상에 공개할 것이다.강남구를 화상 그룹의 손아귀에서 빼앗아 와야 한다!만약 고칠 수 없는 병이라 하여도 강책에게 사실대로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신씨 형제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강책이 그를 살릴 수 있든 없든 모두 사실대로 말할 것이다. 강책에게 화상 그룹의 비밀을 알리는 것은 시간이 결정해 주는 일이다.“강 선생님, 그러면 저 내일 오전 9시에 다시 이곳에 오겠습니다.”“네.”강책은 직접 지용수를 병원 밖으로 배웅했다.그때, 윤병철이 다급하게 병실로 들어와 지용수
“강책을 찾아 병을 보인다고?” 신태민은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진짜 강책이 뭐 대라 금선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거 아니야?”“그래, 강책의 의술은 인정해. 내가 강책의 의술을 무시해서 지금 강책과 윤병철이 손을 잡았으니까.”“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문제야.”“강책의 의술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지용수의 병은 영원히 낫게 할 수 없어. 물건을 손에 넣지 못하면... 아니 물건을 손에 넣어도 잠시 고통을 참게 해주는 것뿐이니까. 완치는 영원히 꿈꾸지도 못하는 거야!”만약 그렇게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이라면 화상 그룹이 10개월 사이에 강남구를 손에 넣지 못했을 것이다.“나도 알아. 하지만 지용수는 모르잖아. 지용수는 그 사실을 알았어도 강책을 찾으러 갔을 거야. 죽음의 문턱에 도착한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니까.”그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지용수 지금 급해졌을 거야. 지금 이대로 나을 수 없으면, 우리 두 사람을 배신할지도 몰라.”“그래서 우리가 먼저 손을 써야 돼. 혹시라도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겨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혼란스러우면 우리가 감당하기 힘들어지니까.”신태윤의 말에 신태민은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잘 생각했어. 형 조금만 기다려. 내가 바로 사람을 시켜 지용수를 죽여야겠어.”말을 마친 신태민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최근에 너무 괴로웠던 신태민은 진작부터 화풀이를 하고 싶었다. 이제 지용수를 죽이면 모든 화가 가라앉을 것 같았다.사고로 위장해 죽이면 아주 쉬운 일이다.사무실을 나선 신태민은 바로 집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용수, 사고로 위장하고 당장 죽여. 다른 사람의 입에 우리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게.”“네 알겠습니다.”집사는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늦은 시각, 지용수가 집으로 절반쯤 돌아가고 있을 때, 도로가 꽉 막혀 30분 동안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무슨 일이야? 내려가서 상황 좀 보고 와.”답답했던 지용수의 마음이 힘들었다.기사는 바로 차에서
2호선 지하철 도로에는 안전 문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그저 바닥에 1미터 간격을 주의해달라는 안전 표시만 있었다.지용수는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2호선 지하철을 기다리며 가끔 먼 곳을 쳐다보았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2호선은 도착하지 않았고 조바심이 난 지용수는 바닥에 있는 안내선을 무시하고 점점 앞으로 걸어갔다.“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지하철도 길이 막히는 걸까?”지용수는 중얼거리며 늦게 도착하는 지하철을 불평불만했다.그때, 큰 소음과 함께 2호선이 곧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모두 안내선 밖으로 서며 지하철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하지만 지용수는 멍하니 지하철이 오는 것을 보며 다른 생각에 잠겼다.안전거리는 아니지만 지하철과 멀리 떨어져 있어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은 정상적인 날이 아니다.지용수가 뒤로 물러서는 사이 그의 뒤에 줄지어 서 있던 한 커플이 갑자기 크게 다투며 손찌검을 했다.남자가 여자의 뺨을 때리자 여자는 남자의 어깨룰 힘껏 밀쳤다. 그러자 남자는 난간 가까이에 다가갔다.“죽어!”남자의 어깨가 마침 지용수의 어깨에 부딪쳤다.지용수의 뒤에 있던 어린 커플이 싸우는 사이, 남자의 어깨가 지용수의 어깨를 부딪치자 지용수는 비틀거리며 지하철 승강장 가장자리를 향해 몸을 비틀거렸다.지용수는 지하철과 1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서있었다.그때, 남자의 어깨가 다시 지용수의 몸에 부딪치고 지용수의 몸이 앞으로 몇 걸음 나가더니 발을 헛디뎌 지하철 터널 안으로 추락했다.빵!지하철 터널 밑으로 떨어진 지용수는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지하철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당황한 모습이다.커플은 다급하게 지용수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아 끌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지하철이 곧 도착할 것 같다.자리에 멈추려고 하던 지하철은 빠른 속도로 역을 지나쳤다.사람들이 미처 반응을 하기도 전에 지하철은 지용수의 몸을 으깨고 지나갔다.지용수는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플랫폼 터널에서 쏟아져 나온 피는 어린 커플들 몸을 적셨다. 두 사람은 멍한 표정으로 서있었다.지용수를 도와주려던 사람들도 자리에 멍하니 있었다.어린 여자아이들은 바로 입을 틀어막고 헛구역질하며 비명을 질렀다.지하철은 바로 자리에 멈춰 섰고, 경찰들이 빠르게 현장으로 달려와 현장을 처리했다.죽은 사람의 신분은 빠르게 알려졌다. 강남구 자동차 그룹 회장 지용수.뉴스는 순식간에 전체 강남구에 보도되었다.......집으로 돌아온 강책은 외투를 벗어던지고 주방으로 들어가 저녁 반찬을 준비했다. 그때, 그의 아내 정몽연이 달려와 말했다.“여보! 빅뉴스!”“무슨 일이야?”“강남구 자동차 그룹 회장 지용수가 사고로 죽었대요!”“뭐?”강책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크게 놀랐다. 강남구에서 제일 유명한 회장이 죽은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강책이 깜짝 놀란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다.조금 전, 지용수가 검은색 반점을 보이려고 강책을 만나러 왔고, 내일 아침 다시 진찰 예약을 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늘 밤 지용수가 죽었다.우연이라기에는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다.강책은 뉴스를 하나하나 읽어보았다. 사고가 맞다. 커플이 사랑싸움을 하다 지용수가 죽은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왜 하필 지하철역에서 커플들이 싸우는 타이밍에 지용수가 죽었을까?너무 일부러 끼워 맞춘 느낌도 조금 들었다.만약 지용수가 오늘 강책을 만나러 오지 않았다면 이런 느낌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강책을 만나러 온 다음 사고가 일어났으니 충분히 의심스러웠다.강책은 그의 몸에 난 검은색 반점이 바로 그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지용수를 죽인 범인은 바로 신태윤.신태윤이 범인일 거란 생각에 강책은 바로 앞치마를 벗어던지고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뭘 생각하고 있어요?”정몽연이 물었다.“지용수가 낮에 나한테 병을 보이러 왔어. 그리고 저녁에 사고로 죽었어. 그리고 지용수는 화상 그룹에 매우 중요한 인물이야. 나는 절대 사고라고 생각하지 않아. 누군가 사고로 위장한
이곳은 VIP룸 등급이 세 개의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 중 가장 싼 룸도 대여비가 최소 1억, 가장 비싼 VVIP룸은 최소 4억이었다.강책이 조사한 바로 지용수는 VVIP룸에서 식사를 하고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천성원, VVIP룸!”강책은 바로 물병에게 문자를 보내 프라시아 호텔의 천성원 VVIP룸을 통째로 대여하라고 지시했다.핸드폰을 내려놓은 강책은 눈을 비비고 아내인 정몽연과 함께 밥 먹으러 갔다.다음 날, 강책은 홀로 차를 운전해 프라시아 호텔로 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그는 호텔 로비로 걸어갔다.그런데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등 뒤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강책! 너야?”강책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뒤돌아섰다. 뒤에서 멀지 않은 곳에 키만 멀대 같이 크고 왜소한 남자가 서 있었다.그는 강책의 어릴적 친구 현광수였다. 키만 크고 말랐다고 멀대라는 별명이 붙여졌다.“멀대?”강책은 이런 곳에서 옛친구를 만난 게 놀랍기도 하고 반가웠다.사실 어릴 때 강책은 아버지와 함께 시골에서 잠시 생활한 적 있었다. 그때 어린 강책과 현광수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 안타깝게도 강책이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가면서 연락이 끊겼다.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옛친구를 다시 만나니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안 만나고 지낸지 벌써 십년도 훌쩍 넘었고 과거의 어린 소년은 남자가 되었지만 그들은 한눈에 서로를 알아보았다.이런 게 우정이란 걸까?현광수는 강책에게 다가서며 말했다.“너 요즘 잘나간다면서? 강남구 총괄 관리인이 되었다던데 정말 대단해.”강책은 손을 휘휘 저으며 대답했다.“진작에 물러났어.”“그래도 대단해. 나 같이 가난한 사람이랑은 비교도 할 수 없지.”잠시 흥분을 가라앉힌 현광수가 계속해서 말했다.“너도 동현이 생일파티에 참석하러 온 거야?”“동현이?”“공사장 책임자 아들 동현이 있잖아. 유동현 기억 안 나? 예전에 너한테 많이 맞았었는데.”강책은 그제야 유동현이라는 인물이 떠올랐다.그가 아주 어릴 때, 유동현
그 말을 들은 현광수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기분 좋게 밥 먹으러 왔는데 이렇게 무시당하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하지만 돈 많은 놈이 왕이라고 어쩌겠는가?현광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 할 수만 있다면 저 얄미운 면상에 주먹을 꽂고 싶었다. 남자라면 인격이 무시당했을 때 다들 이런 충동을 느꼈을 것이다.하지만 결국 그는 주먹을 쓰지 않았다.상대가 자신보다 부자였고 유동현을 이길 자신도 없었다. 저 덩치만 봐도 비쩍 마른 현광수가 당해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유동현이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능한 녀석. 어릴 때부터 겁이 많더니 커서도 이러네. 넌 평생 무능한 쓰레기로 살아야 할 거야.”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누군가가 현광수의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유동현은 저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끼고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그제야 그는 눈앞의 남자가 누군지 기억났다.“강책?”20년만에 처음 보는 거라 하마터면 그를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하지만 날카로운 눈빛은 옛날에 비해 전혀 변하지 않았다. 유동현은 매번 그의 눈빛을 마주할 때면 독수리를 만난 토끼처럼 긴장되고 온몸이 떨렸다.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그에게 물었다.“또 저 녀석 편을 들어주려는 거야?”강책은 담담하게 대꾸했다.“그걸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 수도 있어.”“하!”유동현은 강책과 정면으로 부딪힐 용기가 없었다. 어릴 때 강책에게 맞아 바닥을 뒹굴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 죽어서 물러서고 싶지는 않았다.유동현이 말했다.“강책? 초대한 명단에는 없는 이름인데 뻔뻔하게 너도 밥 얻어먹으려고 왔어?”마을 사람들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강책을 쏘아보았다.이 시대에도 밥 한끼 공짜로 먹으려고 오는 사람이 있다니.현광수는 다급히 그들을 말렸다.“동현아.”유동현은 그를 향해 눈을 부릅뜨며 차갑게 반박했다.“누가 내 이름 부르라고 허락했어?”“유 사장.”현광수는 공손해진 말투로 말했다.“어릴 때 같이 놀던 친구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