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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정의할 수 없는 감정

그들 쪽으로 자리를 옮기자 나는 이미 기진맥진 지쳐있음을 느꼈다.

도혜선은 정신 차리라고 몰래 나를 꼬집으며 얼굴에는 미소를 띤 채 같이 있던 남성분을 소개해 주었다. 나는 그 우아한 남성이 무엇이라 말하는지 이미 귀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로 그저 형식적인 미소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저 로봇처럼 따라서 악수하고 안부를 나누고... 아무런 생각 없이 형식적으로 행동하는 반면 영식은 열정적으로 그 남성과 악수하며 얘기를 나누었다.

눈치가 빠른 도혜선은 나를 한쪽으로 데려가 힘껏 나를 꼬집었다. 갑작스러운 통증에 나는 정신을 번쩍 차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아야 정신 차려! 사실을 알기 전엔 냉정하게 행동해야 해. 그렇게 넋 놓고 있으면 어떡해? 여기 보는 눈도 많은데 놀림거리가 되면 안 되지.너 아직 할 일 많이 남았어, 나랑 연맹 맺자며, 그러려면 먼저 나한테 기회와 희망 정도는 보여줘야지!”

속사포처럼 쏟아내며 나를 위로해주는 말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나는 한번 심호흡을 하고 눈가가 촉촉이 젖을 만큼 요동치는 감정을 가다듬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도혜선은 우아하게 웃으면서 나한테 계속 소곤소곤 말했다.

“목적이 무엇이든 난 언제나 너의 든든한 뒷배야, 그게 내가 그 사람이랑 같이 지내는 유일한 가치니까. 왜 날 제대로 이용하지 않는 거야? 같이 해보자며? 오늘 확실히 알려줄게, 지금부터 시작이야.”

말을 마치고는 그 평범하지 않은 아우라를 풍기는 남성을 향해 말했다.

“당 선생님, 여기 둘 다 실력 있는 제 친구들이거든요, 그러니 앞으로도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그 남성은 호탕하게 웃으며 도혜선의 남자친구에게 말했다.

”서 행장님, 보셨죠, 역시 혜선 씨도 목적이 있었다니까요.”

서강민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도혜선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좋아하면 그걸로 된 거죠.”

서 행장이란 사람은 도혜선의 남자친구 서강민이었는데 서울에 있는 은행장 중에서도 처음으로 손꼽히는 사람이었다. 내 인상 속에서 이 사람은 선한 역인지 악역인지 분간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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