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걱정스레 배현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배현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계속 말했다.“후에 목격자 어르신을 찾고서 한강인을 자세히 조사하니 한강인은 이 모든 것이 일어난 뒤에야 천우 그룹을 떠난 거였어요. 지아 씨도 알잖아요. 그때 당시 천우 그룹은 아직 배유정 손에 있었어요.”“현우 씨의 말은 한강인은 배유정 과도 사이가 틀어졌단 말인가요?”나는 추측하며 물었다.“우리가 조사할 때 이상한 단서 하나가 나왔어요. 한동안 배유정도 한강인을 찾았고 심지어 한강인에 대한 추살령도 내렸어요! 참 이상해요. 배유정은 왜 한강인을 죽이라고 지령을 내린 걸까요?”“이유는 하나뿐이죠. 즉 한강인이 분명 무엇을 알아냈거나? 아니면 어떤 일에 참여하였거나?”나는 대답했다.배현우는 고개를 끄덕이었다.“진백이 죽임을 당했듯이 이 안에는 분명 남들한테 들키면 안 되는 비밀이 있는 거겠죠. 우리는 이 단서를 따라 계속 추적해 보니 한강인의 혐의가 점점 더 드러나더군요. 그리고 그의 아들 한결도 같이 도망쳤어요.”“그러고 보니 이 안에는 분명히 또 다른 요소가 있겠네요!”나는 사색에 잠겼다.“그래서 우리는 추측했죠. 한강인은 확실히 이 사건이랑 연관이 있고 둘이 도주하는 과정에 서로 연락하는 빈도를 보아서 부자 둘은 서로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어요.”“그리고 한강인이 도망 다니는 그 시기에 그의 모친이랑 누나 모두 영문도 모른 채 실종되었어요. 지금 보니 그분들은 아마 이미 이 세상을 떠난 것 같네요. 이 때문에 한강인은 고두리에 놀란 새가 돼서 끊임없이 도망치며, 이 또한 한강인이 지금의 상태로 되게 한 원인인 것 같아요. 사실 한강인은 원래 지금의 모양이 아니거든요.”배현우의 말을 듣자 나는 저도 모르게 아까 보았던 한강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강인은 극도의 공포 속에서 엄청 정신적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니면 다른 기타 방식으로 정신을 잃지 않게 버티고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저렇게 말라죽을 정도일 리가 없다.“그리고 한 가
"할머니가 이번 사건을 피할 수 있었던 건 당시 큰 병을 앓은 것에 대해 감사해야 했어요. 제 생각에는 반은 꽤병인것 같아요. 직접 사표를 쓰고 나서도 서둘러 호주를 떠나지 않았다는 게 참 슬기로운 선택이었어요.""네?"너무 놀라서 몸 둘바를 몰랐다.배현우는 인정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는 호주를 떠나지 않으셨어요. 그곳에 머물면서 배씨 저택의 인기척을 살피다가 배씨 저택의 요상한 소문들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뒤에야 조용히 호주를 떠나셨어요."나도 모르게 할머니의 메커니즘에 감탄했다."저도 그때 상황을 잘 몰라서, 할머니도 몸이 허약했고 내 행방을 알아 볼 길이 없어 그 비밀을 계속 지켜왔었나봐요. 부하들이 할머니를 찾고 나서도 여전히 어리석은 척을 하고 있었지 뭐에요."배현우는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할머니께서 저를 두눈으로 직접 보고서야 그걸 꺼냈어요."배현우의 말을 듣고 나니 할머니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러던 중 배현우가 나를 쳐다보더니 나의 지친 모습을 보고서야 손을 들어 대문을 열어 장벽들이 천천히 열리는 걸 볼 수 있었다.차는 왔던 길을 따라 경원으로 다시 돌아갔다. 벌써 자정이 되어 우리 둘은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 방에 돌아왔다.'우리를 배신한 소인이 두 집안을 풍비박산 시켰다니. 오늘 밤 일어난 모든 일들은 듣고도 믿기지 않았다.'간단히 씻고 걱정 가득채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태어나서 얼굴도 한번 못 본 아버지가 어디 있는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를 걱정해 발 뻗고 자지 못했다. '한강인이랑 한걸은 이미 잡혔는데, 우리 아버지는? 그의 처지는 어떤지.''한씨 부자가 그저 아버지를 인질로 삼아 그들의 안전을 확보하려 했다면 왜 배현우는 그곳의 환경이 복잡하다고 했을가.''이유는 간단하다. 누군가 아버지를 미끼로 삼으려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를 보고 싶으려는 걸가?''배현우? 아니면 배유정?'생각할수록 더욱 걱정이 됬다.아버지의 이번생은 이미 충분히 힘들다.어머니랑 서로
배현우는 나의 우울한 모습을 보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없는 동안에 회사 일도, 한심로얄의 마지막 한방도 둘 다 포기할 수 없잖아요. 신예 쪽 일도 있고, 전희가 다시 살아날 기회를 얻지 않도록 조심해야 돼요. 지금 모든 게 중요한 시기이니까요.""지금 그 누구도 아버지보다 중요하지 않아요! 수십년간 도망치면서만 살았는데 죄책감도 가지고 있었을 거예요, 분명 아주 괴로워하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는데, 내가... 내가 딸로서, 난..."배현우는 내 말을 듣고 나서 침대에 누워 나를 꼭 껴안고 말했다. "일단 내일 소식을 기다려 봅시다. 김우연 쪽에서 어떤 정보를 얻었는지 보고 결정합시다."배현우는 나의 어깨를 툭툭 쳤다. "제 말 듣고 일단 자세요, 내일 일어나서 먼저 할 일들을 처리하고 준비하고 있으세요, 만약에 상황이 좋으면 내일 같이 데리고 갈게요, 당신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배현우가 지금 나를 위로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내가 기분 나빠하는 모습을 보지를 못한다.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것 같았다. 배현우의 따뜻한 품에 안기며 눈을 감고 내일 먼저 무엇을 처리해야 할지 생각했다.근데... 눈을 떠서 배현우를 쳐다보는데 배현우도 잠에 들지 않았다. "현우씨... 할머니가 보존하고 있는 CCTV를 보여주시겠어요?"'그 영상을 꼭 보고 싶었다, 알고 싶었다. 어머니가 어떻게...'"알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자세요, 나중에 보여 드릴게요. " 팔짱을 끼더니 분명히 나를 얼버무리고 있는 것이다. 배현우가 그 장면을 내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밤이 깊었고,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배현우의품에 안겨 점점 잠이 들었다. 아침이 밝았다. 날씨는 여전히 흐렸다. 배현우는 이미 곁에 없었고, 손을 뻗어 그가 누워 있던 곳을 만졌다. 이미 차가운 걸 보니 배현우는 일찍 침대에서 일어났나 보다.'무슨 소식이라도 왔나?'이
방금 허투루 한 말이 어머니의 진실인가 싶다. 보아하니 어머니가 나를 속이는 일이 있는 것 같았다. 마음속의 의문점이 점점 많아졌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마치고 차씨 가문의 할머니께 말씀을 드린 후, 위층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도혜선을 보러 가려고 준비했다.그리고 팔도 겸사겸사 검사하려고 했다. 차에 앉고 나서 배현우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았다. 이 이른 아침에 뭐 하러 갔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김우연 쪽에 무슨 소식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생각해 보니 이렇게 빠르진 않겠지? 몇 시간밖에 안 됐는데.'병실에 도착하자마자 도혜선이 노발대발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병실에는 도혜선과 서강민 두 사람만 보이고 이미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내가 들어서자 분위기가 좀 이상하고 심상치 않는 것을 느꼈다.침대 옆 머릿장에는 보온병이 놓여있다. 서강민은 오늘도 도혜선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러 온 것 같다.서강민은 침대 앞에 떡 하니 서있었고 침대에 있던 도혜선은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도혜선은 내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상황을 정리하려고 다가가서 서강민에게 인사를 하고 도혜선에게 다가갔다. "오늘은 좀 어때?""별로야."도혜선은 차갑게 대답하더니 또 말을 건넸다. "지아야, 손님 좀 배웅해 줄래?"난감했다, 도혜선은 서강민을 내쫓으라고 하는 거였다. 난 당연히 그 뜻을 알고 있다. 조심스럽게 서강민을 쳐다보았다. "혜선아, 꼭 이래야 하니?"서강민은 씁쓸한 표정으로 도혜선을 바라보며 물었다."네! 서강민씨, 저는 이미 분명히 말했고 두 번 다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도혜선은 내가 그 자리에 있다고 해서 서강민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참지 못하고 웃어 버렸다. "언니, 화 그만 내고 진정 좀 해. 초조해하는 거 알아, 점차 좋아질 거야. 강민씨랑 얘기 좀 하고 있어. 나는 팔 검사해야 돼서, 금방 돌아올 거야!"나는 핑계를 대고 떠나서 그들에게 자리를 비워주었다.
도혜선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계속하여 들려왔다.“당신은 아무런 부담 가질 필요 없어요. 저 같은 여자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아도 돼요.”그녀는 자기비하적인 말을 내뱉었다.”선아...”“설사 강민 씨가 와이프와의 약속을 안 지킨다 해도 당신의 신분과 지위로 당신에게 더 어울릴만한 사람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저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에요. 하물며 당신네 부부 눈에는 저는 그냥 염치없고 미천한 사람일 뿐이죠. 저 같은 사람은 본처가 되기에 적합하지 않아요. 사모님이라는 호칭도 어울리지 않죠.”“나는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오해하지 마.”서강민은 조급함에 한 발 앞으로 나서며 해명하려 했다.하지만 도혜선은 손을 들어 그를 막아섰다.“강민 씨... 해명하지 않아도 돼요. 당신의 행동이 모든 걸 설명해 주고 있어요! 장담하건대 아직 당신들이 어떤 의도로 얘기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보가 된 건 아니에요. 그녀는 정말 대단하네요. 죽을 때까지도 제가 이길 수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녀는 아무리 병상에 누워있어도 고상한 사람이고 저는 그냥 미천한 사람일 뿐이니 말이에요.”도혜선은 말을 내뱉으며 입가에 처량한 미소를 비췄다. 누가 봐도 가슴 아픈 미소였다.“이전의 저는 확실히 허례허식에 차 있는 사람이었지만 저도 성장했어요. 정신 차렸어요. 당신 앞에 있는 저의 진정한 가치가 어떤 것인지 깨달았어요. 저는 하나의 도구, 들러리뿐이었지만 원망하지 않았어요.”그녀는 여기까지 말하고 한숨 돌렸다. 얼굴빛은 아까보다 더 창백해져 있었다.“하지만 이제 저는 자존감을 챙기며 살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의탁하지 않고 쓰레기같은 취급을 받더라도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며 살고 싶어졌어요.”점점 더 차가워지는 도혜선을 바라보며 서강민은 답했다.“혜선아, 나는 널 한 번도 무시한 적 없어. 나는 그냥 내가 뭘 하든지 네가 다 이해해 줄 줄 알았어.”도혜선의 서강민의 말을 듣고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안색은 더 창백해져 있었다.“이해? 당신이 어떤 말을
‘서강민은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기나 하는 걸까?’“당시의 사고는 내가 저지른 거야. 그녀도 나 때문에 다쳐서 지금처럼 된 거고… 나는 좋은 남편이 아니야. 아내가 식물인간이 되었는데 나는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말이야...”서강민은 여기까지 말하며 후회하는 기색을 내비쳤다.“그녀를 마주할 때마다 너무 죄책감이 들고 고민스러워. 나 또한 발버둥 쳐봤지.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나의 일탈을 받아들일 수 있어 해. 그녀한테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내가 널 사랑하고 있다는 거야...”“강민 씨!”도혜선은 꾸짖는 듯한 말투로 그의 말을 잘랐다.“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당신 아내가 듣고 있을 거예요. 저를 끌어들여서 같이 속죄할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당신의 구세주가 아니에요. 저는 그냥 사람답게 살고 싶은 평범한 여자라고요. 저 좀 그냥 내버려둘 순 없어요?”도혜선은 말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하얗게 질린 얼굴이 일그러지며 그녀는 한 손으로 본능적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나는 깜짝 놀라 그녀 앞으로 갔다.“혜선 언니, 움직이지 마! 위험해...”늑골 골절과 뇌진탕이 있는 환자다 보니 이러한 행동은 그녀에게 너무나도 위험했다.도혜선은 손을 들어 그녀를 안으려고 하는 한지아를 제지했다.“제가 오늘 한 말이 아직도 이해가 안 되나요? 서강민 씨, 저의 인생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당신한테 묶여 당신의 부속품이 되었었는데 저도 자존심이 있어요. 더 이상 당신처럼 지난날의 죄책감을 짊어지며 답답하게 살아가지 않을 거예요.”도혜선은 여전히 분노에 차 외치고 있었다.“매일 제 앞으로 와 지난날의 행동에 대해 속죄하라고 일깨워 주실 필요 없어요! 당신을 보면 저는 지난날 모든 서울 사람의 웃음거리가 되었던 치욕적인 과거가 떠올라요. 당신은 마음 가는 대로 해요. 당신은 아내와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해요.”말을 마친 도혜선은 숨이 차올랐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보였다.
나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 마지못해 고개를 들어 서강민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서강민 씨, 먼저 들어가시죠. 언니가 깨서 서강민 씨를 보면 또 흥분할 것 같은데... 지금 같은 상황에 언니가 회복하는 게 제일 중요하잖아요.”그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는 한마디 더 보탰다.“어떤 일들은 천천히 해야 해요. 언니한테 시간을 좀 주세요. 서로 생각을 정리해 봐요.”서강민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깊은 잠에 빠진 도혜선을 한참이나 지켜보았다. 발길을 돌리기 전에도 아쉬움에 한 번 더 뒤돌아보며 나한테 말했다.“고생해 줘요.”나도 담담히 답했다.“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 언니에게 시간을 좀 줘요. 언니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할 수 있잖아요.”내가 말하는 회복이 뭔지는 서강민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건 도혜선이 마음에 입은 상처였다. 오늘 도혜선의 행동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그녀의 상처는 아물 수 없을 것이다. 언급만 해도 피가 흘러내릴 만한 상처였다.잠시 후, 서강민은 한발 물러섰지만, 눈길은 여전히 도혜선에게 머물러 있었다. 평온해 보이는 모습 아래에서 어떠한 파도가 휘몰아치는지 나는 몰랐다.한참 전 도혜선이 했던 말들은 마디마디가 주옥이었다. 모두 그녀가 마음속으로만 담아두었던 것들이었고 또한 서강민의 약점이었다. 얼마나 아플지는 서강민 본인만 알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쓰디쓴 독주도 그는 혼자 삼켜내야만 했다.도혜선의 눈가가 파르르 떨려와 깨어나려는 낌새가 보이고 나서야 서강민은 조용히 병실을 나갔다.나는 마음이 아파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뻗어 도혜선의 손을 맞잡았다.인제야 하루 종일 배현우에게서 연락이 없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쪽에는 어떤 상황인지, 김우연에게서는 소식이 없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도혜선을 보니 아직 깨어나지 않은 것 같아 살며시 그녀의 손을 놓고 일어서려 했을때, 그녀는 다시 나를 잡으며 미약한 목소리로 말했다.“가지 마...”나는 너무 놀라 얼른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깊은 밤, 딸을 재우고 나서야 난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침대에 기대어 핸드폰으로 틱톡 동영상을 넘겨보다가 길거리에서 진행하고 있는 라이브 방송 화면에 시선이 꽂혔다.순간, 화들짝 놀란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화면을 자세히 보려고 핸드폰을 가까이 댔지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비제이가 화면을 돌려버렸다.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핸드폰을 쥐고 있던 손에는 땀이 줄줄 흘렀다. 라이브 방송 시간을 확인해 보니 지금 시간 때와 똑같았기에 실시간 방송이 확실했을 뿐만 아니라 라이브 방송 장소가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이었다.난 다급하게 남편 신호연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남편이 부산에 출장 간지 3일이 지났는데 조금 전의 라이브 방송에 그의 모습이 찍혔다. 남편은 한 여자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연결음이 한참 울리고 나서야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화면이 살짝 흔들리더니 훤칠한 외모의 신호연이 나타났고 그는 카메라를 보며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여보!”“당신 지금 어디야?”난 남편에게 물으면서 화면 속 배경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식당의 복도인 듯했는데 남편은 흰색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하지만 조금 전에 라이브에서 잠깐 봤던 남자는 분명히 회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난 고객이랑 밥 먹고 있다가 당신 전화를 받았지. 왜? 무슨 일 있어? 콩이는 자?”남편이 술술 대답했지만 난 여전히 의심이 들어서 계속 물었다.“당신 지금 부산에 있어?”“당연하지. 왜 그래?”남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화면 속의 나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그래? 아… 아니야! 언제 돌아와?”내 질문에 남편이 피식 웃으면서 다정하게 대답했다.“곧 돌아갈 거 같아. 여기 일만 잘 처리되면 바로 돌아갈게. 남편이 보고 싶은 거야? 최대한 일찍 갈 테니까 얼른 자. 난 아직 좀 바빠서 이만 끊을게!”남편은 나에게 입술을 삐죽 내민 뒤, 영상 통화를 끊었고 난 핸드폰을 손에 쥔 채, 남편을 의심한 나 자신에게 살짝 실망스러웠다.신호연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