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화

엄지연은 서류를 손에 힘껏 쥐며 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엄경준은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차가운 목소리로 은혜라도 베풀듯 말했다.

“3년 동안 고생했어. 넌 고아라 가족도, 갈 곳도 없잖아. 네가 먹고살 돈은 일 년에 600억으로 올려줄게.”

“3년에 한 번씩 계약하고 네가 얌전히 나와 연가희 사이를 방해하지 않는다면 네가 늙어 죽을 때까지 돈을 줄 수 있어.”

“이 별장에서 계속 지내도 앞으로 연가희 앞에 나타나서는 안 돼. 나는 이제 이 별장에 오지도, 너를 건드리지도 않을 거야.”

“오늘 병원에서 일어난 일은 맞고 틀리고를 떠나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냉담하고 매몰차며 엄숙하게 엄지연의 생각과 존엄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말을 듣고 화가 난 임지연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디서 난 자신감으로 그녀가 기꺼이 그의 그늘에서 사는 것을 선택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다행히 그녀는 일찍이 그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안 그러면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볼품없는 모습을 보였을까.

처음 그의 애인이 되기로 선택한 것도 그의 얼굴 때문이지 돈 때문은 아니었다.

주저하지 않고 서류를 다시 밀어낸 그녀의 눈빛은 확고하기 그지없었고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거부감을 담은 듯 그와 분명하게 선을 그으며 말했다.

“이 계약은 필요 없어. 내가 불쌍하다고 생각하면 일찌감치 놔주고 미리 계약 해지해서 나한테 자유를 돌려줘. 그러면 두 사람도 안심할 수 있잖아.”

서재의 분위기가 순간 굳어버렸다.

엄경준은 엄지연이 그를 떠나고 싶어 한다는 게 실감이 났다.

그는 어느새 지난날의 신사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엄한 목소리로 협박했다.

“엄지연, 너는 가족도 없는 고아에 학벌도 없는데 이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래? 네가 취미로 다니고 있는 그림 반에서 배운 보잘것없는 그림 실력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엄지연은 그의 호통에 멍해졌다. 그의 말은 날카로운 칼처럼 그녀의 자존심을 조각조각 베어서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녀는 그가 협상할 때 뱉는 말이 더 날카롭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