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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흠뻑 젖은 양복이었지만 색이 짙어서 그래도 엄지연을 가려주기에는 충분했다.

“콜록... 콜록...”

수영장 물에 사레가 들린 엄지연이 얼굴이 붉어질 때까지 기침을 계속했다.

성연우는 그녀의 등을 연신 토닥이며 코에 들어간 물을 빼주었다.

“제가 부축해 드릴게요. 얼른 돌아가서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옷 갈아입으세요.”

엄지연이 조금 숨을 돌리자 성연우가 입을 열었다.

“그래요...”

사레들린 엄지연은 다시 기침을 심하게 했고 목소리도 쉬었다.

조금 전 그녀를 잡아당겨 물에 빠지게 한 웨이터도 수영장에서 올라와 연신 허리 굽혀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길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드레스는 제가 배상해 드리겠습니다.”

이성호는 엄지연의 손목이 다친 걸 몰랐다.

“제발 클레임만 걸지 말아 주세요. 매니저님께서 아시면 혼날 거예요...”

이성호는 수심에 찬 표정으로 연신 허리를 굽혀 용서를 빌었다.

엄지연은 한 손으로 양복을 잡았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손목은 확실히 통증이 느껴졌다.

물에서 나와 정신을 차린 엄지연은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주위에서 구경하는 남자들이 거리낌 없이 훑어보는 시선에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엄지연은 여기서 괜히 생계를 이어 나가는 이성호와 실랑이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지금 룸으로 돌아가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손목에 약을 바르고 싶었다.

손목에서 간간이 통증이 전해져 오는 걸 보니 삔 것 같다.

그림 그리는 손을 다쳤다는 건 꽤 심각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앞으로 그림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큰 리조트에서 이성호가 이런 저급한 실수를 한다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미끄러져 물에 빠진 것과 고객을 함께 끌어들여 빠진 것은 별개였다.

그녀가 클레임을 걸지 않더라도 이성호는 상사에게 혼날 것이었다.

“드레스는 배상할 필요가 없어요. 앞으로...”

엄지연이 눈살을 찌푸렸다.

드레스는 비싸지 않았고 손목이 다친 건 며칠만 휴식하면 호전될 수 있어서 굳이 품위를 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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