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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백세훈은 연가희의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연가희의 방식은 그에게 통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평소에도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기에 지금 이렇게 단둘이 말없이 나란히 걷는 장면은 상당히 어색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복도에는 마침 발걸음 소리조차 나지 않게 카펫까지 깔려 있어 더더욱 어색했다.

“몸은 좀 어때? 이마에 땀이 가득한 걸 보면 아직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은데.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는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피로하지 않게 많이 쉬어야 해.”

결국 백세훈이 먼저 말을 걸며 어색한 분위기를 깼다.

연가희에게 이렇다 할 호감은 없었지만 엄경준이 좋아하는 여자이기 때문에 백세훈은 그녀에게 당부의 말을 건넸다.

그녀의 몸에 문제가 생긴다면 팔불출인 엄경준은 분명 병원장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고 그러면 그때 가서 야근하며 고생하는 사람은 그가 될 테니까.

엄경준은 자기 여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챙기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백세훈은 연가희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놀러 나온 것에 불만이 많았다.

연가희는 백세훈의 당부에 담담하게 대꾸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건강은 많이 좋아졌어. 땀을 흘린 건 너무 더워서 그래.”

밖에서 땀이 나는 건 그렇다 해도 실내에는 에어컨을 조금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놨는데?

백세훈은 그녀의 거짓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왜 거짓말을 했는지는 구태여 묻지 않았다. 그저 다시 입을 꾹 닫은 채 말없이 앞으로 걸어갔다.

어느새 엄경준의 방문 앞에 다다르고 두 사람의 발걸음은 그제야 멈췄다. 엄경준의 왼쪽 방은 백세훈의 방이고 오른쪽 방은 연가희의 방이었다.

방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두 사람 모두 엄경준을 찾으러 온 게 분명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그저 힐끔 바라볼 뿐 누구도 먼저 말하거나 노크하지 않았다.

거실.

엄경준은 탁자 위에 거울과 약상자를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소파에 앉아 약상자를 열고 안에서 빨간약을 꺼내 면봉에 적신 후 거울을 보며 상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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