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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엄경준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떠났다.

‘엄지연, 왜 다른 남자랑 함부로 자면서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거야! 내 앞에서는 온갖 도도한 척을 다 하더니 뒤에서는 다른 남자랑 침대에 기어 올라가?! 남자가 한시라도 옆에 없으면 안 되나 보지?!’

엄경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셔츠를 아래로 세게 끌어내리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러다 모퉁이에서 갑자기 나타난 섹시한 몸매의 여성과 그만 정면으로 부딪쳐버리고 말았다.

엄경준과 정면으로 부딪친 여성은 인상을 쓰며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젠장, 눈은 장식으로 달고 다니나.’

여성은 한소리 하기 위해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금세 인상을 펴며 눈을 반짝였다.

아까 수영장 옆에서 봤었던 남자였다.

여성은 그가 윤성 그룹의 대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

‘아까 봤을 때는 웬 여자랑 함께 있었는데?’

윤성 그룹의 대표는 리조트에 있는 모든 남자를 통틀어 최상급이었다.

“어머나, 죄송해요. 제가 앞을 제대로 봤어야 하는데.”

여자가 애교스러운 말투로 사과했다.

여자는 엄경준을 아래위로 쭉 훑어보다가 그의 목덜미에 피멍이 든 상처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빨 자국이 선명한 것으로 보아 여자가 깨물어버린 게 확실했다.

그리고 엄경준의 흰색 셔츠의 가슴 부분에는 파운데이션 자국이 있었는데 이건 방금 그녀와 부딪히면서 생긴 자국 같았다.

“어머... 제가 옷을 더럽혔네요. 어느 룸에 계시는지 알려주시면 세탁해서 돌려드릴게요.”

여자가 파운데이션 자국을 가리키며 말을 걸었다.

“그리고 목에 난 상처는 한시라도 빨리 약을 바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혼자 약 바르는 게 불편하면 제가 도와드리고요.”

여자가 다정하게 말하며 그에게 윙크를 보냈다.

“꺼져.”

하지만 엄경준은 냉랭하게 한마디를 남긴 채 여자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다시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여자는 단호하게 거절당하자 다시 원래 표정으로 돌아와 콧방귀를 꼈다.

“비싼 척하긴.”

말을 마친 여자는 다시 또각또각 하이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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