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 소리야?""우리 아버지 목숨 한번 구해줬다고 그렇게 막말하는게 어딨어.” “우리 이씨 집안 일에 끼어들지 마.” "얼른 꺼져!"이성강은 이 틈을 타 임지환에게 호통쳤다."조용히 해!"그러자 이장호는 손을 흔들며 아들을 말렸다."임 선생, 자네는 아마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왕씨 집안의 내력은 우리 이씨 집안보다도 한 수 위야.""진석이라는 아이는 재능도 뛰어나고 인품도 좋아서 우리 청월이랑도 매우 잘 어울리는 친구야.""누가 봐도 둘은 천생연분이란 말이야.""근데 대체 이 결혼이 뭐가 잘못됐다는거야?"비록 상냥하게 말하긴 했지만 이장호는 이미 심기가 불편했다.다만 임지환이 그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라 참고 있었던 것이다. "천생연분이라...""그럼 제가 똑똑히 보여드릴게요. 이 자식이 대체 어떤 놈인지!"임지환은 차갑게 웃으며 성큼성큼 문밖으로 걸어갔다."할아버님, 이 친구 말이 좀 거치네요.""아무리 할아버님의 병을 고친 은인이라고 해도 이렇게 함부로 말을 뱉을 수는 없잖아요.”“저희 두 집안의 혼인은 서로에게도 엄청 중요한 일인데.”“놈이 저렇게나 방해를 하려 하는데 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세요?”왕상의는 기분 나쁜 말투로 말했다."그러게나 말이에요!""임지환 이 자식, 좋게 말했더니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저희가 여태 저 자식한테 해준게 얼마나 많아요. 심지어 용은 저택 명의도 넘겨줬는데.""이제 와서 배은망덕하게 우리를 짓밟으려고 하잖아요.” 이성강은 옆에서 계속하여 얄밉게 떠들어댔다.저번에 맞은 치욕스러운 따귀를 잊지 못한 이성강은 하루 빨리 임지환을 죽이고 싶었다.하지만 이장호는 여전히 아무 말 않았다.그는 임지환의 정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두 집안의 결혼을 이렇게나 반대하는 것은 좀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다."안심해."“무조건 반대할만한 이유를 가져오지 않는 이상 이 결혼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만약 계속해서 이
영상을 옆에서 지켜본 이청월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임지환이 이렇게 치밀하게 모든걸 증거로 남길 줄은 몰랐다. 이장호의 안색은 점점 안 좋아졌다.왕상의는 수치스러운 나머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너무 창피해 미칠 지경이었다!동영상을 다 보고난 사람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그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다."할아버님, 이걸 보고도 이 사람의 인품이 괜찮다고 생각하시는거예요?""이걸 보고도 손녀 사위로 삼고 싶으세요?"임지환은 담담하게 물었다.이장호는 입을 꾹 다물었지만 표정은 분노로 가득했다."너 지금 누굴 모함하는거야. 내 아들은 절대 그럴 리가 없어.""그리고, 너 대체 내 아들을 어떻게 한 거야?""똑바로 안 말하면 내가 널 죽여버릴거야!"악에 받친 왕상의는 큰 소리로 외쳤다."애초에 이 자식이 이렇게 벌을 받게 된건 자신의 아랫도리를 제대로 간수 못한 탓이야.”"그래서 난 당연히 그 죄에 맞는 벌을 내린거지."“앞으로는 하고 싶어도 평생 하지 못할거야.” 임지환은 또박또박 말했다."뭐라고?"목소리가 떨려난 왕상의는 기절할 뻔했다.그들에게 있어서 왕진석은 외동 아들이었다.그런데 왕진석이 앞으로 남자 구실을 못한다면...그럼 왕씨 집안은 이제 더이상 대를잇지 못한다는 말이 아니겠는가?임지환, 그야말로 독한 사람이었다!이 말을 들은 이씨 집안 사람들도 입을 떡 벌리고 임지환의 거침 없는 행동에 공포를 느꼈다. 이렇게나 쉽게 한 남자를 나락으로 보내다니!"젠장!""내가 오늘 기필코 널 죽여버릴 거야!""아주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어디 한번 지옥에서 살아봐!!!"왕상의는 목에 핏줄까지 세우며 고함을 질렀다.이미 이성을 완전히 잃은 그의 두 눈에는 증오가 가득 차 있었다.이때 이장호가 재빨리 말렸다."그만해, 이 일은 우리끼리 의논하자고.”"할아버님은 이번 일에 끼어들지 마세요.""만약 저를 막으시려 한다면, 저희 왕씨 집안에 대한 도발로 받아들일겁니다.” "저 지금 제 정신이 아니라서 누구든지
정부처는 성큼성큼 걸어갔다.“쿠쿵!”단 한번 내디딘 발걸음에도, 땅은 거미줄처럼 금이 가기 시작했다.이를 목격한 이씨 집안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이렇게나 무서운 사람이었다니!정부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임지환을 가리켰다."어떻게 널 죽여줄가?"정부처의 차가운 목소리는 메아리까지 울려 듣는 이들마저 초조하게 만들었다. 잘못한건 없어도 당장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해야 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무력으로만 일을 해결하는 하는 사람을 누가 감히 말릴 수가 있겠는가?이장호 또한 눈살을 찌푸리며 초조하게 있었다.그 또한 정부처의 실력이 무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웃음 살인마"라는 그의 별명도 알고 있었다.정부처는 젊은 나이에 강한시의 고수 랭킹에 올랐다.그러나 그는 그 뿐만이 아니라 아예 잔인한 살인을 실행하는 미친 자였다.감히 그에게 도발하는 사람들은 모두 잔인한 방식으로 살해되거나 시체로 돌아오는 경우였다.그야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그렇게 “웃음 살인마”라는 별명이 강한시에 빠르게 퍼지면서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심지어, 신생아들도 밤에는 더이상 울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그로 인해 무자계 전체가 위태로워지자 다들 동맹을 맺고는 힘을 합쳐 그를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왕상의는 그를 데려와 자신의 오른팔로 양성하였다.이렇게 몇 년이 흐른 후, 그는 정부처라는 새 이름으로 다시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웃음 살인마”라는 이름은 점점 잊혀진 채...그러나 이장호는 여전히 그가 바로 희대의 살인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자네 이러지 말게나. 모든 일은 다 천천히 의논해서 해결하면 되지. 굳이 이렇게 거칠게 할 필요가 있을가.”"임 선생 의술은 확연히 일반인보다도 훨씬 훌륭해.""차라리......좋게 얘기를 나누어서 자네 아들이나 잘 치료해주자고.""그리고 우리 이씨 집안이 왕씨 집안한테 현금 1000억으로 배상을 할테니, 분노를 가라앉히게.” 이장호가 제안을 했다.임지환
대머리를 한 그는 절대적인 위력을 뿜어내고 있었다.주먹을 덥석 쥐고는 마치 큰 활을 당기듯이 힘을 모으는 듯 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 거대한 주먹으로는 모든 것을 터뜨릴 수가 있었다.곧이어 주먹은 눈 깜짝할 사이에 임지환의 머리 앞에 닿았다."조심해!"이청월은 저도 모르게 소리 쳤다.다만 이청월이 할 수 있는건 이것 뿐이었다.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는 차마 쳐다보지를 못했다.이성강을 제외한 다른 이씨 가족들도 머리를 한쪽으로 돌렸다.참혹하게 당하는 임지환의 모습을 그들은 보고 싶지가 않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임지환은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고 손바닥을 쳤다."팍!"그 손바닥은 정확히 정부처의 대머리에 닿았다.정부처는 순간 기차에 부딪힌 듯한 충격을 받으면서 바로 균형을 잃고 날라가버렸다. 곧이어 임지환은 가볍게 날아들어,정부처의 위쪽으로 날아와 발로 그의 머리를 밟았다.그 위력은 어마어마했다."쾅!"엄청난 충격으로 인해 석판 바닥에는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정부처의 머리 또한 석판과 함께 바닥으로 박혀버렸다.그는 꼼짝도 하지 않아 생사를 알 수도 없었다!"씨익,씨익..."이를 지켜본 왕상의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입가에는 저절로 경련이 일었다.이게...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정부처가 이 녀석의 손에서 놀아나다니?아니!아예 단번에 죽임을 당하다니!왕상의의 등은 순식간에 땀에 흠뻑 젖었고 얼굴마저 종이처럼 창백해졌다.이성강도 마찬가지로 똥을 먹은 듯한 표정을 하고는 괴로워했다.그 또한 임지환의 실력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상대는 무려 “웃음 살인마”인데!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던 그 살인마가 이렇게나 손 쉽게 패배하다니!그리고 무엇보다도 굴욕적인 방식으로 당하다니. 그제서야 이씨 집안 사람들도 일일이 눈을 뜨고는 눈 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다. 2초가 지났나?아니, 1초라도 되긴 했나?미처 기다리기도 전에 승부가 결정이 났다니.정부처의 머리를 제대로 밟은 임지환의 발자국은
임지환의 선전 포고를 들은 왕상의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 했다. 단 3일 안에 왕씨 집안을 전부 없애버리겠다니!이게 말이 되냐고!도무지 믿겨지지 않는 듯한 말에 이씨 집안 사람들도 눈이 휘둥그레해졌다.정부처를 단번에 물리칠 정도로 임지환의 실력은 확실히 강하긴 했다.하지만 혼자서 어떻게 한 집안 전체를 소멸시킬 수 있냐는 말이다. 그것도 단 3일안에!그들은 임지환이 망상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끝없는 도발에 자극을 받은 왕상의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자신이 태어난 순간부터 여태까지 감히 아무도 왕씨 집안을 무시한 사람은 없었다. 임지환이 바로 처음으로 왕씨 집안을 상대로 도발을 걸어온 자였다."좋아, 딱 3일이야!""3일 동안 우리는 갖은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서 너를 상대할거야.” "미리 말해주자면, 넌 곧 상상할 수 없는 지옥을 맛보게 될거야.”"두고 봐!"왕상의는 말을 마치고는 말없이 앞으로 걸어가 자신의 아들인 왕진석을 부축했다.그의 부하들은 얼른 정부처에게로 달려가 그를 석판에서 겨우 꺼냈다.정부처의 얼굴은 온통 피투성이가 된 채 콧등뼈마저 부러져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그야말로 참담했다!곧이어 왕상의는 초라한 모습으로 자리를 떴다.제대로 된 치욕을 느낀 그는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그의 머릿 속에는 오직 복수만 있었다!반드시 복수해야만 했다!!왕상의가 떠난 후, 이장호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무 탈 없이 진행될 줄 알았던 혼례가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은 몰랐다."임지환, 너 이젠 끝났어!""왕상의는 뒤끝이 강한 사람이라 당한건 그대로 갚아주는 사람이야. 걔가 널 절대 가만 놔두지 않을거야.” “오늘부터 너의 목숨은 간당간당하게 매달려만 있을거야.”이성강은 누구보다 기뻐하며 말했다."넌 입 닥쳐!"그러자 이장호가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갑작스런 고함소리에 놀란 이성강은 뒤로 움츠리고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버지, 제 말이 맞다니까요. 저 자식 이젠 끝장
끝없는 주변의 경고에도 임지환은 미동조차 없었다.이청월은 답답한 나머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임지환, 얼른 정신 차려.”"하루 빨리 도망 갈 생각이나 하란 말이야.""차라리...... 내가 지금 당장 너한테 외국으로 갈 수 있는 비행기표를 예약해 줄게. 얼른 도망가."“왕씨 집안이 계획을 세우기 전에 멀리 도망가.”그녀는 곧이어 핸드폰을 꺼내고는 비행기표를 찾기 시작했다.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이청월의 모습을 본 임지환은 마음이 따뜻해졌졌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단호한 태도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이렇게까지 귀찮게 할 필요는 없어. 나 아직 해결해야 할 일도 있고!""어? 무슨 일인데?"이청월은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물었다."며칠 후에 소항시에서 경매가 열릴 예정이야. 그 중에는 내가 맘에 들어하는 경매품 하나가 있어."“그걸 얻어내려면 충족한 자금이 필요해.”“그래서 너희들이 나를 좀 도와줬으면 해.” 임지환은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너 진짜 뻔뻔하구나? 우리 집이 네 돈줄이라고 생각하는거야?" 이성강은 그를 비웃었다.이때 노인네가 말했다. "그건 걱정 말게. 자금에 관한건 큰 문제가 아니야. 우리가 할 수 있는건 다 해서 자네를 도와줄거야.”"그럼 믿고 가볼게요!"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떴다."임지환, 너..."이청월은 말을 하려다가 잠시 멈칫하고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성봉은 말했다."임 선생이 이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네.""괜찮지 않을가?""오늘 왕상의가 제대로 경고를 했는데 절대 가만히 넘어갈리가 없지.” “사흘도 못 버티고 재가 되버릴거야.” "우리 집안이 유일하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때가 되면 그 시체를 알아서 화장해주는 것 뿐이야."이성강은 놀랍지 않은지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꼭 그렇지는 않을거야." 이때 이장호가 입을 열었다.이청월은 귀를 기울였다."할아버지, 더이상 희망이 있을가요?" “난 믿어. 임 선생
이튿 날 아침,잠에서 깨어난 배지수는 어딘가 익숙한 분위기를 느꼈다. 알고보니 그녀의 집이었다. "지수야, 깨어났어? 몸은 좀 어때?"바로 이때 한수경이 죽 한 그릇을 들고 나타났다."난 괜찮아."배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상하게도 그녀는 지금 불편한건 하나도 없고 오히려 전보다 더 힘이 넘치는 듯 했다. "괜찮다니까 다행이야. 어젯밤에 내가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한수경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청용산 자락에 있었던 기억은 나는데 어떻게 집에 온거지?" 의문이 가득했던 배지수는 곧바로 물었다."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네가 쓰러지고 나서 누군가가 갑자기 너를 데려다 주고 나한테 전화를 걸었어."한수경이 말했다."설마 임지환?"배지수는 무의식적으로 그를 떠올렸다.어제 잠시 의식이 돌아왔을 즈음, 누군가가 자신을 안고 있는 것을 그녀가 보았기 때문이다.그 그림자는 임지환과 비슷했다.“에이, 그 자식일리가 있겠어?""너를 데려다 준 사람은 여자였어. 보아하니 여비서인 것 같던데."“너를 나한테 맡기고는 황급히 다시 가버리더라고.”"아마 만만치 않은 비서인 것 같던데, 일처리를 아주 깔끔하게 하더라."한수경은 그 여자를 추측하기 시작했다."설마 왕진석의 여비서는 아니겠지?" 배지수는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기절하기 전, 그녀가 유일하게 만난 사람은 왕진석 뿐이었다.자신을 데려다 줄 사람은 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왕진석?""설마 그 왕씨 집안 도련님?"한수경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강한시의 부자들에 대해서 다 꿰뚫고 있던 그녀는 왕진석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왕진석은 왕씨 집안의 외아들로서, 전형적인 재벌 3세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에게로 시집 가는 것은 수많은 여자 아이들의 꿈이자 로망이었다. "맞아, 바로 그 사람이야!"배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모두 말했다.자초지종을 듣고난 한수경은 그 와중에도 뭔가를 포착해냈다.우선 첫째, 배씨 집안은 진씨 집안으로부터
"지수야, 내가 말했지. 회사를 잘 이끌어가려면 쉽게 아무나 가깝게 지내서는 안 된다고.""한수경 저 여자, 절대 좋은 사람 아니야. 언젠가는 사고를 칠 여자라고.” “너한테 시한폭탄이나 같은 존재니까, 하루 빨리 해고시켜.”고미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배지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살짝 웃었다."이 말 해주려고 이렇게 아침 일찍 날 찾아온거야? 너답지 않은데.” "그럼 어떡해... 너 이혼한지도 얼마 안됐잖아.” "절친으로서 내가 당연히 너를 도와줘야지.” "난 네가 하루빨리 이 상처에서 벗어나서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고미나는 그녀를 걱정해주었다."역시 고미나, 날 챙기는건 너밖에 없어.”배지수도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말했다."말로만 고맙다고 하면 내가 그 진심을 어떻게 아냐?” 고미나는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그럼 뭘 원하는데?"배지수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뭐 해줄까?""음, 기다려봐."고미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는 갑자기 배지수의 이불을 걷어 올렸다.배지수는 마침 자신한테 꼭 어울리는 잠옷을 입고 있었다. 아침에 유독 빛나는 그녀의 하얀 피부는 비할 데 없이 아름다워 보였다.같은 여자인 고미나가 봐도 정말 예뻤다.고미나의 간지러움 공격에 배지수도 참지 않고 이를 악물고는 반격에 나섰다.자지러지는 웃음 소리와 함께, 두 여인이 뒤엉켜 마구 굴러다녔다.그렇게 한바탕 소란을 피운 후 두 사람은 힘이 빠진 채 함께 침대에 반듯하게 누웠다.그제서야 초조했던 배지수의 마음도 조금 나아졌다."지수야, 궁금한거 있는데 너 이혼하고 나서 후회한 적은 있어?"고미나는 갑자기 몸을 돌려 턱을 괴고는 물었다.“후회?”배지수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이혼에 대한 후회라...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쉽긴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아.""그럼 임지환의 어떤 부분이 맘에 안 들었던거야?" 고미나는 더욱 깊게 물었다."그런건 없어. 항상 나한테 잘해줬던 사람이야...”배지수는 말을 하다
자리에 앉은 후, 양쪽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쳤다.“민수 씨, 보아하니 이 지역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척 슬쩍 물었다.육민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적시고 말했다.“저는 백운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이번에 내려온 건 여행을 통해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서입니다.”“여행이라고요?”임지환은 순박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육민수를 보며 살짝 놀란 듯 물었다.“맞습니다, 이번이 산에서 처음 내려오는 겁니다.”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스승님께서 배울 건 거의 다 배웠으니 나머지는 여행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그래요? 그렇다면 민수 씨는 은둔한 검수란 말이군요. 근데 민수 씨 등에 멘 그 상자 속에는 대체 어떤 절세 명검이 숨겨져 있는 겁니까?”임지환은 차를 든 채로 무심하게 말했다.윙!임지환의 말이 끝나는 순간,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육민수의 표정이 돌연 엄숙해졌다.육민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지환을 노려보며 물었다.“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왜 그러죠?”임지환이 담담하게 되물었다.“어떻게 내 상자 속에 검이 들어 있는 걸 알았습니까? 설마 날 계속 미행해 온 겁니까?”육민수는 칼집에서 칼날이 뽑혀 나온 듯한 기세를 뿜어내며 사람을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했다.“진정해요, 난 당신에게 악의는 없어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듯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느긋하게 말했다.“왜 내가 상자 속에 있는 게 명검이란 걸 아는지 궁금한가요? 내가 그냥 추측한 거라면 믿을 수 있나요?”“믿습니다.”몇 초 동안 고민하던 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민수 씨,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군요.”육민수는 임지환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도 생각보다 훨씬 더 속이 깊은 사람이군요.”“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세히 들어보고 싶군요.”임지환은 육민수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세속의 일반인들은 그렇게 쉽게 검수의 존재를 알아채지
“넌 누구야? 이 녀석을 감싸려는 거야? 내 신발은 200만 원짜리 신발이야. 네 몸에 걸친 그 싼 구제 옷이랑은 비교도 안 된다고.”장해수는 임지환을 힐끔 보며 코웃음을 쳤다.비록 임지환은 육민수보다 훨씬 더 정상적인 사람 같아 보였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친 걸 다 합쳐도 10만 원이 넘지 않을 것 같았다.장해수는 이런 사람은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여긴 것이다.“겨우 200만 원 갖고 이렇게 화내? 큰돈도 아니잖아.”이때 이청월이 뒤따라와 말했다.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샤넬 가방에서 돈뭉치를 꺼내어 바로 옆 빈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이청월의 행동은 아주 자연스럽고 매끄러웠다.“헉...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었나?”장해수는 임지환이 가리고 있던 시야에서 벗어난 이청월을 보자마자 시선을 이청월 몸에서 뗄 수 없었다.식당 안에 있던 다른 남자 손님들도 이청월의 뛰어난 외모를 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이렇게 아무런 성형 수술 흔적도 없이도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여성은 요즘 시대에 참 보기 드물었다.사람들의 시선은 곧 임지환의 저렴한 옷차림으로 옮겨졌고 속으로는 질투가 활활 타올라 임지환을 모욕하기 시작했다.“또 여자 등쳐먹는 기생오라비야? 저렇게 예쁜 여자가 왜 저런 녀석이랑...”“아가씨 체면을 봐서 이 돈은 받아둘게. 근데 이건 만 원이 안 되잖아.”장해수는 순식간에 돈을 세어보곤 다시 빈정거렸다.그 돈뭉치는 60만이었고 장해수가 요구한 금액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네가 신은 신발이 진품이라 해도 최대 40만 원 정도일 거야. 더군다나 너 그거 짝퉁이잖아.”이청월은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60만 원이면 충분하고도 남아.”“밥은 아무렇게나 먹어도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 무슨 증거라도 있어? 내가 신은 신발이 짝퉁이라는 걸 입증할 증거 말이야.”장해수는 이청월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듣고 내심 당황했다.사실 이 신발은 장해수가 8만 원 주고 산 고퀄리티 짝퉁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절대 그걸 인정할 수 없었다.
“손대지 마!”남자가 황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하얀 머리 청년은 손으로 검은 천을 살짝 벗겨냈다.윙!임지환은 갑자기 오싹한 냉기가 식당을 감도는 기묘한 기운을 느꼈다.다시 집중해서 감지하자 그건 다름 아닌 예리한 검기였다.남자는 하얀 머리 청년의 손목을 꽉 잡았고 아까와 달리 부드럽던 눈빛이 확 차갑고 날카로워졌다.“내 물건에 손대지 마. 안 그러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남자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고 하얀 머리 청년의 손을 밀어내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검은 천을 덮으며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정성스럽게 접었다.그 과정을 마친 후, 남자의 차가웠던 눈빛은 다시 온화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조그마한 살기도 없는 사람처럼 무난해 보였다.“겨우 너덜너덜한 상자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 유난이야?”하얀 머리 청년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날 이렇게 툭 쳐놓았으면 적어도 사과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어떻게 사과하면 되겠어?”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 이 신발은 한정판이야. 200만 원이 넘는다고. 근데 네가 이렇게 더럽게 만들었으니 내가 어떻게 신고 다니겠냐고?”하얀 머리 청년은 뻔뻔하게 말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해?”남자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자기가 잘못한 게 맞다고 인정하는 듯했다.하얀 머리 청년 장해수는 흡족한 표정으로 웃으며 남자를 내려다봤다. 이 남자가 마을에서 처음으로 시내로 올라온 촌스럽고 순진한 사람이라 살짝 겁주기만 하면 쩔쩔맨다는 걸 알아차렸다.“간단하지. 신발값 물어내.”장해수는 의자를 하나 끌어다 앉아 다리를 꼬았다.“난... 돈 없어.”남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제야 남자는 돈이 없으면 영웅도 꼼짝 못 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것 같았다.“돈 없다고? 돈도 없으면서 음식점에 들어와? 난 네가 진짜 돈이 있든, 없든 하나도 상관없어. 오늘 신발값 물어내지 않으면 경찰 불러서 널 잡아넣을 거야.”장해수는 계속 몰아붙였다.“이 사람
“안 돼, 꼭 한 입 먹어봐. 안 그러면 내가 직접 먹여줄 거야.”이청월은 고귀한 신분을 자랑하는 여왕처럼 임지환에게 명령하듯 말했다.“그럼... 알았어.”이청월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며 임지환은 마지못해 한 입 떼어먹었다.“어때? 너무 맛있지?”이청월은 기대에 가득 차서 물었다.“괜찮네...”임지환은 대충 웃어넘기고는 이내 물었다.“얼마나 더 걸을 거야?”“왜? 벌써 지친 거야?”이청월은 앞을 내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저 앞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는데 저기서 저녁 먹고 호텔로 가는 게 어때?”“그러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세 번 절하고 아홉 번 꿇는 것까지 견뎠는데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두 사람은 함께 운우 골목에 위치한 “천향 식당”에 들어갔다.식당 내부는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값비싼 홍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심지어 최고급 백단향이 타오르고 있었다.아마도 이 과시적인 분위기에 관광객들이 약간 눌린 것인지 레스토랑 내부는 손님이 많지 않아 비교적 조용했다.임지환과 이청월은 2층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한 이청월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다.임지환은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곧 시선을 한 사람에게 고정했다.임지환의 시선을 잡은 사람은 식당 입구에 서 있던 한 남자였다.임지환이 특별한 취향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남자가 너무 독특했기 때문이었다.남자는 우람진 체형에 날카로운 눈매와 눈동자를 가졌고 온몸에서 강렬한 고수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하지만 그 남자는 딱 봐도 특이한 헝겊으로 된 긴 상의와 긴 바지를 입고 있었고 발에는 헝겊신을 신고 있었다.남자의 등에는 길쭉한 상자를 검은 천으로 싸서 메고 있었는데,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 기묘한 차림 덕분에 임지환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당연히 한 몸에 받았다.하지만 남자는 부끄러운 듯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식당 안쪽을 향해 바라
“나더러 제자를 받으라고?”임지환의 표정이 묘해졌다.전에 소태진이 제자 타령하더니 이번엔 이민재가 이러네...임지환은 이 노인들이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 건지 궁금해졌다.“안 받아!”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민재는 임지환이 이렇게 단칼에 거절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해 잠시 멍해졌다.이래 봬도 명의라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한 자기가 어디를 가든 분명 환영받고 존중받을 정도인데 임지환에게 이토록 매정하게 거절당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거절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이민재는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다.“넌 너무 늙었고 못생겼잖아. 내가 원하는 건 미인이란 말이야. 그런데 내가 어떻게 너한테 관심이 생기겠어?”임지환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네?”이민재는 입이 떡 벌어져 말을 잇지 못했다.설마 자기가 단호하게 거절당한 이유가 늙고 못생긴 데다 미인이 아니기 때문일 줄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이청월이 옆에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영감, 내가 좋은 방법 하나 알려줄까?”“무슨 방법인데요?”이민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외국에 가서 성전환 수술하고 얼굴 리프팅까지 하고 오면 돼. 그러면 내가 임지환에게 널 제자 삼으라고 말해볼게.”이청월은 말을 마치자마자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허청열과 화도윤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체면을 생각해서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당신들... 이건 너무하잖아요! 제자를 안 받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모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이민재는 눈을 부라리며 씩씩댔고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평생 힘들게 쌓아온 명성이 오늘 하루 만에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널 제자로 안 받는 이유는 네가 미인이 아니거나 늙어서도 아니야.”임지환은 조금 모자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그럼 도대체 왜 안 받는 겁니까?”이민재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임 대사, 정말 고맙습니다. 도윤아, 날 대신해서 임 대사를 정성껏 대접해라!”화연평은 그제야 임지환의 말을 따라 침대에 편안하게 누우며 화도윤에게 조용히 당부했다.임지환과 이청월도 더 이상 화연평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방을 나섰다.“임 선생님, 제가 자인 호텔에 방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화도윤이 싱글벙글 웃으며 얼른 쫓아 나와 임지환에게 말했다.“필요 없어. 우리가 직접 거기로 갈 테니 넌 여기서 화 장군님을 잘 돌봐.”임지환은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임지환, 우리가 간만에 금릉에 왔잖아. 제대로 한 번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자.”이청월은 지금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그래, 네 말대로 하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잠깐! 두 분, 멈춰주세요!”두 사람이 막 떠나려 할 때 이민재가 허겁지겁 뒤쫓아왔다.“이 침왕, 아직도 볼 일이 남았나요?”화도윤의 이마에 주름이 잡히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까 이민재가 저지른 실수 때문에 아버지가 자칫 죽을 뻔했으니 화도윤의 마음속엔 여전히 이민재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었다.이민재가 의술로 유명하지 않았다면 이미 저택에서 쫓아냈을 것이다.“임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이민재는 아까와는 다르게 공손한 태도로 존댓말까지 써가며 말했다.“부디 가르침을 부탁드리겠습니다.”“뭘 묻고 싶은 거야?”임지환은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화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을 도대체 어떻게 제거하셨는지 궁금합니다.”이민재는 진심으로 지식에 굶주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제가 침을 놓을 때 장군님 체내의 생기를 운용해 분명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는데 왜 결국엔...”“내가 왜 너에게 말해줘야 하지?”임지환이 이민재의 말을 끊었다.“그건...”이민재는 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임지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굳이 자기에게 말해줄 필요가 없다는 걸 이민재는 알고 있었다.“저는 의사로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
“아악!”비명이 또 방에서 들려왔고 이번엔 더 고통스럽고 무시무시했다.“날 들여보내 주세요!”화도윤은 방 안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화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그럴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화도윤을 막아섰다.“허 교관! 넌 정말 이대로 우리 아버지를 죽게 내버려두겠다는 건가?”화도윤의 눈은 핏발이 서서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물어뜯을 것 같은 야수 같았다.“저도 물론 장군님이 돌아가시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임 선생님 외에는 누구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임 선생님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들어가게 놔둘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이를 악물고 단호하게 말했다.옆에 있던 이청월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방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이 너무나도 끔찍했기 때문이었다.“이대로 가다간 나조차도 장군님의 생명을 지탱하기 어려울 겁니다.”이민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 생각엔 먼저...”“끄악!”다시 한번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방 안은 곧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화도윤과 허청열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할 말을 잃었다.“어휴... 이젠 무슨 말을 해도 늦었습니다.. 당신들, 사람을 잘못 믿은 겁니다.” 이민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끼익...”바로 그때, 임지환이 문을 열고 나와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방금 뭐가 늦었다고 했어?”“넌 실력도 부족하면서 괜히 잘난 척하다가 화 장군님을 네 손으로 죽인 거야. 이제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보겠어.”이민재는 냉랭하게 비웃으며 재밌는 구경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임 선생님...”허청열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와 조급한 얼굴로 물었다.“걱정 마,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은 내가 이미 완전히 제거했어. 이제 장군님 생명에는 더 이상 지장이 없을 거야.”임지환은 표정 변화도 없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정말입니까?”“임 선생님, 그 말씀, 정말입니까?”화도윤과 허청열은
“만약은 절대 없습니다!”화도윤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지며 은은하게 살기가 서렸다.“이 영감탱이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네. 말을 왜 이 따위로 해? 네가 실력이 바닥을 친다고 해서 임지환 실력도 바닥을 친다는 도리는 없잖아!”이청월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임지환을 깎아내리는 말이라 곧바로 받아쳤다.“이 버릇없는 계집, 닥치지 못해? 난 아직 네 죗값도 묻지 않았어!”이민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이 침왕, 자중하십시오.”둘을 지켜보던 허청열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이청월 앞을 막아섰다.허청열의 몸에서 칼날이 칼집에서 막 빠져나오기 직전인 듯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좋아요, 저 녀석이 진짜 화 장군님을 살려낸다면 이 부러진 손은 그냥 넘어가 주겠습니다. 하지만 살려내지 못한다면 화 선생은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않길 바랍니다.”이민재는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이민재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허청열과 싸워봤자 손쉽게 당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콜록콜록...”방 안에서 갑자기 거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그 기침 속에는 피를 토하는 소리까지 섞여 있는 듯했다.화도윤의 얼굴이 굳어지며 안으로 뛰어들 듯이 몸을 움찔했다.그러나 허청열이 화도윤을 막아섰고 고개를 저으며 냉정하게 말했다.“화 회장님, 임 선생님의 허락 없이는 우리가 밖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알겠네.”화도윤은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화도윤은 임지환에게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한편, 방 안에서 오랜 시간 거친 숨을 몰아쉬던 화연평이 마침내 힘겹게 피곤이 가득한 눈을 떴다.화연평은 희미하게 보이는 임지환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 임 대사, 고... 고맙습니다.”“화 장군님, 아직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치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고통스러울 수도 있으니 꾹 참고 견뎌주시길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난 의사로서 수십 년간 수많은 생명을 구했고 의학계에서 꾸준히 명성을 쌓아왔어. 오늘 너 같은 풋내기에게 내 명예를 더럽히게 둘 수는 없어!”이민재는 수염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로 눈이 뒤집혀 거의 쌍욕이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이 영감탱이가 어쩜 이렇게 말이 안 통하지? 환자가 너 때문에 병이 더 악화했는데도 뭐라 하지 말라는 거야?”이청월은 눈을 부릅뜨고 이민재에게 쏘아붙였다.이민재가 일반 사람들에게는 오랜 명성을 자랑하는 침술의 대가일지 몰라도 이청월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단 하나, 임지환을 건드리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것뿐이었다.“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이민재는 이청월을 가리키며 화가 치밀어 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화 장군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데 넌 환자를 살릴 방법을 찾기보다 네 명성 걱정부터 앞서는구나. 내 생각엔 넌 그냥 명예에만 집착하는 돌팔이야!”이청월의 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민재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어디서 나타난 계집이 감히 어르신에게 말대꾸를 해? 오늘 내가 네 부모를 대신해 제대로 교육해 주마!”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민재는 더 이상 체면 따위는 개의치 않고 손을 뻗어 이청월을 때리려 했다.하지만 이민재의 손이 이청월에게 닿기도 전에 임지환이 그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고 가볍게 힘을 주었다.딱!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민재의 팔이 임지환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지는 소리였다.“아악!”이민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팔을 부여잡았고 그의 얼굴은 분노와 고통으로 붉게 달아올랐다.허청열과 화도윤은 이 광경에 놀라서 숨을 들이쉬며 얼굴이 창백해졌다.임지환의 행동은 너무나 대담했다. 침술의 왕이라 불리는 이민재의 팔을 부러뜨리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 일이 의학계에 널리 퍼지기라도 하면 임지환은 의학계 전체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허 교관, 지금부터 난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