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5화

Author: 박성호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2-01 13:22:29
둘은 예고도 없이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야?”

뒤로 물러나던 배지수는 이내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볼 일이 생겨서.”

초췌한 그녀의 모습에 임지환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어디 아픈 거야?”

그는 배지수가 몸이 안 좋아 병 보러 왔다고 생각했다.

“가식적인 관심은 사양할게.”

“내 초라한 모습을 보려고 지금 여기에 나타난 건 아니고?”

배지수가 냉소를 지었다.

“무슨 말이야?”

임지환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꼭 내 입으로 말해야 해?”

배지수는 순간 서러움이 폭발했다.

“그래! 뉴스에 뜬 기사가 맞아. 진씨 가문에서 우리와의 협력을 중단했어.”

“중단했다고?”

임지환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배지수의 눈 속에 그의 모습은 가식 그 자체였다.

“연기 하지 마. 다 보여.”

“이제 만족해?”

배지수는 차갑게 웃었다.

“아니.”

임지환은 부인했다.

“어떤 반응이든 난 상관없어.”

“내가 울면서 너에게 용서를 빌 거란 생각은 꿈도 꾸지 마.”

“난 쓰러지지 않아. 절대 지지 않을 거야.”

배지수는 이를 악물었다.

강인한 겉면과 달리 슬퍼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임지환은 마음이 아팠다.

그는 아직 그녀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

“네가 원한다면 내가 도울게.”

임지환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의 한마디면 진씨 가문은 다시 계약을 체결할 것이다.

“날 돕는다고? 웃기지 마.”

“매번 당신만 만나면 안 좋은 일만 생겨.”

“만약 나를 돕고 싶다면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말을 마친 그녀는 매몰차게 그 자리를 떠났다.

임지환이 그녀를 애타게 불렀지만,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그는 배지수가 오만하고 고집이 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숨을 푹 내쉬던 임지환은 VIP 병동으로 향했다.

중환자실 밖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 속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서성이는 홍진이 보였다.

임지환을 발견한 홍진은 급히 다가가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임 선생, 제발 내 딸을 살려주세요.”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6화

    류일은 겉으로는 정중하게 인사했다.그는 홍진이 급해서 아무에게나 병을 보이려 한다고 내심 불만이 많았다.그도 잘 나가는 내과 전문의인데 이 자식보다 못할까?원장 자리까지 올랐는데,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그는 환자의 상황을 간단하게 브리핑 후 조용히 옆으로 물러났다.임지환은 침대로 걸어가 홍소연의 상태를 살폈다.꽃처럼 활짝 필 나이지만 병 때문에 온몸이 허약해지고 얼굴이 수척했다.그녀의 눈은 굳게 감겨있었고 심장 박동 빈도는 너무 낮았다.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상태였다.임지환은 손을 뻗어 홍소연의 손목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으며 맥박을 체크하기 시작했다.약 3분 정도 지나자, 그는 손을 거두었다.“어떤가요?”홍진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아주 안 좋아요.”임지환은 엄숙하게 대답했다.류일도 고개를 저었다.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홍소연의 지금 상태는 누가 보아도 위독했다.“제발 부탁해요.”“어떤 방법이든 상관없어요.”“만약 치료가 효과 없다고 해도 절대 탓하지 않을게요.”홍진은 급기야 애원하기 시작했다.임지환은 한번 시도해 보기 했다.“한번 해볼게요.”임지환은 가방에서 거즈 뭉치를 꺼냈다.다양한 길이의 은침이 18개나 보였다.은침을 본 류일은 못내 내키지 않는 눈치였다.서의를 전공한 그는 이런 종류의 침술 치료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그것은 현대의학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기 때문이다.진지한 얼굴로 임지환은 은침을 소독했다.모두 소독을 마친 후 그는 제일 긴 침을 하나 집어 홍소연의 백회혈에 놓을 준비를 했다.“잠깐!”갑자기 류일이 다급하게 제지했다.임지환의 손이 허공에 멈췄다. 그는 류일을 바라봤다.“왜 그래요? 류 원장?”홍진이 물었다.“그렇게 하면 아가씨의 뇌가 손상을 입을 수도 있어요.”류일은 다급하게 막아섰다.그 말에 홍진도 살짝 흔들리는 눈치였다.뇌가 손상된다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하지만 임지환은 냉정하게 말했다.“환자의 상태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Last Updated : 2024-02-01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7화

    “빨리... 소생술을 실시하고 인슐린을 투여해!”류일이 다급하게 외쳤다.병실을 둘러싸고 있던 의료진들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만약 그녀를 죽이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움직이지 말아요!”하지만 임지환은 단호하게 말하며 그들의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모두 멈춰서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임지환을 바라봤다.이런 상황에서도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임지환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오른손은 조금 떨리고 있었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그는 숨을 가다듬고 마지막 침을 그녀의 가슴 앞 중추혈에 놓았다.아홉 개 침, 영혼을 불러들인다.홍서연의 몸은 움직임을 멈췄다.임지환은 침 끝을 잡고 미친 듯이 영기를 주입했다.약 1분 후.손을 거두는 임지환은 휘청거렸다. 마치 온몸을 비운 듯했다.“띠...”심전도의 지속적인 소리가 들렸다.기복이 심하던 심장 곡선이 직선으로 바뀌었다.홍서연의 바이탈 사인은 완전히 사라졌다...임지환은 침대에 누워있는 홍서연에 응시했다.그녀가 깨어날 수 있는지는 마지막 침에 달렸다.병실 안은 모두가 긴장된 상태였다.모두의 시선도 병상에 누워있는 홍서연에 집중되었다.1분,2분,5분,침대에 누워있는 홍서연은 움직이지 않았다.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류일이 힘겨운 말을 꺼냈다.“따님은 이미 평안히 잠들었습니다.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하...”홍진은 눈물을 흘렸다.임명의까지 나섰는데도 딸을 죽음에서 구하지 못했다.그는 너무 원망스럽고 분했다.하지만 그는 최선을 다했다.홍서연이 아팠던 수년 동안 홍진은 단 한 번도 숙면을 취한 적 없다.하지만 이것도 일종의 해탈이라고 치자!“따님의 시신을 영안실에 먼저 안치하는 것이 어떤가요?”“시신을 계속 이곳에 두는 것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에요.”류일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그렇게 해요.”“잘 부탁드릴게요.”홍진은 기운 없이 손을 흔들었다.“걱정하지 마세요.”류일은 손짓하며 직원들에서 홍서연의 시체를 운반하라고 지시했다.“조

    Last Updated : 2024-02-01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8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원장님, 환자의 심장 박동과 혈압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옆에 있던 간호사가 테이터를 확인하고 다시 외쳤다.류일은 마치 귀신을 본 듯한 표정이었다.한 사람의 심장이 5분 동안 멈췄지만,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이것은 의학적으로는 도무지 설명되지 않았다.의사와 간호사는 재빨리 홍서연의 상태를 체크했고 결과가 나왔다.모든 바이탈은 정상 수치였다.비록 아직 깨어나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위험한 상태는 아니었다.“임명의님, 내 절을 받으세요.”홍진은 격동되어 임지환을 향해 몸을 내렸다.“그럴 필요 없어요.”임지환은 급히 그를 부축했다.“임명의가 아니었다면 난 오늘 딸을 잃었어요.”“우리 홍씨 가문의 은인이에요.”“이 은혜 절대 잊지 않고 꼭 갚을게요.”홍진은 정중하게 말했다.한 도시의 수장이 한 약속은 천 마디 말보다 더 값진 것이다.“난 그저 목숨만 붙잡은 거예요.”“완전히 완치되려면 필요한 약재가 있어요.”“그런데 구하기가 좀 어려워요.”임지환은 담담하게 말했다.“어떤 약이든 찾을 수만 있다면 반드시 찾겠어요.”홍진은 결의 차 대답했다.그때 류일이 다가왔다.“정말 대단한데요! 이건 의학계의 기적이에요.”“괜찮으시다면 우리 병원에 오실 생각은 없으신가요?”“모든 것은 최고 수준으로 맞춰드릴게요. 우선 연봉 10억은 보장할게요.”“거기에 전문 팀과 차량, 집도 마련해 드릴게요.”“뛰어난 인재는 절대 섭섭지 않게 해드리니 그 부분은 염려하지 마세요.”인재를 찾고자 하는 열망이 컸던 류일은 넉넉한 조건을 제시했다.보통 사람은 절대 이런 조건을 거절하지 않을 거라고 류일은 확신하고 있었다.“관심 없어요.”임지환은 가볍게 류일을 훑어보았다.가벼운 대답이었지만 매우 단호했다.류일은 그가 이렇게 단번에 거절할 거란걸 예상치 못했다.“생각할 여지도 없으신가요?”류일은 이대로 물러나려 하지 않았다.“우리 병원에 오신다면 모든 것을 맞춰드릴 수 있어요.”병원에 제일 가치 있는

    Last Updated : 2024-02-01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9화

    “무슨 뜻이요?”홍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엄숙한 표정으로 차갑게 물었다.딸을 저승사자의 손에서 구했다는 것은 하늘을 찌르는 의술이었다.하여 그는 임지환이 한없이 존경스러웠다.그 누구도 그의 앞에서 임지환을 비방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깜짝 놀란 류일은 급히 말을 바꾸며 미소를 지었다.“젊은 임 선생이 뛰어난 의술을 지니고 있네요. 다만 오만함이 조금 있는 것뿐이죠.”“진짜 실력을 갖춘 사람이 조금 오만한 것은 당연한 거지요.”“높은 분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대해 선 안 되고 우리 같은 일반인이 추측할 수도 없는 거지요.”“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요.”“하지만 임 선생같이 높은 사람은 당신의 제시한 조건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예요.”홍진은 류일을 옆으로 흘겨보며 경고했다.“시장님의 말씀이 맞아요. 저는 군자의 마음을 헤아리기엔 많이 모자라죠.”류일은 서둘러 미소를 지으며 변명했다.방안에서 2개의 대주천을 거쳐서야 임지환는 조금씩 회복했다.눈을 뜬 그는 머리가 맑아졌다.창밖을 보니 벌써 저녁이었다.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문을 연 그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랐다.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문밖에 모여 있었다.정장 차림의 그들은 잘나가는 인사들인 것 같았다.그들은 임지환을 보고는 모두 엄숙한 표정을 짓더니 허리를 굽혔다.“임 명의님!”일치한 목소리들은 매우 힘 있었다.임지환은 눈썹을 치켜세웠다.모두 낯선 이들인데 왜 여기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임 선생, 내가 소개하도록 하지.”홍진이 나서며 후덕한 인상의 중년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여기는 시카 은행의 행장, 라대부요. 이 손에서 수조 원이 유동되고 있어요.”“안녕하세요. 임 명의님.”라대부는 두 손을 모으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임지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팔짱을 꼈다.“여기는 월흥그룹의 대표, 창명호요. 모든 물류 산업을 독점하고 있고 규모가 어마어마하죠.”홍진은 또 다른 키 크고 마른 체형의 남

    Last Updated : 2024-02-01
  • 은침 날리는 용왕   제70화

    “시장님의 성의는 제가 받을게요.”“그럼 이만. 다시 연락할게요.”임지환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임 선생, 차를 대기시킬게요.”홍진이 다급하게 말했다.“괜찮아요.”임지환은 손을 흔들고 자리를 떴다.홍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시장님, 그저 미약한 의술을 가진 것뿐인데 왜 그렇게까지 예의를 갖추세요?”라대부는 알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맞아요... 서연의 병을 치료한 것은 맞으나 어린 것이 너무 건방지잖아요.”창명호도 불만 가득해 보였다.다른 이들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표정에서 약간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모두 홍진의 권력에 기꺼이 복종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임지환은 내키지 않았다.“너희가 뭘 알아?”“의술만 뛰어난 줄 알아? 대단한 고수이기도 해서 아주 쉽게 장준을 때려눕혔어.”홍진이 큰 소리로 말했다.“네?”모두들 숨을 죽였다.장준은 홍진의 오른팔이자 개인 보디가드였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를 알고 있었고 다가가기조차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런데 평범해 보이는 그 자식이 한 주먹하는 장준을 가볍게 제압하다니?“게다가 연경 진씨 가문과도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어.”“연경 진씨 가문의 도련님도 깍듯하게 대하는 인물이야.”홍진은 또 한마디 덧붙였다.그의 말에 모두 침묵했다.연경 진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 가문인지 다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진씨 가문의 도련님조차 예의를 갖추는 사람이니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그들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깨달았다.홍진이 충성심을 보여주는 것도 어찌 보면 덕을 보려는 것이다!...성천 병원을 나서자, 임지환의 배가 눈치 없이 꼬르륵거렸다.“배가 고프네.”임지환은 헛웃음을 지으며 발 닿는 대로 어느 한 식당으로 들어가 몇 가지 요리와 맥주 한 병을 주문했다.음식이 나온 후 식사를 하려는데 빨간색 페라리 한대가 문 앞에 멈춰 섰다.차문이 열리고 예쁜 몸매에 선글라스를 낀 미모의 여자가 내렸다.여자의 등장에 많은

    Last Updated : 2024-02-01
  • 은침 날리는 용왕   제71화

    삶의 풍상고초를 충분히 겪은 임지환도 이 여자의 돌발행동에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너무 대범하다!스스럼없이 남편이 될 의향이 없는지 묻고 있다.당황하는 임지환의 모습에 이청월은 조금 우쭐했다.그녀는 맥주를 한잔 부어 그에게 건넸다.임지환은 맥주 한 모금 들이켜고 나서야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짓이죠?”“짓? 난 진지해요.”“내가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난 이씨 가문의 아가씨예요. 배경이면 배경, 외모면 외모, 몸매면 몸매...”“만약 내 남편이 된다면 한평생 놀고 먹어도 되요.”이청월은 요염하게 몸을 꼬며 그를 유혹했다.이 얼마나 아름다운 그림인가!덤으로 우월한 자본도 있다.“관심 없어요.”임지환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데릴사위는 내키지 않나요?”“배씨 가문에도 데릴사위로 들어간 거잖아요.”이청월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임지환을 바라보았다.“나에 대해 조사했어요?”임지환은 눈살을 찌푸렸다.그에게서 생전 느껴보지 못했던 기운이 품어져 나왔다.이청월은 보이지 않는 손이 그녀의 목을 조르는 것 같아 호흡마저 가빠지는 느낌이었다.“찾기 어려운 정보들도 아닌데요?”이청월은 황급히 둘러댔다.“게다가... 내 남자가 될 사람에 대해 많이 알아보는 것도 나쁠 건 없죠.”“사장님, 계산할게요.”임지환은 그녀와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계산하고 자리를 떠났다.“뭐가 그리 급해요.”“진짜 도움이 필요해서 그래요.”이청월은 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다른 사람 찾아요. 난 도울 수 없어요.”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서둘렀다.상대가 멀어지자, 이청월은 머리를 굴렸다.“만약 나를 도와주면 내가 당신 전처의 문제를 해결해 드리죠.”아니나 다를까 임지환은 걸음을 멈췄다.“어떻게?”“전처가 경성그룹의 배지수죠?”이청월은 의기양양해서 말했다.“맞아요.”임지환이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알기론 진씨 가문과 그녀의 사이가 틀어져서 두말없이 계약을 파기했다고 들었어요.”“이 일은 이미 기사로

    Last Updated : 2024-02-01
  • 은침 날리는 용왕   제72화

    이청월은 자신만만해 보였다.그녀는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이씨 가문이 더 높은 경지로 오를 수 있었던 것에는 그녀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그건 나도 할 수 있어요.”임지환은 담담하게 말했다.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배지수가 갑부로 만들 수 있었다.“나도 당신이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하지만 당신은 우려하고 있죠.”“아니면 결혼생활 3년 동안 배씨 가문의 모욕을 당하면서 끝내는 쫓겨나기까지 했겠어요?”“자신의 신분이 노출될까 봐 두려운 거잖아요? 그러면 와이프에게 불필요한 문제가 일어나게 되니깐요.”이청월은 잘난 척 미소를 지었다.그녀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겠다고 임지환은 생각했다.그것은 그녀가 모두 맞췄기 때문이다.신분을 노출하면 피비린내 나는 폭동이 일어날 것이고 전국이 혼란에 빠질 것이다.이것이 임지환이 배지수를 돕고 싶어도 빙빙 에둘러 연경 진씨 가문의 힘을 비는 이유이기도 했다.“계획이 뭐죠?”임지환은 평온하게 이청월을 바라보았다.“직접 나서기 어려운 일을 제가 대신 해결할 수 있어요.”“경영상에서의 문제도 당신의 와이프를 도와 해결할 수 있어요.”“저를 당신의 그림자로 여겨도 좋아요.”이청월은 자신있게 말했다.“내가 뭘 도와야 하죠?”임지환이 물었다.그는 자신의 매력이 어마어마해 이런 총명한 여자가 들러붙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간단해요! 저의 사적인 일을 해결하면 돼요.”이청월이 눈썹을 치켜세웠다.“할아버지가 예전에 저의 짝을 정해주셨는데 상대는 왕씨 가문의 왕진석이에요. 하지만 난... 이 사람이 싫어요.”“결혼을 엎으려는 거예요?”임지환이 물었다.“네... 며칠 후면 약혼 식인데 도무지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설득할 길이 없어요.”“그들은 왕씨 가문이 대단하다고 여기고 있고 결혼은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될 거라고 생각하세요.”“난 그저 이씨 가문을 위한 협상카드인 거죠.”“하지만... 난 싫어요!”이청월의 눈에는 자신의 운명에 굴복하지 않는 고집이 있었다.“그래요. 내가

    Last Updated : 2024-02-01
  • 은침 날리는 용왕   제73화

    저녁 8시, 진씨 가문의 저택.배지수는 대문 밖에 창백한 얼굴로 서 있다.고집이 센 그녀는 협력을 취소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벌써 10시간 동안 이곳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하지만, 대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누구도 그녀를 만나려 하지 않았다.그렇게 이 악문 그녀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쯤 대문이 열리고 안쪽에서 백발에 갸름한 얼굴의 늙은이가 걸어 나왔다.배지수는 이 사람이 진씨 가문의 집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아저씨, 들어가도 될까요?”“아가씨, 그만 돌아가세요.”집사는 다소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아저씨, 무슨 이유이지만 알고 싶어요.”배지수는 애원하고 있었다.“아실만 한 분이잖아요. 저를 난감하게 만들지 말아주세요.”“이미 명령내렸고 아가씨가 여기에 계속 이러시면 험한 꼴을 당할 거라고 하셨어요.”“그렇게 되는 날에는 돌이킬 수 없어요.”집사는 매우 냉정했다.배지수는 끝없는 절망 속으로 빠져들었다.진씨 가문과의 맥은 완전히 끊긴 모양이다.힘없이 한숨을 내쉬던 배지수는 상실감에 휩싸인 채 몸을 돌렸다.“고작 보잘것없는 회사 주제에 진씨 가문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거야?”“어떻게 자신의 주제를 저리도 모를까?”집사는 코웃음을 치며 문을 세게 닫았다.배지수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주먹을 쥔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진 씨 가문에게 배씨 가문은 보잘것없었다.버리려면 1초도 망설일 필요 없는 그런 하찮은 존재.그녀는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청용산에는 부유하고 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보안이 철저했다.여기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반드시 걸어서 오르내려야 한다는 엄격한 규정이 있었다.불과 몇백 미터밖에 나아가지 못했는데 배지수는 식은땀을 흘리며 얼굴까지 창백해졌다.진씨 가문의 대문 밖에서 10시간 동안 서 있었기에 지치고 배고파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다.“아야...”배지수는 발을 헛디뎌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찐빵처럼 부어오른 발목에 극심한 통증이 이

    Last Updated : 2024-02-01

Latest chapter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7화

    자리에 앉은 후, 양쪽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쳤다.“민수 씨, 보아하니 이 지역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척 슬쩍 물었다.육민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적시고 말했다.“저는 백운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이번에 내려온 건 여행을 통해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서입니다.”“여행이라고요?”임지환은 순박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육민수를 보며 살짝 놀란 듯 물었다.“맞습니다, 이번이 산에서 처음 내려오는 겁니다.”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스승님께서 배울 건 거의 다 배웠으니 나머지는 여행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그래요? 그렇다면 민수 씨는 은둔한 검수란 말이군요. 근데 민수 씨 등에 멘 그 상자 속에는 대체 어떤 절세 명검이 숨겨져 있는 겁니까?”임지환은 차를 든 채로 무심하게 말했다.윙!임지환의 말이 끝나는 순간,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육민수의 표정이 돌연 엄숙해졌다.육민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지환을 노려보며 물었다.“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왜 그러죠?”임지환이 담담하게 되물었다.“어떻게 내 상자 속에 검이 들어 있는 걸 알았습니까? 설마 날 계속 미행해 온 겁니까?”육민수는 칼집에서 칼날이 뽑혀 나온 듯한 기세를 뿜어내며 사람을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했다.“진정해요, 난 당신에게 악의는 없어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듯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느긋하게 말했다.“왜 내가 상자 속에 있는 게 명검이란 걸 아는지 궁금한가요? 내가 그냥 추측한 거라면 믿을 수 있나요?”“믿습니다.”몇 초 동안 고민하던 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민수 씨,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군요.”육민수는 임지환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도 생각보다 훨씬 더 속이 깊은 사람이군요.”“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세히 들어보고 싶군요.”임지환은 육민수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세속의 일반인들은 그렇게 쉽게 검수의 존재를 알아채지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6화

    “넌 누구야? 이 녀석을 감싸려는 거야? 내 신발은 200만 원짜리 신발이야. 네 몸에 걸친 그 싼 구제 옷이랑은 비교도 안 된다고.”장해수는 임지환을 힐끔 보며 코웃음을 쳤다.비록 임지환은 육민수보다 훨씬 더 정상적인 사람 같아 보였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친 걸 다 합쳐도 10만 원이 넘지 않을 것 같았다.장해수는 이런 사람은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여긴 것이다.“겨우 200만 원 갖고 이렇게 화내? 큰돈도 아니잖아.”이때 이청월이 뒤따라와 말했다.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샤넬 가방에서 돈뭉치를 꺼내어 바로 옆 빈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이청월의 행동은 아주 자연스럽고 매끄러웠다.“헉...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었나?”장해수는 임지환이 가리고 있던 시야에서 벗어난 이청월을 보자마자 시선을 이청월 몸에서 뗄 수 없었다.식당 안에 있던 다른 남자 손님들도 이청월의 뛰어난 외모를 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이렇게 아무런 성형 수술 흔적도 없이도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여성은 요즘 시대에 참 보기 드물었다.사람들의 시선은 곧 임지환의 저렴한 옷차림으로 옮겨졌고 속으로는 질투가 활활 타올라 임지환을 모욕하기 시작했다.“또 여자 등쳐먹는 기생오라비야? 저렇게 예쁜 여자가 왜 저런 녀석이랑...”“아가씨 체면을 봐서 이 돈은 받아둘게. 근데 이건 만 원이 안 되잖아.”장해수는 순식간에 돈을 세어보곤 다시 빈정거렸다.그 돈뭉치는 60만이었고 장해수가 요구한 금액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네가 신은 신발이 진품이라 해도 최대 40만 원 정도일 거야. 더군다나 너 그거 짝퉁이잖아.”이청월은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60만 원이면 충분하고도 남아.”“밥은 아무렇게나 먹어도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 무슨 증거라도 있어? 내가 신은 신발이 짝퉁이라는 걸 입증할 증거 말이야.”장해수는 이청월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듣고 내심 당황했다.사실 이 신발은 장해수가 8만 원 주고 산 고퀄리티 짝퉁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절대 그걸 인정할 수 없었다.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5화

    “손대지 마!”남자가 황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하얀 머리 청년은 손으로 검은 천을 살짝 벗겨냈다.윙!임지환은 갑자기 오싹한 냉기가 식당을 감도는 기묘한 기운을 느꼈다.다시 집중해서 감지하자 그건 다름 아닌 예리한 검기였다.남자는 하얀 머리 청년의 손목을 꽉 잡았고 아까와 달리 부드럽던 눈빛이 확 차갑고 날카로워졌다.“내 물건에 손대지 마. 안 그러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남자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고 하얀 머리 청년의 손을 밀어내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검은 천을 덮으며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정성스럽게 접었다.그 과정을 마친 후, 남자의 차가웠던 눈빛은 다시 온화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조그마한 살기도 없는 사람처럼 무난해 보였다.“겨우 너덜너덜한 상자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 유난이야?”하얀 머리 청년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날 이렇게 툭 쳐놓았으면 적어도 사과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어떻게 사과하면 되겠어?”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 이 신발은 한정판이야. 200만 원이 넘는다고. 근데 네가 이렇게 더럽게 만들었으니 내가 어떻게 신고 다니겠냐고?”하얀 머리 청년은 뻔뻔하게 말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해?”남자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자기가 잘못한 게 맞다고 인정하는 듯했다.하얀 머리 청년 장해수는 흡족한 표정으로 웃으며 남자를 내려다봤다. 이 남자가 마을에서 처음으로 시내로 올라온 촌스럽고 순진한 사람이라 살짝 겁주기만 하면 쩔쩔맨다는 걸 알아차렸다.“간단하지. 신발값 물어내.”장해수는 의자를 하나 끌어다 앉아 다리를 꼬았다.“난... 돈 없어.”남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제야 남자는 돈이 없으면 영웅도 꼼짝 못 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것 같았다.“돈 없다고? 돈도 없으면서 음식점에 들어와? 난 네가 진짜 돈이 있든, 없든 하나도 상관없어. 오늘 신발값 물어내지 않으면 경찰 불러서 널 잡아넣을 거야.”장해수는 계속 몰아붙였다.“이 사람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4화

    “안 돼, 꼭 한 입 먹어봐. 안 그러면 내가 직접 먹여줄 거야.”이청월은 고귀한 신분을 자랑하는 여왕처럼 임지환에게 명령하듯 말했다.“그럼... 알았어.”이청월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며 임지환은 마지못해 한 입 떼어먹었다.“어때? 너무 맛있지?”이청월은 기대에 가득 차서 물었다.“괜찮네...”임지환은 대충 웃어넘기고는 이내 물었다.“얼마나 더 걸을 거야?”“왜? 벌써 지친 거야?”이청월은 앞을 내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저 앞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는데 저기서 저녁 먹고 호텔로 가는 게 어때?”“그러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세 번 절하고 아홉 번 꿇는 것까지 견뎠는데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두 사람은 함께 운우 골목에 위치한 “천향 식당”에 들어갔다.식당 내부는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값비싼 홍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심지어 최고급 백단향이 타오르고 있었다.아마도 이 과시적인 분위기에 관광객들이 약간 눌린 것인지 레스토랑 내부는 손님이 많지 않아 비교적 조용했다.임지환과 이청월은 2층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한 이청월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다.임지환은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곧 시선을 한 사람에게 고정했다.임지환의 시선을 잡은 사람은 식당 입구에 서 있던 한 남자였다.임지환이 특별한 취향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남자가 너무 독특했기 때문이었다.남자는 우람진 체형에 날카로운 눈매와 눈동자를 가졌고 온몸에서 강렬한 고수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하지만 그 남자는 딱 봐도 특이한 헝겊으로 된 긴 상의와 긴 바지를 입고 있었고 발에는 헝겊신을 신고 있었다.남자의 등에는 길쭉한 상자를 검은 천으로 싸서 메고 있었는데,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 기묘한 차림 덕분에 임지환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당연히 한 몸에 받았다.하지만 남자는 부끄러운 듯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식당 안쪽을 향해 바라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3화

    “나더러 제자를 받으라고?”임지환의 표정이 묘해졌다.전에 소태진이 제자 타령하더니 이번엔 이민재가 이러네...임지환은 이 노인들이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 건지 궁금해졌다.“안 받아!”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민재는 임지환이 이렇게 단칼에 거절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해 잠시 멍해졌다.이래 봬도 명의라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한 자기가 어디를 가든 분명 환영받고 존중받을 정도인데 임지환에게 이토록 매정하게 거절당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거절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이민재는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다.“넌 너무 늙었고 못생겼잖아. 내가 원하는 건 미인이란 말이야. 그런데 내가 어떻게 너한테 관심이 생기겠어?”임지환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네?”이민재는 입이 떡 벌어져 말을 잇지 못했다.설마 자기가 단호하게 거절당한 이유가 늙고 못생긴 데다 미인이 아니기 때문일 줄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이청월이 옆에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영감, 내가 좋은 방법 하나 알려줄까?”“무슨 방법인데요?”이민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외국에 가서 성전환 수술하고 얼굴 리프팅까지 하고 오면 돼. 그러면 내가 임지환에게 널 제자 삼으라고 말해볼게.”이청월은 말을 마치자마자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허청열과 화도윤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체면을 생각해서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당신들... 이건 너무하잖아요! 제자를 안 받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모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이민재는 눈을 부라리며 씩씩댔고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평생 힘들게 쌓아온 명성이 오늘 하루 만에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널 제자로 안 받는 이유는 네가 미인이 아니거나 늙어서도 아니야.”임지환은 조금 모자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그럼 도대체 왜 안 받는 겁니까?”이민재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2화

    “알겠습니다, 임 대사, 정말 고맙습니다. 도윤아, 날 대신해서 임 대사를 정성껏 대접해라!”화연평은 그제야 임지환의 말을 따라 침대에 편안하게 누우며 화도윤에게 조용히 당부했다.임지환과 이청월도 더 이상 화연평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방을 나섰다.“임 선생님, 제가 자인 호텔에 방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화도윤이 싱글벙글 웃으며 얼른 쫓아 나와 임지환에게 말했다.“필요 없어. 우리가 직접 거기로 갈 테니 넌 여기서 화 장군님을 잘 돌봐.”임지환은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임지환, 우리가 간만에 금릉에 왔잖아. 제대로 한 번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자.”이청월은 지금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그래, 네 말대로 하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잠깐! 두 분, 멈춰주세요!”두 사람이 막 떠나려 할 때 이민재가 허겁지겁 뒤쫓아왔다.“이 침왕, 아직도 볼 일이 남았나요?”화도윤의 이마에 주름이 잡히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까 이민재가 저지른 실수 때문에 아버지가 자칫 죽을 뻔했으니 화도윤의 마음속엔 여전히 이민재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었다.이민재가 의술로 유명하지 않았다면 이미 저택에서 쫓아냈을 것이다.“임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이민재는 아까와는 다르게 공손한 태도로 존댓말까지 써가며 말했다.“부디 가르침을 부탁드리겠습니다.”“뭘 묻고 싶은 거야?”임지환은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화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을 도대체 어떻게 제거하셨는지 궁금합니다.”이민재는 진심으로 지식에 굶주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제가 침을 놓을 때 장군님 체내의 생기를 운용해 분명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는데 왜 결국엔...”“내가 왜 너에게 말해줘야 하지?”임지환이 이민재의 말을 끊었다.“그건...”이민재는 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임지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굳이 자기에게 말해줄 필요가 없다는 걸 이민재는 알고 있었다.“저는 의사로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1화

    “아악!”비명이 또 방에서 들려왔고 이번엔 더 고통스럽고 무시무시했다.“날 들여보내 주세요!”화도윤은 방 안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화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그럴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화도윤을 막아섰다.“허 교관! 넌 정말 이대로 우리 아버지를 죽게 내버려두겠다는 건가?”화도윤의 눈은 핏발이 서서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물어뜯을 것 같은 야수 같았다.“저도 물론 장군님이 돌아가시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임 선생님 외에는 누구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임 선생님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들어가게 놔둘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이를 악물고 단호하게 말했다.옆에 있던 이청월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방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이 너무나도 끔찍했기 때문이었다.“이대로 가다간 나조차도 장군님의 생명을 지탱하기 어려울 겁니다.”이민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 생각엔 먼저...”“끄악!”다시 한번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방 안은 곧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화도윤과 허청열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할 말을 잃었다.“어휴... 이젠 무슨 말을 해도 늦었습니다.. 당신들, 사람을 잘못 믿은 겁니다.” 이민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끼익...”바로 그때, 임지환이 문을 열고 나와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방금 뭐가 늦었다고 했어?”“넌 실력도 부족하면서 괜히 잘난 척하다가 화 장군님을 네 손으로 죽인 거야. 이제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보겠어.”이민재는 냉랭하게 비웃으며 재밌는 구경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임 선생님...”허청열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와 조급한 얼굴로 물었다.“걱정 마,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은 내가 이미 완전히 제거했어. 이제 장군님 생명에는 더 이상 지장이 없을 거야.”임지환은 표정 변화도 없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정말입니까?”“임 선생님, 그 말씀, 정말입니까?”화도윤과 허청열은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0화

    “만약은 절대 없습니다!”화도윤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지며 은은하게 살기가 서렸다.“이 영감탱이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네. 말을 왜 이 따위로 해? 네가 실력이 바닥을 친다고 해서 임지환 실력도 바닥을 친다는 도리는 없잖아!”이청월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임지환을 깎아내리는 말이라 곧바로 받아쳤다.“이 버릇없는 계집, 닥치지 못해? 난 아직 네 죗값도 묻지 않았어!”이민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이 침왕, 자중하십시오.”둘을 지켜보던 허청열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이청월 앞을 막아섰다.허청열의 몸에서 칼날이 칼집에서 막 빠져나오기 직전인 듯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좋아요, 저 녀석이 진짜 화 장군님을 살려낸다면 이 부러진 손은 그냥 넘어가 주겠습니다. 하지만 살려내지 못한다면 화 선생은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않길 바랍니다.”이민재는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이민재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허청열과 싸워봤자 손쉽게 당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콜록콜록...”방 안에서 갑자기 거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그 기침 속에는 피를 토하는 소리까지 섞여 있는 듯했다.화도윤의 얼굴이 굳어지며 안으로 뛰어들 듯이 몸을 움찔했다.그러나 허청열이 화도윤을 막아섰고 고개를 저으며 냉정하게 말했다.“화 회장님, 임 선생님의 허락 없이는 우리가 밖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알겠네.”화도윤은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화도윤은 임지환에게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한편, 방 안에서 오랜 시간 거친 숨을 몰아쉬던 화연평이 마침내 힘겹게 피곤이 가득한 눈을 떴다.화연평은 희미하게 보이는 임지환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 임 대사, 고... 고맙습니다.”“화 장군님, 아직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치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고통스러울 수도 있으니 꾹 참고 견뎌주시길

  • 은침 날리는 용왕   제599화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난 의사로서 수십 년간 수많은 생명을 구했고 의학계에서 꾸준히 명성을 쌓아왔어. 오늘 너 같은 풋내기에게 내 명예를 더럽히게 둘 수는 없어!”이민재는 수염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로 눈이 뒤집혀 거의 쌍욕이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이 영감탱이가 어쩜 이렇게 말이 안 통하지? 환자가 너 때문에 병이 더 악화했는데도 뭐라 하지 말라는 거야?”이청월은 눈을 부릅뜨고 이민재에게 쏘아붙였다.이민재가 일반 사람들에게는 오랜 명성을 자랑하는 침술의 대가일지 몰라도 이청월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단 하나, 임지환을 건드리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것뿐이었다.“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이민재는 이청월을 가리키며 화가 치밀어 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화 장군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데 넌 환자를 살릴 방법을 찾기보다 네 명성 걱정부터 앞서는구나. 내 생각엔 넌 그냥 명예에만 집착하는 돌팔이야!”이청월의 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민재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어디서 나타난 계집이 감히 어르신에게 말대꾸를 해? 오늘 내가 네 부모를 대신해 제대로 교육해 주마!”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민재는 더 이상 체면 따위는 개의치 않고 손을 뻗어 이청월을 때리려 했다.하지만 이민재의 손이 이청월에게 닿기도 전에 임지환이 그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고 가볍게 힘을 주었다.딱!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민재의 팔이 임지환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지는 소리였다.“아악!”이민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팔을 부여잡았고 그의 얼굴은 분노와 고통으로 붉게 달아올랐다.허청열과 화도윤은 이 광경에 놀라서 숨을 들이쉬며 얼굴이 창백해졌다.임지환의 행동은 너무나 대담했다. 침술의 왕이라 불리는 이민재의 팔을 부러뜨리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 일이 의학계에 널리 퍼지기라도 하면 임지환은 의학계 전체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허 교관, 지금부터 난 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