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저 자식을 죽여라!"곧이어 부하 중 한명이 손에 든 칼을 휘두르며 임지환에게로 달려갔다."조심해!"고미나는 저도 모르게 소리 질렀다.하지만 임지환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반격을 하였다."쿵!"놈은 아랫배가 걷어차인 채 저 멀리로 날라가버렸다. 임지환은 숨 돌릴 새도 없이 본격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는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다.그 주먹의 위력 또한 이루 형용할 수가 없었다. 놈들은 간만에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난 듯 했다. 이를 지켜본 고미나는 무술 고수마냥 날뛰는 임지환을 보고는 크게 놀랐다.마냥 가정주부로만 지내는 줄 알았던 그의 놀라운 반전이었다.잠시 후,놈들은 전부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아예 기절해버린 놈들도 있었다.한편 임지환은 그 혈투를 벌이고도 끄떡 하지 않고 서있었다.‘왜 이렇게 멋있는거야!’고미나는 내심 감탄했다.말 그대로 슈퍼히어로 영화를 실제로 보는 듯 했다. 한편 술집.유효운과 장준이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임 대사의 실력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어!"유효운은 충격에 휩싸였다."어쩐지 그 누구의 도움도 원치 않아 하더라고.”"내가 저 사람을 괜히 대사라고 부르겠어?""고작 내 실력으로는 임 대사 털끝도 못 건드리겠어!"“심지어 홍 시장조차도 감히 도발하지 못한다니까.”장준은 믿기지 않는 현실에 쓴 웃음을 지으면서 임지환을 존경하기 시작했다.임지환의 실력은 이미 그가 알고 있는 경지를 훨씬 벗어나 전혀 다른 레벨이었다."그런데 임 대사 같은 저렇게 대단한 인물이 왜 이렇게 작은 동네에 나타난거지?""내가 예상하기로는, 앞으로 여기 강한시는 큰 폭풍이 휘몰아칠 것 같아.” 유효운은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네 말이 맞아!"“나도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매우 기대되는걸.”장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한편 부하들을 다 잃고 혼자만 남게 된 호형은 어리둥절해졌다.여태 그 어떤 상대를 만나도 손쉽게 이겨내던 자신의 부하들이었다. 그런데 임지환 한명을
단 네번의 손놀림에 호형의 손은 전부 부러졌다.참지 못할 고통에 그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쓰러졌다.임지환은 그런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칼을 땅에 던져버렸다.그리고는 원소걸에게로 다가갔다."꼴깍..."단단히 긴장한 원소걸은 침을 삼켰고 입을 떨기 시작했다.방금 그 혈투를 목격한 그는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이렇게까지 잔인하고 강력한 사람은 처음 보았다.바로 이때 임지환이 원소걸의 목덜미를 잡고는 그대로 들어올렸다."아직도 날 죽이고 싶은거야?" 임지환이 물었다."아닙니다... 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십시오!"원소걸은 크게 놀라 그 자리에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허세 가득하던 그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얼굴에는 콧물과 눈물로 가득한 채 불쌍한 척 하였다. 심지어 녀석의 바지는 축축해진게 벌써 오줌까지 지린 것 같았다.오줌을 지릴 정도라니!"재수없네 진짜!"기분이 불쾌해진 임지환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그를 한쪽으로 내던졌다.그리고는 거들먹거리며 자리를 떠났다.그의 뒷모습이 사라진 뒤에야 고미나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뭐야, 여태 발톱을 숨긴 호랑이로 지냈던거야?” 고미나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배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놀라운 사실을 얼른 절친에게 알리고 싶었다.그런데 전화가 걸리자마자 그녀는 갑자기 뭔가 떠올랐는지 스스로 끊어버렸다.‘어차피 둘은 이미 이혼했고, 더 이상 아무런 사이가 아니잖아.그런데 지수가 여태 저 남자랑 꽤나 오래 살았는데 그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고?흠...어떻게 보면 이건 나한테 오히려 아주 좋은 기회야."뜻밖에 굴러온 기회에 고미나는 눈이 번쩍 뜨였다.우연찮게 벌어진 일로 인해 그녀는 임지환의 정체에 대해서 제대로 알게 되었다.알고보니 이 남자, 겉과 다르게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그리하여 그녀는 어느새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한편 배지수는 구르미 빌리지로 돌아왔지만 몸과 마음은 이미 지칠대로 지쳤다.오늘 완벽한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자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마치 마른하늘에 번개 치는 것 같았다.“설마 농담하시는 건 아니죠?”깜짝 놀란 배지수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농담 아니에요. 우리가 전에 손잡았던 모든 건 오늘로 끝이에요.”“이제부터는 아무런 관련 없을 거예요.”“물론 계약서에 명시던 것에 따라 배상해 드릴 거예요.”말을 마친 진성은 차갑게 전화를 끊었다.배지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모두 순리롭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거지?그녀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다른 파트너들도 모두 거절했었다.진씨 가문을 잃는다면 경성그룹은 타격이 클 것이다.심지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생각에 잠기던 배지수는 진화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으로선 진화만이 그녀를 도울 수 있었다.하지만 통화연결음만 들릴 뿐이었다. 배지수는 절망했다. 진화도 등을 돌린 것 같다.그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배지수는 알 수 없었다.앞이 캄캄해져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다.갑작스러운 날벼락에 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같은 시각, 천호의 로열 스위트룸.“도련님, 이미 전화로 배씨 가문과의 협력을 끝냈습니다.”“아들놈의 전화도 제가 압수했습니다.”“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분부대로 하겠습니다.”진성은 자세를 한껏 낮춘 상태로 진운을 감히 바라보지도 못했다.그의 얼굴에 찍힌 손바닥 자국은 때때로 시세를 잘 살펴야 함을 일깨워주고 있었다.그것은 눈앞의 도련님이 그의 생명줄을 잡고 있는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그래요.”진운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배지수와 계약을 해지한 것은 첫 번째 행보에 불과했다.짧은 시간 동안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는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분처럼 대단한 사람이 배씨 가문의 데릴사위이고 수년 동안 무자비한 조롱을 받으면서 결국에는 이혼까지 강요당해 집에서 쫓겨나고 말았다.이런 사실은 탄식을 자아내게 했다.“3년을 함께 하면서도 남편의 신분을 눈치채지 못하다니.”“그녀는 정말 자신이
“나가봐요.”진운이 손을 흔들었다.밖으로 나온 진성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아버지, 괜찮아요?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이제 휴대폰은 돌려줄 수 있죠?”진화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었다.진성은 날카롭게 그를 노려보며 소리 질렀다.“오늘부터 집에만 박혀있고 어디도 나가지마! 누구도 만나면 안 돼.”“아버지. 제가 또 뭘 잘못했길래 이래요? 너무한 거 아니에요?”그의 말에 진화는 어리둥절했다.짝!진성은 그대로 진화의 뺨을 후려쳤다.“아버지, 왜 그러세요?”진화는 뺨을 부여잡고 눈을 크게 떴다.그이 기억 속 아버지는 아들을 애지중지해서 종래로 매를 들지 않는 분이었다.“이 정도로 뭐라는 거야? 너의 후대까지 모조리 멸종시켜도 속이 후련하지 않아!”“도련님이 어떤 분이라고 감히 그의 심기를 건드려!”진성은 분노했다.“아버지, 제가 언제 도련님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그러세요? 분명히 오해가 있을 거예요.”진화는 너무 억울했다.“목숨을 부지하고 싶다면 내 말대로 해.”“도련님께서 네가 그 여자와 또 연락한다면 이대로 넘어가지 않겠다고 경고했어.”“그때 가서 내가 널 지켜주지 않는다고 탓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말을 마친 진성은 씩씩거리며 자리를 떠났다.자리에 굳어버린 진화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그는 아직까지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혹시... 도련님도 수지가 마음에 든 것인가?”진화의 눈이 갑자기 반짝였다. 그는 몇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다음 날 아침. 용은별장.지붕의 투명한 유리창으로 햇살이 임지환을 비췄다.날카로운 그의 이목구비에 마치 한 층의 금막이 씌운 듯했다.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기를 모은 임지환이 눈을 떴다.“불멸의 옥초만 있다면 내 상처도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그의 얼굴에 흥분과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씻은 후 임지환은 아침을 차리고 여유롭게 식사를 즐겼다.식사를 끝마칠 때쯤 그가 평소 사용하던 휴대폰이 울렸다.홍진의 전화번호였다. 그것
성천변원 VIP 병동.유옥진은 배준영에게 귤을 까주고 있었다. 심지어 직접 입에 넣어주기까지 했다.“엄마, 귤이 너무 달아요.”배준영은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당연하지. 이건 외국산이라 일반인은 먹을 수 없는 거야.”“우리같이 부유한 집안이어야 먹을 수 있는 거란다.”유옥진은 거만을 떨었다.“엄마, 내가 생각 좀 해봤는데요.”“누나가 이 프로젝트를 완성해서 거금을 수거하면 누나에게 돈을 받아 최신형 람보르기니를 사고 싶어요.”배준영은 한껏 들떠 보였다.“누나가 얼마 전에 차를 뽑지 않았어?”유옥진이 물었다.“엄마, 누나가 사준 그 차는 포르쉐에요. 고작 2억 정도밖에 안 한다고요.”“람보르기니는 9억이에요. 포르쉐보다 훨씬 멋져요.”“그런 람보르기니를 운전하면 날 바라보는 남들의 시선도 완전히 달라지죠.”배준영은 흥분한 표정으로 아름다운 미래를 그렸다.“걱정하지 마. 너의 누나가 이 프로젝트만 성공하면 순수익만 500억이라고 했어.”“그러니 너에게 차 한 대 정도가 껌이지 않겠어?”“그러고 보니 나도 요즘 별장 하나를 눈여겨 보고 있어. 대략 80억 정도 한다고 들었어.”“그런 별장에 살 수 있다면 우리 가문은 많이 달라질 거야.”유옥진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엄마가 나보다 더 욕심쟁이네요.”배준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욕심?”유옥진은 코웃음치며 덧붙였다.“내 딸인데 나한테 효도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맞아요! 우리는 가족이니 남 좋은 노릇하면 안 되죠.”모자는 눈을 맞추며 웃음꽃을 피웠다.돈줄인 배지수로 그들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바빴다.하여 그들의 욕심은 점점 더 커져갔다.그때 배지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누나,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야?”배준영이 물었다.“밥은 먹었어?”유옥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배지수는 평소와 달리 눈 밑에 다크서클이 뚜렷했다. 그녀는 너무 초췌해 보였다.“엄마, 준영이 아무 이상 없으면 퇴원시켜요.”배지수가 입을 열었다.“내가 왜 퇴원해야 해?”배준
아니나 다를까 유옥진이 그의 앞을 막아서며 소리쳤다.“동생이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손찌검하면 안 돼.”“엄마가 너무 오냐오냐해서 문제잖아요.”씁쓸한 표정을 짓던 배지수는 고개를 흔들며 손을 내렸다.가득 찬 분노를 표출할 곳이 없었다.그녀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낀 유옥진이 급히 물었다.“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거야?”배지수는 말이 없었다. 그저 휴대폰을 켠 후 유옥진에게 건넬 뿐이었다.내용을 확인한 유옥진은 깜짝 놀라 하마터면 비명 지를 뻔했다.뉴스 1면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수조 프로젝트 무산! 진씨가문이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 경성그룹 아웃!’유옥진은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딸,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왜 말도 안 되는 기사가 떠도는 거야?”어제까지만 해도 잘 진행되고 있었는데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될 수 있는가?“어젯밤, 진씨 가문에서 전화가 왔고 우리와의 모든 협력을 취소한다고 했어요.”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배지수는 넋은 잃은 것 같았다.“뭐라고?”유옥진과 배준영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아무리 무식하다 해도 한가지는 알고 있었다.지금 배씨 가문의 미래가 진씨 가문과의 협력에 달려있다는 것을.만약 협력이 취소된다면 그들이 꿈꿨던 것들이 모두 물거품이 된다.“누나, 정확하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말해 봐.”배준영이 급히 물었다.“그래... 아무 일도 없었고 계약서에 도장까지 찍었는데 그쪽에서 왜 변심한 거야?”유옥진은 걱정스럽게 물었다.모자 두 사람은 드디어 심각성을 인지했다.“자세한 원인은 나도 몰라요.”배지수는 고개를 저었다.“그러지 말고 그 작은 도련님께 물어봐.”“누나에게 마음이 있어 보였는데 도와주지 않을까?”배준영은 진화를 떠올렸다.“그래, 빨리 그에게 도움을 요청해 봐. 대신 좋은 말 몇 마디 해달라고 해.”유옥진은 마치 생명줄이라도 잡은 것마냥 다급하게 말했다.“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수십 번이나 전화를 걸었는데 아무도 받지
둘은 예고도 없이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야?”뒤로 물러나던 배지수는 이내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볼 일이 생겨서.”초췌한 그녀의 모습에 임지환은 걱정스럽게 물었다.“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어디 아픈 거야?”그는 배지수가 몸이 안 좋아 병 보러 왔다고 생각했다.“가식적인 관심은 사양할게.”“내 초라한 모습을 보려고 지금 여기에 나타난 건 아니고?”배지수가 냉소를 지었다.“무슨 말이야?”임지환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꼭 내 입으로 말해야 해?”배지수는 순간 서러움이 폭발했다.“그래! 뉴스에 뜬 기사가 맞아. 진씨 가문에서 우리와의 협력을 중단했어.”“중단했다고?”임지환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배지수의 눈 속에 그의 모습은 가식 그 자체였다.“연기 하지 마. 다 보여.”“이제 만족해?”배지수는 차갑게 웃었다.“아니.”임지환은 부인했다.“어떤 반응이든 난 상관없어.”“내가 울면서 너에게 용서를 빌 거란 생각은 꿈도 꾸지 마.”“난 쓰러지지 않아. 절대 지지 않을 거야.”배지수는 이를 악물었다.강인한 겉면과 달리 슬퍼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임지환은 마음이 아팠다.그는 아직 그녀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네가 원한다면 내가 도울게.”임지환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그의 한마디면 진씨 가문은 다시 계약을 체결할 것이다.“날 돕는다고? 웃기지 마.”“매번 당신만 만나면 안 좋은 일만 생겨.”“만약 나를 돕고 싶다면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말을 마친 그녀는 매몰차게 그 자리를 떠났다.임지환이 그녀를 애타게 불렀지만,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그는 배지수가 오만하고 고집이 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한숨을 푹 내쉬던 임지환은 VIP 병동으로 향했다.중환자실 밖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사람들 속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서성이는 홍진이 보였다.임지환을 발견한 홍진은 급히 다가가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임 선생, 제발 내 딸을 살려주세요.”
류일은 겉으로는 정중하게 인사했다.그는 홍진이 급해서 아무에게나 병을 보이려 한다고 내심 불만이 많았다.그도 잘 나가는 내과 전문의인데 이 자식보다 못할까?원장 자리까지 올랐는데,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그는 환자의 상황을 간단하게 브리핑 후 조용히 옆으로 물러났다.임지환은 침대로 걸어가 홍소연의 상태를 살폈다.꽃처럼 활짝 필 나이지만 병 때문에 온몸이 허약해지고 얼굴이 수척했다.그녀의 눈은 굳게 감겨있었고 심장 박동 빈도는 너무 낮았다.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상태였다.임지환은 손을 뻗어 홍소연의 손목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으며 맥박을 체크하기 시작했다.약 3분 정도 지나자, 그는 손을 거두었다.“어떤가요?”홍진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아주 안 좋아요.”임지환은 엄숙하게 대답했다.류일도 고개를 저었다.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홍소연의 지금 상태는 누가 보아도 위독했다.“제발 부탁해요.”“어떤 방법이든 상관없어요.”“만약 치료가 효과 없다고 해도 절대 탓하지 않을게요.”홍진은 급기야 애원하기 시작했다.임지환은 한번 시도해 보기 했다.“한번 해볼게요.”임지환은 가방에서 거즈 뭉치를 꺼냈다.다양한 길이의 은침이 18개나 보였다.은침을 본 류일은 못내 내키지 않는 눈치였다.서의를 전공한 그는 이런 종류의 침술 치료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그것은 현대의학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기 때문이다.진지한 얼굴로 임지환은 은침을 소독했다.모두 소독을 마친 후 그는 제일 긴 침을 하나 집어 홍소연의 백회혈에 놓을 준비를 했다.“잠깐!”갑자기 류일이 다급하게 제지했다.임지환의 손이 허공에 멈췄다. 그는 류일을 바라봤다.“왜 그래요? 류 원장?”홍진이 물었다.“그렇게 하면 아가씨의 뇌가 손상을 입을 수도 있어요.”류일은 다급하게 막아섰다.그 말에 홍진도 살짝 흔들리는 눈치였다.뇌가 손상된다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하지만 임지환은 냉정하게 말했다.“환자의 상태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