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환은 그 말에 잠시 멍해졌다.이 어린 소녀가 약속을 지키는 성격일 줄은 몰랐다.“필요 없어. 상자 안에 있는 건 전부 네가 가져가.” 임지환이 고개를 저으며 보물 상자를 사양했다.“그건 안 돼, 난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소유리는 임지환이 거절하자 초조해지며 급히 말했다. “네가 안 받으면 이 상자 여기 두고 가버릴 거야.”“상자 안 물건이 어떤 경로로 온 건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잖아. 나도 보물을 처리하기 어려워. 그러니 네가 가져가는 게 나아.”임지환은 냉랭한 말투로 단호하게 거절했다.임지환은 번거로운 일을 유독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게다가 임지환에게는 이 보물이 별 가치가 없었다.“임 선생님, 유리 씨도 선의로 그러는 거니 받아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옆에 있던 허청열이 두 사람의 실랑이를 보며 참지 못하고 대화에 끼어들었다.“저는 금릉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 상자 속 물건은 제가 대신 처리해 드릴 수 있습니다.”“이 상자 안의 물건을 정말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아?”임지환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물론이죠!”허청열은 가슴을 두드리며 장담했다.“부탁이 하나 있는데 제가 한 번 열어봐도 될까요?”“그래, 열어 봐.”임지환이 어깨를 으쓱였다.소유리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허청열은 허락을 받자마자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뚜껑이 열리자 허청열의 눈앞에는 금은보화가 가득 넘쳐나는 황홀한 상자 내 모습이 드러났다.탁!허청열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애써 침착한 척 뚜껑을 다시 덮었다.그리고 임지환에게 다가가 쓴웃음을 지었다.“임 선생님, 이 물건 혹시 어느 무덤에서 파낸 게 아닙니까?”이 상자에 가득한 금은보화는 최소 수백억대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임지환 앞에서 큰소리를 쳤던 허청열은 이내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이 보물은 정당한 경로를 통해서 얻은 건 아니지만 무덤에서 가져온 건 절대 아니에요. 딴 건 보증할 수 없어도 이것 하나만은 내가 보증할 수 있
말을 마치자마자 임지환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청월은 헬리콥터의 좌석에 먼저 앉았다.“이봐...”임지환은 당황해서 머리를 긁적였지만 이청월 앞에선 두 손 들어 투항할 수밖에 없었다.“세상에, 임 선생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 있군요.”옆에서 허청열이 보기 드문 구경거리를 보며 임지환을 비꼬았다.“네놈이 정보를 흘린 거지?”임지환이 허청열을 흘긋 쳐다보며 담담하게 추측을 털어놨다.“너 말고 내가 금릉에 가는 걸 아는 사람이 없잖아.”“천만에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겠습니까?”허청열은 상황이 심상치 않자 슬그머니 엉덩이를 들어 자리를 뜨려 했다.“어딜 도망가려고? 가만히 앉아 있어!”임지환은 허청열의 옷깃을 잡아 병아리를 집어 던지는 것처럼 좌석에 던졌다.“허 교관, 죄송해요. 저 때문에 피해를 보네요.”이청월은 혀를 내밀며 사과하는 듯했지만, 눈빛에는 전혀 사과의 기색이 없이 고소해하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섣불리 좋아하지 마, 이따가 너도 난처해질 거니까.”임지환은 굳은 얼굴로 이청월을 노려보며 그녀를 겁주었다.“얼씨구? 하나도 안 무섭거든?”이청월은 가슴을 내밀며 말했다.“어쨌든 이제 내가 올라탔으니 날 버리고 갈 수는 없잖아, 안 그래?”“한번 해볼까?”임지환은 천천히 이청월에게 다가갔다.“앗,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이청월은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좌석에 쓰러졌다.“발 연기가 너무 심하잖아. 아직 널 다치지도 않았어.”임지환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이청월은 창백한 얼굴을 들고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비행기 멀미 오래된 병인데, 아까 급히 오느라 약을 안 가져왔어.”“그래? 그럼 침놓아 줄까?”임지환은 그 말에 가방을 열려고 했다.그러자 이청월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사양했다.“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까진 없어. 네가 내 옆에 앉아주면 나아질 거야.”“앉아 있는다고 무슨 효과가 있겠어?”임지환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옆에 있던 허청열은 임지환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저으며 끼어들었다
“아마도 테러 조직 사람들이 유람선의 승객들을 납치한 것 같아. 듣기로는 그 위급한 상황에서 임 대사가 선뜻 나선 덕분에 모두가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같아.”배국권은 유람선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고 나서 무언가가 떠올라 배지수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러고 보니... 그 임 대사가 우리 배씨 가문에 여러 번 도움을 주신 적이 있잖니. 이번에 그분을 유람선에서 만나긴 했어?”배국권은 늘 소망이 하나 있었다. 배씨 가문이 임 대사와 어떻게라도 얽혀서 배경으로 둔다면 앞으로의 부귀영화는 따 놓은 당상일 것이기 때문이었다.“할아버지, 망상이 너무 심하네요. 임 대사님은 어마어마한 배경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 배씨 가문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죠. 그런 대단한 분이 여러 차례 우리에게 도움을 주신 건 아마도 진운 도련님 덕분일 거예요.”배지수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유람선 위에서 임 대사는 자기와 어머니에게 굉장히 모욕적이었고 안중에도 없는 자태를 보여줬었다.둘 사이의 차이는 넘을 수 없는 깊은 협곡 같아서 배지수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절망적인 차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임 대사는 누구나 다 아는 탁월한 신분과 지위를 가진 분이니 진운조차 임 대사를 움직이게 할 수 없을지도 몰라. 지수야, 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있어. 널 집으로 데려다준 그 아가씨가 말하길 임 대사가 그 아가씨더러 너희 모녀를 잘 모시고 저택에 보내드리라고 특별히 당부했다고 하더구나.”배국권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그럴 리가 없어요. 임 대사님은 배 위에서 날 정말 쌀쌀하게 대했거든요. 절대로 사람까지 시켜 우리를 저택까지 잘 모시라고 할 수 없죠.”배지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해했다.어째서 임 대사는 이렇게 앞뒤가 다를까?“바보야, 임 대사는 지금 우리 강한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거물이야. 그런 거물이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널 특별히 대하는 모습을 보일 리가 없잖아. 눈치 빠른 사람들이 임 대사가 너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알
“듣고 보니 말이 안 되는 건 아니구나. 어쨌든 우리 배씨 가문에겐 좋은 일이야. 하지만 지금 제일 급한 건 일단 준영의 병을 고치는 거야.”배국권에게 있어 현재 가장 큰 걱정은 배준영의 병이었다.“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회사 일은 전부 수경에게 맡겼어요. 금릉 쪽 병원도 미리 다 예약해 놨으니 언제든 출발할 수 있어요.”배지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진성의 갑작스러운 방문이 아니었다면 배지수는 아마 지금쯤 금릉에 도착했을 것이다.“서두르지 마, 네 큰아버지와 영지 일행이 오면 다 함께 가자꾸나.”배국권은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말했다.“우린 준영의 병을 보러 가는 거잖아요. 큰아버지네가 왜 끼는 거죠? 제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지 말아주세요.”배지수의 목소리엔 분노가 섞여 있었고 표정이 단번에 차가워졌다.“지수야, 거 참 듣기 거북한 말을 하고 있구나. 우리 아들이 너희 남매 때문에 식물인간이 된 사실을 벌써 까먹었어? 다 배씨 가문 사람인데 누구 하나 편애할 수는 없지 않겠어?”배지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배전무와 배영지가 배지수의 저택 거실로 들어왔다.“손등도 손바닥도 다 살인데 너도 이 할아버지가 곤란해지길 원하지는 않겠지? 그리고 인국이 잘못한 건 사실이지만 식물인간이 된 이상 이렇게 무관심하게 둘 수는 없잖아.”배국권은 감정적으로 호소하며 이성적으로 배지수를 설득하려고 애썼다.배국권도 항상 화목하던 배씨 가문이 이번 일로 붕괴하여 뿔뿔이 흩어지기를 결코 원하지 않았다.“할아버지의 체면을 봐서 과거 일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을게요.”결국, 배지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하지만 이번에 금릉에 가서 저 사람들이 또 훼방을 놓으면 그땐 제가 가족이고 뭐고 가리지 않을 거예요.”...한편, 임지환은 허청열의 주선으로 화연평 장군의 저택에 도착했다.이곳은 금릉에서 최고급 규모를 자랑하는 대저택이었다.임지환은 저택에 들어오면서 최소한 일곱 군데의 감시초소를 발견했다.그리고 초소마다 무도 고
모두가 그 자리에서 임지환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도대체 이 청년은 무슨 배경이길래 감히 침왕의 치료를 막을 수 있는 거지?“임 선생님, 이건... 너무 무모한 거 아닙니까?”심지어 허청열도 지금은 임지환을 충격에 빠진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아무래도 임지환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바로 나설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이봐, 젊은이, 난 네가 누구든 전혀 상관없어. 이것만 명심해. 지금 화 장군은 일분일초를 다투는 상태야. 이 손을 놓지 않으면 널 거칠게 다룰 거니까 그렇게 알아.”이민재의 짙은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가면서 냉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위협했다.“청열아, 다 들었지? 아직도 안 데리고 나갈 거야? 빨리 데리고 나가! 이 침왕이 우리 아버지 치료하는 걸 방해하면 네가 용수의 교관이라 해도 그 책임을 질 수 없을 거야!”화도윤의 얼굴에는 냉정함이 스며 있었다.허청열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급히 방 안으로 들어가며 설득했다.“임 선생님, 제발 잠시 물러나 주십시오. 이 침왕의 치료가 끝나고 나면 그때 치료하셔도 늦지 않습니다.”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자기 소견을 밝혔다.“이 사람이 침을 끝까지 놓게 되면 나중에 내가 치료한다고 해도 화 장군의 목숨은 살릴 수 없어.”“입 다물어! 지금 우리 집에 들어오자마자 우리 아버지를 직접 보지도 않고 그런 개소릴 지껄여? 우리 화씨 가문이 네가 함부로 날뛰는 곳이라고 착각하는 거야?”화도윤이 성난 목소리로 임지환을 향해 외친 후 손을 휘저었다.그러자 화도윤 뒤에 서 있던 경비병들이 우르르 방에 들어와 바로 임지환을 둘러쌌다.허청열은 그 광경을 보고 황급히 임지환을 변호하며 말했다.“임 선생님은 단지 조급해서 그런 것입니다. 임 선생님이 화씨 가문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려는 의도는 하나도 없습니다.”“청열아, 내가 네 체면을 봐서 한 번만 기회를 주는데 지금 당장 이 녀석을 데리고 나가! 그러면 없던 일로 해줄게. 근데 저 녀석이 계속 이렇게 날뛰면 나도 어쩔 수 없다는 걸 명심해!
침왕 이민재는 그야말로 금릉 의학계의 전설적인 인물이었다.어렸을 때부터 이민재는 절묘한 침술 하나로 금릉에서 명성을 떨쳤다.수십 년간 이민재가 구해낸 사람은 적으면 수백 명, 많으면 수천 명에 달했다.이민재의 침술은 세상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실상부한 실력이었다.이런 뛰어난 의술을 자랑하는 신의는 아무래도 임지환이라는 출처 불명의 돌팔이보다 훨씬 더 믿을 만했다.게다가 임지환이 한 말은 화도윤에게 그저 터무니없게만 들렸다.이민재의 침왕 명성은 자타가 공인한 것이지 이민재 자신이 부풀린 것이 절대 아니었다.이런 신의의 의술을 동원한다면 아버지의 상태도 곧 회복될 것이다.생각을 마친 화도윤은 이민재를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 침왕, 아까는 제가 잠시 실수했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화 선생, 이번에는 당신이 아버지를 구하려는 다급한 마음을 고려해서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하지만 다음번에는 바로 떠날 겁니다.”이민재는 뒷짐을 지고 서서 자부심 가득한 눈빛을 보였다.그러고는 다른 한 손에 은침을 들고 돌아서서 침대에 누워 있는 화연평을 바라보았다.이때의 화연평은 얼굴이 칠흑처럼 검게 변했고 숨결이 미약해서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였다.“화 장군님은 사악한 기운이 몸에 침투된 상태입니다. 제가 은침으로 경락을 자극해 체내의 생기를 불러일으켜 정의로운 기운으로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면 병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이 침을 놓으면 장군님의 생명은 문제없을 겁니다.”이민재는 자세히 화연평의 상태를 설명하면서 은침을 손가락 사이에 집어넣고 노인장의 미간에 놓았다.“콜록콜록...”그 순간, 화연평의 얼굴에 퍼져 있던 검은 기운이 사라졌고 갑자기 눈을 뜨며 격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다.“아버지가 정말 깨어났네요. 이 침왕은 정말 명불허전입니다!”화도윤은 이 장면을 보자마자 감격스러워 어쩔 바를 몰랐고 급히 이민재 앞에 다가가 예를 표하며 말했다.“이 침왕, 정말 감사드립니다. 당신의 은혜를 이 화도윤이 평생 잊지 않겠
“아버지, 그냥 편히 누워 계세요. 이 침왕이 계시잖아요. 임지환이라는 사람은 그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작은 인물일 뿐입니다.”화연평과 달리 화도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아버지를 위로했다.이민재도 미소를 지으며 화도윤을 거들었다.“저 이민재가 보장하건대, 보름도 안 돼서 장군님께서 완전히 회복되실 겁니다.”“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임 대사는...”화연평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아버지, 굳이 임지환이라는 사람에게 빚진 기분이 드신다면 나중에 제가 돈을 좀 주면 됩니다. 그냥 진료비라고 생각하면 되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아버지가 온전한 상태로 요양하시는 겁니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깔끔하게 처리할게요.”화도윤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러면...”화연평은 유유하게 한숨을 내쉬며 더는 말을 잇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이 침왕, 이번엔 전부 당신 덕분입니다. 제가 금릉에서 가장 좋은 5성급 호텔에 성대한 만찬을 준비했으니 부디 와주십시오.”화도윤은 손을 내밀며 미소를 지었다.“그러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이민재도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은 나란히 저택을 떠날 준비를 했다.삑!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짧고 낮은 경고음이 밖에서 들려왔다.“푸흡...”조금 전까지 혈색을 되찾았던 화연평이 갑자기 입에서 피를 왈칵 쏟아냈고 온몸의 힘이 풀려 경직된 상태로 침대 위에 그대로 쓰러졌다.검은 피가 화도윤의 옷에 가득 튀었다.“이 침왕, 이게 무슨 일입니까?”화도윤은 믿을 수 없는 충격에서 벗어나자마자 이민재에게 목소리를 높여 따졌다.항상 침착한 태도를 보이던 이민재조차도 당황스러워하며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논리적으로만 보면 화연평이 안정된 상태여야 했는데 어째서 갑자기 피를 토하는 거지?“역시 임 선생님 말씀이 맞았군요. 이제 장군님을 구할 방법은 임 선생님을 다시 모셔 오는 것뿐입니다.”이 광경을 목격한 허청열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을
“화 장군의 아들이 애초에 내가 치료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어.”임지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뭐야? 그럼 쫓겨났단 말이야?”이청월은 미간을 찌푸리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우리가 저 멀리 강한에서 여기 금릉까지 와서 이렇게 기분 더러운 대접을 받아야 해? 가자, 당장 가서 저 사람들과 제대로 따져보자!”이청월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에서 뛰어내리며 당장 임지환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했다.하지만 임지환은 먼저 손을 뻗어 이청월의 어깨를 살며시 누르면서 말렸다.“날 믿지 못하는데 굳이 얼굴 붉힐 필요는 없잖아.”“그럼 지금 어쩔 건데?”이청월은 그 말에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기운이 쭉 빠졌다.“당연히 강한으로 돌아가야지.”임지환은 가볍게 웃으며 태연자약하게 대답했다.“그러자, 우리 강한으로 돌아가자. 강한에선 아무도 너한테 무례하게 굴 수 없어.”이청월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 시동을 걸었고 차는 천천히 출발했다.차 안에서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고 분위기는 다소 어색했다.“청월아, 요즘 너 정말 고생 많았어. 유란 같은 소수의 몇몇 사람들 외엔 너만큼 날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임지환은 집중하며 운전하는 이청월의 옆모습을 보며 진심이 묻어나는 말을 내뱉었다.끼익!갑작스러운 급브레이크에 임지환은 몸이 앞으로 휘청였지만 다행히 빠른 반사 신경 덕분에 좌석에서 튕겨 나가지 않았다.“내가 뭘 잘못 말했나?”임지환은 이청월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반응이 이렇게 심해?”이청월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호흡은 조금 가빠진 것 같았다.“그... 그냥 네가 칭찬하는 말을 한다니 좀 놀랐을 뿐이야.”해가 서쪽에서 떴나? 목석같은 남자 임지환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청월은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네 눈에는 감정 없는 사람으로 보여?”임지환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런 뜻은 아니야.”이청월은 급히 고개를 저으며 한마디 보탰다.“그냥 네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니까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