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대사님이 대종사인 건 알지만 신선은 아니잖아요. 니혼의 황실을 건드리면 정말 큰일 납니다.”“임 대사님의 목숨을 위해서, 그리고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저 공주를 도와주셔야 합니다.”강한시의 그 대부들은 소유리가 황족 신분을 밝히자 충격을 금치 못했다.그런데도 임지환이 공개적으로 거절하자 대부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한마디씩 하며 임지환을 설득하기 시작했다.소유리는 사람들이 설득하느라 애쓰는 모습을 보자 더욱 자부심에 찬 표정으로 임지환을 바라보며 말했다.“제대로 들었어? 똑똑하면 얼른 와서 내 독을 풀어.”“임 대사님, 이 일을 질질 끌어선 안 됩니다.”강진수 역시 참지 못하고 설득에 나섰다.강진수는 천문 둘째 문주라는 신분을 자랑하지만 니혼 황실 앞에서는 보잘 것 없이 작은 존재에 불과했다.“임 선생님, 지금이야말로 우리 양국 관계를 회복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당신이 유리 씨를 구해준다면 시후 씨의 죽음은 묻지 않겠습니다.”한중오 역시 소유리를 위해 임지환과 약속을 했다.거의 모든 사람이 임지환을 설득하며 이 상황의 이익과 손해를 설명했다.하지만 임지환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았다.“구해주긴 할 거야.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내 일이 끝나면 돌아와서 모두의 독을 풀어줄게.”말을 마친 임지환은 그대로 선실로 걸어 들어갔다.“네가 이대로 가버리면 우리 모두 너 때문에 죽게 될지도 몰라!”“그냥 몇 분만 시간 내서 소유리 아가씨의 독을 풀어주는 게 그렇게 힘드냐?”“네가 그렇게 잘난 줄 알아? 지구가 너 없이도 돌아가는 거 몰라?”임지환이 다른 사람들의 생사에 별 관심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에 대부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모아 욕설을 퍼부었다.“만약 유리 씨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난 니혼 무도계의 모든 사람을 이끌고 와서 널 죽일 거야!”한중오 역시 임지환의 태도에 극도로 분노했다.그런데 한중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실로 들어간 임지환이 다시 나왔다.“혹시... 임 대사님이 마음을 바꾼 건가? 내가 뭐랬어
이 무리가 나타나자마자 공격 지점을 모두 장악해 버렸다.그들의 총구는 방 안을 구석구석까지 커버해 버렸다.“어때?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를 처리하겠다는 바보 같은 소리가 나와?”행크가 웃으며 말했고 눈에 확 띄는 하얀 장갑을 만지작거리며 새하얀 얼굴에 경멸과 무시가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은 화이트 글러브일 거야.”현장에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행크의 정체를 알아차렸다.“화이트 글러브? 그건 태리에서 악명 높은 지하 조직이잖아.”“그 조직은 내가 듣기로 항상 잔인하게 일을 처리하고 수많은 피비린내 나는 사건을 일으켰다고 하던데?”“그런 위험한 조직이 왜 한국에 왔을까? 이거 완전 끝장이잖아!”“어쩌지? 나 방금 여대생 하나 꼬셔서 애인으로 뒀는데... 아직 맛도 못 봤는데 이대로 죽어야 한다고?”“너도 참 답답하구나. 당장 죽게 생겼는데 아직도 여자 생각이냐?”“내가 수십 년 동안 모은 이 억만 재산을 이대로 날려버릴 순 없잖아!”공포가 점점 군중 속에서 퍼져나갔고 모두가 몸을 웅크리고 벌벌 떨고 있었다.독은 아직 풀리지도 않았는데 이번엔 강도 무리까지 만나다니, 정말 앞에는 늑대, 뒤에는 호랑이가 덮치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돈 많은 멍청이들이 이토록 벌벌 떠는 걸 보니 우리가 한국에서 꽤 유명한 모양이네. 단순히 흥미로워서 탐랑이랑 협력하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큰 수확이 있을 줄이야.”화이트 글러브의 우두머리 행크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강한시 대부들을 바라보며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었다.“난 너희가 화이트 글러브든 블랙 글러브든 전혀 상관없어. 아무리 유명한 조직이라고 해도 우리 니혼 황실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소유리가 차갑게 말하며 임지환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지금 이 공주님이 너에게 소중한 기회를 줄게. 빨리 와서 내 독을 풀어. 내 기분이 좋으면 저 녀석에게 널 살려주라고 부탁할지도 몰라.”임지환처럼 혼자 다니는 건달에겐 어쩔 수 없었지만 행크 같은 조직화가 잘 된 테러
“아마 이놈들이 떠날 때, 이 배에 살아남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거야.”임지환은 눈앞에서 비겁한 본모습을 드러낸 사람들이 그저 겉만 번지르르한 악당들이란 걸 눈치챘다.“임지환, 아까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지 않은 건 둘째 치고 이제 와서 아픈 상처에 소금이나 뿌려?”“너 같은 인간은 대사라는 단어를 더럽히는 존재야!”“넌 다른 사람들도 다 너처럼 냉혈한이라고 생각해? 사람은 양심이란 게 있어. 다 너처럼 배은망덕한 놈이라고 생각하지 마!”임지환의 도발에 다들 화나서 참지 못하고 임지환에게 비난을 퍼부었다.“임 대사, 넌 참 똑똑한 사람이야. 저놈들이 그냥 강에 던져 물고기 밥이나 될 놈들이란 걸 어떻게 알았지?”행크는 미소를 지으며 떠들썩한 사람들에게 사형을 선고한 듯 말했다.그 말을 듣자 대부들은 공포에 질려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릴 뻔했다.“난 죽기 싫어!”“임 대사님, 이제 당신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어요.”“아까는 제가 정신이 나갔었어요. 제발 우리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임 대사님이 절 구해준다면 저는 100억을 내고 제 목숨을 살게요.”“100억이 뭐냐, 난 200억을 내겠어!”“임 대사님... 아니, 임 신선님! 제발 우리를 구해주세요!”강한시 대부들은 당장 죽을 것 같자 다들 임지환에게 도움을 청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심지어 니혼 사람들조차도 체면을 내려놓고 임지환에게 목숨을 구걸했다.“임 선생님, 제발 우리를 살려 주세요!”“보시다시피 저는 이렇게 젊어요. 전 정말 죽기 싫어요!”“임 선생님이 저를 구해주신다면 평생 당신을 위해 뭐든 하겠어요!”목숨을 구걸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고 휴게실 전체에 메아리쳤다.조금 전까지 임지환에게 쌀쌀하게 명령하던 소유리조차도 고통을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제발 날 살려 주세요...”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이제 임지환만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임 대사, 지금 보니 네가 모두의 희망이 됐군. 내가 지금 총을 쏴서 널 죽여버린다면 이 사람들이 내 발밑에 기
임지환의 온몸에서 살기가 뿜어나오고 있었다.그 살기는 너무나 짙어서 수많은 생명을 무자비하게 앗아간 행크조차도 순간적으로 오싹함을 느꼈다.“1년 동안 내가 납치한 사람들은 수없이 많지. 그중에 한국인들도 꽤 되고. 하지만 성이 배 씨인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 뭐, 네가 원한다면 내가 그걸 도와줄 수도 있어. 단, 네가 나와 협력한다는 조건에서지. 그렇지 않다면...”행크는 소유리를 바닥에 던지며 임지환을 향해 목을 긋는 제스처를 했다.“지금 내 기분이 상당히 안 좋거든. 방금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는지 알기나 해? 현명하다면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그렇지 않으면 이따가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걸 후회하게 될 거야.”임지환은 쌀쌀한 말투로 행크에게 경고했다.“임 대사님, 자신감이 있는 건 좋은데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는 건 자폭과 다름없어요.”강진수는 참지 못하고 임지환에게 귀띔했다.“임 선생님, 아무리 강해도 눈앞의 총알을 피할 수는 없잖아요.”진태양도 맞장구쳤다.“저 사람이 협력하자고 했으면 일단 받아들이면 될 텐데 왜 괜히 저 사람을 자극하는 겁니까?”“죽고 싶다면 그냥 내버려둬!”“어차피 우리도 다 죽을 거야. 저 녀석이 먼저 가서 지옥으로 가는 길이나 닦게 해줘!”니혼에서 온 한중오 제자들은 임지환이 자신들을 구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알고 얼굴빛이 싹 변했다.“임 대사는 너무 젊어서 저러는 거야.”“일단 협력하는 척이라도 했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을 텐데.”“이제 임 대사는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되었어.”강한의 대부들도 모두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고 한숨을 내쉬었다.“죽고 싶어 안달 난 것 같으니 내가 그 소원을 이루어줄게. 네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너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한 거야.”행크는 총을 들어 임지환의 머리에 겨누고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임 선생님, 피하세요!”그 모습을 목격한 유란은 소리를 지르며 끄떡도 하지 않고 서 있는 임지환에게 빠른 속도로 달
행크는 갑자기 하늘에서 우르르 내려온 용수 전사들을 보며 본능적으로 욕설을 내뱉고 부하들에게 총을 쏘라고 재촉했다.따다다다...총알이 죽음을 재촉하는 사신의 비명처럼 마구 날아다니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하지만 예상치 못한 이상한 장면이 벌어졌다.원래 유리도 쉽게 뚫을 수 있는 수십 발의 총알이 임지환 근처에 닿자 모두 기이하게 튕겨 나갔다.푸슉!푸슉!미처 방어할 겨를도 없이 행크의 부하들은 자기가 직접 쏜 총알에 맞아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임지환과 용수의 사람들이 손을 대기도 전에 행크의 부하들은 이미 대부분이 이렇게 죽어 나갔다.“이런 젠장! 저놈이 설마 마법이라도 쓰는 거야?”“이건 마법이 아니야! 이건 동양의 신비한 선술이야!”“오, 신이시여, 당신의 충실한 신자를 구해주소서!”이 정장을 입은 폭도들은 사람 죽이는 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지만 이 기괴한 장면을 보고는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어 나름대로 추측하기 시작했다.“선생님,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조금 전의 공포에서 겨우 벗어난 소유리가 무심코 한중오에게 물었다.“이건 무도 대종사들만이 펼칠 수 있는 선천강기입니다. 아쉽게도 저는 검도를 통해 경지에 올랐기에 선천에 들어서지는 못했습니다. 나도 선천 경지에 올랐더라면 저 정도는 할 수 있었을 겁니다.”한중오는 이 기묘한 장면을 보며 임지환이 어떻게 총알을 튕겨냈는지 대뜸 알아챘다.하지만 한중오는 임지환의 영기 방패가 자기가 알고 있는 선천강기보다 훨씬 강력한 술법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임 선생님, 이놈들을 어떻게 처리할까요?”허청열이 전투 의지를 상실한 정장 폭도들을 바라보며 임지환에게 의견을 물었다.“안 죽은 놈들은 다 체포해. 오늘은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어.”“알겠습니다.”허청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용수 전사들에게 명령을 내려 살아남은 자들을 전부 체포했다.“너... 도대체 누구냐?”눈 깜빡하지도 않고 수많은 생명을 빼앗은 악마 행크도 임지환의 신묘한 수법을 본 뒤 처음으로 공포를 느
죽인다고 하면 진짜 죽였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임 대사가 너무 과감한 거 아니야?”주변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저마다 등골이 서늘해졌다.이런 상황에서도 임지환이 감히 나서서 사람을 죽이다니, 니혼 공주인 소유리의 체면을 전혀 세워주지 않았다.“임 선생님, 저 남자를 죽일 필요까지 있었습니까? 너무 감정적인 거 아닙니까?”한중오는 죽은 행크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이봐요 영감, 영감이 보건대 임 선생님이 단순히 감정에 휩싸였다고 생각한다면 영감의 경지는 정말 형편없는 거야.”유란이 비웃으며 말했다.“그럼 감정적이 아니면 뭡니까?”한중오가 차갑게 물었다.유란은 고개를 저으며 목소리를 높여 반박했다.“당연히 아니지. 임 선생님이 저 남자를 죽인 건 모두의 안전을 위한 거야. 만약 행크를 너희 손에 넘겨준다면 너희는 배후의 주모자를 추궁해 낼 가능성이 높아. 하지만 그 이후엔... 또 다른 피바람이 불어올 게 분명하다고! 알겠어?”유란은 조리 있게 자기 추측을 털어놨다.“나를 노리는 자들에게 난 자비를 베풀 필요가 없어.”소유리는 패닉 상태에서 점차 침착해졌고 목소리에도 살기가 묻어났다.“그게 바로 결정적인 문제야. 너희가 이기면 당연히 상황이 평화롭게 흘러가겠지. 하지만 너희가 진다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너희 때문에 죽게 될 거야. 이 조직이 그렇게 만만하게 보여?”유란은 쌀쌀한 목소리로 소유리의 말을 끊고 말을 이었다.“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겠어? 아직도 임 선생님이 행크를 죽인 것이 단순한 감정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해?”“그건...”유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소유리와 한중오, 그리고 주변에서 지켜보던 이들의 가슴에 꽂혔고 다들 말문이 막혔다.“유란 씨 말이 맞네. 우리는 너희 두 집단 사이 모순의 희생물이 되고 싶지 않아!”“임 대사님은 우리를 구했을 뿐만 아니라 더 큰 재앙을 막아준 거야. 감사해야 할 일이야.”“임 대사님, 정말 현세의 보살이세요!”순식간에 강한시 대부들이 임지환을 구세주처럼
“난 상관없어. 모든 건 임 대사님의 뜻에 따를 거야.”강진수가 차분하게 송진국의 말에 반응했다.“됐어? 또 다른 문제라도 있어?”임지환은 담담하게 송진국을 쳐다보며 물었다.“됐어... 더 이상 볼일 없어.”송진국은 강진수가 임지환 편에 선 것을 보고 감히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임지환의 눈치를 살피며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용수 병사들의 안내대로 헬리콥터에 올라 자리를 떠났다.“임지환, 우리도 이만 가볼게. 몸조심해!”오랜 망설임 끝에 소유리는 임지환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기로 결심했다.“잠깐, 뭘 그렇게 서둘러? 나랑 함께 네 방으로 가자.”임지환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고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갑자기 소유리의 자그마한 손을 덥석 잡았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소유리는 임지환의 행동을 전혀 예상하지 못해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군말 말고 그냥 따라와!”임지환은 소유리의 저항을 무시하고 바로 소유리를 끌고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이게... 무슨 일이지?”주변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설마 임 대사가 신사인 척하면서 사실은 엉큼한 짐승이었나?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여자를 끌고 간다고?어이없는 장면을 목격한 한중오는 직접 임지환에게 달려가서 따지려고 했다.“어르신, 거기 서세요!”하지만 한중오가 움직이기 전에 허청열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유리 씨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당신이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한중오는 허청열에게 화난 목소리로 외쳤지만 허청열의 차분한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임 선생님이 유리 씨를 데려간 이상, 그럴 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이봐...”한중오의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청년, 뭔가 모르는 모양인데 유리 씨는 니혼 황실 일원이야. 난 이번에 유리 씨의 호위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여기까지 왔는데 무슨 일이 생기게 놔둘 순 없어!”“그만 해. 그런 얘긴 관심 없어. 여기서 난 임 선생님의 명령만 따를 뿐이니까 방해하려
임지환의 능력을 목격한 후, 유란은 임지환에 대해 무한한 경외심을 가지게 되었고 거의 맹목적인 신뢰를 보였다.유란에게 있어서 임지환은 전지전능한 신 그 자체였다.“그럼 내가 사람들을 다 보내고 나서 바로 돌아와서 유란 씨와 임 선생님을 데리고 떠날게요.”허청열은 말을 마치고 한쪽에 가만히 서 있는 한중오에게 힐끔 눈길을 주며 물었다.“이봐 영감, 왜 아직도 안 가? 여기서 죽을 생각인가?”“유리 씨가 나오지 않으면 난 절대 떠나지 않을 거야.”한중오는 단호하게 자기 생각을 밝혔다.“좋아, 죽을 때까지 기다리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그 말을 끝으로 허청열은 더 이상 한중오를 신경 쓰지 않고 바로 헬리콥터에 올랐다. 헬리콥터는 손님들을 태우고 빠르게 유람선을 떠나갔다.“아가씨, 진짜 여기서 죽을 생각이야?”사람들이 다 떠난 후, 한중오는 유란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죽을 생각?” 유란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네가 임 선생님께 희망을 두지 않았다면 왜 여기 남아 있는 거지?”“임지환의 능력은 인정해. 하지만 내가 남아 있는 이유는 유리 씨의 안전이 걱정돼서야. 그 자식이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유리 씨에게 뭐라도 할까 봐 이러는 거야.”한중오는 유란이 자기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말을 하자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마음 좀 더 곱게 먹어. 그 여자애를 소중하게 여기는 건 너희들뿐이지, 임 선생님은 그런 걸로 시간 낭비하지 않아.”유란은 한중오가 억지로 강하게 나오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겨우 참았다.“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사람 마음을 간파하는 일이야. 네가 임지환 속을 완벽하게 잘 안다고 장담할 수 있겠어? 난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해야만 안심할 수 있어.”한중오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갑판에서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유란이 한발 먼저 한중오의 길을 막으며 엄숙하게 말했다.“임 선생님이 나올 때까지는 누구도 임 선생님을 방해할 수 없어. 할 수 있으면 어디 한번 해 봐.”“너...”한중오는 버럭 화를 내려다가 갑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