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수의 눈에는 의심과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갑자기 나타난 이 여자의 말에 당혹스러워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아가씨, 사람 잘못 본 거 아닌가요?”임지환은 눈살을 찌푸리며 냉정한 시선으로 배지수를 바라보았다. “난 아가씨를 전혀 모르는데요?”임지환의 시선은 결연했고 냉담함마저 살짝 담겨 있었다.“이 여자는 누구야? 감히 임 대사님께 저런 식으로 말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나?”“경호원들은 뭐 하는 거야? 이런 정체불명의 여자도 감히 들여보내? 무슨 소동을 일으키려고 하는 거야?”“거기 누구 없어? 얼른 이 여자를 끌어내! 임 대사님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안 된다고!”갑자기 나타난 여자가 임지환과 애매한 관계일 거라 예상했던 그룹 회장들은 임지환이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자 약속이라도 한 듯 이구동성으로 호통쳤다.순식간에 배지수는 모든 사람의 화살을 받게 되었다.“끌어낼 필요 없어. 이 아가씨가 사람을 잘못 본 걸 거야.”임지환은 손을 내저으며 배지수를 끌어내려고 준비하던 경호원들을 제지했다.“사람을 잘못 봤다고? 부부로 3년을 살았는데 내가 어떻게 사람을 잘못 보겠어?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너만큼은 절대 잘못 볼 리 없어!”배지수는 고개를 꼿꼿이 세우며 완강함이 가득한 얼굴로 받아쳤다.“헐...”순간,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차가운 숨을 들이마셨다.이 여자의 말은 그들에게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임 대사가 이미 결혼했단 말인가?“부부로 3년 살았다고? 네가 다른 사람과 날 헷갈린 게 분명하네. 내가 언제 너 같은 속물근성을 가진 여자를 아내로 맞았다는 거야? 웃기지 마.”임지환은 표정이 변하지 않았지만 눈빛은 한층 더 차가워졌고 그 눈빛에는 조롱과 비난이 섞여 있었다.“너 나 망신 주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배지수는 눈을 부릅뜨고 임지환을 노려보았다.하지만 보면 볼수록 임지환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은 전에 없던 낯선 기운이었다.“웃기고 자빠졌네. 임 대사님 같은 분이 너랑 결혼했을 리가 있나?
“네가 계속 이렇게 무례하게 굴면 우리 승천 강철이 너희 경성 그룹과의 협력을 중단할 수밖에 없어. 알겠어?”승천 강철의 회장 유태서도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배지수를 위협했다.유태서가 버럭 화내자 배지수의 얼굴에도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승천 강철은 경성 그룹의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인데 협력이 중단되면 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터였다.이런 상황에서 배지수는 어쩔 수 없이 서둘러 해명했다. “유 회장님, 오해예요. 아마 제가 이분을 딴 사람과 착각했나 봐요.”“그렇다면 다행이야. 임 대사님을 잘못 건드리기라도 하면 나까지 곤란해지거든. 그 책임은 네가 지기에는 너무 무거울걸.”유태서는 콧방귀를 뀌며 차갑게 말했다.“오해라면 나도 더 이상 너와 따지지 않겠어. 하지만 네가 계속 소란을 피우면 나도 무정하게 대할 수밖에 없어.”임지환은 냉랭한 말투로 쏘아붙이고는 곧장 로비 안쪽의 휴게실로 들어갔다.그룹 회장들도 한 발짝 뒤에서 조용히 임지환을 따라갔다.조금 전까지 떠들썩하던 갑판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배지수와 유옥진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지수야, 우리 정말 사람을 잘못 본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리가 없잖아... 임지환 그 폐물이랑 이렇게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을 수가 있나?”매운 귀싸대기를 한 대 맞은 유옥진은 여전히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방금 본 사람은 외모가 임지환과 똑같았지만 성격은 완전히 딴판이었다.“나도 잘 모르겠어요.”배지수의 표정도 갈피를 잡지 못한 것 같았다.그때, 2층에서 어쩔 수 없는 듯한 답답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장모님, 제가 지수와 이혼했어도 굳이 저를 그렇게 헐뜯으실 필요는 없잖아요?”놀란 모녀의 시선 속에서 웨이터 복장을 한 임지환이 2층에서 천천히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임지환! 방금 넌 여기에...”배지수는 임지환이 다시 나타나자 당황해서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방금 내가 어쨌어?”임지환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반짝였다.모녀는 임지환의 모습을 넋 놓고 멍하니 바라
임지환이 입을 열어 상황을 설명하려던 순간, 유람선의 뚱뚱한 인사 담당자가 다급하게 쫓아 나왔다.“임지환, 너 여기서 뭘 빈둥거리고 있어? 주방 쪽에서 계속 재촉하잖아. 네가 임 사장님 친척 아니었으면 내가 벌써 널 배에서 내쫓았을 거야!”뚱뚱한 인사 담당자는 씩씩거리며 말을 마치고 거침없이 임지환을 향해 걸어왔다.“어쨌든 경고는 했어. 네가 안 가면 나중에 무슨 위험이 생겨도 내가 널 챙길 여력은 없을 거야.”임지환은 배지수를 힐끗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너나 잘해. 내가 가든 말든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배지수는 콧방귀를 뀌며 다시 예전의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배지수가 대중 앞에서 그렇게 큰 망신을 당한 건 전적으로 이 녀석 때문이었다. 임지환이 임 대사와 비슷하게 생기지만 않았다면 사람을 잘못 알아볼 일도 없었을 거다.지금 이렇게 평온한 태도로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참을 만큼 참은 셈이었다.“내가 할 말은 다 했으니까 결정은 네가 알아서 해.”임지환은 마지막으로 한마디 던지고 인사 담당자와 함께 다시 배 안의 작업실로 들어갔다.“이 녀석은 진짜 어디를 가도 계속 귀찮게 따라붙네. 오늘 우리가 이렇게 창피당한 것도 다 이 녀석 때문이야. 하필이면 왜 임 대사랑 똑같게 생겨 먹었어?”유옥진은 임지환의 뒷모습을 보며 잔뜩 화가 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저 녀석만 아니었어도 내가 어떻게 임 대사님께 그런 실수를 했겠어요?”배지수 역시 모든 잘못을 임지환에게 돌렸다. 그녀가 속으로 짠 모든 계획이 임지환 때문에 전부 틀어졌다. 이번엔 임 대사님을 설득해 배주영을 치료하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강한시 거물급 인물들 앞에서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앞으로 강한시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란 말인가?“이번엔 정말 철저히 망했어요. 우리 빨리 배에서 내리죠. 더 이상 창피당하기 전에.”배지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유옥진에게 말했다. 사실 배지수는 임 대사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현실은 그녀의 얼굴을 사정없이 후려쳐 엄청난 충격을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임지환이 담담한 말투로 지시했다.유란은 그 말을 듣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환하게 웃었다.방금 자기가 임지환의 허락도 없이 배지수를 일부러 난처한 곤경으로 밀어 넣은 것을 임지환이 혹시 질책할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진태양과 대결할 때는 적당히 끝내도록 해. 진지하게 싸우면 네가 이기기 힘들 거야.”임지환은 진지한 얼굴로 당부했다.“임 선생님,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유란도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유란은 말을 마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우려를 드러냈다.“전에 임 선생님께서 제게 선생님이 이기는 쪽에 돈을 걸라고 하셨는데 이번에 지면 손해가 만만치 않을 텐데요.”“괜찮아, 거미줄 조직 킬러들 현상금만으로도 이번 손해는 충분히 보상할 수 있어. 그리고 이번에 난 손해만 본 게 아니야.”임지환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임지환이 용두 지팡이에서 얻은 그 작은 보물 지도가 조 단위의 가치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른 일이 없으면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미리 준비해 둔 인조 가면입니다. 필요하시면 제가 직접 씌워드릴까요?” 유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임지환은 유란에게서 인조 가면을 받아서 들며 차분히 말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넌 가서 볼일 봐. 시간이 지나다 보면 강진수 같은 늙은 여우가 의심할지도 몰라.”“알겠습니다!”유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르게 화장실을 나갔다.유란이 떠난 뒤, 임지환은 화장실 밖 거울 앞에 서서 인조 가면을 썼다. 그러자 순식간에 임지환은 밝고 잘생긴 청년으로 변신했다.거울 속 자신을 보며 임지환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중얼댔다. “그물은 충분히 펼쳤으니 이제 회수할 때가 됐군!”...유람선의 최상층 커플 스위트룸.외국에서 온 화교 남녀가 마주 앉아 있었고 그들 옆에는 다양한 총기가 줄지어 있었다.“유레카, 이번 작전 목표가 드디어 나타났어. 탐랑과 약속한 시간까지 이제 5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짧고 둔탁한 총성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총알은 하나도 빠짐없이 접시에 명중했다.“너희 킬러들은 정말 신중하구나. 내가 조금이라도 반응이 늦었으면 벌써 벌집이 됐겠지?”임지환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연기를 하며 두 사람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서로 같은 처지야. 중요한 일이라 신중할 수밖에 없지.”유레카가 총을 내려놓고 눈앞의 낯선 소년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탐랑은 항상 우리랑 단독으로 연락하던데 왜 갑자기 사람을 보낸 거지?”“이번엔 여기 유람선에 사람이 너무 많아. 한 사람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니까. 너희 둘 말고도 이번 작전에 참여한 사람 중 탐랑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임지환은 자연스럽게 대답을 이어갔다.브루스는 그 말을 듣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건 그렇지. 우리 부부는 탐랑과 오랜 파트너니까 말이야.”“그 임 대사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광대랑 킹콩도 그놈에게 당했다고 들었어. 본부에서는 이번에 아예 배에 폭탄 열 개를 설치하라고 지시했어.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우리 목숨도 위험할 거야.”유레카의 얼굴엔 심각한 표정이 스쳤다.“폭탄? 너희도 나랑 같은 생각을 했구나. 나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폭탄을 설치했어. 너희가 설치한 곳을 알려줘야 계획이 완벽해질 수 있어.”임지환은 일부러 놀란 표정을 지으며 폭탄의 위치를 캐내려 했다.“정말 바보가 따로 없구나.”브루스는 임지환을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탐랑이 내 ‘폭탄 전문가'라는 별명을 너한테 안 알려줬나 보네? 다행히 내가 미리 표시해 두고 지도를 그려놨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군.”브루스는 말을 마치고 곧 가방에서 손수 그린 지도를 꺼내려 했다.삐빅...바로 그때, 유레카의 핸드폰에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계획 변경. 내 지시를 기다려라. 탐랑으로부터]그 문자를 보자마자 유레카의 표정은 순식간에 급격하게 어두워졌다.그녀는 휴대폰을 집어넣고 총을 들어 임지환을 겨누며 차갑게 물었다.“넌 대체 누구야?”“유레카, 갑자기
띠리리리...바로 그때, 유레카의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임지환은 곧바로 전화를 집어 들고 상대가 말하기도 전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탐랑아, 안녕?”상대방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바로 폭소를 터트렸다.“임 대사, 내가 널 너무 과소평가했군. 네가 무술 실력만 뛰어난 게 아니라 머리도 참 잘 돌아가네. 대역을 써서 우리 주의를 그쪽에 돌리고는 뒤에서 몰래 이렇게 움직이다니, 꽤나 똑똑한 작전이야. 하지만 나도 바보는 아니야. 이제부터가 진짜 게임의 시작이지!”휴대폰 건너편에서는 차가운 전자 음성이 들려왔다.정체가 드러나는 걸 피하려고 탐랑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 모양이었다.“이건 게임이 아니야.”임지환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탐랑, 네 팀원들은 이미 죽었어. 이런 상황에서 뭘 믿고 반격하려고 하지?”“팀원들? 웃기고 자빠졌네. 네가 내 정체를 눈치챈 이상 킬러는 감정이 없다는 것도 잘 알게 아니야. 그 자식들은 그저 내가 이용하기 쉽고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도구일 뿐이야. 그리고 하나 더 말하자면... 지금은 내가 불리해 보일지 몰라도 네가 그 배씨 모녀와 만나서 얘기했을 때 이미 패배한 거나 다름없어.”탐랑의 목소리는 전자 합성음이었지만 그의 말 속에 담긴 흘러넘치는 자신감을 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무슨 뜻이야?”그 말에 임지환의 마음이 살짝 무거워졌고 목소리도 서서히 차가워졌다.“대충 짐작이 가잖아. 굳이 내가 더 까놓고 말할 필요가 있나?”탐랑이 비웃으며 말했다. “그 배씨 모녀는 지금 내 손안에 있어. 네가 두 사람을 구하고 싶다면 내 말을 잘 들어야 할 거야.”“그 두 사람에게 손이라도 대 봐? 네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게 갈기갈기 찢어주지.”임지환의 눈빛이 차갑게 빛나며 그 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하하... 조금 전까지는 단순한 추측이었는데.”탐랑은 임지환의 반응에 능글맞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 네 말로 확신할 수 있게 됐어. 그녀들이 바로 네 약점이라는 걸 말이야. 두 여
“알고 보니 네 진짜 목표는 강진수였구나. 내가 거미줄 조직 킬러들의 배짱을 너무 얕잡아봤네. 감히 천문 둘째 문주의 목숨을 노리다니, 겁도 없네.”천하의 임지환도 강진수의 진짜 속내를 듣고는 놀라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아무리 탐랑의 야망을 높게 평가했어도 이 녀석이 겨눈 최종 목표가 천문 가주일 줄은 몰랐다.“솔직히 네게 다 털어놔도 상관없어. 강진수는 우리 거미줄 조직의 사냥 목록에 올라와 있는 인물이야. 그놈 목숨값이 무려 20억 달러에 달하지. 그놈을 죽이기만 하면 나도 손을 깨끗이 씻고 이 바닥을 뜰 거야. 남은 생은 편히 쉴 수 있을 거겠지. 이 거래, 어떻게 봐도 모든 걸 걸고 한판 거하게 벌여볼 만하지 않겠어?”탐랑은 주절주절 자기 계획을 널어놓다가 갑자기 화제를 급히 돌려서 말을 이었다.“그놈과 짜고 무슨 일을 꾸미려는 생각은 접어. 네게 단 30분 줄 테니 그때까지 움직이지 않으면 그녀들 시신이나 챙기러 와!”말을 끝내자마자 탐랑은 전화를 와락 끊어버렸다.임지환이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상대방의 휴대폰은 이미 꺼져 있었다는 안내음만 들렸다.“평소의 나답지 않게 이번엔 내가 방심했군.”임지환은 쓴웃음을 지으며 지도와 휴대폰을 손에 들고 브루스 부부의 방을 나섰다.방을 나선 임지환은 급히 폭탄을 해체하지 않고 1층에 있는 휴게실로 향했다.이때, 임지환의 모습으로 변장한 유란은 강진수와 강한시 거물급 인물들과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임 선생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임지환이 갑자기 나타나자 유란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임 대사님, 이분은 누구...”유란이 임지환을 ‘임 선생님'이라 부르자 강진수는 어리둥절해졌다.“계획이 바뀌었어.”임지환은 조용히 말하며 얼굴에 붙였던 인조 가면을 떼어냈다.순간, 방에 있던 모든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내 눈이 잘못된 건가? 어떻게 임 대사님이 두 명이지?”“대체 누가 진짜야? 강 문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주위 사
“이건... 불가능해! 이 지도는 분명 가짜야!”폭탄 설치 위치가 표기된 지도를 본 강진수의 자신만만하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이 지도의 진위를 확인하고 싶으면 임의로 부하를 하나 보내서 직접 확인해 봐. 난 분명 너에게 경고했어. 나중에 대응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날 원망하지 마라.”임지환은 어깨를 으쓱이며 여전히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날 겁주려는 거냐?”강진수는 임지환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내뱉었다.“강 문주님, 임 선생님이 굳이 폭탄이 위치한 지도로 당신을 겁줄 이유가 있겠습니까?” 유란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신 말했다.“남자들이 말하는데 여자는 작작 끼어들어!”강진수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화를 내려고 했다.쉭!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란이 강력한 발차기를 날리며 공기를 사납게 가르는 소리를 냈다.그녀의 길고 날씬한 다리가 이 순간만큼은 가장 치명적인 무기가 되었다.“이 계집이 나를 만만하게 본 모양이군.”강진수의 눈빛이 차가워지며 유란의 다리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손톱에서 강철이 스치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다.“강 문주님이 이 발차기를 손으로 받으면 이 미인의 다리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부서질 거야.”주변에서 유란의 미모에 빠져 있던 사람들은 그녀가 위험에 처한 것을 보고 속으로 안타까워하며 손에 땀을 쥐었다.“말을 함부로 했으니 벌을 받아야지. 우리 천문의 위엄은 아무나 도전할 수 있는 게 아니야.”강진수가 데려온 경호원들은 다들 오만한 표정으로 유란의 패배를 확신하고 있었다.“그만둬,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야!”순식간에 임지환이 나서서 강진수의 바위도 꿰뚫을 수 있는 공격을 튕겨냈고 다른 한 손으로 유란을 자기 옆으로 끌어당겼다.“임지환, 말 한마디 내뱉으면 끝날 것 같아? 네가 그 계집을 잠시 보호할 수는 있어도 영원히 보호할 순 없어!”임지환이 개입하며 전력을 다한 공격을 쉽게 막아내자 자존심이 극도로 상한 강진수는 저도 몰래 거친 말투로 임지환을 위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