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하가 공격을 시작하는 순간, 위준우는 임지환의 죽음을 이미 예견한 듯 중얼댔다.위준우는 과거에 진대하가 이 필살기를 사용해 1피트 두께의 강철판에 손가락 구멍 다섯 개를 낸 것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었다.강철판도 다 뚫릴 지경인데 임지환의 목이 강철판보다 단단할 리는 없었다.“이건... 소림 오형권인가? 이 평범한 권법을 이 정도로 연마하다니, 이 영감이 실력은 좀 있네.”무술 강자 허청열조차 진대하의 공격을 보자 감탄을 금치 못했다.“이번에야말로 정말 위험할지도 몰라. 임지환이 이렇게 죽는 걸 그냥 지켜볼 수 없어.”양서은은 이를 악물고 임지환을 돕기 위해 몸을 던지려 했다.쿵!하지만 임지환은 이미 번개같이 반응하며 손을 내밀었다.임지환은 자기 목을 보호하려고 손바닥으로 공격을 막은 후, 학이 먹이를 쪼듯이 진대하의 관자놀이를 노려 내리쳤다.“감히 오형권으로 나와 맞붙어? 어설프게 흉내 내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임지환이 어설픈 동작으로 자기 오형권을 따라 하자 진대하는 임지환을 조롱하며 비난하기 시작했다.그러고는 고개를 옆으로 비켜 임지환의 공격을 피하고 용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며 척추에서 콩 볶는 듯한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흐읍...”진대하는 낮은 소리로 외치며 갑자기 몸을 들어 올렸고 빠르게 발을 움직여 뱀이 동굴에서 튀어나오듯 두 손가락을 들어 임지환의 두 눈을 향해 날카롭게 찔렀다.오형권 중 용형의 강력함과 뱀형의 날카로움이 이 순간 완벽하게 융합된 것이다.“이 한 방이면 이 애송이는 물론, 대사급 무사라 할지라도 무릎을 꿇고 패배할 거야.”진대하는 자기 기술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자기가 마치 무술 최고 경지에 오른 듯했고 이 한 방을 날리면 자기 내공이 한층 더 상승할 조짐까지 느꼈다.“전통적인 오형권이 네 손에서 나오니 그야말로 엉망진창이군. 이 정도면 가히 내 눈을 더럽히는 수준이야.”임지환은 학이 춤을 추듯 몸을 움직여 진대하의 결정적인 공격을 가볍게 피했고 한 걸음씩 발을 내디딜 때마다
손바닥이 내려앉는 순간, 현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허세를 떨더니 결국 내 손에 죽지 않았나? 사람은... 너무 자만해서는 안 돼, 알겠어?”진대하는 측은한 눈빛으로 임지환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통제하는 듯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내가 여기 오지 말아야 했어. 임지환을 죽게 만든 건 다 내 잘못이야.”양서은의 예쁜 얼굴에는 자책의 감정이 가득했고 눈물이 눈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이미 죽었어. 그만 울어.”위준우는 냉랭한 말투로 양서은을 달랬다.“앞으로 여자로서 얌전하게 행동하면 내가 좀 더 잘 대해줄 수 있어.”“넌 진짜 미련하기 짝이 없구나. 이 영감탱이 따위가 임 선생님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아?”허청열은 위준우의 말이 우스워 조롱하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이렇게 된 마당에 아직도 패배를 인정하지 못해? 임지환이 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기라도 한단 말이야?”위준우는 허청열의 말이 불만스러워 즉각 반박했다.위준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대하의 일격을 맞고 즉사해야 했을 임지환이 갑자기 고개를 들고 입가를 치켜올려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어라? 왜 안 죽었지?”진대하는 귀신이라도 본 듯 경악하며 본능적으로 차가운 숨을 들이마셨다.“내 호신용 영기도 뚫지도 못하는 네가 무슨 배짱으로 날 죽이려 해?”임지환은 콧방귀를 뀌며 조롱했고 이내 체내의 영기를 급격히 끌어올려 폭발시켰다.진대하는 무방비 상태에서 그 거대한 영기에 밀려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섰다.진대하가 아직 몸을 가누기도 전에 임지환이 번개처럼 다가와 그의 옆에 바짝 붙었다.임지환이 오른손을 활처럼 쫙 펼치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그 속에 응축된 듯했다.쾅!별장 홀 전체에 둔탁한 소리가 빠르게 울려 퍼졌다.어떤 화려한 기술도 없이 임지환의 주먹이 정확하게 진대하의 관자놀이에 꽂혔다.순간, 모든 이들이 숨을 멈추고 홀 중앙을 주시했다.하지만 임지환은 이미 손을 거둔 상태였고 진대하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그런데 내가 따라가겠다니까 네가 왜 싫다고 그래? 날 데려가지 않으면 저 위 도련님의 억울함은 어떻게 풀어줄 거야?”임지환은 싱글벙글 웃으며 위준우를 생각해서 선심을 베푸는 것처럼 말했다.유진헌은 불에 달궈진 솥에서 뛰어다니는 개미처럼 안절부절못했다. 심사숙고 끝에 갑자기 유진헌의 눈이 번뜩였다.“내 생각엔 방금 일은 완전히 오해였던 것 같아요. 위 도련님, 그렇게 생각하시죠?”눈치 빠른 유진헌은 상황이 불리해진 것을 눈치채고 바로 공을 위준우에게 넘겼다.지금 위준우의 얼굴은 부모가 죽은 것처럼 어둡고 찌그러져 있었다. 위준우는 비록 오만하기 짝이 없지만 멍청하지는 않았다. 임지환을 건드린 결과가 어떤지 진대하의 죽음이 가장 좋은 증거였다.그래서 위준우는 이빨 사이로 겨우 몇 마디를 내뱉었다. “네가 날 때린 건 그냥 넘어가겠어.”그러고는 유진헌을 향해 험악한 눈빛을 던졌다.“유 국장, 오늘 너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그 자리에 무사히 앉아 있기를 바랄게.”말을 마치고 위준우는 자리를 뜨려 했다.“거기 서 봐!”하지만 몇 걸음도 걷지 않았는데 저승사자의 목소리처럼 무서운 소리가 위준우를 불러세웠다.위준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난 더 이상 따지지 않겠다고 했잖아, 뭘 더 원하는데?”“방금 해결한 건 너와 나 사이의 문제였어.”임지환은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근데 네가 양 팀장을 모함한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어.”위준우는 이 말을 듣고 불쾌한 얼굴로 물었다. “말하고 싶은 게 뭐야? 도대체 뭘 원하는 건데?”“너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생각은 없어. 양 대장님께 무릎 꿇고 사과하면 돼.”임지환은 담담하게 말했다.무릎 꿇고 사과하라고?“이봐, 임지환. 네가 아주 날 바보 취급하는구나. 양서은은 내 여자야. 내가 너희 관계를 오해했다고 하자. 그래서 뭘 어쩌라고?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웃기지 마. 네 앞에서 양서은을 쌍욕 해도 양서은
양서은은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고 눈빛에 굴욕감이 서려 있었다.위준우의 말이 맞았다. 아무리 양씨 가문이 도망치려고 해도 결국 위씨 가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위씨 가문은 용산시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거물급 존재였다.양서은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위씨 가문이라는 운명의 그물에서 빠져나갈 수 없었다.“내가 보기엔 너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구나.”임지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잠시 눈앞이 흐려졌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임지환은 이미 위준우 앞에 서 있었다.“너... 너 뭐 하려는 거야?”위준우는 눈앞의 괴물 같은 존재를 보고는 반사적으로 돼지머리처럼 부어오른 뺨을 감싸안고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팍!이번엔 임지환이 귀싸대기를 날리지 않고 손을 뻗어 위준우의 배꼽 아래 2촌 부위를 가볍게 쳤다.“고작 이거야? 뭐 대단한 필살기라도 보이는 줄 알고 쫄았단 말이야. 너도 위씨 가문이 두려워 감히 주제넘은 행동은 못 하겠지?”임지환이 단지 겁만 주려는 듯 자기를 가볍게 툭 건드린 걸 보고 위준우는 터져 나오는 폭소를 참을 수 없었다. “네가 날 안 때린다고 해서 내가 널 용서할 거라고 착각하진 마. 임지환, 너랑 나 사이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위준우는 으름장을 놓고 당당하게 별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위 도련님, 잠시만요.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유진헌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슬그머니 도망치려 했다.“허 교관, 수고스러운 대로 이 사람들을 처리해 줘. 그리고 몇 명 더 불러서 별장 청소 좀 부탁할게.”임지환은 바닥에 널브러진 유진헌 부하들을 힐끗 보다가 진대하의 시체가 있는 곳을 가리키며 재차 지시했다.“임 선생님, 맡겨만 주십시오.”허청열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 있게 말했다. “한 시간 안에 모든 걸 원래 상태로 복원해 드리겠습니다.”허청열이 손을 휘젓자 부하들이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임지환, 우리 잠깐 얘기할 수 있을까
차창이 내려가며 진태양의 얼굴이 드러났다. “강 문주님을 모셔 왔으니 잠시 차에 올라 이야기를 나누시죠.”“잠깐 기다려줘. 잠깐 얘기를 하고 바로 돌아올게.”임지환은 양서은에게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괜찮아. 먼저 볼일 봐. 굳이 날 챙기느라 애쓰지 않아도 돼.”양서은의 얼굴에 살짝 홍조가 돌았고 마음속에서 달콤한 기분이 스며들었다.‘왜 굳이 임지환이 주동적으로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걸까?’임지환은 한국 차의 문을 열고 태연한 자태로 조수석에 앉았다.“정호야, 출발해.”한국 차 뒷좌석에서 꽤 권위 있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양서은은 이 목소리가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져 뒷좌석을 보려 했으나 뒷좌석의 유리는 짙은 검은색 방탄유리였다.양서은이 주시하는 가운데, 그 한국 차는 천천히 산 아래로 내려갔다.임지환은 차에 올라타고 뒤쪽을 쓱 훑어보았다.뒷좌석에는 진태양 외에 선글라스를 쓰고 지팡이를 든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이 사람이 바로 진태양이 말한 천문 둘째 가주 장 문주일 것이다.임지환의 시선을 감지한 듯, 진태양 옆에 앉은 강진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고 선글라스를 통해 임지환을 살펴보았다.“네가 임지환이냐?”“그래, 나야.”임지환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간이 크긴 하구나. 우리 천문 사람을 감히 건드려? 죽을 준비는 됐나?”강진수가 말을 꺼내자 차 안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냉기가 감돌았다.아무래도 타인의 목숨을 손에 거머쥐고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대단한 인물임이 분명했다.“날 건드린 자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해. 너희 천문 사람이라도 내 규칙을 따라야 해.”임지환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젊은 놈이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도 모르고 내 앞에서 규칙을 논하고 앉아 있어?”강진수는 냉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진태양을 보며 말했다. “네가 그토록 칭찬하니까 난 또 어떤 대단한 청년인가 했는데 이렇게 건방지고 무지막지한 놈인 줄은 몰랐어. 내가 지나치게 높이 평가했나 보네.”“강
강진수는 용두 지팡이를 꽉 쥐고 얼굴에서 웃음기를 싹 지웠다. 대신 강진수의 얼굴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별로 크지 않고 왜소한 편인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엄은 그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강진수의 압도적인 기세 앞에서 무술 대사인 진태양조차 입을 꼭 다물고 다급한 눈빛으로만 임지환에게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하지만 임지환은 진태양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히려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틀린 말도 하지 않았는데 왜 너한테 사과해야 해? 혹시 너희 천문 인간들은 다들 이렇게 권력을 남용하는 게 취미야?”“버르장머리 없는 놈!”임지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진수는 용두 지팡이를 들어 임지환의 얼굴을 향해 강하게 내리치려 했다. 나무로 만든 용두 지팡이였지만 강진수의 손에서 뻗어나가는 힘은 견고한 창을 휘두르는 것처럼 강렬했다. 천문 둘째 문주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인지라 강진수의 무술 실력은 절대 범상치 않았다.강진수의 급작스러운 공격에도 불구하고 임지환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임지환은 오른팔을 가볍게 휘둘러 용두 지팡이의 강력한 힘을 손쉽게 다른 방향으로 흘려보냈다.펑! 뒷좌석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강진수는 강력한 힘이 지팡이를 통해 돌아오는 것을 느꼈고 순간 균형을 잃은 채 뒷좌석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강 문주님, 괜찮으세요?”진태양이 그 모습을 보고 황급히 강진수를 부축해서 일으켜 세웠다.끼이익...천천히 달리던 차가 갑작스러운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멈춰 섰고 운전석의 정호는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어 임지환의 머리에 겨누며 차갑게 말했다. “감히 강 문주님을 불순한 태도로 대하다니, 네놈 대갈통에 총알을 박아버릴까?”누군가가 총으로 겨누고 있는 긴박한 상태에서도 임지환은 하나도 긴장하지 않고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강진수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난 또 천문 문주라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일 줄 알았는데, 기대했던 내가 미련하구나.”임지환의 말에 강진수
강진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운전사를 바라보며 손짓했다.“강 문주님, 알겠습니다!”정호는 자신 있게 대답하며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임지환은 번개처럼 움직여 두 사람을 놀라게 했다.쉭!순간 정호는 눈앞이 갑자기 흐려지며 손에 쥐고 있던 총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느꼈고 그 과정에서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이제야 제대로 대화할 수 있어?”임지환은 원래 자리로 돌아왔고 조금 전까지 정호가 쥐고 있던 총은 이미 그의 손안에 들어와 있었다. 임지환은 총을 가볍게 돌리며 그것이 자기 연장인 양 능숙하게 다루었고 이 일련의 동작은 마치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러웠다. 그 순간, 진태양과 강진수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대사급 강자였지만 전혀 임지환의 속도를 따라잡아 제지할 수 없었다.“임 대사님, 일단 총을 내려놓으시죠. 모든 건 대화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내심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진태양은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늘 진태양은 단순하게 중재하려고만 했지만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더 심각한 사태로 넘어갈 수도 있어 보였다.임지환은 빙그레 웃으며 손목을 휘둘러 총을 강진수 앞에 던지며 말했다. “내가 괘씸하지? 불만이 가득하지? 자, 나도 기회를 줄게. 네가 나한테 사과하든지, 아니면 직접 총을 쏘든지.”강진수는 가까이 놓인 총을 바라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한참 후에야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어휴, 이제 나도 나이를 속일 수 없군. 임 대사, 아까 내가 좀 경솔한 모습을 보였어요. 부디 용서해 주길 바랍니다.”천문 둘째 문주라는 거물급 인물이 어린 후배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진태양은 입을 벌린 채 한참 동안 할 말을 잃었다.“보아하니 당신이 천문 둘째 문주 자리에 앉은 게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만은 아닌 것 같네요.”임지환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자, 그럼 말해 보세요. 오늘 날 찾아온 진짜 이유가 대체 뭔
천문 문주 자리를 양보해라고?“임 대사님, 농담하시는 거 아니죠?”진태양은 한참 동안 얼이 빠져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놀란 얼굴로 물었다.“농담 아니야.”임지환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10억 달러로 천문 둘째 문주 자리를 바꾸는 건 어떻게 봐도 천문이 이득을 보는 거래야.”“흥, 우리 천문을 너무 만만하게 보네요. 10억은커녕, 100억 달러라도 이 자리를 바꿀 수는 없어요.”멍해 있던 강진수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냉랭하게 말했고 임지환을 바라보는 눈빛에 적대감이 짙게 깔려 있었다.“뭘 또 그렇게 긴장하세요? 그냥 농담한 겁니다.”임지환은 강진수의 불쾌한 시선을 느끼고 웃음을 터뜨렸다. “난 자유로운 걸 좋아해요. 강 문주가 진짜 자리를 준다고 해도 귀찮아서 맡지 않을 겁니다.”임지환의 말을 듣고 나서야 강진수는 한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었다.임지환이 문주 자리를 내놓으라고 할 배짱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고 진짜 깜짝 놀랄 일이기도 했다.“문주 자리가 아깝다면 내가 좀 양보할게요... 그 용두 지팡이를 나한테 이틀만 빌려주는 걸로 하죠.”임지환은 말을 마치고 강진수가 쥐고 있는 용두 지팡이를 가리키며 말했다.“그건 어려울 것 같네요. 이 용두 지팡이는 우리 천문 문주 상징입니다. 외부인에게 절대로 빌려줄 수 없어요.”강진수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용두 지팡이는 천문 지도층의 신분 상징이다. 용두 지팡이를 쥔 사람은 각 지역의 천문 제자들을 호령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사실 천문 둘째 문주라는 타이틀보다 용두 지팡이의 실제 용도가 더 선명했다.“내가 제시한 조건을 다 거절한다면 그건 당신이 성의가 없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이제 우리 사이엔 더 이상 할 말이 없겠네요. 지금 당장 운전사에게 차를 세우라고 말해요. 난 이만 내려가 볼게요.”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흥미를 잃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강진수는 임지환의 태도를 보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임 대사, 아까 그 제안은 협상의 여지가 있어요. 임 대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