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하가 아무리 참을성이 좋고 수양이 있어도 이 순간에는 결국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평생 위세를 떨친 노련한 고수로서 젊은 후배가 자신 앞에서 싹수없게 거들먹거리는 건 도저히 참을 수는 없었다.“믿든 말든 네 맘대로 해.”임지환은 눈을 흘기며 말을 이었다. “내가 왜 너 같은 이내 눈에 흙이 들어갈 사람한테 입 아프게 설명해야 해?”“달린 입이라고 잘도 조잘대는구나. 개같은 자식! 원래는 도련님 체면을 고려해서 도련님이 단독으로 이 일을 해결하게 했는데... 네가 끝없이 설치는 바람에 나도 손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구나. 이제 염라대왕 앞에 가서 신세를 한탄하지 마라. 너 자신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고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린 대가야!”진대하는 한기가 가득한 얼굴로 임지환에게 걸어갔다.순식간에 사방이 섬뜩한 살기로 가득 찼고 모두를 짓누르는 긴장감이 퍼졌다.“사실을 말했다고 이렇게 발끈하냐? 좋아, 네가 그렇게 나에게 덤비고 싶다면 나도 네 소원대로 몸 좀 풀어보지.”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의자에서 일어섰다.“임지환, 아까 말했잖아, 그 사람 건드리지 말라고. 진짜로 싸움이라도 나면 우리가 널 구해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단 말이야.”양서은은 진대하가 공격하려는 것을 보고는 급히 허청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허 교관, 제발 임지환 좀 도와주세요.”“양 팀장, 걱정 마세요. 진대하가 공격한다 해도 임 대사님께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을 겁니다.”하지만 양서은의 걱정과 달리 허청열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이 교전할 자리까지 내줬다.진대하의 무술 실력은 자기와 막상막하지만 임지환이 천종한을 죽일 수 있다면 진대하 정도는 식은 죽 먹기로 간단히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이봐요...”양서은은 말문이 턱 막혔고 허청열이 왜 굳이 임지환의 무모한 짓을 웃으며 방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임지환과 진대하가 공격 자세로 맞서자 공기가 탁해진 듯한 긴장감이 주변을 꽉 채웠다.“어떤 놈이 이렇게 대담해? 감히 내 조카를 건
“그래, 귀싸대기 두 대는 내가 때린 게 확실해.”임지환은 시원시원하게 인정했고 한마디 더 보탰다. “근데 그건 저놈이 입이 거칠어서 내가 몸소 교육한 거야.”유진헌은 임지환의 대답에 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임지환이 때린 것을 인정했으니 이제 상황을 수습하기 한결 수월해졌다.“임 대사님, 때린 걸 인정했으니 일단 제가 모셔 가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억울한 일을 당하시진 않을 겁니다. 그저 일반적인 조사일 뿐입니다.”유진헌은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고 그 손짓에 따라온 부하들이 순식간에 임지환을 에워쌌다.하지만 임지환은 천천히 눈을 들어 그들을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난 요즘 바빠서 너희랑 갈 시간이 없어.”“임 대사님, 제발 제 처지도 이해해 주세요. 저도 참 난감합니다. 위 국장이 저보다 한 직급 높으신데 그분이 이 일을 직접 처리하신다면 더 골치 아파질 겁니다.”유진헌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는지 곧바로 수갑을 꺼내 임지환을 체포하려 했다.“유 국장, 섣불리 행동하는 건 삼가길 권합니다. 임 대사님은 신분이 고귀하신 분입니다. 함부로 당신 같은 사람이 데려갈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허청열은 몇 걸음 앞으로 나와 유진헌을 제지하며 말했다. 그의 부하들도 허청열의 말에 전부 총을 꺼내 들었다.“허청열이시죠? 당신이 아무리 용수 소속이라 해도 감찰국 내부 일에 관여할 수는 없을 게 아닙니까?”유진헌은 냉랭하게 대꾸했다. “임 대사님을 보호하고 싶다고 해도 그럴 자격이 있는지부터 생각해 봐야죠. 우리 감찰국은 그렇게 만만한 조직은 절대 아닙니다.”“유 국장님께서 하시는 일은 공공의 정의를 지키기 위한 것뿐입니다.”“법도 제대로 수호하지 못하면 우리 감찰국이 존재할 이유도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유진헌이 데리고 온 부하들은 하나같이 정의로운 대사를 던지며 격분했다.위준우는 팔짱을 낀 채 허청열을 비웃으며 상황을 지켜봤다.“허 교관님, 들으셨죠? 제가 사람을 잡으러 온 건 정당한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당신이 임
천둥 같은 소리가 별장 안에 울려 퍼졌다.임지환은 허공으로 높이 뛰어올라 주먹을 들고 바로 진대하의 가슴을 향해 내리쳤다.쿵!이 펀치는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다.아무런 방비도 하지 못한 진대하는 그대로 임지환의 주먹에 맞아 날아가 왜소한 몸이 거실 문짝에 호되게 부딪혔다.순식간에 현장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허청열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충격에 빠진 표정을 지은 채 임지환을 바라봤다.그 누구도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임지환이 진대하에게 주먹을 날릴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임지환! 정말 내가 널 어쩌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진짜 화나면 널 사살해 버릴 수도 있어.”정신을 차린 유진헌은 반사적으로 총을 꺼내려고 했다.푸슉!하지만 유진헌의 손이 총에 닿기도 전에 은침 하나가 바로 그의 손바닥에 박혔다.“아악!”예상치 못한 공격에 유진헌은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뭘 멍하니 서 있어? 빨리 저 새끼를 잡아!”유진헌은 아픈 손을 부여잡으며 얼음처럼 굳어버린 부하들에게 소리쳤다.“다들 움직여!”유진헌이 명령을 내리는 동시에 허청열도 자기 뒤에 서 있는 용수 대원 두 명에게 지시를 내렸다.“구경도 오래 했으니 이제 몸 좀 풀어보자.”두 사람은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빠른 속도로 녹색 회오리바람처럼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었다.펑! 펑!마치 호랑이가 늑대 무리 속으로 뛰어든 듯, 용수 대원들이 공격할 때마다 감찰국 사람들이 하나둘씩 쓰러졌다.3분도 채 되지 않아, 유진헌의 부하들은 전부 공격을 맞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심하게 맞은 사람들은 심지어 거품을 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용수에 들어올 정도면 누구나 다 정예 중의 정예였다.공격을 개시하지 않으면 몰라도 일단 개시하면 반드시 상대방의 가장 취약한 약점을 공격해 반격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너희들, 반역할 생각이냐?”유진헌은 부하들이 참혹하게 쓰러진 모습을 보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로 눈이 뒤집혔다.“네가 좋아하는 무력을 쓰고 싶다
진대하가 공격을 시작하는 순간, 위준우는 임지환의 죽음을 이미 예견한 듯 중얼댔다.위준우는 과거에 진대하가 이 필살기를 사용해 1피트 두께의 강철판에 손가락 구멍 다섯 개를 낸 것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었다.강철판도 다 뚫릴 지경인데 임지환의 목이 강철판보다 단단할 리는 없었다.“이건... 소림 오형권인가? 이 평범한 권법을 이 정도로 연마하다니, 이 영감이 실력은 좀 있네.”무술 강자 허청열조차 진대하의 공격을 보자 감탄을 금치 못했다.“이번에야말로 정말 위험할지도 몰라. 임지환이 이렇게 죽는 걸 그냥 지켜볼 수 없어.”양서은은 이를 악물고 임지환을 돕기 위해 몸을 던지려 했다.쿵!하지만 임지환은 이미 번개같이 반응하며 손을 내밀었다.임지환은 자기 목을 보호하려고 손바닥으로 공격을 막은 후, 학이 먹이를 쪼듯이 진대하의 관자놀이를 노려 내리쳤다.“감히 오형권으로 나와 맞붙어? 어설프게 흉내 내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임지환이 어설픈 동작으로 자기 오형권을 따라 하자 진대하는 임지환을 조롱하며 비난하기 시작했다.그러고는 고개를 옆으로 비켜 임지환의 공격을 피하고 용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며 척추에서 콩 볶는 듯한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흐읍...”진대하는 낮은 소리로 외치며 갑자기 몸을 들어 올렸고 빠르게 발을 움직여 뱀이 동굴에서 튀어나오듯 두 손가락을 들어 임지환의 두 눈을 향해 날카롭게 찔렀다.오형권 중 용형의 강력함과 뱀형의 날카로움이 이 순간 완벽하게 융합된 것이다.“이 한 방이면 이 애송이는 물론, 대사급 무사라 할지라도 무릎을 꿇고 패배할 거야.”진대하는 자기 기술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자기가 마치 무술 최고 경지에 오른 듯했고 이 한 방을 날리면 자기 내공이 한층 더 상승할 조짐까지 느꼈다.“전통적인 오형권이 네 손에서 나오니 그야말로 엉망진창이군. 이 정도면 가히 내 눈을 더럽히는 수준이야.”임지환은 학이 춤을 추듯 몸을 움직여 진대하의 결정적인 공격을 가볍게 피했고 한 걸음씩 발을 내디딜 때마다
손바닥이 내려앉는 순간, 현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허세를 떨더니 결국 내 손에 죽지 않았나? 사람은... 너무 자만해서는 안 돼, 알겠어?”진대하는 측은한 눈빛으로 임지환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통제하는 듯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내가 여기 오지 말아야 했어. 임지환을 죽게 만든 건 다 내 잘못이야.”양서은의 예쁜 얼굴에는 자책의 감정이 가득했고 눈물이 눈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이미 죽었어. 그만 울어.”위준우는 냉랭한 말투로 양서은을 달랬다.“앞으로 여자로서 얌전하게 행동하면 내가 좀 더 잘 대해줄 수 있어.”“넌 진짜 미련하기 짝이 없구나. 이 영감탱이 따위가 임 선생님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아?”허청열은 위준우의 말이 우스워 조롱하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이렇게 된 마당에 아직도 패배를 인정하지 못해? 임지환이 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기라도 한단 말이야?”위준우는 허청열의 말이 불만스러워 즉각 반박했다.위준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대하의 일격을 맞고 즉사해야 했을 임지환이 갑자기 고개를 들고 입가를 치켜올려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어라? 왜 안 죽었지?”진대하는 귀신이라도 본 듯 경악하며 본능적으로 차가운 숨을 들이마셨다.“내 호신용 영기도 뚫지도 못하는 네가 무슨 배짱으로 날 죽이려 해?”임지환은 콧방귀를 뀌며 조롱했고 이내 체내의 영기를 급격히 끌어올려 폭발시켰다.진대하는 무방비 상태에서 그 거대한 영기에 밀려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섰다.진대하가 아직 몸을 가누기도 전에 임지환이 번개처럼 다가와 그의 옆에 바짝 붙었다.임지환이 오른손을 활처럼 쫙 펼치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그 속에 응축된 듯했다.쾅!별장 홀 전체에 둔탁한 소리가 빠르게 울려 퍼졌다.어떤 화려한 기술도 없이 임지환의 주먹이 정확하게 진대하의 관자놀이에 꽂혔다.순간, 모든 이들이 숨을 멈추고 홀 중앙을 주시했다.하지만 임지환은 이미 손을 거둔 상태였고 진대하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그런데 내가 따라가겠다니까 네가 왜 싫다고 그래? 날 데려가지 않으면 저 위 도련님의 억울함은 어떻게 풀어줄 거야?”임지환은 싱글벙글 웃으며 위준우를 생각해서 선심을 베푸는 것처럼 말했다.유진헌은 불에 달궈진 솥에서 뛰어다니는 개미처럼 안절부절못했다. 심사숙고 끝에 갑자기 유진헌의 눈이 번뜩였다.“내 생각엔 방금 일은 완전히 오해였던 것 같아요. 위 도련님, 그렇게 생각하시죠?”눈치 빠른 유진헌은 상황이 불리해진 것을 눈치채고 바로 공을 위준우에게 넘겼다.지금 위준우의 얼굴은 부모가 죽은 것처럼 어둡고 찌그러져 있었다. 위준우는 비록 오만하기 짝이 없지만 멍청하지는 않았다. 임지환을 건드린 결과가 어떤지 진대하의 죽음이 가장 좋은 증거였다.그래서 위준우는 이빨 사이로 겨우 몇 마디를 내뱉었다. “네가 날 때린 건 그냥 넘어가겠어.”그러고는 유진헌을 향해 험악한 눈빛을 던졌다.“유 국장, 오늘 너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그 자리에 무사히 앉아 있기를 바랄게.”말을 마치고 위준우는 자리를 뜨려 했다.“거기 서 봐!”하지만 몇 걸음도 걷지 않았는데 저승사자의 목소리처럼 무서운 소리가 위준우를 불러세웠다.위준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난 더 이상 따지지 않겠다고 했잖아, 뭘 더 원하는데?”“방금 해결한 건 너와 나 사이의 문제였어.”임지환은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근데 네가 양 팀장을 모함한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어.”위준우는 이 말을 듣고 불쾌한 얼굴로 물었다. “말하고 싶은 게 뭐야? 도대체 뭘 원하는 건데?”“너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생각은 없어. 양 대장님께 무릎 꿇고 사과하면 돼.”임지환은 담담하게 말했다.무릎 꿇고 사과하라고?“이봐, 임지환. 네가 아주 날 바보 취급하는구나. 양서은은 내 여자야. 내가 너희 관계를 오해했다고 하자. 그래서 뭘 어쩌라고?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웃기지 마. 네 앞에서 양서은을 쌍욕 해도 양서은
양서은은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고 눈빛에 굴욕감이 서려 있었다.위준우의 말이 맞았다. 아무리 양씨 가문이 도망치려고 해도 결국 위씨 가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위씨 가문은 용산시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거물급 존재였다.양서은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위씨 가문이라는 운명의 그물에서 빠져나갈 수 없었다.“내가 보기엔 너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구나.”임지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잠시 눈앞이 흐려졌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임지환은 이미 위준우 앞에 서 있었다.“너... 너 뭐 하려는 거야?”위준우는 눈앞의 괴물 같은 존재를 보고는 반사적으로 돼지머리처럼 부어오른 뺨을 감싸안고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팍!이번엔 임지환이 귀싸대기를 날리지 않고 손을 뻗어 위준우의 배꼽 아래 2촌 부위를 가볍게 쳤다.“고작 이거야? 뭐 대단한 필살기라도 보이는 줄 알고 쫄았단 말이야. 너도 위씨 가문이 두려워 감히 주제넘은 행동은 못 하겠지?”임지환이 단지 겁만 주려는 듯 자기를 가볍게 툭 건드린 걸 보고 위준우는 터져 나오는 폭소를 참을 수 없었다. “네가 날 안 때린다고 해서 내가 널 용서할 거라고 착각하진 마. 임지환, 너랑 나 사이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위준우는 으름장을 놓고 당당하게 별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위 도련님, 잠시만요.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유진헌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슬그머니 도망치려 했다.“허 교관, 수고스러운 대로 이 사람들을 처리해 줘. 그리고 몇 명 더 불러서 별장 청소 좀 부탁할게.”임지환은 바닥에 널브러진 유진헌 부하들을 힐끗 보다가 진대하의 시체가 있는 곳을 가리키며 재차 지시했다.“임 선생님, 맡겨만 주십시오.”허청열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 있게 말했다. “한 시간 안에 모든 걸 원래 상태로 복원해 드리겠습니다.”허청열이 손을 휘젓자 부하들이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임지환, 우리 잠깐 얘기할 수 있을까
차창이 내려가며 진태양의 얼굴이 드러났다. “강 문주님을 모셔 왔으니 잠시 차에 올라 이야기를 나누시죠.”“잠깐 기다려줘. 잠깐 얘기를 하고 바로 돌아올게.”임지환은 양서은에게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괜찮아. 먼저 볼일 봐. 굳이 날 챙기느라 애쓰지 않아도 돼.”양서은의 얼굴에 살짝 홍조가 돌았고 마음속에서 달콤한 기분이 스며들었다.‘왜 굳이 임지환이 주동적으로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걸까?’임지환은 한국 차의 문을 열고 태연한 자태로 조수석에 앉았다.“정호야, 출발해.”한국 차 뒷좌석에서 꽤 권위 있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양서은은 이 목소리가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져 뒷좌석을 보려 했으나 뒷좌석의 유리는 짙은 검은색 방탄유리였다.양서은이 주시하는 가운데, 그 한국 차는 천천히 산 아래로 내려갔다.임지환은 차에 올라타고 뒤쪽을 쓱 훑어보았다.뒷좌석에는 진태양 외에 선글라스를 쓰고 지팡이를 든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이 사람이 바로 진태양이 말한 천문 둘째 가주 장 문주일 것이다.임지환의 시선을 감지한 듯, 진태양 옆에 앉은 강진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고 선글라스를 통해 임지환을 살펴보았다.“네가 임지환이냐?”“그래, 나야.”임지환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간이 크긴 하구나. 우리 천문 사람을 감히 건드려? 죽을 준비는 됐나?”강진수가 말을 꺼내자 차 안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냉기가 감돌았다.아무래도 타인의 목숨을 손에 거머쥐고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대단한 인물임이 분명했다.“날 건드린 자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해. 너희 천문 사람이라도 내 규칙을 따라야 해.”임지환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젊은 놈이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도 모르고 내 앞에서 규칙을 논하고 앉아 있어?”강진수는 냉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진태양을 보며 말했다. “네가 그토록 칭찬하니까 난 또 어떤 대단한 청년인가 했는데 이렇게 건방지고 무지막지한 놈인 줄은 몰랐어. 내가 지나치게 높이 평가했나 보네.”“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