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67화

작가: 박성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9-02 19:00:00
“쳇! 날 죽인다 해도 임 선생님에 관한 정보는 한 마디도 알려주지 않겠어.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라면 우리 힘으로 널 상처 입히지 못한 거야.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혔다면 결전에서 임 선생님이 덜 힘들었을 텐데.”

생사가 걸린 관건적인 순간에도 유향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오로지 임지환을 걱정하고 있었다.

유향뿐만 아니라 다른 영사들도 마찬가지로 목숨을 이미 포기한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유도 16영사가 결성된 그날부터 그녀들은 이미 자기 생명을 내던질 각오를 하고 지금까지 뛰어왔다.

천종한은 여인들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표정을 보고 살짝 놀랐다.

이들의 반응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 참으로 감탄할 일이야. 하지만 내가 너희들을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살아가게 할 방법이 있어.”

천종한은 차갑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송만의 몸을 구속한 쇠사슬을 풀었다.

그러고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자들을 가리키며 송만에게 말했다.

“송만아, 이제 네가 나설 차례야. 이 계집들은 전부 훌륭한 화로야. 화로는 곧 힘이야.”

“화로를 흡수하면 강력한 힘을 얻어 스승님처럼 강해질 수 있는 거죠?”

송만은 흥분하며 물었다.

천종한은 그 말에 거만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저 여자들 체내의 힘을 흡수하면 너도 나처럼 강해질 수 있어. 심지어... 스승님을 훨씬 초월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가 될 수 있어.”

“헤헤, 화로 좋네...”

송만은 바보처럼 웃으며 저항할 힘이 없는 여자들에게 다가갔다.

“너... 너 이자에게 뭘 시키려는 거야?”

유향은 스승과 제자 사이의 대화를 듣고 갑자기 몸이 오싹해지며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이미 너희들에게 기회를 줬는데 너희들이 소중히 여기지 않았으니 이제 내 마음대로 해도 날 원망하지 마라.”

천종한은 뒷짐을 지고 쌀쌀한 말투로 말했다.

“너희들이 반항하지 않고 고분고분하게 내 제자에게 너희 체내의 진기를 흡수하게 한다면 난 너희들을 죽이지 않을 거야. 나중에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은침 날리는 용왕   제468화

    송진국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두려움을 억지로 억누르며 큰소리로 위협했다.임지환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송진국을 바라보며 차분히 말했다. “내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널 물속으로 끌어내려 함께 매장할 거야.”“임지환, 나와 뭐라고 하지 말고 용기가 있으면 천 선생님과 맞서봐. 내 앞에서 으스대는 꼴이 참 가소롭거든.”송진국은 냉랭하게 웃으며 받아쳤다. 천종한이라는 대종사가 뒤를 받쳐주니 송진국은 임지환을 마주해도 기세가 한층 높아졌다.“내가 널 죽이지 못할 거라고 착각한 건 아니지?”임지환이 칼날 같은 차가운 눈빛으로 송진국을 쏘아봤다.그 날카로운 눈빛의 압박을 받자 송진국은 온몸이 오싹해져 움직일 수 없었다.“임 대사, 우선 사람을 구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네 부하들이 전부 목숨을 잃을 거니까.” 진태양은 천천히 앞으로 한 걸음 나서서 송진국을 몸 뒤로 가렸다.“나중에 다시 네 죗값을 묻겠어.” 임지환은 송진국과 더 이상 긴말을 하지 않고 갑자기 발을 구르며 허공을 날아올라 물새처럼 가볍고 멋지게 강 위를 건너 몇 번의 도약 만에 배의 갑판에 도착했다.“이건 ‘거미 타수'의 최고 경지인가? 그렇다면... 네가 바로 그 소문이 자자한 임 대사로군. 그래도 꽤 실력이 있는 것 같네.” 천종한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임지환을 평가했고 손에 든 기도는 더욱 강한 빛을 내뿜었다.그러자 보이지 않는 강풍이 갑판 위를 몰아쳤다.임지환의 소매가 강풍을 맞고 펄럭이며 찢어질 듯 강렬하게 흔들렸다.임지환은 중상을 입고 쓰러진 영사들을 한 번 쓱 훑어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저 여자들이 내 사람인 걸 알면서도 이렇게 사정없이 공격한 거야?”“그럼 네 사람들이 날 죽이려고 했는데 내가 반격도 안 하고 그대로 죽어줄까? 세상에 그런 미친놈이 과연 있을까?” 천종한은 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고 이어서 송만에게 명령을 내렸다, “송만아, 멍하니 구경하지 말고 네 할 일을 해라.”“스승님, 이 사람은 고수예요. 저도

    최신 업데이트 : 2024-09-03
  • 은침 날리는 용왕   제469화

    “오호, 이제야 기억나네... 네 아들이 날 저격하려 했던 그 저격수, 천둥이야?”천종한의 분노에 찬 말에 임지환은 드디어 예전에 만난 적이 있던 사람을 떠올렸다.“돈을 빌렸으면 돌려줘야 하고 사람을 죽였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해. 이건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야.”천종한은 눈을 반쯤 감으며 말을 이었다.“이제 내가 널 죽인다고 해도 넌 불평할 이유가 없겠지?”“네 아들의 목숨만 소중하고 내 목숨은 소중하지도 않냐? 목숨을 잃은 건 네 아들의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야.”임지환은 가볍게 웃으며 조금 전에 천종한이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 줬다.“좋아, 실력이 모자랐다고 해두자. 잠시 후 내가 네 숨통을 끊을 때,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나 마라!”천종한은 말을 마치고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포효했다.쿵!그러자 주변 물결이 갑자기 요동치며 물보라가 일었고 배가 위아래로 흔들리며 금방이라도 뒤집힐 듯했다.“두 분, 저 유강이 한마디만 합시다. 제 배가 당신들 싸움엔 견디지 못할 것 같아요, 다른 곳으로 이동하셔서 싸우는 게 어떨까요?”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배의 주인 유강이 용기를 내어 간신히 입을 열었다.거의 평생을 고생한 끝에 겨우 이 배를 샀고 이제 이 배로 노후를 보내려 했던 터였다.그런데 이 두 명의 대종사가 여기서 싸움을 벌인다면 배는 고철 덩어리가 되고 말 게 뻔했다.그렇게 되면 유강은 남은 인생을 걸식으로 생계를 연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이 배는 내가 이미 앞부분을 잘라냈으니 남겨둬도 소용없어요. 걱정 마세요. 이놈을 죽인 후에 새 배를 살 돈을 줄 테니까.”천종한은 가볍게 손을 흔들며 웃었고 이내 송만에게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송만아, 시름 놓고 저 화로들의 기운을 흡수해. 네가 그러는 사이 이 스승은 저놈을 죽이고 바로 네가 선천 경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야.”천종한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만만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대결에 임했는데 마치 임지환이 이미 자기 손아귀에

    최신 업데이트 : 2024-09-03
  • 은침 날리는 용왕   제470화

    조금 전까지 침착했던 천종한이었지만 임지환의 주먹이 점점 가까워지자 그의 표정도 걷잡을 수 없이 급변했다.그러나 천종한은 뒤로 물러나는 대신 손에 잡은 기도로 임지환의 주먹을 잘라내려 했다.주먹은 천둥과 같은 기세를 담고 있었고 기도는 굴러가는 바퀴처럼 거침없는 기세를 담고 있었다.그런 주먹과 기도가 공중에서 격렬하게 충돌했고 기도는 단번에 얼음처럼 사르르 녹아내렸다.임지환의 주먹은 기도를 뚫고 기세를 잃지 않고 천종한의 가슴에 그대로 강하게 부딪혔다.탁탁...모두의 경악스러운 시선 속에서 대종사 천종한은 여러 걸음 뒤로 물러났고 어느새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이...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야? 설마, 천 선생님 같은 대종사도 저 재앙 같은 골칫덩어리를 막지 못한단 말이야?”송진국은 놀라서 눈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천문에서 어렵게 모셔 온 절세 고수가 첫 대결에서 임지환에게 상처를 입을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대종사가 뭐가 그렇게 대단해? 우리 임 선생님이 대종사를 죽여본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고.”유란은 강변에 서서 달콤하게 웃으며 자랑스럽게 중얼댔다.하지만 유란의 미소와 달리 송씨 가문 사람들의 마음은 순식간에 절망으로 가라앉았다.“내가 방심했군. 너처럼 어린 나이에 이미 선천의 벽을 넘을 줄은 몰랐어.”천종한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속에서 요동치는 기운을 가라앉혔고 전례 없는 무거운 표정으로 임지환을 바라봤다.여기 오기 전, 천종한은 임 대사에 대한 여러 소문을 많이 들었고 임지환의 실력을 최대한 높게 평가했었다.하지만 아무리 높게 평가한다고 해도 임지환은 나이가 너무 어린지라 기껏해야 대사 경지의 절정에 이른 무사라고 추측했다.하지만 조금 전 임지환이 날린 그 주먹은 천종한의 모든 추측을 산산이 조각냈다.기도를 단 육체의 힘으로 부순 인물은 이미 선천 경지를 돌파한 게 틀림없었다.눈앞에 있는 이 서른도 안 되어 보이는 청년은 다름 아닌 진짜 대종사였다.“선천이 뭐가 그렇게 어려워? 난 종사 경지에 오르는

    최신 업데이트 : 2024-09-04
  • 은침 날리는 용왕   제471화

    송만은 한 상 가득 차려진 맛있는 음식 앞에서 뭐부터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아이처럼 난처해하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했다.“마음에 드는 놈부터 고르면 되잖아. 내가 이런 것까지 일일이 가르쳐줘야 해?”천종한이 못마땅한 듯 눈을 굴리며 쏘아댔다.“마음에 드는 놈이라고요? 그럼 이 여자부터 해야겠네.”송만은 바닥에 쓰러져 움직일 수 없는 유향을 가리키며 순박한 미소를 지었다.“너... 가까이 오지 마!”송만의 그 순박한 미소가 유향에게는 마치 악마의 미소처럼 느껴져 몸서리치게 했다.“난 단지 네가 진심으로 패배를 인정하게 만들고 싶었을 뿐이지, 내 앞에서 내 사람을 네 마음대로 건드려도 된다고는 하지 않았어.”임지환은 쌀쌀한 목소리로 말하며 송만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180cm에 가까운 키에도 불구하고 송만 앞에서는 임지환이 다소 왜소해 보였다.“너 나랑 싸우고 싶나?”송만은 자기보다 머리 절반 정도 작은 임지환을 내려다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너 너무 버릇없구나. 내가 좀 교육해 주마.” 임지환은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날 교육한다고? 네가 진짜 그럴 능력이 있을까?”송만은 여전히 사람 좋은 순박한 미소를 지었고 말을 마치자마자 주먹을 휘두르며 임지환을 향해 돌진했다.“송만아, 성급하지 마, 조심해!”천종한은 한마디 충고를 남겼을 뿐, 정작 송만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방금 임지환의 한방에 밀려난 천종한은 겉보기에는 단지 후퇴했을 뿐이지만 사실 이미 기운이 심장과 폐부까지 침투된 상태였다. 천종한의 평소 성격 같았으면 공격을 받고 나서 벌써 반격해 임지환을 죽여버렸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이제 와서 경고해 봤자 너무 늦었어.”임지환은 재빠르게 손을 뻗어 송만의 팔을 잡고 팔꿈치를 움직여 송만의 복부에 세게 내리쳤다.팔극권, 정심주!쿵!거의 2미터에 달하는 송만의 거구는 임지환의 치명적인 한 방에 균형을 잃고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풍덩...거대한 체형의 송만은 그대로 강에 빠져 엄청난

    최신 업데이트 : 2024-09-04
  • 은침 날리는 용왕   제472화

    임지환은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며 무극식 자세를 기본으로 허리에서 천천히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 동작은 잔잔한 바람과 옅은 구름처럼 눈에 띄지 않게 가벼워 보였다.태극권, 람작미!쿵!깃털처럼 가벼워 보였던 그 동작이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 송만의 무지막지한 주먹을 가볍게 받아냈다.그러자 송만도 갑자기 평형을 잃고 팽이처럼 휘청거리며 통제 불능의 회전 속으로 몰아넣었다. “재밌군, 다시 한번 해보자.”한참 후에야 몸을 가누고 난 송만은 새 장난감을 본 아이처럼 흥미로워하며 말했다.“바보 같은 놈, 네가 저 자식에게 개처럼 놀아난 걸 모르겠느냐? 부끄러운 줄 알아.”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천종한이 참다못해 한마디를 날리고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듯 바닥을 세차게 밟은 후, 고삐가 풀린 맹수처럼 임지환의 등 뒤로 강력한 주먹을 한 방 날렸다.“천종한이 이렇게 비겁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네. 대종사라는 무사가 정당하게 싸울지언정 상대방의 뒤통수나 치고 말이야.”“치졸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어.”천종한의 예상치 못한 공격에 모두가 경악하며 비난이 폭주했다.“전쟁에서는 속임수를 가리지 않아. 우리 아들의 복수를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릴 필요가 없어.”하지만 천종한은 사람들의 비난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베어라!”그러나 천종한의 기습 공격을 날린 희열이 미처 가시기도 전에 임지환의 쌀쌀한 말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슉슉...모두가 놀란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무형의 기검들이 잡초를 썰어버릴 듯한 기세로 공중을 가르며 천종한을 향해 날아갔다. 갑자기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순간을 맞이하자 천종한은 간신히 목이나 머리 등 치명적인 부위를 막아냈지만 옷은 볼품없이 산산조각이 나고 마르고 왜소한 몸 곳곳에 크고 작은 상처가 다닥다닥 새겨졌다.이제 천종한은 더 이상 위엄 있는 대종사가 아닌, 흔하게 볼 수 있는 거리의 거지와도 같았다.“임지환, 비겁하게 기습 공격을 날려?” 천종한이 분노에 난

    최신 업데이트 : 2024-09-05
  • 은침 날리는 용왕   제473화

    기운 운용이 절정에 달했을 때, 천종한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깡마른 몸에서 엄청난 힘이 폭발하며 호랑이와 용이 울부짖는 듯한 살벌한 소리가 들려왔다.천종한은 하늘의 별이나 달을 쫓듯이 빠르게 다가와 천지 사이를 찢는 듯한 무서운 기세와 함께 벼락처럼 치밀한 손바닥을 휘둘러 임지환의 목을 노렸다.그러자 임지환은 눈을 가늘게 뜨며 두 손을 십자형으로 고정해 그 공격을 막아냈다.천종한은 임지환을 방어 자세를 보자 신속하게 공격 자세를 바꿔 활처럼 몸을 굽히고 앞으로 나아가 임지환의 복부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그 속도는 너무 빨라 잔상이 남을 정도였다.임지환도 뒤질세라 재빨리 반응해 두 손으로 태산이 무너지는 듯한 힘을 실어 천종한의 발을 내려쳤다.천종한은 상황이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신속하게 다리를 거두어 뱀이 구멍으로 들어가듯 몸을 날렵하게 움직였다. 그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임지환의 뒤로 돌아가 그의 등을 향해 전력을 다해 손바닥을 내리쳐 기습 공격으로 임지환의 목숨을 거두려 했다.하지만 임지환은 몸을 옆으로 피하면서 태극권의 화진으로 천종한의 팔을 붙잡아 그대로 바닥에 내리쳤다.천종한은 임지환의 반응이 이 정도로 빠를 줄은 도무지 예상하지 못해 미처 방어 자세를 취하지 못하고 그대로 던져져 나갔다.쾅!천종한은 무서운 기세로 날아가 거대한 소리와 함께 갑판에 부딪히며 자옥한 먼지를 일으켰다.“네 실력이 고작 이 정도라면 날 죽이기엔 역부족이야.”임지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방금은 몸을 풀었을 뿐이야. 너 저승에 가고 싶어 안달이 났구나.”눈에서 냉기가 번쩍이는 천종한은 물고기처럼 날렵하게 몸을 일으켜 바닥에서 일어나며 받아쳤다.그 기세를 이어 천종한은 갑자기 앞으로 돌진해 소림 금강권을 휘두르며 임지환과 강제로 맞붙어 격렬하게 펀치를 날렸다.비처럼 쏟아지는 강력한 주먹들이 고스란히 임지환의 몸에 날아갔다.임지환은 그 기세에 연이어 밀려나 결국 망가진 선두까지 몰리게 되었다.쏴아아.

    최신 업데이트 : 2024-09-05
  • 은침 날리는 용왕   제474화

    “진 대사, 천 선생님의 저 모습은 대체 무슨 상황이죠? 혹시 귀신이라도 씐 건가요?” 이 광경을 지켜본 송진국은 놀라서 입이 떡 벌려졌고 턱이 빠질 뻔했다.왜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기괴하게 변할 수 있는지 송진국은 이해할 수 없었다.“이건... 나도 잘 모르겠어요. 내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천 대사가 어떤 신비한 비법을 사용한 것 같아요. 그 비법을 사용하면 천 대사의 실력이 미친 듯이 강해져 아까보다 훨씬 엄청난 경지로 이를 겁니다.”진태양은 고대 신화에 나오는 악마처럼 변한 천종한을 바라보며 그 어느 때보다도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진태양은 이제 곧 일어나게 될 전투는 틀림없이 천지를 뒤흔드는 대단한 전투가 될 것이라고 직감했다. 생애 단 한 번 만날 수 있는 위대한 교전이 될 것이다.“난 또 네가 뭔가 대단한 필살기라도 있을 줄 알았어. 근데 너도 어쩔 수 없구나. 또 그 시시한 마문의 고전 수법이냐?”고대 악마 같은 상대를 앞에 두고도 임지환은 실망과 경멸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이런 자기 수명과 생명력을 대가로 폭발적인 힘을 끌어내는 수단은 마문 무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비법이었다.그러나 이 비법은 주로 암살이나 계급을 초월하는 어려운 도전에 쓰이는 것이었다.그런데 이런 비법을 선보인다는 것은 천종한이 임지환에게 완전히 궁지에 몰렸음을 의미했다.“일단 살아남고 나서 개소리를 지껄이는 게 좋을 거야.”천종한은 얼굴에 울긋불긋 핏줄이 드러난 상태로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었다.천종한이 두 손을 휘두르자 손가락 굵기의 붉은 칼날들이 연이어 그의 손바닥에서 쏟아져 나왔다.푸쑹...이 칼날들은 속도가 총알보다 빨랐고 파괴력도 훨씬 강력했다.잠시 후, 원래 멀쩡했던 배에 칼날이 스쳐 지나가며 기관총으로 난사한 것처럼 구멍투성이가 되었고 상황이 초토화되었다.오직 임지환의 주변 1미터 내에 어떤 피해도 발생하지 않고 잠잠했다.하지만 임지환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고 심지어 창백해지기까지 했다.“배가 거의 두 동강 날 것 같은데

    최신 업데이트 : 2024-09-06
  • 은침 날리는 용왕   제475화

    본래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강물이 점차 고요해지기 시작했다.마치 사냥감을 삼킨 거대한 짐승이 다시 겨울잠에 들어간 것처럼 말이다.“하하, 드디어 임지환이 죽었구나. 임지환도 이렇게 목숨을 잃는데 이제 누가 감히 우리 송씨 가문을 건드릴 수 있겠어?”송진국은 폭소를 터뜨렸고 목소리에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쾌감이 묻어났다.“역시 전투 경험은 무시할 수 없네요. 임지환이 최선을 다했다면 작은 희망이라도 있었을 텐데, 참 안타깝네요.”진태양은 고개를 저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영사의 여자들은 눈시울이 붉어졌고 다들 흐른 눈물을 닦아내며 슬픔에 잠겼다.“스승님, 기뻐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아요.”송만이 물에서 기어 나오며 순박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사람은 아직 안 죽었어요. 그 사람 기운이 느껴져요.”“뭐라고?”그 말에 천종한은 화들짝 놀라며 눈이 번쩍 뜨였고 서둘러 평온해진 강물로 시선을 돌렸다.펑!고요했던 강이 갑자기 폭발하듯 요동치기 시작했다.물결이 휘몰아치며 마치 물 다리가 형성된 듯했다.그리고 임지환이 신선이 강림한 듯한 모습으로 그 물 다리를 밟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임지환은 높은 곳에서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며 천종한을 기세로 압도했다.“날 죽이겠다고? 네 주작 파악이나 제대로 하고 지껄여.”“네가 어떻게 멀쩡할 수 있단 말이야?”천종한은 귀신이라도 본 듯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임지환을 바라봤다.“네가 그 일격으로 평범한 선천 무사를 죽일 수는 있겠지. 하지만 나에게는... 예상을 뛰어넘지 않은 평범한 일격이었을 뿐이야.”임지환은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마치 모든 것이 그가 말한 것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담담하게 말했다.“믿을 수 없어. 넌 지금 분명 고통을 억지로 참으며 죽기 일보 직전일 거야.”천종한은 임지환의 말에 자극받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지르며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미친 듯이 포효하며 소란스럽게 떠들었다.“이제 너는 무능한 놈이 분노를 분출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임지

    최신 업데이트 : 2024-09-06

최신 챕터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7화

    자리에 앉은 후, 양쪽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쳤다.“민수 씨, 보아하니 이 지역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척 슬쩍 물었다.육민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적시고 말했다.“저는 백운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이번에 내려온 건 여행을 통해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서입니다.”“여행이라고요?”임지환은 순박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육민수를 보며 살짝 놀란 듯 물었다.“맞습니다, 이번이 산에서 처음 내려오는 겁니다.”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스승님께서 배울 건 거의 다 배웠으니 나머지는 여행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그래요? 그렇다면 민수 씨는 은둔한 검수란 말이군요. 근데 민수 씨 등에 멘 그 상자 속에는 대체 어떤 절세 명검이 숨겨져 있는 겁니까?”임지환은 차를 든 채로 무심하게 말했다.윙!임지환의 말이 끝나는 순간,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육민수의 표정이 돌연 엄숙해졌다.육민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지환을 노려보며 물었다.“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왜 그러죠?”임지환이 담담하게 되물었다.“어떻게 내 상자 속에 검이 들어 있는 걸 알았습니까? 설마 날 계속 미행해 온 겁니까?”육민수는 칼집에서 칼날이 뽑혀 나온 듯한 기세를 뿜어내며 사람을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했다.“진정해요, 난 당신에게 악의는 없어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듯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느긋하게 말했다.“왜 내가 상자 속에 있는 게 명검이란 걸 아는지 궁금한가요? 내가 그냥 추측한 거라면 믿을 수 있나요?”“믿습니다.”몇 초 동안 고민하던 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민수 씨,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군요.”육민수는 임지환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도 생각보다 훨씬 더 속이 깊은 사람이군요.”“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세히 들어보고 싶군요.”임지환은 육민수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세속의 일반인들은 그렇게 쉽게 검수의 존재를 알아채지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6화

    “넌 누구야? 이 녀석을 감싸려는 거야? 내 신발은 200만 원짜리 신발이야. 네 몸에 걸친 그 싼 구제 옷이랑은 비교도 안 된다고.”장해수는 임지환을 힐끔 보며 코웃음을 쳤다.비록 임지환은 육민수보다 훨씬 더 정상적인 사람 같아 보였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친 걸 다 합쳐도 10만 원이 넘지 않을 것 같았다.장해수는 이런 사람은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여긴 것이다.“겨우 200만 원 갖고 이렇게 화내? 큰돈도 아니잖아.”이때 이청월이 뒤따라와 말했다.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샤넬 가방에서 돈뭉치를 꺼내어 바로 옆 빈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이청월의 행동은 아주 자연스럽고 매끄러웠다.“헉...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었나?”장해수는 임지환이 가리고 있던 시야에서 벗어난 이청월을 보자마자 시선을 이청월 몸에서 뗄 수 없었다.식당 안에 있던 다른 남자 손님들도 이청월의 뛰어난 외모를 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이렇게 아무런 성형 수술 흔적도 없이도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여성은 요즘 시대에 참 보기 드물었다.사람들의 시선은 곧 임지환의 저렴한 옷차림으로 옮겨졌고 속으로는 질투가 활활 타올라 임지환을 모욕하기 시작했다.“또 여자 등쳐먹는 기생오라비야? 저렇게 예쁜 여자가 왜 저런 녀석이랑...”“아가씨 체면을 봐서 이 돈은 받아둘게. 근데 이건 만 원이 안 되잖아.”장해수는 순식간에 돈을 세어보곤 다시 빈정거렸다.그 돈뭉치는 60만이었고 장해수가 요구한 금액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네가 신은 신발이 진품이라 해도 최대 40만 원 정도일 거야. 더군다나 너 그거 짝퉁이잖아.”이청월은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60만 원이면 충분하고도 남아.”“밥은 아무렇게나 먹어도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 무슨 증거라도 있어? 내가 신은 신발이 짝퉁이라는 걸 입증할 증거 말이야.”장해수는 이청월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듣고 내심 당황했다.사실 이 신발은 장해수가 8만 원 주고 산 고퀄리티 짝퉁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절대 그걸 인정할 수 없었다.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5화

    “손대지 마!”남자가 황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하얀 머리 청년은 손으로 검은 천을 살짝 벗겨냈다.윙!임지환은 갑자기 오싹한 냉기가 식당을 감도는 기묘한 기운을 느꼈다.다시 집중해서 감지하자 그건 다름 아닌 예리한 검기였다.남자는 하얀 머리 청년의 손목을 꽉 잡았고 아까와 달리 부드럽던 눈빛이 확 차갑고 날카로워졌다.“내 물건에 손대지 마. 안 그러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남자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고 하얀 머리 청년의 손을 밀어내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검은 천을 덮으며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정성스럽게 접었다.그 과정을 마친 후, 남자의 차가웠던 눈빛은 다시 온화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조그마한 살기도 없는 사람처럼 무난해 보였다.“겨우 너덜너덜한 상자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 유난이야?”하얀 머리 청년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날 이렇게 툭 쳐놓았으면 적어도 사과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어떻게 사과하면 되겠어?”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 이 신발은 한정판이야. 200만 원이 넘는다고. 근데 네가 이렇게 더럽게 만들었으니 내가 어떻게 신고 다니겠냐고?”하얀 머리 청년은 뻔뻔하게 말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해?”남자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자기가 잘못한 게 맞다고 인정하는 듯했다.하얀 머리 청년 장해수는 흡족한 표정으로 웃으며 남자를 내려다봤다. 이 남자가 마을에서 처음으로 시내로 올라온 촌스럽고 순진한 사람이라 살짝 겁주기만 하면 쩔쩔맨다는 걸 알아차렸다.“간단하지. 신발값 물어내.”장해수는 의자를 하나 끌어다 앉아 다리를 꼬았다.“난... 돈 없어.”남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제야 남자는 돈이 없으면 영웅도 꼼짝 못 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것 같았다.“돈 없다고? 돈도 없으면서 음식점에 들어와? 난 네가 진짜 돈이 있든, 없든 하나도 상관없어. 오늘 신발값 물어내지 않으면 경찰 불러서 널 잡아넣을 거야.”장해수는 계속 몰아붙였다.“이 사람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4화

    “안 돼, 꼭 한 입 먹어봐. 안 그러면 내가 직접 먹여줄 거야.”이청월은 고귀한 신분을 자랑하는 여왕처럼 임지환에게 명령하듯 말했다.“그럼... 알았어.”이청월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며 임지환은 마지못해 한 입 떼어먹었다.“어때? 너무 맛있지?”이청월은 기대에 가득 차서 물었다.“괜찮네...”임지환은 대충 웃어넘기고는 이내 물었다.“얼마나 더 걸을 거야?”“왜? 벌써 지친 거야?”이청월은 앞을 내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저 앞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는데 저기서 저녁 먹고 호텔로 가는 게 어때?”“그러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세 번 절하고 아홉 번 꿇는 것까지 견뎠는데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두 사람은 함께 운우 골목에 위치한 “천향 식당”에 들어갔다.식당 내부는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값비싼 홍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심지어 최고급 백단향이 타오르고 있었다.아마도 이 과시적인 분위기에 관광객들이 약간 눌린 것인지 레스토랑 내부는 손님이 많지 않아 비교적 조용했다.임지환과 이청월은 2층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한 이청월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다.임지환은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곧 시선을 한 사람에게 고정했다.임지환의 시선을 잡은 사람은 식당 입구에 서 있던 한 남자였다.임지환이 특별한 취향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남자가 너무 독특했기 때문이었다.남자는 우람진 체형에 날카로운 눈매와 눈동자를 가졌고 온몸에서 강렬한 고수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하지만 그 남자는 딱 봐도 특이한 헝겊으로 된 긴 상의와 긴 바지를 입고 있었고 발에는 헝겊신을 신고 있었다.남자의 등에는 길쭉한 상자를 검은 천으로 싸서 메고 있었는데,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 기묘한 차림 덕분에 임지환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당연히 한 몸에 받았다.하지만 남자는 부끄러운 듯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식당 안쪽을 향해 바라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3화

    “나더러 제자를 받으라고?”임지환의 표정이 묘해졌다.전에 소태진이 제자 타령하더니 이번엔 이민재가 이러네...임지환은 이 노인들이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 건지 궁금해졌다.“안 받아!”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민재는 임지환이 이렇게 단칼에 거절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해 잠시 멍해졌다.이래 봬도 명의라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한 자기가 어디를 가든 분명 환영받고 존중받을 정도인데 임지환에게 이토록 매정하게 거절당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거절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이민재는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다.“넌 너무 늙었고 못생겼잖아. 내가 원하는 건 미인이란 말이야. 그런데 내가 어떻게 너한테 관심이 생기겠어?”임지환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네?”이민재는 입이 떡 벌어져 말을 잇지 못했다.설마 자기가 단호하게 거절당한 이유가 늙고 못생긴 데다 미인이 아니기 때문일 줄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이청월이 옆에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영감, 내가 좋은 방법 하나 알려줄까?”“무슨 방법인데요?”이민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외국에 가서 성전환 수술하고 얼굴 리프팅까지 하고 오면 돼. 그러면 내가 임지환에게 널 제자 삼으라고 말해볼게.”이청월은 말을 마치자마자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허청열과 화도윤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체면을 생각해서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당신들... 이건 너무하잖아요! 제자를 안 받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모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이민재는 눈을 부라리며 씩씩댔고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평생 힘들게 쌓아온 명성이 오늘 하루 만에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널 제자로 안 받는 이유는 네가 미인이 아니거나 늙어서도 아니야.”임지환은 조금 모자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그럼 도대체 왜 안 받는 겁니까?”이민재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2화

    “알겠습니다, 임 대사, 정말 고맙습니다. 도윤아, 날 대신해서 임 대사를 정성껏 대접해라!”화연평은 그제야 임지환의 말을 따라 침대에 편안하게 누우며 화도윤에게 조용히 당부했다.임지환과 이청월도 더 이상 화연평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방을 나섰다.“임 선생님, 제가 자인 호텔에 방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화도윤이 싱글벙글 웃으며 얼른 쫓아 나와 임지환에게 말했다.“필요 없어. 우리가 직접 거기로 갈 테니 넌 여기서 화 장군님을 잘 돌봐.”임지환은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임지환, 우리가 간만에 금릉에 왔잖아. 제대로 한 번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자.”이청월은 지금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그래, 네 말대로 하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잠깐! 두 분, 멈춰주세요!”두 사람이 막 떠나려 할 때 이민재가 허겁지겁 뒤쫓아왔다.“이 침왕, 아직도 볼 일이 남았나요?”화도윤의 이마에 주름이 잡히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까 이민재가 저지른 실수 때문에 아버지가 자칫 죽을 뻔했으니 화도윤의 마음속엔 여전히 이민재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었다.이민재가 의술로 유명하지 않았다면 이미 저택에서 쫓아냈을 것이다.“임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이민재는 아까와는 다르게 공손한 태도로 존댓말까지 써가며 말했다.“부디 가르침을 부탁드리겠습니다.”“뭘 묻고 싶은 거야?”임지환은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화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을 도대체 어떻게 제거하셨는지 궁금합니다.”이민재는 진심으로 지식에 굶주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제가 침을 놓을 때 장군님 체내의 생기를 운용해 분명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는데 왜 결국엔...”“내가 왜 너에게 말해줘야 하지?”임지환이 이민재의 말을 끊었다.“그건...”이민재는 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임지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굳이 자기에게 말해줄 필요가 없다는 걸 이민재는 알고 있었다.“저는 의사로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1화

    “아악!”비명이 또 방에서 들려왔고 이번엔 더 고통스럽고 무시무시했다.“날 들여보내 주세요!”화도윤은 방 안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화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그럴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화도윤을 막아섰다.“허 교관! 넌 정말 이대로 우리 아버지를 죽게 내버려두겠다는 건가?”화도윤의 눈은 핏발이 서서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물어뜯을 것 같은 야수 같았다.“저도 물론 장군님이 돌아가시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임 선생님 외에는 누구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임 선생님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들어가게 놔둘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이를 악물고 단호하게 말했다.옆에 있던 이청월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방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이 너무나도 끔찍했기 때문이었다.“이대로 가다간 나조차도 장군님의 생명을 지탱하기 어려울 겁니다.”이민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 생각엔 먼저...”“끄악!”다시 한번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방 안은 곧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화도윤과 허청열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할 말을 잃었다.“어휴... 이젠 무슨 말을 해도 늦었습니다.. 당신들, 사람을 잘못 믿은 겁니다.” 이민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끼익...”바로 그때, 임지환이 문을 열고 나와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방금 뭐가 늦었다고 했어?”“넌 실력도 부족하면서 괜히 잘난 척하다가 화 장군님을 네 손으로 죽인 거야. 이제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보겠어.”이민재는 냉랭하게 비웃으며 재밌는 구경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임 선생님...”허청열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와 조급한 얼굴로 물었다.“걱정 마,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은 내가 이미 완전히 제거했어. 이제 장군님 생명에는 더 이상 지장이 없을 거야.”임지환은 표정 변화도 없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정말입니까?”“임 선생님, 그 말씀, 정말입니까?”화도윤과 허청열은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0화

    “만약은 절대 없습니다!”화도윤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지며 은은하게 살기가 서렸다.“이 영감탱이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네. 말을 왜 이 따위로 해? 네가 실력이 바닥을 친다고 해서 임지환 실력도 바닥을 친다는 도리는 없잖아!”이청월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임지환을 깎아내리는 말이라 곧바로 받아쳤다.“이 버릇없는 계집, 닥치지 못해? 난 아직 네 죗값도 묻지 않았어!”이민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이 침왕, 자중하십시오.”둘을 지켜보던 허청열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이청월 앞을 막아섰다.허청열의 몸에서 칼날이 칼집에서 막 빠져나오기 직전인 듯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좋아요, 저 녀석이 진짜 화 장군님을 살려낸다면 이 부러진 손은 그냥 넘어가 주겠습니다. 하지만 살려내지 못한다면 화 선생은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않길 바랍니다.”이민재는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이민재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허청열과 싸워봤자 손쉽게 당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콜록콜록...”방 안에서 갑자기 거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그 기침 속에는 피를 토하는 소리까지 섞여 있는 듯했다.화도윤의 얼굴이 굳어지며 안으로 뛰어들 듯이 몸을 움찔했다.그러나 허청열이 화도윤을 막아섰고 고개를 저으며 냉정하게 말했다.“화 회장님, 임 선생님의 허락 없이는 우리가 밖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알겠네.”화도윤은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화도윤은 임지환에게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한편, 방 안에서 오랜 시간 거친 숨을 몰아쉬던 화연평이 마침내 힘겹게 피곤이 가득한 눈을 떴다.화연평은 희미하게 보이는 임지환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 임 대사, 고... 고맙습니다.”“화 장군님, 아직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치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고통스러울 수도 있으니 꾹 참고 견뎌주시길

  • 은침 날리는 용왕   제599화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난 의사로서 수십 년간 수많은 생명을 구했고 의학계에서 꾸준히 명성을 쌓아왔어. 오늘 너 같은 풋내기에게 내 명예를 더럽히게 둘 수는 없어!”이민재는 수염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로 눈이 뒤집혀 거의 쌍욕이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이 영감탱이가 어쩜 이렇게 말이 안 통하지? 환자가 너 때문에 병이 더 악화했는데도 뭐라 하지 말라는 거야?”이청월은 눈을 부릅뜨고 이민재에게 쏘아붙였다.이민재가 일반 사람들에게는 오랜 명성을 자랑하는 침술의 대가일지 몰라도 이청월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단 하나, 임지환을 건드리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것뿐이었다.“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이민재는 이청월을 가리키며 화가 치밀어 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화 장군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데 넌 환자를 살릴 방법을 찾기보다 네 명성 걱정부터 앞서는구나. 내 생각엔 넌 그냥 명예에만 집착하는 돌팔이야!”이청월의 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민재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어디서 나타난 계집이 감히 어르신에게 말대꾸를 해? 오늘 내가 네 부모를 대신해 제대로 교육해 주마!”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민재는 더 이상 체면 따위는 개의치 않고 손을 뻗어 이청월을 때리려 했다.하지만 이민재의 손이 이청월에게 닿기도 전에 임지환이 그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고 가볍게 힘을 주었다.딱!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민재의 팔이 임지환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지는 소리였다.“아악!”이민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팔을 부여잡았고 그의 얼굴은 분노와 고통으로 붉게 달아올랐다.허청열과 화도윤은 이 광경에 놀라서 숨을 들이쉬며 얼굴이 창백해졌다.임지환의 행동은 너무나 대담했다. 침술의 왕이라 불리는 이민재의 팔을 부러뜨리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 일이 의학계에 널리 퍼지기라도 하면 임지환은 의학계 전체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허 교관, 지금부터 난 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