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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임지환은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며 무극식 자세를 기본으로 허리에서 천천히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 동작은 잔잔한 바람과 옅은 구름처럼 눈에 띄지 않게 가벼워 보였다.

태극권, 람작미!

쿵!

깃털처럼 가벼워 보였던 그 동작이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 송만의 무지막지한 주먹을 가볍게 받아냈다.

그러자 송만도 갑자기 평형을 잃고 팽이처럼 휘청거리며 통제 불능의 회전 속으로 몰아넣었다.

“재밌군, 다시 한번 해보자.”

한참 후에야 몸을 가누고 난 송만은 새 장난감을 본 아이처럼 흥미로워하며 말했다.

“바보 같은 놈, 네가 저 자식에게 개처럼 놀아난 걸 모르겠느냐? 부끄러운 줄 알아.”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천종한이 참다못해 한마디를 날리고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듯 바닥을 세차게 밟은 후, 고삐가 풀린 맹수처럼 임지환의 등 뒤로 강력한 주먹을 한 방 날렸다.

“천종한이 이렇게 비겁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네. 대종사라는 무사가 정당하게 싸울지언정 상대방의 뒤통수나 치고 말이야.”

“치졸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어.”

천종한의 예상치 못한 공격에 모두가 경악하며 비난이 폭주했다.

“전쟁에서는 속임수를 가리지 않아. 우리 아들의 복수를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릴 필요가 없어.”

하지만 천종한은 사람들의 비난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베어라!”

그러나 천종한의 기습 공격을 날린 희열이 미처 가시기도 전에 임지환의 쌀쌀한 말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슉슉...

모두가 놀란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무형의 기검들이 잡초를 썰어버릴 듯한 기세로 공중을 가르며 천종한을 향해 날아갔다.

갑자기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순간을 맞이하자 천종한은 간신히 목이나 머리 등 치명적인 부위를 막아냈지만 옷은 볼품없이 산산조각이 나고 마르고 왜소한 몸 곳곳에 크고 작은 상처가 다닥다닥 새겨졌다.

이제 천종한은 더 이상 위엄 있는 대종사가 아닌, 흔하게 볼 수 있는 거리의 거지와도 같았다.

“임지환, 비겁하게 기습 공격을 날려?”

천종한이 분노에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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