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환은 눈앞의 송만을 바라보며 심경이 복잡했지만 어쩔 수 없이 손을 들어 올렸다.지금 이 순간이 송만을 죽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기회였다. 송만이 죽으면 임지환의 잠재적인 위협을 없앨 수도 있었다. 조금 전 송만이 이미 천종한의 전승을 받아 얼마 지나지 않아 얼마나 무서운 존재가 될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임지환의 그 손은 결국 내려오지 않았다.대신 임지환은 몸을 날려 강물로 뛰어들어 영사 여인들을 건져 올렸다.영사들은 전부 상철를 입었고 오랫동안 강물에 잠겨 있으면 그들의 상처를 악화시킬 수 있었다.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 또한 컸다.“천종한이 죽은 건 아깝지만 대신 내 아들이 천종한의 가르침을 이어받았어. 이제 임지환이 무슨 수로 감히 나와 맞서겠어?”송진국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비록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직도 이 지능이 떨어지는 자식을 무시했지만 천종한의 입으로부터 송만이 일약 최고 강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속으로 쾌재를 부르게 되었다.강력한 실력이 있으면서도 통제하기 쉬운 사람은 최적의 꼭두각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임 선생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송씨 가문뿐만 아니라 천문도 전부 박살 내 임 선생님의 무덤에 함께 묻을 거니까 그렇게 알아.”유란은 아무런 감정도 없이 말하며 냉정한 눈빛으로 송진국을 쏘아봤다.“이 계집이 어디서 허세를 부리고 있어? 바람이 불어 혀를 깨 물을까 봐 두렵지도 않아? 네가 DCM 그룹이라는 배후가 있어 어느 정도 배경이 있다는 건 알지만 천문은 수백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거대한 조직이야. 그 힘은 DCM 그룹 열 개로도 비교할 수 없어. 임지환이 대체 뭐라고 감히 천문을 거들먹거려? 그 자식은 그럴만한 자격도 없어.”송진국은 옷매무시를 정리하며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임 선생님을 모욕하는 자는 전부 내 손에 죽을 거야.”유란은 허리에서 단도를 꺼내 송진국을 향해 찌르려고 돌진했다. 유란은 상대가 어
진태양은 쌀쌀하게 한마디를 내던진 후, 굳은 표정으로 얼굴을 돌렸다.“너...”자기가 가장 의지하던 사람이 갑자기 발을 빼는 모습을 보고 송진국도 순간 기가 죽어서 할 말을 잃었다.송진국도 임지환의 엄청난 수련 실력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어 임지환이 진짜 마음만 먹으면 자기를 죽이는 건 개미를 밟아 죽이는 것만큼 쉬울 게 분명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흥, 여기서 끝날 일이 아니야. 두고 봐.”송진국은 억지로 웃으며 임지환을 위협하고는 뒤돌아 자리를 떠났다.“임 선생님, 저 사람을 그냥 보내다니요? 저 송진국이라는 인간은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유란이 눈살을 찌푸리며 임지환에게 말했다.“저 녀석은 그저 주제 파악이 되지 않은 광대에 불과해. 큰일을 일으킬 만한 능력은 없어.”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여기 일은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너 얼른 배를 구해 봐. 이 친구들을 무사히 육지로 데려가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유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부두 근처로 가서 구명보트를 빌려왔다.“아직 여기서 떠나지 않는 이유가 뭐지?”임지환은 뭔가 말하려고 우물쭈물하는 진태양을 보며 물었다.그러자 진태양은 잠시 망설이다가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임 대사, 천종한은 비록 당신이 직접 죽인 것은 아니지만 당신 때문에 죽은 건 사실입니다. 천문의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임 대사에게 꼭 큰 골칫거리가 될 겁니다.”“내가 그따위 천문을 두려워할 것 같아?”임지환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다시 물었다.“그, 그건... 임 대사는 대종사급 강자인 건 분명합니다. 천문 문주의 수련도 당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죠. 하지만 천문은 어쨌든 해외에서 가장 큰 화교 조직이니 상대하려면 좀 버겁긴 할 겁니다. 그러니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차라리 승부를 겨루다가 양쪽이 다 망가지기보다는 서로 그동안 있었던 오해를 풀고 화해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진태양은 신중하게 적절한 단어를 골라 가며 말을 이었다.“이렇게까지 날 설득하는 걸 보
국제 랭킹 2위의 암살 조직, 거미줄 조직.이 암살 조직은 규모가 엄청나서 조직원들이 전 세계에 퍼져 있고 모든 암살자를 합치면 대략 3천 명에서 4천 명 정도가 된다.“이거 참, 날 곤란하게 만드네. 내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이렇게 거대한 암살 조직을 멸망시킬 수 있을 것 같아?”임지환은 냉소를 지으며 진태양이 헛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저는 임 대사가 그 조직을 멸망시켜 주실 것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최근에 임 대사가 용수의 사람들과 접촉한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용수의 사람이라면 아마 탐랑에 대해 말씀드렸을 겁니다. 제 부탁은 간단합니다. 바로 그 탐랑을 잡아서 제 아들의 생사를 그놈의 입에서 알아내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진태양이 실질적인 목적을 드러냈다.결국 진태양이 노린 진짜 목적이 바로 이것이었다.“이 일이라면 내가 약속할 수 있어. 만약 네 아들이 그놈 손에 죽었다면 내가 그놈을 죽이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네 아들이 그놈에게 죽은 게 아니라면 내가 이 일 때문에 일부러 귀찮은 일에 휘말려 들지는 않을 거야.”임지환은 진태양의 상황에 동정심이 들긴 했지만 곤경에 빠진 사람을 무조건 도와주는 타입은 절대 아니었다.그저 한 번 만난 사이에 불과한 사람을 위해 굳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안심하세요. 저는 그저 제 아들의 생사만 알고 싶을 뿐입니다.”진태양도 인간관계에서 과도하게 선을 넘지 않도록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임지환이 도와주겠다고 약속한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큰 은혜였고 더 이상 뭔가를 바란다는 건 과분한 욕심이었다.“너도 너무 낙담하지 마.”임지환은 진태양을 한 번 쓱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내가 별로 손해 볼 일 없이 네 아들을 구해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충분히 구해낼 수 있어.”“임 대사, 정말입니까? 만약 정말 제 아들을 구해낼 수 있다면 저 진태양은 자존심을 다 버리더라도 반드시 천문과 임 대사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겠습니다.”진태양은 감격에 겨워 떨리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임지환이 여자에게 이유를 물었다.“이번에 당신을 찾은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우리 수사에 협조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양서은은 단도직입적으로 이번 방문의 목적을 드러냈다.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아지자 임지환은 양서은을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비록 몸에 딱 맞는 셔츠를 입고 있을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서은의 풍만한 가슴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게다가 기다랗고 늘씬한 다리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완벽한 몸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난 지금 바빠서 당신들의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쓸 시간 없어요.” 임지환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단칼에 거절했다.양서은은 그 말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이 남자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거절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저는 이번에 임무를 받아서 찾은 거예요. 미안하지만 우리 수사에 협조해 주길 바래요.”“당신 수사국 사람들이 남한테 부탁할 때 원래 이렇게 건방진 태도로 하는 겁니까?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무슨 불법 조직이라도 건드린 줄 알겠네요.” 임지환은 차 앞에 기대어 빙그레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이봐, 말조심해! 양 수사관이 직접 온 것만 해도 네게 충분히 큰 배려야.”“허청열이 그렇게 강력히 추천하지 않았더라면 너 같은 녀석은 이 일에 끼어들 자격조차 없었을 거야.”양서은 뒤에 있던 직원들이 하나둘씩 큰 소리로 협박하기 시작했다.“됐어, 적당히 너희들.” 양서은이 직원들을 제지했다.“임 선생님, 방금 제 부하들이 한 말을 들으셨을 거예요. 제가 여기 온 건 전적으로 허청열의 추천 덕분이에요. 당신이 이미 허청열과 한 약속이 있으니 우리 수사에 전력을 다해 협조해야지, 여기서 일부러 폼을 잡고 있으면 안 되죠. 제 말이 틀렸나요?”비록 부탁하는 입장이었지만 양서은의 기고만장한 자존심은 뼛속까지 깊게 박혀 있었다.임지환은 양서은을 한 번 쓱 훑어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 생각엔 당신이 뭔가 오해를 해도 단단히 한 것 같네요. 난 그저 탐랑
임지환은 더 이상 이 여자를 상대하고 싶지 않아 천천히 저택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여자 뒤에 있던 직원들은 그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누구도 감히 나서서 싸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거기 서!”양서은이 앞으로 뛰어와 임지환의 길을 가로막았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임지환은 양서은의 가슴이 거의 자기 얼굴에 닿을 듯한 느낌을 받았다.“왜? 나랑 같이 자고 싶어?” 임지환은 진담 반 농담 반 섞인 말투로 비꼬았다.“너...”양서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억지로 억누르고 차갑게 웃었다. “넌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내가 왜 어리석지?” 임지환은 그 말에 웃으며 물었다.“네가 대사인 건 맞지만, 이번에 우리가 상대해야 할 인물은 거미줄 조직에서 세 번째로 랭크된 골드 킬러야. 게다가 이 인물은 우리 국제 수사국 내부에서도 S급으로 분류된 지명 수배자야. 이 인물의 무술 실력이 너보다 한참 우위에 있는 건 물론이고 이 인물이 속한 거미줄 조직엔 대사급 무사들이 셀 수 없이 많이 숨어 있어. 만약 네가 우리와 협력하지 않는다면 암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거야.”양서은은 한꺼번에 자기 패를 다 까고 나서 팔짱을 끼고 임지환을 바라보았다.“그 자식이 날 암살하러 온다고?”임지환은 그 말을 듣고 멈칫하다가 물었다.양서은은 임지환이 자기 말에 공포감을 느끼는 줄 알고 예쁜 눈 속에 자부심이 살짝 스쳤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응.” 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 그대로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너 뭐 하는 거야?”양서은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반응했다.“그 녀석이 날 암살하러 올 거라며? 이런 상황에서 내가 너희와 협력하면 그 녀석이 경계심을 가지고 모습을 감출 게 뻔하지 않겠어? 허청열의 면목을 봐서 좋은 말로 충고하는데, 어서 우리 집에서 나가. 그 탐랑인지 뭔지 하는 놈이 이 모습을 본다면 암살 대상이 너희로 바뀔지도 몰라.”임지환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도 않으며 말하고 계속 걸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뭐 그렇게 숨어 있어? 널 기다리다가 목이 빠질 뻔했어.”임지환은 마당을 쓱 훑어보며 어둠 속에 대고 홀가분한 말투로 가볍게 말했다.“이 녀석이 혹시 몽유병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한밤중에 왜 마당에서 혼자 중얼거리는 거지?” 대문 밖 풀숲에 숨어 있던 수사국 직원들은 이 장면을 보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어리둥절해했다.“임지환이 몽유병이 있는 건 아니야. 뭔가 이상한 점을 감지한 것 같아. 설마... 탐랑이 정말 온 건가?”양서은의 눈동자에 한기가 감돌았고 곧장 풀숲에서 나가 상황을 묻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펑!바로 그 순간, 갑자기 마당 안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거대한 연막이 뿜어져 나오면서 순식간에 임지환의 모습이 그 연막 속에 잠겼다.“이건 미혼연이야! 탐랑이 드디어 나타났어! 임지환은 너무 자기 실력을 믿고 상대방을 과소평가했어. 대사급 강자라 해도 이 미혼연을 마시면 한동안 전투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어. 다들 눈 똑바로 뜨고 있어. 이제 우리가 나가서 구출할 차례야.”양서은은 배낭에서 방독면을 꺼내 쓰고 곧장 마당 안으로 뛰어들었다.“너 빨리 나가, 여기서 말썽부리지 말고!”마당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임지환의 목소리가 양서은의 귀에 들려왔다.“너... 왜 아무렇지도 않지?”양서은은 소리를 듣고 위치를 파악했고 재빨리 임지환의 옆으로 이동했다.하지만 양서은을 경악하게 만든 건 연기 속에서도 임지환은 중독된 기색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이 정도 독 연기는 나한테는 그냥 아이들 장난에 불과해. 그것보다 너 자신과 부하들부터 먼저 챙기는 게 좋을 거야.”임지환은 말을 마치고 시선을 멀지 않은 풀숲 쪽으로 돌렸다.“으악!”바로 그때, 풀숲에서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비명이 양서은의 귓가에 울렸다.“큰일이야, 탐랑의 범을 산으로부터 유인하는 계책에 걸렸어!”비명을 듣는 순간, 양서은은 바로 자기가 탐랑의 손에 놀아났다는 걸 깨달았다.하지만 양서은이 허겁지겁 팀원을 구하러 가려고 하는 순간,
바로 그때, 가냘픈 그림자 하나가 땅을 뚫고 나왔다.눈만 드러낸 채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튀어나와 단도를 들고 임지환을 찌르려고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오래 기다렸어, 어서 와.”갑작스러운 기습에도 임지환은 전혀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다.임지환은 재빨리 고개를 돌리며 번개 같은 속도로 두 손가락을 뻗었다.까닥...서슬퍼런 빛을 내뿜던 단도는 임지환의 손가락 앞에서 진흙으로 만든 것처럼 너무나 쉽게 부러지고 말았다.“뭐야?”검은 옷의 자객은 순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혹하여 저도 몰래 말이 새어 나왔다.임지환이 자기가 설치한 미혼연에 중독되지 않은 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하지만 임지환은 자객의 반응을 무시한 채, 손가락을 칼처럼 사용하여 그의 가슴을 정확히 찔렀다.그 순간, 임지환의 눈에 잠깐 혼란스러운 빛이 스쳐 갔다.펑!예기치 못한 손가락 공격에, 검은 옷의 자객은 그대로 공중으로 튕겨 나갔다.“이놈, 뭔가 수상한데...”임지환은 자기 손가락에 맞아 날아간 자객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임지환, 저쪽에 저격수가 있어!”임지환이 누워있는 자객을 잡아 일으켜 더 자세하게 알아보려는 찰나, 양서은이 갑자기 뛰어와 소리쳤다.“가슴 크면 머리에 든 게 없다고 하더니, 딱 너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임지환은 양서은의 가슴이 요동치는 것을 힐끗 보고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혼잣말로 중얼댔다.그러고는 다시 손을 뻗어 은침을 하나 꺼냈다.“이런 상황에서 나와 성희롱할 기분이 나냐?”임지환의 시선을 느낀 양서은은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펑!하지만 양서은의 말에 돌아온 건 임지환의 대답이 아닌 어둠을 가르는 둔탁한 총소리였다.임지환은 총소리가 나자마자 빠르게 손목을 살짝 흔들어 손에 숨겨둔 은침을 던졌다.슉!이내 아까 양서은에 눈앞에서 번뜩이던 은빛 광채가 다시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은빛 광채가 빠르게 날아가며 총알을 다시 한번 정확하게 막아냈다.이번엔 양서은의 운이 좋았다. 그 총알은 양서은의
날렵한 칼날이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며 서늘한 빛을 담아 임지환의 머리 위로 내리쳤다.“미혼연이 효과를 발휘했나 보구나. 이 녀석, 방어조차 하지 않다니.”임지환이 제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은발 남자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슉!하지만 남자의 긴 칼이 내려오기 직전, 임지환이 그의 예상을 깨고 몸을 움직였다.임지환은 천천히 손을 뻗어 허공을 가르듯이 휘둘렀다.순간, 은빛 광채가 은발 남자의 눈앞을 스쳐 갔다.쨍그랑...다음 순간, 남자의 몸이 갑자기 격렬하게 떨렸고 손에 들고 있던 긴 칼이 바닥에 떨어졌다.뚝, 뚝...시뻘건 피가 남자의 이마에서 빗방울처럼 떨어지기 시작했다.남자는 어렵게 손을 들어 이마에 박힌 은침들을 빼내려 했지만 그러기엔 너무 늦었다.결국 남자는 천천히 바닥에 쓰러졌고 피가 금세 땅을 붉게 물들였다.임지환은 반쯤 웅크린 채 쓰러진 남자의 모습을 관찰했다.그때, 양서은이 살아남은 부하들과 함께 달려왔다.“네가 이렇게 쉽게 탐랑을 해치우다니, 내가 널 과소평가했구나.”양서은은 은발 남자의 시신을 검사한 뒤, 경멸에 찬 눈빛으로 임지환을 바라보던 태도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양서은 뒤를 따르던 남자 직원들은 임지환의 무시무시한 실력을 목격한 뒤, 함부로 세 치 혀를 놀리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죽은 사람이 탐랑이라고? 누가 그랬어?”임지환은 돌아서서 양서은을 비웃으며 물었다.“우리는 탐랑을 3년 동안 추적해 왔어. 재가 되더라도 난 탐랑을 알아볼 수 있어. 이 죽은 사람이 바로 탐랑이야. 틀림없어!”양서은은 확신에 참 목소리로 말했다.“난 너희 국제 수사국의 수사 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어. 이런 놈은 나뿐만 아니라 아무 대사나 와도 식은 죽 먹기로 죽일 수 있을 거야.”임지환은 냉랭하게 웃으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양서은은 깊이 숨을 들이쉬고는 어질어질해진 머리를 흔들며 중얼댔다. “그럼... 우리가 지금껏 확보한 정보가 다 가짜였던 거야?”“아니, 대부분은 진짜였을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