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해?”임지환은 이청월의 말이 무척 궁금했다.“오늘 송씨 가문 사람들이 분명 말썽을 부릴 거야.”이청월은 임지환의 귀에 속삭이며 말했다. “네가 계속 겸손하게 허허 웃으며 나오면 체면을 구기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니야.”두 사람은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다정하게 속삭이며 친밀한 연인 같은 모습을 보였다.게다가 방금 유란 조차 임지환에게 예우를 다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던 귀빈들은 임지환의 정체에 대한 의문을 더 크게 가졌다.이 장면을 목격한 배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잡으며 알 수 없는 질투심이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비록 배지수와 임지환은 이미 이혼한 사이지만 여자가 남자에 대한 소유욕은 여전히 강했다.한수경은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배지수를 보며 혹시나 딴생각이라도 할까 봐 귀에 대고 귀띔했다. “지수야, 너 또 착각하면 안 돼. 네 지금 신분이나 위치로 볼 때 임지환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다음 생에라도 너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될 수 없어.”“언니, 오해하지 마세요. 저 연애에 눈이 먼 바보가 아니에요.”배지수는 웃으며 해명에 나섰다. “단지 임지환이 여자를 이용해서 출세하는 방식이 싫을 뿐이에요.”“이 청월 씨가 도대체 임지환의 어떤 면에 반해서 이토록 체면을 지켜주는 거야? 임지환이 정말 뭔가 남모르는 특기라도 있는 건 아닐까?”한수경은 의미심장한 주장을 펼치며 음흉한 눈빛으로 배지수를 바라보았다.배지수는 한수경의 눈빛에 온몸이 불편해졌고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물었다.“언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나한테 굳이 숨길 필요까지 없잖아. 임지환이 그쪽 일이 특별히 뛰어난 게 맞지? 아니면 어떻게 이씨 가문 큰아가씨가 저런 한 푼도 없는 가난뱅이를 좋아하겠어?”한수경은 진지하게 분석하며 자기주장이 더 확고해졌다.‘음, 그것도 장점 중의 하나이긴 하네.’“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는 거야?”배지수는 즉시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빨개지고 호흡도 덩달아 살짝 가빠졌다.남녀 사이의 속궁
“이 종은 댁이 다시 꽁꽁 싸매서 가져가는 게 좋겠어. 네 잘난 두 아들이 전부 뒈졌으니 네 임종을 지켜줄 사람도 없을 테니까, 안 그래?”임지환은 송진국 앞에 다가가서 느긋하게 말했다. “어디서 굴러온 놈이 감히 내 앞에서 개소리를 치고 앉아 있어?” 송진국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임지환을 꾸짖었다. 원래 엄숙하고 냉랭하던 얼굴에 한층 더 차가운 기색이 돌았다.“내가 누군지 궁금해? 난 그냥 청월 씨 소속 경호원일 뿐이야.”임지환은 웃으며 대답했다.송진국은 그 말을 듣고 냉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어 이청월에게 도발적으로 말했다.“청월 씨, 보아하니 이씨 가문에 쓸만한 사람이 전혀 없는 모양이군요. 이런 하찮은 인간을 자기 신분에 맞지 않는 큰 무대에 올리는 걸 보니.”“보아하니 송 선생님이 내가 생각했던 만큼 신통한 분이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이 제대로 사전 조사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이 부하는 싸움 실력이 대단한 경호원이에요.”말을 마치고 이청월은 임지환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 기회를 빌려 송 선생님에게 한 번 실력을 보여줘 봐. 송 선생님에게 여태껏 못 본 세상을 보여드리게.”“난 단지 한마디만 했을 뿐인데 즉흥적으로 연기하며 이 상황을 즐기고 있네.”임지환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이청월을 말릴 수 없다는 듯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난감해하는 표정이 송진국의 눈에는 임지환이 겁먹어 감히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별 볼 일 없는 경호원이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겠어? 그렇게 대단한 실력이라면 내 두 부하와 한 판 붙어 실력을 증명해 봐.” 송진국은 거만한 태도로 임지환을 부추겼다.이청월의 의도적인 유도 덕분에 임지환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들은 다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더니 이게 웬걸?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찌질이구먼!”“이씨 가문은 인재가 이 정도로 고갈된 거야? 한낱 경호원을 내세워 이씨 가문의 체면을 세우다니, 말도 안 되는 상황이잖아.”사람들의 조롱에도 임지환은 평온
두 사람이 주먹을 날리는 순간, 임지환도 천천히 주먹을 하나 날렸다.겉보기에는 매우 느긋한 주먹이 정확히 강력한 주먹 두 개를 보기 좋게 막아냈다.그리하여 세 주먹이 맞닿아 있는 상태를 이루게 되었다.펑!펑!짧은 충돌 후, 두 경호원이 끊어진 연처럼 공중으로 붕 뜨면서 날아가 버렸다.“내 눈이 잘못된 건가? 저 사람이 한 방에 송씨 가문의 경호원을 날려버렸잖아.”“그렇게 자신만만한 이유가 다 있었구나. 보니까 실력이 확실히 좀 있는 것 같아.”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두려움과 존경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임지환을 바라보았다.비싼 돈을 퍼주고 고용한 경호원이 상대방에게 너무 쉽게 당하는 것을 보고 송진국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으락푸르락해졌고 꽉 쥔 주먹에 힘이 더 들어갔다.이청월은 이 상황이 몹시 만족스러운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송 선생님, 아직도 여기서 소란을 피우실 건가요?”“청월 씨, 경호원 하나 믿고 우리 송씨 가문을 무시하는 건 큰 실수입니다. 게다가, 오늘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저 경호원이 아닙니다.”송진국은 말을 마치고 현장 사람들을 쓱 훑어보고는 냉랭한 목소리로 외쳤다.“오늘 난 항성 송씨 가문을 대표해서 임 대사와 정식으로 싸움을 요청하러 왔습니다!”“임 대사와 싸움을 요청한다고? 송씨 가문이 이번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 같군.”“송씨 가문이 너무 자만하는군. 임 대사는 전설 속의 무술 대가야. 아무나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소문에 의하면 그 임 대사와 이씨 가문이 되게 가까운 사이래. 그 소문이 사실일 줄은 몰랐네.”송진국의 벼락이 떨어진 것 같은 통보를 듣자 현장에 있던 손님들이 전부 수군거리며 의견이 분분했다.한편 임지환의 진짜 신분을 아는 일부 사람들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임지환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임지환은 여전히 무심한 태도로 서 있었고 자기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송씨 가문 가주가 분노가 폭발해 정신이 나갔나 봐. 임 대사에게 도전하다니 제정신인 거야? 이번에 송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아마도... 그 임 대사는 홍 시장 딸의 목숨을 무시하진 않겠죠?”송진국은 비열하게 웃으며 손가락에 낀 옥반지를 휙 돌렸다.“송진국, 너 정말 비열하긴 짝이 없구나! 서연 씨를 인질로 삼다니, 너 그렇게 살지 마!”이청월은 송진국이 홍서연을 인질로 삼은 사실을 듣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 쌍욕이 나갔다.“도량이 좁으면 군자가 아니요, 배짱이 없으면 장부가 아니야. 게다가 내 두 아들이 전부 그 녀석의 손에 죽었는데 내가 홍서연을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자비를 베푼 거야, 알겠어?”송진국의 미소가 더욱 비열해졌고 치사한 본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청월 씨, 난 할 말은 다 했어. 이제 그 임 대사에게 연락할 시간이야. 얼른 연락해!”말을 마치고 송진국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아예 털썩 앉아 흥미로운 얼굴로 와인 한 잔을 들어 천천히 홀짝였다.상대방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신했기에 송진국은 전혀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송씨 가문 사람들은 정말 비겁하구나. 누군가의 목숨을 인질로 삼고 임 대사를 내놓으라고 호통하는 걸 보니.” 한수경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흥분하며 말했다.“홍서연은 홍 시장의 딸이잖아. 송씨 가문이 겁이 없긴 없구나. 이렇게 대담한 일을 저지르는 걸 보니. 임 대사가 이런 비겁한 상대를 만나다니 불안해 죽겠어.”배지수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너도 임 대사가 굉장한 사람이라고 했잖아. 그렇게 쉽게 당하지는 않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계약식이 끝나기를 기다려 청월 씨에게 가서 정확한 상황을 물어보는 게 중요해.”한수경이 옆에서 부드럽게 위안했다.배지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긴장된 눈빛으로 로비 상황을 주시했다.“송진국, 사실 임 대사는 계속 여기 있었어, 네가 눈이 멀어 못 알아봤을 뿐이지.”이청월은 송진국을 비웃으며 쌀쌀한 말투로 말했다.“구라 치지 마! 임 대사가 여기 있다면 왜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는 건데? 설마 우리 송씨 가문이
물끄러미 생각에 잠긴 사람은 비단 배지수뿐만이 아니었다.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임 대사라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일지 은밀히 추측하고 있었다. 임 대사의 진짜 정체를 아는 사람들만이 눈치채지 못한 척하면서도 가끔씩 몰래 임지환을 훔쳐보곤 했다.수십 명이 모여 있었지만 각자의 속내는 천차만별이었다.“오늘은 우리 YS 그룹과 DCM 그룹의 계약 체결식입니다. 송 대표님, 당신의 사적인 원한은 의식이 끝난 후에 천천히 얘기해도 늦지 않습니다.”이성봉이 가볍게 헛기침하며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오늘 이 계약식은 그냥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해요. 십억 달러는 하루 뒤면 YS 그룹의 계좌로 이체될 겁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버르장머리가 없는 사람이 감히 임 선생님을 모욕했다는 것입니다. 난 정말 궁금하군요. 당신네 송씨 가문은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나대는 건지!”줄곧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유란이 천천히 걸어가 송진국 앞에 멈춰 섰다.“당신네 송씨 가문이 항성에서 미쳐 날뛰어도 말리는 사람이 없으니 눈에 뵈는 게 없나 봐요. 여기 강한시에서도 멋대로 소란을 일으켜도 된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설마 강한시 시장인 이 홍진이 아무 능력도 없는 허수아비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죠?”홍진이 화난 눈빛으로 송진국을 노려보며 따졌다.“우리 이씨 가문이 당신네 송씨 가문만큼 세력이 어마어마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두려워 부들부들 떨고 그러지는 않아요. 임 대사와 싸우려면 당신의 실력을 충분히 평가해 보고 큰 결단을 내려야 할 겁니다.”이성봉 또한 입을 열어 굵직한 한마디를 보탰다.순식간에 세 사람이 뜻을 모아 송진국에게 압박을 가했다.송씨 가문의 가주인 송진국은 당황한 나머지 말문이 턱 막혀버렸고 무더운 날씨 때문에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홍 시장과 이 가주가 힘을 모아 공격하는 걸 보니 송씨 가문이 일으킨 이 소란은 이제 슬슬 마무리될 때가 된 것 같군.”“아쉽긴 하네... 결국 임 대사의 등장까지
“항성은 특별 지역 소속이야. 네가 강한시에서 아무리 권세를 부려도 여기까지는 미치지 못해.”송진국은 말을 마치고 유란을 조롱하듯이 말했다. “아까는 참 잘난 척하더니 왜 이렇게 가만히 있어? 이따가 경감님에게 질질 끌려갈 때 네가 그토록 존경하던 임 선생님이 뭘 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소리는 구라가 아니었네.”유란의 얼굴에는 기쁨도 슬픔도 없었고 자기가 당장 감옥에 갇힐 위급한 상황에서도 전혀 화를 내지 않았고 침착한 모습을 유지했다.“오기 전에 네 배경을 철저히 조사했거든. 원래 굳이 임 대사를 제외한 다른 사람을 이 진흙탕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는데, 주인을 잘못 선택한 건 네 잘못이야.”송진국은 여유롭게 와인잔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 “너뿐만 아니라 이씨 가문 사람들도 다 조사할 거야. 오늘 이 계약 체결식은 절대 진행될 수 없을 거니까 그렇게 알아. 그리고 저 경호원도... 뭔가 수상해 보이는데 아마 이 여자와 한패일 수도 있으니까 절대 놓쳐선 안 돼.”송진국은 흡족한 얼굴로 임지환을 가리켰다. 이 짜릿한 순간을 위해 오랫동안 참아왔던 것이다.“이번에는 송 대표님이 단서를 제공한 덕분에 이 여자 도둑을 순리롭게 잡을 수 있었어요. 네가 항성 박물관에서 훔친 그 전시품은 이제 주인에게 돌려줘야 할 때가 됐어.”스티븐은 송진국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머리를 번쩍 들어 승리자의 미소를 띤 채 유란을 바라보았다.“스티븐 씨, 당신의 끈기는 존경스럽지만 당신의 지능은 좀 아쉬운걸요. 그때 전시품이 도난당했을 때 내가 현장에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난 범인이 아니었어요. 진짜 도둑은 반달 전에 이미 해외에서 체포됐고 전시품도 당연히 주인에게 돌아갔어요. 당신이 진짜 경감이라면 이런 소식을 모를 리가 없겠죠? 아니면 사실 경감이 아닌 건가요?”유란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고 조리 있게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 난 3년 동안 널 추적했어. 어떻게 내가 범인을 잘못 잡을 수 있단 말이야?”스티븐의 눈이 붉어지며
“경감님, 이건 아무리 봐도 저 사람들이 고의로 만든 함정입니다. 경감님이 이대로 떠난다면 지난 3년 동안의 추적이 모두 헛수고가 될 겁니다.”송진국은 스티븐이 떠날 준비를 하자 조급해하며 서둘러 제지했다. 송진국은 피타는 공을 들여 오늘 이 계획을 설계했고 스티븐이 떠나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게 뻔했다.“송 대표님, 난 다른 사람의 도구로 사용되는 걸 가장 싫어합니다. 명심하세요.”스티븐은 차갑게 송진국을 흘겨보고 부하들을 데리고 호텔을 떠나버렸다. 스티븐은 감찰 업계에 수년간 몸담아 수사 경험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런 사람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수 없었지만 소문휘의 신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꾐수에 속은 바보 경감 연기를 해야 했다.“대박이야.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아. 스릴이 죽여주네.”“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씨 가문이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큰 반전이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 했네. 가히 충격적인 결과야.”현장에 있던 구경꾼들은 참지 못하고 연신 감탄하며 혀를 끌끌 찼다.이씨 가문 가주인 이성봉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성봉은 급히 다가가 소문휘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소 관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관장님 덕분에 우리 이씨 가문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이따가 행사가 끝나면 함께 식사하시죠.”“이 회장님, 진짜 감사해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라 용성수 선생님입니다. 그분이 당시 제게 손을 내밀지 않았더라면 저는 이미 죽었을 겁니다. 이제 제 임무는 원만하게 끝났으니 떠날 시간이 된 것 같군요.”말을 마치고 소문휘는 임지환을 슬쩍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고 아무 말도 없이 지팡이를 짚고 호텔을 떠났다.“이 용성수라는 사람이 대체 누구야? 소문휘 경 같은 인물을 이 자리에 초청할 수 있는 걸 보니 대단한 사람이 틀림없어.”“이름만 들어도 뭔가 무술 세계를 주름잡는 인물 같은데? 혹시 그 임 대사와 관련 있는 건 아닐까?”“그럴 가능성이 있지. 용성수가 임 대사의 친구일지도
“그냥 송진국을 보내줘. 지금은 공개적으로 송씨 가문과 맞설 때가 아니야.”이청월도 임지환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설득했다.이렇게 여러 명이 한꺼번에 임지환을 설득하자 그제야 어깨에 놓은 손을 치웠다.“아까 그렇게 세상 거만하더니 지금은 왜 말이 없어? 할 수 있으면 한번 때려봐! 내가 손가락 하나라도 다치면 그 여자애를 열 배로 더 고통스럽게 고문할 거니까!”송진국은 돌아서서 용두 지팡이를 들어 임지환을 가리키며 얼굴에 오만하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었다.진짜 두들겨 맞기 딱 좋은 얼굴이었다.하지만 곧 송진국은 웃음이 그대로 얼굴에 굳어버렸다.사람들의 경악한 눈길 속에서 임지환은 한 발 앞으로 나서 왼손을 뻗어 송진국의 손에 있는 용두 지팡이를 꽉 잡아 뒤로 살짝 당겼다.그러자 송진국의 몸이 앞으로 휘청이며 강제로 임지환 앞으로 끌려왔다.“나보고 한번 때려보라는 건 네가 스스로 주문한 거야.”임지환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송진국의 머리를 꽉 움켜쥐고 전력으로 동종에 내리쳤다.땡!고막을 찢는 종소리가 로비 전체에 울려 퍼졌다.주르륵...순간 송진국의 머리에서 흐르는 붉은 피가 동종을 타고 천천히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어디 한번 추측해 봐. 내가 널 죽일 용기가 있는지 없는지.”임지환은 유유히 웃으며 살벌한 말투로 물었다.순식간에 로비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이청월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세상에 송씨 가문의 가주을 이렇게 대놓고 두들겨 패는 미친놈이 있을 줄이야.“용주님의 스타일다워요. 멋지십니다.”오직 유란만이 미소를 지으며 임지환을 우러러보는 눈빛으로 그윽하게 바라보았다.“임지환이... 미친 것 같아.”배지수도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이 광경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한수경은 배지수의 팔을 와락 당기며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지수야, 우리 빨리 떠나자. 그렇지 않으면 저 녀석 때문에 우리도 흙탕물에 빠질 수 있어.”“언니, 임지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