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66화

작가: 박성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제가 특유의 비법으로 시간을 벌지 않았다면 장군님은 아마 한 달도 못 버티셨을 겁니다.”

허청열은 석 달이란 시간이 너무 긴 것 같아 조바심이 났다.

임지환은 별다른 반응이 없이 침묵을 지켰다.

“임 선생님을 곤란하게 하지 마라. 그게 내 운명이라면 난 담담하게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어.”

화연평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 눈빛이 흐려지고 온몸이 축 처졌다. 순간적으로 몇 년은 폭삭 늙어버린 노인 느낌이 강하게 풍겼다.

“작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유봉운이 갑자기 말문을 열고 임지환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의 놀라운 눈빛 속에서 유봉운이 임지환 앞에 정중하게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였다.

“뭐 하는 짓이야?”

임지환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임 대사님, 장군님께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희생하며 수십 년간 변방을 하루 같이 굳건히 지키셨습니다. 우리 나라를 위해 일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비록 제 부탁이 보잘것없어 보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빌겠습니다. 제발 대사님의 뛰어난 의술로 장군님을 살려 주십시오!”

유봉운은 부리부리한 눈망울에 눈물을 머금고 격앙된 어조로 임지환에게 부탁했다.

“남자는 조상과 부모 외에는 무릎을 꿇지 않는 법이다. 유봉운, 당장 일어나! 넌 내 소중한 부하야. 하늘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서서 버텨내야지 함부로 무릎을 꿇으면 안 돼!”

화연평은 한이 섞인 목소리로 유봉운을 꾸짖었다.

“저는 장군님께서 한 땀 한 땀 힘들게 키워주신 사람이기 때문에 장군님이 이대로 목숨을 잃는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유봉운은 피가 날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그는 입대한 후 처음으로 상관의 명령을 거부했다.

하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았다.

“용수 전원, 임 대사님께 부탁드립니다! 장군님을 살려 주십시오!”

유봉운 뒤에 있던 용수의 전사들도 한결같이 임지환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일제히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마치 지붕을 들어 올릴 것만 같았다.

화연평을 위한 마음만 가득한 전사들의 진심 어린 모습을 보며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은침 날리는 용왕   제367화

    모두가 임지환이 조금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저택의 방과 비교할 때 병원에서는 안전성과 신뢰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장군님의 신분이 특별해서 일단 예견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병원에서는 최소한 보장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장호는 호의로 임지환을 충고했다.“임지환,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화 장군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병원에 가는 게 낫지 않겠어?” 이청월도 참지 못하고 임지환을 설득했다.“필요 없어. 병원 갈 시간에 난 이미 절맥법을 끝냈을 거야.” 임지환은 자신감 있게 말했다.“임 대사의 말대로 하자.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책임질게.” 화연평도 망설임 없이 임지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알겠습니다, 장군님!” 이장호는 화연평의 말에 신속하게 반응하고 즉시 집안의 하인들에게 방을 정리하라고 지시했다.“임지환, 꼭 성공해야 해!” 이청월은 주먹을 꽉 쥐고 임지환을 진심으로 응원했다.“임 진인의 능력이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겁니다.” 오양산은 임지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보였다....저택 3층, 넓은 방 안.임지환과 화연평은 마주 앉아 있고 허청열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곁을 지키고 있었다.화연평이 상의를 벗자 임지환은 그의 왼쪽 반신을 뒤덮은 짙은 먹구름 같은 짙고 검은 기운을 보았다.검은 기운이 마치 오래된 나무뿌리처럼 화연평의 심장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이 장면은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화 장군님, 장군님의 상태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군요.” 임지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상태의 심각성을 느꼈다.“사실 난 이미 금릉의 유명한 의사들을 다 찾아봤어요. 심지어 수십 명의 의학교수들도 방문했지만 그들 모두 손을 댈 엄두도 내지 못했어요.” 화연평은 쓴웃음을 지으며 다 지나간 얘기를 훌훌 털어놓았다.“장군님은 병에 걸린 게 아니라 강투술에 걸린 거예요. 교수가 아니라... 약신이 나서도 장군님의 강투술은 풀 수 없을 겁니다.” 임지환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임 대사는 역시 범상치

  • 은침 날리는 용왕   제368화

    “화 장군님, 장군님의 생명을 보장하기 위해 장수단을 먼저 복용하세요. 그런 다음, 제가 절맥법으로 장군님의 체내 사악한 기운을 봉인할게요.”임지환은 느긋하게 설명했다.“이 장수단이 이렇게 귀한 보물인데 지금 이 상태로 복용하는 건 큰 낭비가 아닐까요?”화연평은 임지환의 말에 망설이는 표정을 지으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장군님의 생명이 더 중요한가요? 아니면 이 단약이 더 중요한가요? 굳이 제가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임지환은 담담하게 말했다.화연평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미련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무 상자에서 장수단을 꺼냈다.그리고 큰 결심을 내린 듯 약을 꿀꺽 삼켜버렸다.펑!단약이 체내로 들어가자 마치 태양이 터지는 것처럼 화연평의 가슴에서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화연평의 몸에 있던 검은 기운이 갑자기 눈에 띌 정도로 옅어졌다.“이 장수단은 정말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신약이군요!” 허청열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감탄을 터뜨렸다.“화 장군님, 정신을 집중하세요, 이제 시작합니다.”임지환은 차가운 목소리로 외치고 손가락을 검처럼 모아 화연평의 심장을 향해 번개처럼 신속하게 찔렀다.쉭!임지환의 손가락 끝에 모인 영기가 옅지만 뚜렷한 빛을 발산하며 화연평의 심장을 시작점으로 화연평의 사지로 퍼져 나갔다.영기가 체내에 무서운 속도로 들어오는 순간, 검은 기운은 마치 자아가 생긴 것처럼 수축을 반복해 나중에 한 줌으로 응축되어 임지환이 주입한 영기와 격렬하게 충돌했다.두 기운은 화연평의 몸을 전장으로 삼아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쾅쾅...두 기운의 강력한 충돌과 함께 화연평의 마른 몸에서는 계속해서 격렬한 소리가 났다.화연평의 얼굴은 이미 붉으락푸르락해졌고 생명력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며 죽음으로 향해 돌진하는 것 같았다.이 기괴한 장면을 본 허청열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다급한 말투로 말했다. “임 대사, 이쯤에서 그만두시죠! 이러다가는 총장님이 견디지 못할 겁니다.”“이 정도는 괜찮아. 나도

  • 은침 날리는 용왕   제369화

    “임 대사, 이건 무슨 뜻이죠?”화연평은 놀라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순조롭게 잘 흘러가고 있던 상황에서 갑자기 왜 멈췄을까?“지금 이 상황은 소위 말하는 뭐든지 발전이 극에 달하면 꼭 반전하게 된다는 도리에 부합하는 상황입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사악한 기운을 제거하면 사악한 기운이 전력을 다해 반격할 거고 그렇게 된다면 장군님 현재의 신체 상태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겁니다.”임지환은 깊은 숨을 내쉬며 무겁고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하지만 임 대사님에게는 여전히 여력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임 대사님 같은 대종사의 수련으로는 이 정도 사악한 기운은 아무것도 아닐 텐데 말입니다.”허청열은 눈살을 찌푸리며 임지환의 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임지환은 허청열을 흘낏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난 장군님을 구하려 할 뿐이야. 이대로 진행한다면 장군님을 죽이게 돼.”“임 대사가 뭔가 꿍꿍이가 있어서 이 기회를 틈타 일부러 장군을 협박하려는 건 아니겠죠?”허청열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임지환을 바라보며 의도적으로 이 짓거리를 벌이는 건 아닌지 의심했다.“임 대사, 치료를 시작한 마당에 끝까지 책임져 주셔야죠. 다시 한번 시도해 보는 게 어떨까요?”화연평도 허청열의 말에 일리가 있는지 옆에서 임지환을 부추겼다.“시도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전 언제나 거짓말하지 않고 사실만 말할 뿐입니다. 당신들이 절 믿지 않는다면 저도 어쩔 수 없네요.”임지환은 말을 마치고 한쪽에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며 두 사람과 더 이상 대화하지 않았다.“이 임 대사는 모든 게 훌륭한데 너무 자만하고 고집이 센 게 문제야. 이런 사람은 크게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야.”화연평은 한숨을 쉬며 중얼댔다.“장군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 사악한 기운은 거의 다 제거되었으니 남은 건 제가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습니다. 제 수련이 임 대사만큼은 아니지만 이 정도 사악한 기운은 제가 충분히 대처할 수 있습니다.”허청열도 슬쩍 고집을 부리며 직

  • 은침 날리는 용왕   제370화

    다들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어색하고 자책하는 표정을 지었다.“내가 직접 나선다고 해도 장군님이 살아남을 확률은 고작 30%일 뿐이야.”임지환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임지환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신선이 아닌 사람인 이상 능력에 한계가 있었다.화연평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오로지 화연평의 운에 달렸다.“살 수 있을지 아닐지를 떠나 제발 한 번만 더 장군님을 구해주십시오!” 허청풍이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임지환에게 간곡히 부탁했다.“임지환, 화 장군이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은혜를 베푸신 적이 있어. 그러니 한 번 더 화 장군을 살려 드려.”이청월도 옆에서 거들었다.“알았어. 이번만 예외로 하겠어.” 임지환이 고개를 끄덕였다.다들 임지환이 끝내 동의하자 한숨을 돌렸다.그러나 모든 사람의 예상과는 다르게 임지환은 곧바로 화연평을 구하는 대신 오양산 도사의 앞에 섰다.“어르신, 어르신의 검을 잠깐 빌리죠.”오양산은 두말없이 검을 건네며 말했다. “임 진인이 쓰시겠다면 얼마든지 쓰세요.”임지환은 장홍검을 받아 들고 사람들의 의아한 눈빛 속에서 검을 휘둘러 자기 손바닥을 베었다.그러자 순식간에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임지환은 거의 죽어가는 화연평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검은 기운에 뒤덮인 그의 몸에 피를 떨어뜨렸다.치익...임지환의 피는 마치 활활 타오르는 태양처럼 닿는 곳마다 검은 기운이 얼음처럼 스르르 녹아내렸다.“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지? 임지환의 피가 영약보다 더 효과가 있다니!”이청월은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진운은 눈을 가늘게 뜨고 팔꿈치로 오양산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물었다. “도사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아시죠?”“임지환의 수련이 선천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그의 피는 사악한 기운에 천연적인 저항력을 갖고 있죠. 하지만 이렇게 혈기를 소모하는 방법은 사용 후에 원기가 크게 손상될 것이에요.”오양산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임 대사님이 장군님을 구하지 못한다면 저는 목숨으로 사죄할 것입니다

  • 은침 날리는 용왕   제371화

    “화 장군님, 제가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니지만요. 임지환이라는 사람은 명예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심지어 돈은 쓰레기 취급하며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임지환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아무도 강요할 수 없습니다.”이장호는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이장호는 임지환이 어떤 유혹적인 조건으로 쉽게 매수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세상에 아무런 욕망도 없이 무념무상한 사람은 없어. 단지 제시하는 조건이 그 사람의 욕망을 충분히 만족시킬지 말지에 달렸을 뿐이야.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임지환을 위해 군구 총교관 자리를 하나 마련하는 것은 문제없을 거야.”화연평은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거만을 떨었다..옆에 있던 허청열은 깜짝 놀라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화연평이 그를 힐끗 쳐다보자 이내 입가에 나왔던 말을 꿀꺽 삼켰다.“이씨 가문에 관해서는... 내가 약속한 건 반드시 지킬게. 하지만 임 대사를 설득하는 일은 장호 너에게 맡겨야겠어.” 화연평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장호는 그 말에 흥분하며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장군님, 걱정 마십시오. 이 일은 제가 책임지고 꼭 이뤄내겠습니다.”“좋아, 그럼 우린 반 달 후에 다시 올 테니 오늘은 이만 가 볼게.”화연평은 중요한 임무를 맡긴 후, 용수 전사들과 함께 이씨 저택을 떠났다.차에 오르자마자 허청열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장군님, 정말 임지환에게 군구 총교관 자리를 주실 겁니까? 그건 대령급 직책에 해당하는 높은 자리인데 선물로 주기엔 너무 과분한 게 아닌가요?”허청열 같은 무술 대가도 군대에서 5년을 단련한 후에야 특진으로 용수 총교관 자리에 올랐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는 고작 단장 직함에 불과했다.임지환이 화연평을 한 번 구해준 것만으로 대령이 될 기회를 얻는 것은 마치 로켓을 타고 우주로 날아가는 것처럼 급속히 승진하는 것이었다.“넌 무술 대종사가 뭘 의미하는지 나보다 더 잘 알지 않나?”화연평은 창밖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게다가... 임지환의 실력

  • 은침 날리는 용왕   제372화

    “사실 어르신이 절 도와줄 수 있는 게 하나 있긴 해요.” 임지환이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임 대사, 뭐든지 말씀만 하세요.”“청월에게 경성 그룹의 주식을 배지수에게 돌려주라고 하세요.”이장호는 그 말을 듣고 얼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임 대사, 고작 이렇게 작은 요구가 유일한 부탁이세요?”강한시에서 이씨 가문은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가문이었다.그런 최고 가문의 가주인 이장호가 진 빚은 금액으로 헤아릴 수 없이 귀한 물건이었다.이장호에게 경성 그룹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존재였다.“네, 그게 내 유일한 부탁이에요.” 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이장호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이청월에게 말했다. “청월아,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어서 사람을 시켜 계약서를 준비해라.”“경성 그룹의 현재 시가는 이미 2000억을 넘었어. 임 대사, 배지수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이 정도로 거대한 투자를 하는구나.”이청월은 질투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임지환을 힐끗 쳐다봤다.임지환이 다시 입을 열기 전에 옆에서 구경하던 진운이 참지 못하고 슬쩍 농담했다.“어마어마한 질투심 냄새가 나네. 누구 마음에서 이렇게 큰 질투심이 폭발하고 있는 거지?”이청월은 진운을 흘겨보며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진운 씨와 상관없는 일이에요. 신경 끄시죠?”이청월의 말에서 섬뜩한 살기를 느낀 진운은 난감한 표정으로 코를 만지작거리며 더 이상 불난 집에 부채질하지 않았다.“임지환, 이 결정이 확실해? 이 계약서를 보내면 수천억이 물거품이 될 거야. 내 생각에는... 배지수의 성격상 네가 이런다고 해서 마음을 돌리지 않을 게 분명해.”이청월은 다시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와 선의로 충고했다.“난 그저 내 마음이 편하자고 이러는 것뿐이야. 지수가 어떻게 생각하든...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임지환은 유유하게 말했지만 태도만은 확고했다.“알겠어. 하지만 나중에 후회하게 되면 그때 내가 왜 설득하지 않았냐고 따지지 마.”이청월은 복잡한 표정으로

  • 은침 날리는 용왕   제373화

    경성 그룹으로 가는 길.“임 선생님, 경성 그룹을 진짜 지수 씨에게 전부 넘겨줄 생각입니까?”진운이 운전하면서 임지환에게 물었다.“진운 씨도 내가 틀린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고 있나요?” 임지환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제가 어찌 감히 임 선생님의 결정을 의심할 수 있겠습니까?”진운은 고개를 급히 저으며 부인했다. “전 단지 임 선생님이 넘겨준 이 귀중한 선물을 지수 씨의 성격상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걱정돼서 그럽니다.”“지수가 이 회사를 망친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망친다면 오히려 좋은 점도 있어요. 지수의 그 탐욕스러운 친척들이 더 이상 회사를 탐내지 못하게 되니까요. 경성 그룹이 망하더라도 내가 다른 회사를 직접 물색해서 지수에게 주면 아무런 문제도 없죠.”임지환은 기지개를 켜며 홀가분한 상태로 말했다.진운은 그 말을 듣자 말문이 턱 막혔다.수천억 원짜리 회사가 임지환의 눈에는 마치 어린아이의 장난감처럼 가벼운 존재여서 배지수에게 마음대로 줄 수 있다고 했다.심지어 연경 진씨 가문의 계승자인 진운 자신도 그런 배포와 시야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차가 경성 그룹에 도착하자 임지환은 진운과 오양산에게 차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홀로 계약서를 들고 올라갔다.하지만 뜻밖에도 배지수는 회사에 없었다.“근무 시간에 어디 간 거야?”임지환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바로 그때.“임지환, 여기서 두리번거리며 뭐 하는 거야?”정장 차림에 스타킹을 신은 한수경이 하이힐을 신고 복도를 걸어왔다.“지수를 찾으러 왔어요. 혹시 어디 갔는지 알아요?”임지환이 물었다.“그걸 왜 묻는 거야?”한수경은 임지환을 도둑처럼 경계하며 바라봤다.“중요한 계약이 있어서 직접 지수와 교류해야 해요.” 임지환이 해명했다.“쳇, 집에 거울도 없어? 거울이나 보고 좀 말해. 네가 뭐라고 감히 지수와 대면해? 넌 그냥 보잘것없는 경호원이야. 사업과 관련된 업무도 없고 고객도 없으면서 무슨 뚱딴지같은 계약을 지수에게 보여주려 해?”한수경은 경멸의 눈길을 보내며 여

  • 은침 날리는 용왕   제374화

    임지환이 휴대폰을 받자마자 전화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임 대사,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한재석, 네놈이었구나.”임지환의 눈에 한 줄기 냉기가 번졌다.“네 덕분에 내가 폐인이 될 뻔했잖아. 그래서 이번에 널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지.”한재석의 목소리는 이상하게 격앙되어 있었고 말투가 기괴망측했다.“할 말 있으면 바로 해.” 임지환이 차갑게 말했다.“배지수는 지금 내 손에 있어. 반 시간 안에 청산 별장으로 당장 와. 1분이라도 늦으면 네가 보게 될 건 시체뿐일 거야.”이후, 통화가 덜컥 끊겼다.임지환은 한수경이 묻기도 전에 번개같이 몸을 움직여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정신을 차린 한수경은 복도 바닥에 임지환이 손으로 부숴버린 휴대폰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한수경이 분노에 차서 임지환이 사라진 쪽을 향해 소리쳤다. “임지환, 이 뻔뻔한 개자식아, 내 휴대폰 물어내!”...청산 별장.배지수의 가족은 전부 기절한 채로 밧줄로 결박되어 있었고 마치 도살될 양 떼 같았다.“물을 끼얹어 얼른 깨워!”한재석은 휠체어에 앉아 표정 변화도 없이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뒤에 서 있던 경호원들이 물통을 들고 그들 앞에 다가가 물통을 높이 들어 세차게 물을 뿌렸다.“흡...”순식간에 거실 전체에 차가운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네 사람 모두가 동시에 차가운 물벼락을 맞고 벌떡 깨어났다.“이제 완전히 정신이 들었겠지?”한재석은 여전히 무표정으로 배지수의 가족을 바라보았다. 마치 지옥 끝에서 기어 나온 유령 같았다.한재석을 본 순간, 배지수의 가족은 모두 공포에 질려 할 말을 잃었다.특히 배준영은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가 부들부들 떨려 가까스로 입을 열어 애원했다.“한 도련님, 이건 도련님이 임지환 그 자식과의 갈등이지 우리 배씨 가문과는 상관없잖아요. 제발 저를 살려주세요!”“너희를 풀어달라고? 오늘 너희 가족을 여기 부른 이유는 같이 저승길을 떠나게 하기 위해서야. 가족은 죽을 때나 살 때나 항상 함

최신 챕터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7화

    자리에 앉은 후, 양쪽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쳤다.“민수 씨, 보아하니 이 지역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척 슬쩍 물었다.육민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적시고 말했다.“저는 백운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이번에 내려온 건 여행을 통해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서입니다.”“여행이라고요?”임지환은 순박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육민수를 보며 살짝 놀란 듯 물었다.“맞습니다, 이번이 산에서 처음 내려오는 겁니다.”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스승님께서 배울 건 거의 다 배웠으니 나머지는 여행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그래요? 그렇다면 민수 씨는 은둔한 검수란 말이군요. 근데 민수 씨 등에 멘 그 상자 속에는 대체 어떤 절세 명검이 숨겨져 있는 겁니까?”임지환은 차를 든 채로 무심하게 말했다.윙!임지환의 말이 끝나는 순간,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육민수의 표정이 돌연 엄숙해졌다.육민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지환을 노려보며 물었다.“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왜 그러죠?”임지환이 담담하게 되물었다.“어떻게 내 상자 속에 검이 들어 있는 걸 알았습니까? 설마 날 계속 미행해 온 겁니까?”육민수는 칼집에서 칼날이 뽑혀 나온 듯한 기세를 뿜어내며 사람을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했다.“진정해요, 난 당신에게 악의는 없어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듯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느긋하게 말했다.“왜 내가 상자 속에 있는 게 명검이란 걸 아는지 궁금한가요? 내가 그냥 추측한 거라면 믿을 수 있나요?”“믿습니다.”몇 초 동안 고민하던 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민수 씨,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군요.”육민수는 임지환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도 생각보다 훨씬 더 속이 깊은 사람이군요.”“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세히 들어보고 싶군요.”임지환은 육민수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세속의 일반인들은 그렇게 쉽게 검수의 존재를 알아채지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6화

    “넌 누구야? 이 녀석을 감싸려는 거야? 내 신발은 200만 원짜리 신발이야. 네 몸에 걸친 그 싼 구제 옷이랑은 비교도 안 된다고.”장해수는 임지환을 힐끔 보며 코웃음을 쳤다.비록 임지환은 육민수보다 훨씬 더 정상적인 사람 같아 보였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친 걸 다 합쳐도 10만 원이 넘지 않을 것 같았다.장해수는 이런 사람은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여긴 것이다.“겨우 200만 원 갖고 이렇게 화내? 큰돈도 아니잖아.”이때 이청월이 뒤따라와 말했다.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샤넬 가방에서 돈뭉치를 꺼내어 바로 옆 빈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이청월의 행동은 아주 자연스럽고 매끄러웠다.“헉...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었나?”장해수는 임지환이 가리고 있던 시야에서 벗어난 이청월을 보자마자 시선을 이청월 몸에서 뗄 수 없었다.식당 안에 있던 다른 남자 손님들도 이청월의 뛰어난 외모를 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이렇게 아무런 성형 수술 흔적도 없이도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여성은 요즘 시대에 참 보기 드물었다.사람들의 시선은 곧 임지환의 저렴한 옷차림으로 옮겨졌고 속으로는 질투가 활활 타올라 임지환을 모욕하기 시작했다.“또 여자 등쳐먹는 기생오라비야? 저렇게 예쁜 여자가 왜 저런 녀석이랑...”“아가씨 체면을 봐서 이 돈은 받아둘게. 근데 이건 만 원이 안 되잖아.”장해수는 순식간에 돈을 세어보곤 다시 빈정거렸다.그 돈뭉치는 60만이었고 장해수가 요구한 금액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네가 신은 신발이 진품이라 해도 최대 40만 원 정도일 거야. 더군다나 너 그거 짝퉁이잖아.”이청월은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60만 원이면 충분하고도 남아.”“밥은 아무렇게나 먹어도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 무슨 증거라도 있어? 내가 신은 신발이 짝퉁이라는 걸 입증할 증거 말이야.”장해수는 이청월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듣고 내심 당황했다.사실 이 신발은 장해수가 8만 원 주고 산 고퀄리티 짝퉁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절대 그걸 인정할 수 없었다.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5화

    “손대지 마!”남자가 황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하얀 머리 청년은 손으로 검은 천을 살짝 벗겨냈다.윙!임지환은 갑자기 오싹한 냉기가 식당을 감도는 기묘한 기운을 느꼈다.다시 집중해서 감지하자 그건 다름 아닌 예리한 검기였다.남자는 하얀 머리 청년의 손목을 꽉 잡았고 아까와 달리 부드럽던 눈빛이 확 차갑고 날카로워졌다.“내 물건에 손대지 마. 안 그러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남자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고 하얀 머리 청년의 손을 밀어내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검은 천을 덮으며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정성스럽게 접었다.그 과정을 마친 후, 남자의 차가웠던 눈빛은 다시 온화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조그마한 살기도 없는 사람처럼 무난해 보였다.“겨우 너덜너덜한 상자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 유난이야?”하얀 머리 청년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날 이렇게 툭 쳐놓았으면 적어도 사과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어떻게 사과하면 되겠어?”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 이 신발은 한정판이야. 200만 원이 넘는다고. 근데 네가 이렇게 더럽게 만들었으니 내가 어떻게 신고 다니겠냐고?”하얀 머리 청년은 뻔뻔하게 말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해?”남자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자기가 잘못한 게 맞다고 인정하는 듯했다.하얀 머리 청년 장해수는 흡족한 표정으로 웃으며 남자를 내려다봤다. 이 남자가 마을에서 처음으로 시내로 올라온 촌스럽고 순진한 사람이라 살짝 겁주기만 하면 쩔쩔맨다는 걸 알아차렸다.“간단하지. 신발값 물어내.”장해수는 의자를 하나 끌어다 앉아 다리를 꼬았다.“난... 돈 없어.”남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제야 남자는 돈이 없으면 영웅도 꼼짝 못 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것 같았다.“돈 없다고? 돈도 없으면서 음식점에 들어와? 난 네가 진짜 돈이 있든, 없든 하나도 상관없어. 오늘 신발값 물어내지 않으면 경찰 불러서 널 잡아넣을 거야.”장해수는 계속 몰아붙였다.“이 사람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4화

    “안 돼, 꼭 한 입 먹어봐. 안 그러면 내가 직접 먹여줄 거야.”이청월은 고귀한 신분을 자랑하는 여왕처럼 임지환에게 명령하듯 말했다.“그럼... 알았어.”이청월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며 임지환은 마지못해 한 입 떼어먹었다.“어때? 너무 맛있지?”이청월은 기대에 가득 차서 물었다.“괜찮네...”임지환은 대충 웃어넘기고는 이내 물었다.“얼마나 더 걸을 거야?”“왜? 벌써 지친 거야?”이청월은 앞을 내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저 앞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는데 저기서 저녁 먹고 호텔로 가는 게 어때?”“그러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세 번 절하고 아홉 번 꿇는 것까지 견뎠는데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두 사람은 함께 운우 골목에 위치한 “천향 식당”에 들어갔다.식당 내부는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값비싼 홍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심지어 최고급 백단향이 타오르고 있었다.아마도 이 과시적인 분위기에 관광객들이 약간 눌린 것인지 레스토랑 내부는 손님이 많지 않아 비교적 조용했다.임지환과 이청월은 2층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한 이청월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다.임지환은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곧 시선을 한 사람에게 고정했다.임지환의 시선을 잡은 사람은 식당 입구에 서 있던 한 남자였다.임지환이 특별한 취향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남자가 너무 독특했기 때문이었다.남자는 우람진 체형에 날카로운 눈매와 눈동자를 가졌고 온몸에서 강렬한 고수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하지만 그 남자는 딱 봐도 특이한 헝겊으로 된 긴 상의와 긴 바지를 입고 있었고 발에는 헝겊신을 신고 있었다.남자의 등에는 길쭉한 상자를 검은 천으로 싸서 메고 있었는데,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 기묘한 차림 덕분에 임지환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당연히 한 몸에 받았다.하지만 남자는 부끄러운 듯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식당 안쪽을 향해 바라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3화

    “나더러 제자를 받으라고?”임지환의 표정이 묘해졌다.전에 소태진이 제자 타령하더니 이번엔 이민재가 이러네...임지환은 이 노인들이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 건지 궁금해졌다.“안 받아!”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민재는 임지환이 이렇게 단칼에 거절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해 잠시 멍해졌다.이래 봬도 명의라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한 자기가 어디를 가든 분명 환영받고 존중받을 정도인데 임지환에게 이토록 매정하게 거절당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거절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이민재는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다.“넌 너무 늙었고 못생겼잖아. 내가 원하는 건 미인이란 말이야. 그런데 내가 어떻게 너한테 관심이 생기겠어?”임지환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네?”이민재는 입이 떡 벌어져 말을 잇지 못했다.설마 자기가 단호하게 거절당한 이유가 늙고 못생긴 데다 미인이 아니기 때문일 줄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이청월이 옆에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영감, 내가 좋은 방법 하나 알려줄까?”“무슨 방법인데요?”이민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외국에 가서 성전환 수술하고 얼굴 리프팅까지 하고 오면 돼. 그러면 내가 임지환에게 널 제자 삼으라고 말해볼게.”이청월은 말을 마치자마자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허청열과 화도윤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체면을 생각해서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당신들... 이건 너무하잖아요! 제자를 안 받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모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이민재는 눈을 부라리며 씩씩댔고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평생 힘들게 쌓아온 명성이 오늘 하루 만에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널 제자로 안 받는 이유는 네가 미인이 아니거나 늙어서도 아니야.”임지환은 조금 모자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그럼 도대체 왜 안 받는 겁니까?”이민재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2화

    “알겠습니다, 임 대사, 정말 고맙습니다. 도윤아, 날 대신해서 임 대사를 정성껏 대접해라!”화연평은 그제야 임지환의 말을 따라 침대에 편안하게 누우며 화도윤에게 조용히 당부했다.임지환과 이청월도 더 이상 화연평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방을 나섰다.“임 선생님, 제가 자인 호텔에 방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화도윤이 싱글벙글 웃으며 얼른 쫓아 나와 임지환에게 말했다.“필요 없어. 우리가 직접 거기로 갈 테니 넌 여기서 화 장군님을 잘 돌봐.”임지환은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임지환, 우리가 간만에 금릉에 왔잖아. 제대로 한 번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자.”이청월은 지금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그래, 네 말대로 하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잠깐! 두 분, 멈춰주세요!”두 사람이 막 떠나려 할 때 이민재가 허겁지겁 뒤쫓아왔다.“이 침왕, 아직도 볼 일이 남았나요?”화도윤의 이마에 주름이 잡히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까 이민재가 저지른 실수 때문에 아버지가 자칫 죽을 뻔했으니 화도윤의 마음속엔 여전히 이민재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었다.이민재가 의술로 유명하지 않았다면 이미 저택에서 쫓아냈을 것이다.“임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이민재는 아까와는 다르게 공손한 태도로 존댓말까지 써가며 말했다.“부디 가르침을 부탁드리겠습니다.”“뭘 묻고 싶은 거야?”임지환은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화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을 도대체 어떻게 제거하셨는지 궁금합니다.”이민재는 진심으로 지식에 굶주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제가 침을 놓을 때 장군님 체내의 생기를 운용해 분명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는데 왜 결국엔...”“내가 왜 너에게 말해줘야 하지?”임지환이 이민재의 말을 끊었다.“그건...”이민재는 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임지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굳이 자기에게 말해줄 필요가 없다는 걸 이민재는 알고 있었다.“저는 의사로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1화

    “아악!”비명이 또 방에서 들려왔고 이번엔 더 고통스럽고 무시무시했다.“날 들여보내 주세요!”화도윤은 방 안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화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그럴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화도윤을 막아섰다.“허 교관! 넌 정말 이대로 우리 아버지를 죽게 내버려두겠다는 건가?”화도윤의 눈은 핏발이 서서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물어뜯을 것 같은 야수 같았다.“저도 물론 장군님이 돌아가시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임 선생님 외에는 누구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임 선생님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들어가게 놔둘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이를 악물고 단호하게 말했다.옆에 있던 이청월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방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이 너무나도 끔찍했기 때문이었다.“이대로 가다간 나조차도 장군님의 생명을 지탱하기 어려울 겁니다.”이민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 생각엔 먼저...”“끄악!”다시 한번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방 안은 곧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화도윤과 허청열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할 말을 잃었다.“어휴... 이젠 무슨 말을 해도 늦었습니다.. 당신들, 사람을 잘못 믿은 겁니다.” 이민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끼익...”바로 그때, 임지환이 문을 열고 나와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방금 뭐가 늦었다고 했어?”“넌 실력도 부족하면서 괜히 잘난 척하다가 화 장군님을 네 손으로 죽인 거야. 이제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보겠어.”이민재는 냉랭하게 비웃으며 재밌는 구경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임 선생님...”허청열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와 조급한 얼굴로 물었다.“걱정 마,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은 내가 이미 완전히 제거했어. 이제 장군님 생명에는 더 이상 지장이 없을 거야.”임지환은 표정 변화도 없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정말입니까?”“임 선생님, 그 말씀, 정말입니까?”화도윤과 허청열은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0화

    “만약은 절대 없습니다!”화도윤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지며 은은하게 살기가 서렸다.“이 영감탱이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네. 말을 왜 이 따위로 해? 네가 실력이 바닥을 친다고 해서 임지환 실력도 바닥을 친다는 도리는 없잖아!”이청월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임지환을 깎아내리는 말이라 곧바로 받아쳤다.“이 버릇없는 계집, 닥치지 못해? 난 아직 네 죗값도 묻지 않았어!”이민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이 침왕, 자중하십시오.”둘을 지켜보던 허청열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이청월 앞을 막아섰다.허청열의 몸에서 칼날이 칼집에서 막 빠져나오기 직전인 듯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좋아요, 저 녀석이 진짜 화 장군님을 살려낸다면 이 부러진 손은 그냥 넘어가 주겠습니다. 하지만 살려내지 못한다면 화 선생은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않길 바랍니다.”이민재는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이민재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허청열과 싸워봤자 손쉽게 당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콜록콜록...”방 안에서 갑자기 거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그 기침 속에는 피를 토하는 소리까지 섞여 있는 듯했다.화도윤의 얼굴이 굳어지며 안으로 뛰어들 듯이 몸을 움찔했다.그러나 허청열이 화도윤을 막아섰고 고개를 저으며 냉정하게 말했다.“화 회장님, 임 선생님의 허락 없이는 우리가 밖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알겠네.”화도윤은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화도윤은 임지환에게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한편, 방 안에서 오랜 시간 거친 숨을 몰아쉬던 화연평이 마침내 힘겹게 피곤이 가득한 눈을 떴다.화연평은 희미하게 보이는 임지환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 임 대사, 고... 고맙습니다.”“화 장군님, 아직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치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고통스러울 수도 있으니 꾹 참고 견뎌주시길

  • 은침 날리는 용왕   제599화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난 의사로서 수십 년간 수많은 생명을 구했고 의학계에서 꾸준히 명성을 쌓아왔어. 오늘 너 같은 풋내기에게 내 명예를 더럽히게 둘 수는 없어!”이민재는 수염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로 눈이 뒤집혀 거의 쌍욕이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이 영감탱이가 어쩜 이렇게 말이 안 통하지? 환자가 너 때문에 병이 더 악화했는데도 뭐라 하지 말라는 거야?”이청월은 눈을 부릅뜨고 이민재에게 쏘아붙였다.이민재가 일반 사람들에게는 오랜 명성을 자랑하는 침술의 대가일지 몰라도 이청월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단 하나, 임지환을 건드리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것뿐이었다.“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이민재는 이청월을 가리키며 화가 치밀어 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화 장군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데 넌 환자를 살릴 방법을 찾기보다 네 명성 걱정부터 앞서는구나. 내 생각엔 넌 그냥 명예에만 집착하는 돌팔이야!”이청월의 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민재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어디서 나타난 계집이 감히 어르신에게 말대꾸를 해? 오늘 내가 네 부모를 대신해 제대로 교육해 주마!”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민재는 더 이상 체면 따위는 개의치 않고 손을 뻗어 이청월을 때리려 했다.하지만 이민재의 손이 이청월에게 닿기도 전에 임지환이 그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고 가볍게 힘을 주었다.딱!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민재의 팔이 임지환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지는 소리였다.“아악!”이민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팔을 부여잡았고 그의 얼굴은 분노와 고통으로 붉게 달아올랐다.허청열과 화도윤은 이 광경에 놀라서 숨을 들이쉬며 얼굴이 창백해졌다.임지환의 행동은 너무나 대담했다. 침술의 왕이라 불리는 이민재의 팔을 부러뜨리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 일이 의학계에 널리 퍼지기라도 하면 임지환은 의학계 전체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허 교관, 지금부터 난 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