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환은 말을 마치고 병실을 떠났다.“한씨 가문 앞에서 이씨 가문은 아무것도 아니야. 한씨 가문 사람들이 누군가를 죽이는 건 개미 한 마리 밟아 죽이는 것보다 더 쉬워.”배지수는 임지환의 뒷모습을 보며 혼잣말도 중얼거리고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지수야, 멍하니 뭐 하고 있어? 빨리 의사나 불러와! 한재석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우리 배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당할 거야.”배전중은 멍하니 있는 배지수를 향해 소리쳤다.그 말에 배지수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의사를 불러와 한재석에게 응급조치를 취했다.지금 배지수가 바라는 게 있다면 한재석이 하늘이 도와 무사한 상태로 돌아오는 것뿐이었다.그렇지 않으면 배전중 말대로 배씨 가문은 이대로 끝장날 것이다....병원을 나온 임지환은 바로 용은 저택으로 돌아갔다.“임지환,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어? 수표는 잘 전해줬어?”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던 이청월이 임지환을 보며 무심하게 물었다.“그 수표, 내가 찢어버렸어.”임지환은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다. “앞으로 배씨 가문에는 한 푼도 줄 필요 없어.”“병원 한 번 다녀오더니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뀐 거야?”이청월은 임지환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호기심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그러자 임지환은 병원에서 일어난 일을 이청월에게 자세히 얘기해주었다.“세상에, 그 한재석이란 자식, 진짜 비열하네! 나였으면 그냥 두들겨 패는 걸로는 성에 안 찼을 거야. 적어도 완전히 병신으로 망가뜨려야 성이 차지.” 이청월은 분개해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임지환은 이청월의 반응에 살짝 놀라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 “내가 그렇게 큰 소란을 피워 이씨 가문까지 연루될 수도 있는데 넌 왜 이렇게 태연해?”“네가 있는데 내가 두려울 게 뭐가 있어?”이청월은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넌 임 대사잖아. 한씨 가문이 아무리 날고뛰는 재간이 있다고 해도 네 털끝이라도 건들 수 있겠어?”“역시 날 잘 아는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임지환은 씁쓸하게 웃으며 소파에 몸을 기대어
그날 저녁, 임지환과 이청월은 홍 시장 저택에 도착했다.홍진 시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소박하게 살고 있었는데, 시장이 사는 곳은 눈에 띄지 않는 일반 아파트 단지였다.하지만 단지에 들어서자 임지환은 적지 않은 수량의 경호원들을 볼 수 있었다.“이 단지는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안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강한시 권력을 틀어잡은 특권 계층들이야. 경비 수준은 일반 아파트 단지의 열 배가 넘어가는 수준이야.”이청월은 이 단지에 관해 설명하며 임지환을 홍 시장 저택으로 안내했다.저택에 들어서자마자 임지환은 본능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왜냐하면 홍진의 옆에 한 청년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청년은 항성 도련님 송승조와 상당히 닮아 있었다.“임 대사, 드디어 오셨군요. 오랜 시간 애타게 기다렸어요.”임지환이 등장하자 청년과 유쾌한 모습으로 대화를 이어가던 홍진은 즉시 다가와 공손한 태도로 인사했다.임지환은 그 인사에 담담하게 답했다. 이런 과도한 예우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다.청년은 약간 놀란 눈빛으로 물었다. “홍 시장님, 평소에 내로라하는 대사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잖아요. 그런데 왜 이 젊은이에게는 이렇게 공손하신가요?”“경재야, 이 분이 내가 아까 얘기했던 임 대사야. 임 대사는 진정한 재능과 학식을 지닌 사람이야. 겉만 번지르르한 그 사기꾼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사람이지.”홍진은 서둘러 임지환을 송경재에게 소개했다.임지환에 대한 홍진의 존경심은 대단했다.임지환의 업계의 최고 기술을 자랑하는 의술이나 일반인의 경지를 벗어난 초인적인 무술 실력은 대사라는 칭호에 충분히 어울릴만했다.“이분은 항성의 송씨 가문 송경재입니다. 경재는 서연과 대학 동창이에요. 이번에 임 대사의 경이로운 업적을 듣고 직접 어떤 사람인지 보려고 찾아왔어요.”홍진은 쉴 틈도 없이 잇따라 송경재를 임지환에게 소개했다.이 말을 듣자 임지환은 송경재의 정체를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송경재는 고개를 들어 임지환을 쳐다보며 유유히 물었다. “임 대사, 하나 여쭤보고 싶
“어린 사람이 응당 해야 할 의무입니다.” 송경재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저 녀석은 누구지?” 진완선은 임지환을 한 번 힐끗 보며 경멸이 섞인 눈길을 보냈다.“여보, 이분은 내가 자주 당신과 언급했던 임 대사야.”홍진이 이 기회에 임지환을 소개했다.“네가 바로 그 임지환이야? 어떻게 감히 우리 집에 들어올 엄두를 낸 거야?”진완선은 임지환을 불쾌한 눈빛으로 쳐다봤다.“사모님, 우리가 예전에 만난 적이 있나요?”임지환은 진완선의 말에 당황해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너만 아니었다면 내 불쌍한 동생이 이씨 가문의 오래된 저택으로 유배를 당하지 않았을 거잖아. 이 모든 건 다 너 때문이야!”진완선은 눈에 띄게 흥분해하며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임지환은 살짝 놀랐지만 홍진과 이성강이 처남 관계라는 것을 떠올리자 이 상황이 이해되었다.홍진은 얼굴이 굳어지며 조용히 아내를 나무랐다. “여동생과 매형은 그럴 만한 죄가 있었잖아. 그걸 왜 임 대사 탓으로 돌려? 이런 어이없는 말은 다시 입 밖에 꺼내지 마.”그러고는 급히 임지환에게 해명했다. “임 대사, 제 아내는 보시다시피 직설적인 성격이라서요. 절대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괜찮아요. 난 양심에 거리낄 일을 한 적이 없으니까요. 딴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제게는 상관없는 일이에요.”임지환은 담담하게 웃으며 진완선의 언행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양심에 거리낄 일이 없다고? 네가 중간에서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성강 부부가 이런 꼴을 당하기나 했겠어?”하지만 진완선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따졌다.“어머님, 우리 할아버지는 이미 둘째 삼촌에게 매우 관대하게 대해주셨어요. 삼촌이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삼촌을 감옥에 보내도 절대 과하지 않아요.”임지환 옆에 있던 이청월이 참지 못하고 임지환을 변호했다.“네가 함부로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넌 가만히 있어.”진완선은 이청월를 흘겨보며 쌀쌀하게 말했다. “이 사람이 서연을 구해준 사실 하나로 우리 집 문턱을 넘을 수 있었던 거야. 안
“왜 선물을 준비해야 하죠?” 임지환이 웃으며 되물었다.“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 선물도 준비하지 않은 사람이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다니.” 진완선은 비웃으며 비꼬았다.“어머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송경재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임 대사가 이렇게 수수한 옷차림을 한 걸 보니 아마 돈이 없어서 적당한 선물을 준비할 수 없었을 거예요.”홍서연은 어머니와 송경재가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모아 임지환을 에둘러 비꼬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임 대사가 와주신 것만으로도 최고의 선물이에요.” 홍서연이 소리를 높여 반박했다.“우리 딸이 맞는 말을 했어요. 임 대사 같은 분이 제 체면을 봐서 흔쾌히 와주신 것만으로도 우리 홍씨 가문에게는 큰 영광입니다.” 홍진은 진완선을 힐끔 쳐다보고는 말했다. “자, 다들 서 있지 말고 얼른 앉아서 식사합시다. 임 대사, 상석에 앉으세요.”말을 마치고 홍진은 직접 임지환을 상석으로 모셨다.임지환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 자리에 앉았다.“흥!”홍진이 임지환을 이 정도로 두둔해 주자 송경재는 냉소를 지으며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다시 기회를 노렸다. 진완선도 인상을 찌푸린 채 입을 다물었다. 홍진이 이 자리에 없었다면 얼굴을 붉히며 임지환을 이미 내쫓았을 것이다.“임 대사, 제가 만든 탕수육을 드셔보세요. 이 송어 요리도 괜찮을 거예요. 이 요리를 배우느라 제가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거든요.”저녁 식사가 시작되자 임지환의 오른손 편에 앉은 홍서연은 임지환에게 쉬지 않고 음식을 덜어주었다.임지환의 그릇이 거의 넘칠 것처럼 보이자 홍진은 진심으로 부러워하며 웃었다. “역시 임 대사는 대단하신 분이군요. 집에서 제가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어요.”“아빠, 그건 다르죠.”홍서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임 대사는 제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에요. 만약 임 대사가 없었다면 난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거예요.”“꼭 그런 건 아니야... 만약 그 당시에 내가 알았더라면 분명 아는 인
“임 대사, 인정하기 싫지만 당신의 실력이 대단한 건 확실한 것 같네요. 우리 형님이 그렇게 많은 부하를 데리고 갔는데, 게다가 형님과 부하들은 총까지 들고 있었죠. 당신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도 여전히 우리 형님을 죽일 수 있다니. 이런 비범한 능력만으로도 대사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죠. 하지만... 아무리 철저하게 뒤처리한다고 해도 빈틈은 있는 법이죠. 당시 우리 송씨 가문 사람들 외에도 우씨 가문의 보안팀이 있었어요. 내가 조금만 강압적으로 고문하니 그 사람들이 전부 순순히 자백했어요.”송경재는 여유로운 태도로 태연하게 말했다.“그랬군요. 그다음은요?”임지환은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입에 넣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물었다.“솔직히 말해서, 당신의 담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할아버지가 이미 수배령을 내렸어요. 아마 머지않아 당신에게 큰 재앙이 닥칠 거예요.” 송경재는 연민의 눈빛으로 임지환을 측은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송씨 가문과 맞서 싸운 사람들은 항상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송경재가 보기에는 임지환은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었다.“임 대사, 진짜 당신이 송승조를 죽였나요?” 홍진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맞아요.”임지환은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이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그러자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전부 표정이 확 달라졌다.“여보, 똑똑히 들었죠? 이 사람이 자기 입으로 직접 인정했으니 뭐가 고민될 게 있나요? 빨리 사람을 불러 이 사람을 잡아야죠.”진완선은 임지환이 시원하게 시인한 것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임지환이 홍진 앞에서 살인 사실을 인정할 정도로 어리석고 무지막지할 줄은 몰랐으니까.“아빠, 분명 오해가 있을 거예요. 임 대사님은 결코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난폭한 분이 아니에요.” 홍서연은 조급한 말투로 걱정을 털어놨다.홍진은 잠시 침묵한 후 무거운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서연아, 일단 진정해. 이 일은 내가 책임지고 자세히 조사할 거야.”“홍 시장님은 항상
식당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무거워졌고 무언의 압박이 모두를 덮쳤다.이 항성에서 온 도련님은 마치 다른 사람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판사처럼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송경재, 네 눈에 뵈는 게 없구나. 여기는 시장 관저야, 너희 송씨 가문 본가의 뒷마당이 아니라고!”홍진은 화산처럼 분노를 분출하며 외쳤다.“홍 시장님, 저에게 좀 더 공손하게 대하는 게 좋을 겁니다.”송경재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안 그러면... 곧 도착할 사람들이 무고한 사람을 다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거든요.”“웃기고 자빠졌네, 너 따위가 감히 날 겁줄 수 있을 것 같아?”홍진은 휴대폰을 꺼내 들고 아파트 단지 경호원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홍진의 예상과는 달리 휴대폰 너머에서 아무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전화로 사람을 부르려고 한다면, 그만두는 게 좋을 겁니다. 당신이 배치한 주변 경호원들은 지금 모두 저승길로 떠나는 귀신이 되었으니까요.”송경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약을 올렸다.쾅!누군가가 거대한 소리와 함께 대문을 힘껏 열어졎혔다.반짝거리는 대머리와 얼굴에 붉은 용 문신을 한 중년 남자가 부하로 보이는 무리와 함께 살기등등하게 저택으로 침입했다.“너희는 누구야? 여기가 어디인지 알고 있나?”자기 저택에 그 무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홍진의 마음은 급속히 가라앉았다.“어디긴 어디겠어? 시장 관저잖아. 총독의 관저에도 들어간 적이 있는데 고작 시장 관저가 뭐라고 그 난리야?”그 무리는 홍진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활개 치며 천천히 걸어왔다.현장에 있던 세 여성은 이 무시무시한 광경에 겁에 질려 바르르 떨며 몸을 움츠렸다.문신한 남자는 송경재의 곁으로 걸어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사람처럼 신나는 말투로 보고했다. “송 도련님, 여기 경호원은 전부 처리했습니다. 이 집에 있는 사람들은 이제 그야말로 주머니 속의 쥐입니다.”“역시 거미줄 조직의 최고 킬러답네. 일 처리가 참으로 깔끔하고 신속해.”송경재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홍진을
“저 두 여자를 그냥 죽이는 건 너무 아까워요.”조직원 중 키가 2미터에 육박하고 털이 수북해 마치 곰처럼 우직한 한 킬러가 이청월과 홍서연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홍서연은 기겁하며 얼굴이 하얗게 질려 서둘러 임지환의 뒤로 몸을 숨겼다.이청월은 겉으로는 차분해 보였지만 무의식적으로 임지환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곰탱아, 작작 해. 이런 상황에서 그런 일이 중요해? 얼른 해야 할 일부터 처리하자. 일이 끝난 후에 이 여자들은 전부 네가 데려가도 상관없어.”촉용이 손을 흔들며 짜증 냈고 이내 송경재를 바라보았다, “송 도련님이 명령만 내리신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경재야, 너와 서연은 그래도 동창이잖아. 옛정을 봐서라도 우리 가족은 놓아주어야 하는 게 아니겠어?”진완선은 자기 생사가 송경재 손에 달려 있음을 알아채고 본능적으로 목숨을 구걸하기 시작했다.“어머님, 그 말은 틀렸어요. 당신들의 생사는 제 손에 있는 게 아니라 임 대사 손에 달려 있어요. 임 대사가 나와 협력한다면 다들 기분 좋게 무사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죠. 하지만 임 대사가 협력하지 않는다면 당신 가족은 아무래도 저승에서나 다시 상봉할 수 있겠죠.”송경재는 희희낙락하며 임지환을 바라봤다. “어때?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겠어?”“아주 잠깐 생각해 봤는데, 역시 널 죽이는 게 최상의 선택인 것 같아.” 임지환은 느긋하게 말했다.그 말에 송경재는 잠시 멍해 있다가 갑자기 책상을 탁 치고 임지환을 내려다보며 호통쳤다.“그래? 나 바로 여기 있어. 절대 움직이지 않을게. 할 수 있으면 어디 한 번 해봐. 근데 네가 날 죽이기 전에 총알이 네 머리를 먼저 날려버릴걸?”송경재는 입술을 핥으며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까짓거 한 번 해보지 뭐.”임지환은 어깨를 으쓱하며 고기를 집던 젓가락을 들었다.“그걸로는 어림도...”푹!송경재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가슴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이상함을 느낀 송경재가 가
말이 끝나자마자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몸매가 끝내주는 혼혈 미인이 거실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이 미인은 어깨에 중형 저격총을 짊어지고 엉덩이를 흔들며 걸어갔는데 묘한 매력을 발산했다.미인의 뒤를 따라 체형이 날씬한 미녀 세 명도 함께 들어왔다.“유란 씨, 어떻게 여기에 있죠?”이청월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이번에 귀국한 건 주로 임 선생님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이씨 그룹과의 계약은 부차적인 것이고요.”유란은 이청월에게 간단히 해명하고 임지환을 바라보며 지시를 요구했다.“임 선생님, 여기 있는 시체는 저희가 알아서 처리할까요?”“후속 처리는 제가 하겠으니까 굳이 손대지 않아도 됩니다.” 홍진이 자진해서 말했다.“홍 시장님, 폐를 끼쳤네요.”임지환이 웃으며 미안한 마음을 표했다.“임 대사, 우리 사이에 이런 예의는 필요 없어요. 이 송경재의 시체는 제가 송씨 가문 사람들에게 연락해 치워버리라고 하겠어요.”송씨 가문이 이렇게 무모하게 사람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에 홍진도 유달리 크게 분노했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홍 시장을 만만하게 본 것이 분명했다.“만약 송씨 가문이 이쯤에서 그만둔다면 천만다행이지만 이 사람들이 아직도 소란을 피울 생각이 꿈틀댄다면 내가 송씨 가문에게 가문의 함몰이란 어떤 건지 똑똑히 알려줄 겁니다.”임지환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고 단어 하나하나에 살벌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송씨 가문은 이래 봬도 항성에서 백 년을 이어온 명문대가예요. 신중히 생각하고 움직이는 게 좋을 거예요.”이청월은 임지환이 송씨 가문과 정면으로 맞서려고 벼르는 것을 보고 서둘러 자기 소견을 밝혔다.비록 여태껏 임지환의 여러 가지 대단한 능력을 직접 목격했고 그의 대사 신분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송씨 가문도 항성에서 백 년 동안 굳건히 자리 잡아 왔고 항성 최고의 가문인 이씨 가문과도 정면으로 겨룰 실력이 있는 상태였다.이런 명문대가를 건드리는 것은 절대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임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