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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지리산 아래, 모텔 밖에는 비와 바람이 불고 있었다.

커다란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렸고 창문에는 습기가 차 있어 방안은 어둡고 습했다.

작고 좁은 침대가 움직이고 있었다.

배현수는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가냘픈 손목을 침대에 누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깍지를 낀 채 분위기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조유진의 눈시울은 붉어 있었고 배현수를 등지고 있어 그의 표정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등 뒤에서 느껴지는 힘이 점점 더 강해지면서...

...

끝났을 때는 이미 새벽이라 밖은 점점 날이 밝아지기 시작했고 비도 멈추었다.

조유진은 그의 옆에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살금살금 침대에서 일어나 젖은 옷을 다시 입기 시작했다.

배현수는 웃옷을 입고 있지 않았고 하체는 이불에 가려져 있었다.

감옥에 있을 때 생긴 왼쪽 가슴에 남은 칼자국을 보더니 살며시 손으로 그 상처를 어루만졌다.

투박한 상처가 이미 나았다고 해도 그 흉터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조유진은 고개 숙여 그 상처에 키스했다.

아무리 미안하다고 해도 사라지지 않는 잘못인 것만 같았다.

그리고는 또다시 배현수의 입술에 이별의 키스를 하더니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리고 말았다.

은반지가 걸려있는 목걸이를 벗었다.

지난번 인천에서 대신 칼을 맞아 마음이 약해졌는지 반지를 다시 조유진에게 돌려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반지를 소유할 자격이 없었다.

그 반지를 원래의 주인인 배현수의 베개 머리맡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이 반지로부터 시작된 인연을 이 반지로 끝내고 싶었다.

더는 배현수, 그리고 조선유와 함께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침대 옆에서 배현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는 떠나기 직전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문을 연 채로 뒤돌아 거의 흐릿한 마지막 모습을 기억에 남겼다.

“현수 씨, 안녕.”

문이 열리고 다시 닫히면서 조유진은 눈물을 닦아내고 모텔을 떠났다.

영원함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잠깐이라도 행복했으면 되었다.

...

다음 날 아침.

배현수는 눈을 감은 상태로 무의식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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