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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4화

조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갈게요.”

그가 환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이번 한 번은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

다음 날 이른 아침.

서정호가 산성 별장에서 두 벌의 정장과 결혼 서류를 준비해왔다.

조유진은 오랜만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도 고데기로 말았다. 그녀는 하얀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사진에 잘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썼다.

그녀는 한동안 이렇게까지 꾸미지 않았는데 하이힐을 신고 배현수 앞에 서니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 어색해졌다.

그래서 물었다.

“나 어때요?”

“아름다워. 넌 언제나 아름다워.”

배현수는 전혀 망설임 없이 그녀를 칭찬했다.

조유진은 웃음을 참으며 옆에 있던 넥타이를 집어 들고 배현수에게 매어주었다.

배현수는 그녀의 손길에 고개를 숙이며 협조했다.

조유진은 평소와 다르게 더 복잡하고 정중한 ‘엘드리지 매듭’으로 넥타이를 맸는데 배현수는 평소에 간단한 윈저 매듭만 했었다.

“이 매듭은 좀 생소하네.”

조유진은 넥타이를 다 매고 나서 그의 셔츠와 정장 재킷의 깃을 정리해 주었다.

“이게 엘드리지 매듭이라고 해요. 중요한 자리에서 어울리는 방식이죠. 어때요, 괜찮아요?”

“멋져. 하지만 여보, 우리 서둘러야 해. 조금 있으면 의사가 올 거야.”

웃으며 농담하듯 이야기하던 배현수는 조유진의 외투를 챙겨 그녀의 어깨에 걸쳐 주고, 그녀를 한 손으로 감싸 병실을 몰래 빠져나갔다.

두 사람은 마치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나와 차에 올랐다.

...

그들이 빠져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사가 병실에 회진을 왔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그곳에는 ‘무관한 사람’만 남아 있었다.

의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서정호를 보며 물었다.

“환자는 어디 갔죠? 튜브까지 다 뽑다니, 누가 뽑았습니까?”

서정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환자 본인이 뽑았습니다.”

“도대체 어디 간 겁니까? 팔을 정말 망가지게 할 작정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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