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부부] 함께 올라온 사진엔 결혼반지를 낀 두 손이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이 게시글이 올라가자마자 마치 깊은 바다에 떨어진 폭탄처럼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어 반응했다. 육지율: [8년의 여정 끝에 드디어 자랑할 수 있네!] 송하진: [어! 전 두 사람 목숨 구해준 은인이에요. 제가 아니었으면 두 사람이 어떻게 혼인신고까지 했겠어요? 당장 절 주빈으로 식사 대접해요!] 남초윤: [아아아아! 유진이를 결혼이라는 무덤 속으로 끌어들이다니! 대표님 너무하세요!] 엄창민: [내 여동생한테 잘해요. 혹시라도 괴롭히면 내 주먹이 용서 못 해요!] 엄명월: [형부! 이렇게 좋은 일에 저희한테 뭐라도 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강이찬: [축하해, 결국 원하는 대로 됐네.] 심미경: [백년해로하세요.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서정호: [대표님, 일 다 끝냈으면 빨리 돌아오세요. 의사 선생님이 여기서 엄청 화내고 있어요. 저 더는 못 버틸 것 같아요!] 학교 가기 싫어: [와! 아빠랑 엄마가 드디어 결혼했네요! 헤헷, 아빠, 나도 오늘 결혼했어요!] 배현수는 배선유의 댓글을 보고 순간 검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조유진이 운전하며 그의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고 물었다. “왜 그래요?” “선유가 결혼했다는데.” “뭐라고요?” 조유진은 깜짝 놀라 차를 도로 옆에 세우고 급히 배선유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저쪽에서 배선유는 학교에 있었는데 마침 쉬는 시간이었다. 외국어 학교라 분위기가 자유로워 아이들은 평소에도 부모님과 연락을 하기 위해 휴대폰을 가지고 다녔다. 배선유는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을 카메라 앞으로 들이밀었다. “엄마, 아빠! 나 사진 보고 싶어!” 조유진은 그녀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나서 물었다. “선유야, 아까 결혼했다고 했잖아. 누구랑 결혼한 거야?” “우리 반 한지우랑! 엄마, 나 오늘 엄청 많은 축의금을 받았어! 내가 다 적어 놨어!”
조유진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학교에서 누가 너 괴롭히진 않았어?” 배선유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응, 나 괴롭히는 사람 없어. 할아버지가 우리 학교에 엄청난 돈을 기부하셔서 선생님들도 항상 나한테 잘해주시고 많이 관심 해주셨어. 그래서 나도 함부로 장난칠 수가 없어. 혹시 선생님이 할아버지한테 이르실까 봐.” 배현수는 이 말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배선유는 작은 악동처럼 말이 많았고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아이였다. 배현수의 말에도 자주 대꾸를 하니, 만약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면 벌써부터 떠벌렸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남을 괴롭히는 쪽에 더 가까웠다. 성남에서 엄준은 배선유를 엄청나게 아끼며 키웠고, 그래서인지 아이는 주눅이 들지 않고 활발하게 자랐다.조유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다행이네. 우리 선유가 공부를 게을리할 걱정은 없겠어.” 배현수는 딸을 겁주듯 말했다. “너 공부 안 하고 일찍 연애라도 시작하면, 널 대제주에 데려와서 24시간 동안 지켜볼 거야.” 배선유는 입술을 내밀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이건 너무 심해요! 나 혹시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거 아니에요?” 배현수는 코웃음을 치며 엄격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말했다. “공부 안 하면 좋은 날은 없을 거야.” 잠시 후, 학교 종이 울릴 시간이 가까워졌다. 배선유는 전화를 끊으려다가 친구가 그린 결혼사진 두 장을 영상 속으로 건네받았다. “선유야! 너랑 지우의 결혼사진 내가 그려놨어! 한 번 봐봐!” 배선유가 물었다. “한 장에 얼마야?” “너니까 공짜로 해줄게! 대신 다음번엔 나랑 결혼해 줄 수 있어?” “생각해볼게!” “...” 이 속도로라면 그들 부부는 도대체 몇 명의 사위를 맞이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한편, 스타라이트 매거진에서.남초윤이 사이트 편집자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그녀의 책은 예상대로 플랫폼에서 삭제되었고 이달 원고료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
육성일의 압도적인 기운은 전화 너머에서도 남초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묵직한 압박감은 느껴졌다. 그때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는지, 어떻게 육씨 집안에 시집갔는지 스스로도 의아했다. 만약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차라리 구걸을 하더라도 절대 육씨 집안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남초윤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할아버지, 부탁드려요. 저희가 약속했던 건 두 달 전이었잖아요. 아직 두 달이 채 안 지났고, 제가 지금 아기를 가졌다고 해도 확인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그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기에 육성일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아버지의 전화를 겨우 넘겼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이번엔 ‘개자식’ 육지율이었다. “...” 할아버지와 손자는 통화 시간까지 맞춘 것처럼 기가 막히게 연달아 전화를 걸어온다. 그녀는 냉랭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왜요?” 육지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폭탄이라도 먹었어요?” 육지율이 자신의 책을 내리게 만들고, 지난달과 이번 달 원고료도 다 날려버린 상황에서 그녀가 전화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아직 유지 중이었고 필요한 것도 있으니 남초윤은 결국 목소리를 가다듬고 좀 더 부드럽게 말했다. “지율 오빠, 무슨 일이에요?” “... 뭐라고 불렀어요?” “지~율~오~빠~” 그녀는 유설영의 말투를 흉내 내며, 아니, 오히려 더 능숙하게 말했다. 육지율은 순간 닭살이 돋았다. “제발 평소처럼 말해요. 저녁에 내 친구가 귀국하는데 같이 식사해요. 6시에 잡지사로 데리러 갈게요.” 남초윤은 단번에 거절했다. “난 안 갈래요.” “저녁에 뭐 다른 약속 있어요?” 남초윤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결혼한 지 3년 됐지만 당신은 나한테 친구 한 명도 소개해 준 적 없잖아요.” 그리고 이제 곧 이혼할 텐데 친구를 만날 필요는 더 없었다.이혼하고 나서 친구들이
“현수 씨, 우리가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까요?”열여덟의 조유진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배현수의 품에 안겨 사랑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그럴 거야.”남자는 단호한 말과 불타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의 맑고 작은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허리에 힘을 주었다...아프다!조유진은 아파서 몸이 떨렸고 손톱이 그의 길고 굵은 팔 근육에 박혔다.분명 너무 아프지만 조유진은 고개를 들고 배현수를 보면서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현수 씨, 사랑해요.”남자는 눈물이 맺힌 그녀의 눈가에 부드럽게 입맞춤하면서 그녀를 힘껏 껴안았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낮고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유진아, 넌 내거야... 영원히.”조유진은 마치 사랑을 처음 맛본 인어공주처럼 그의 목을 꼭 껴안고 꽃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나중에 조유진은 이때 그들의 입에서 나온 ‘영원히’라는 말이 그 순간의 뜨거운 열기를 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은 결국 버텨내지 못하고 원망한다는 말로 되었다....엄숙한 분위기의 법정에서.“증인 조유진 씨는 6월 6일 밤에 피고 배현수 씨와 함께 있었습니까?”“네.”6월 6일은 조유진의 열여덟 번째 생일이었는데, 그녀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고 배현수의 월세방에서 밤새 그와 함께 있었다.뼈가 으스러질 정도의 그 느낌을 조유진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그건 조유진의 첫 경험이었다. 배현수는 그녀를 아껴 부드럽게 다뤘지만 결국 자제력을 잃고 몇 번 그녀를 아프게 했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피고인석에 서 있는 배현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파란색 죄수복을 입은 채 얼굴은 엄청 피곤해 보였다. 검은 눈동자 주위에는 붉은 핏발이 가득 섰지만 그녀를 바라볼 때는 눈빛이 한결 부드러웠다.그는 유치장에 있는 이 일주일 동안 살이 많이 빠졌고 초췌해졌다. 그러나 조유진은 그의 놀라운 자태에 눈을 뗄 수 없었다.배현수, 대제주대학교 금융 전공과 법학 전공 두 개의 학위를 가진 천재, 가정
조범은 무자비했다. 조유진이 그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그녀의 어머니와 배현수의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조유진은 정말 다른 방법이 없었다.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들어 판사를 올려다보며 한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네, 6월 6일 저녁 10시에 저는 배현수 씨가 운전한 차의 조수석에 앉아 있었고, 그가 차로 사람을 치는 것을 직접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피고인석에 서 있는 배현수는 온몸이 떨렸고 눈가의 빛이 바로 사라졌다.“피고 배현수 씨,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배현수의 눈가에는 얼음장 같은 한기가 서려 있었다. 그는 눈가가 시뻘게진 채로 조유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절망과 고통이 느껴지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배현수는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그가 가슴에 품고 사랑하고 아끼던 소녀가 이제 자비도 없이 그를 살인자라고 비방하며 그를 대적하고 있다.온 세상이 그를 배신해도 괜찮은데, 왜 하필 조유진인가!“쾅--”다시 의사봉이 울렸다!“피고 배현수는 형법 제133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원고 유성진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으므로, 본 법원은 피고 배현수에게 징역 3년과 벌금 1억 원을 선고한다.”법정 심판이 끝나고 교도관들이 수감복을 입은 배현수를 데리고 나갔다.배현수는 고개를 돌려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참을 수 없는 증오가 가득했다.조유진은 이제 배현수가 자신을 미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녀는 밝은 미래를 가져야 할 배현수를 직접 파괴했다.조유진은 뾰족한 손톱으로 손바닥을 조금씩 찔렀고 피가 뚝뚝 떨어졌다......사흘 후.조유진은 애를 써서 배현수의 면회권을 얻었다.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바라보며 수화기로 말을 주고받았다.“현수 씨, 최대한 빨리 당신을 구해줄 사람을 찾을게요!”배현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유진아, 우리 사이는 이미 끝났으니까 다시 와서 가식 떨 필요 없어. 앞으로 넌 조씨 가문의 아가씨로 잘 살아. 난 감옥에
6년 후.대제주시에서 가장 화려하고 시끄러운 지역인 도심 한복판, 대형 LED 스크린을 통해 다음과 같은 인터뷰가 방송되고 있다.“최근 SY 그룹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었습니다. SY는 신생 기업에서 재벌 그룹으로 성장하는 데 불과 6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실 지배인이자 최고경영자인 배현수 씨는 일주일 전 타임지 표지를 장식하는 등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잘 알려진 신화가 되었습니다. 오늘 저희는 운 좋게도 배현수 씨를 인터뷰하고 그가 어떻게 6년 동안 혼자서 SY를 비즈니스계 제국으로 성장시켰는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조유진이 이력서를 손에 들고 골든스테이트 빌딩을 막 빠져나왔을 때 대형 스크린에 나온 한 남자를 보았다.스크린에서 그 남자는 회색 정장을 입고 검은색 셔츠 칼라에 은회색 넥타이를 꼼꼼하게 묶었다. 차가워 보이는 흰색 피부, 잘 생기고 뚜렷한 이목구비, 길고 가느다란 손은 다리에 자연스럽게 올려놓고 있었다. 그는 카메라를 향해 편안하게 앉아서 허리를 곧게 세웠다. 차가운 표정은 무관심해 보이면서도 정중한 미소를 유지했으며 우월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침착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침착하고 편안해 보이면서 동시에 다가가기 어려워 보였다.MC의 질문에 그는 간단하게 대답했다.그가 말했다.“증오로요.”MC는 그가 농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배현수와 같은 사람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대화의 이슈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까다로운 질문을 하나 더 던졌다.“배현수 씨가 6년 전에 첫 여자 친구의 모함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는 소문이 커뮤니티에 돌고 있어요. 정말 궁금한데 이 소문이 사실입니까?”이 질문이 나오자 현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배현수는 여전히 우아하게 앉아 있었고, 잘생긴 얼굴은 너무 차분해서 잔물결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눈가에는 차가움과 살기가 가득했다!그는 천천히 양복 단추를 채우고 우아하게 일어나서 기쁜지 화가 났는지 감정을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호기
전에 가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그 값도 없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이제는 아이를 키울 돈도 없는데, 조씨 가문 딸이면 어떻고 아나운서면 어떻고, 그런 자존심들은 이제 아무 쓸모도 없다....저녁 8시, 888호 룸 안.“오늘 그 겁도 없는 아나운서가 무슨 쓰레기 같은 질문을 한 거야, 다른 사람에 관한 질문은 몰라도! 하필 그 재수 없는 첫사랑을 언급하는 건 뭐야! 이찬아, 가만두면 안 돼!”“이미 사람을 통해 그 아나운서를 해고했어. 오늘은 현수 생일이니까 이제 현수가 오면 이런 기분 잡치는 이야기는 꺼내지 마.”“누가 감히 말하겠어? 난 그런 용기 없어! 그 조... 퉤! 재수 없게! 그 여자 얘기를 꺼내면 현수가 완전히 폭발할 거야!”지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은 SY 그룹의 육 대표와 강 대표이다. 육지율과 강이찬은 배현수와 가장 친한 친구들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배현수가 왔고 그의 뒤에는 검은 수트를 입은 경호원 두 명이 따르고 있었다.육지율은 배현수의 어깨에 팔을 올려놓으며 말했다.“오늘 생일인데 좀 웃어 봐! 이 룸은 나랑 이찬이 직접 너를 위해 준비한 거야! 놀랐지!”배현수는 방 안에 가득 찬 풍선과 장식을 흘끗 보았다. 그는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소파에 앉으며 두 다리를 꼬았다.“매년 있는 생일인데 뭐, 특별히 보낼 것도 없어.”“너 좀 봐, 젊은 나이에 이것도 재미없고 저것도 재미없고... 오늘 밤에 너를 위해 아가씨를 불러 줄게. 마음 놓고 놀아!”강이찬이 그를 비웃었다.“넌 현수가 너처럼 여자에 관심이 많은 줄 알아? 현수야, 난 오늘 진짜 서프라이즈를 준비했어...”강이찬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 888호 룸의 문을 두드렸다.“안녕하세요. 저는 강이찬 손님이 부른 가수인데요. 지금 들어가도 될까요?”강이찬이 웃으며 말했다.“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마침 서프라이즈가 도착했네. 들어와요!”“찰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조유진은 바이올린을 들고 들어왔다.룸 안의 불빛은 어두웠다.그러
“거기 서.”배현수의 목소리는 무겁고 매력적이었다. 리더 특유의 위엄이 있었고 저항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조유진의 두 발은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 멈추었다. 그러나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배현수 씨 하실 말씀이 있나요?”“돈 벌러 온 거라며 왜 그리 급하게 나가?”조유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착!”배현수는 두꺼운 현금 뭉치를 테이블 위에 내던졌다.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연극을 보려는 것처럼 말했다.“이 술을 병째로 다 마시면 이 돈은 네 거야.”술을 마시라고...조유진은 등이 뻣뻣해 났다. 그녀는 침을 삼키고 말했다.“배 대표님, 미안하지만 저는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요.”배현수는 웃으며 가볍게 툭 던졌다.“그래? 기억 안 나네.”무자비할 정도로 차가웠다.기억이 안 난다고...조유진은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다. 도수가 아주 낮은 과일맥주를 마셔도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는다. 만약 소주를 마신다면 심각할 경우 쇼크도 올 것이다.6년 전, 조유진은 모르고 알코올이 들어 있는 음료를 마셨다가 온몸에 큰 두드러기들이 났었다. 당시 배현수는 마음이 아파서 늦은 저녁에 그녀를 업고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았다. 링거 때문에 팔이 부어 배현수는 밤새 조유진의 옆에서 그녀의 팔을 주물러 주었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직접 그녀의 몸에 약까지 발라줬었다.그때 배현수는 조유진을 잃는 게 무서워 앞으로 다시는 그녀가 알코올 근처에도 가지않게 할 것이라고 했다.그렇다, 그는 기억하지 못한다... 때문에 이 술을 피할 수 없다.조유진은 눈시울이 뜨거워 나서 힘껏 코를 훌쩍였다. 그녀는 눈가의 눈물을 닦고 돌아서서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좋아요. 마실게요. 배 사장님께서 꼭 약속을 지키셨으면 좋겠네요.”배현수가 조유진에게 술을 마시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 술을 마시지 않으면 여기서 나갈 수 없을 것이다.조유진은 배현수가 자신을 얼마나 원망하는지 잘 알고 있다.그 병 안의 보드카는 56도나 된다. 칵테일을 만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