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가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그 값도 없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이제는 아이를 키울 돈도 없는데, 조씨 가문 딸이면 어떻고 아나운서면 어떻고, 그런 자존심들은 이제 아무 쓸모도 없다....저녁 8시, 888호 룸 안.“오늘 그 겁도 없는 아나운서가 무슨 쓰레기 같은 질문을 한 거야, 다른 사람에 관한 질문은 몰라도! 하필 그 재수 없는 첫사랑을 언급하는 건 뭐야! 이찬아, 가만두면 안 돼!”“이미 사람을 통해 그 아나운서를 해고했어. 오늘은 현수 생일이니까 이제 현수가 오면 이런 기분 잡치는 이야기는 꺼내지 마.”“누가 감히 말하겠어? 난 그런 용기 없어! 그 조... 퉤! 재수 없게! 그 여자 얘기를 꺼내면 현수가 완전히 폭발할 거야!”지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은 SY 그룹의 육 대표와 강 대표이다. 육지율과 강이찬은 배현수와 가장 친한 친구들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배현수가 왔고 그의 뒤에는 검은 수트를 입은 경호원 두 명이 따르고 있었다.육지율은 배현수의 어깨에 팔을 올려놓으며 말했다.“오늘 생일인데 좀 웃어 봐! 이 룸은 나랑 이찬이 직접 너를 위해 준비한 거야! 놀랐지!”배현수는 방 안에 가득 찬 풍선과 장식을 흘끗 보았다. 그는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소파에 앉으며 두 다리를 꼬았다.“매년 있는 생일인데 뭐, 특별히 보낼 것도 없어.”“너 좀 봐, 젊은 나이에 이것도 재미없고 저것도 재미없고... 오늘 밤에 너를 위해 아가씨를 불러 줄게. 마음 놓고 놀아!”강이찬이 그를 비웃었다.“넌 현수가 너처럼 여자에 관심이 많은 줄 알아? 현수야, 난 오늘 진짜 서프라이즈를 준비했어...”강이찬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 888호 룸의 문을 두드렸다.“안녕하세요. 저는 강이찬 손님이 부른 가수인데요. 지금 들어가도 될까요?”강이찬이 웃으며 말했다.“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마침 서프라이즈가 도착했네. 들어와요!”“찰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조유진은 바이올린을 들고 들어왔다.룸 안의 불빛은 어두웠다.그러
“거기 서.”배현수의 목소리는 무겁고 매력적이었다. 리더 특유의 위엄이 있었고 저항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조유진의 두 발은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 멈추었다. 그러나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배현수 씨 하실 말씀이 있나요?”“돈 벌러 온 거라며 왜 그리 급하게 나가?”조유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착!”배현수는 두꺼운 현금 뭉치를 테이블 위에 내던졌다.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연극을 보려는 것처럼 말했다.“이 술을 병째로 다 마시면 이 돈은 네 거야.”술을 마시라고...조유진은 등이 뻣뻣해 났다. 그녀는 침을 삼키고 말했다.“배 대표님, 미안하지만 저는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요.”배현수는 웃으며 가볍게 툭 던졌다.“그래? 기억 안 나네.”무자비할 정도로 차가웠다.기억이 안 난다고...조유진은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다. 도수가 아주 낮은 과일맥주를 마셔도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는다. 만약 소주를 마신다면 심각할 경우 쇼크도 올 것이다.6년 전, 조유진은 모르고 알코올이 들어 있는 음료를 마셨다가 온몸에 큰 두드러기들이 났었다. 당시 배현수는 마음이 아파서 늦은 저녁에 그녀를 업고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았다. 링거 때문에 팔이 부어 배현수는 밤새 조유진의 옆에서 그녀의 팔을 주물러 주었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직접 그녀의 몸에 약까지 발라줬었다.그때 배현수는 조유진을 잃는 게 무서워 앞으로 다시는 그녀가 알코올 근처에도 가지않게 할 것이라고 했다.그렇다, 그는 기억하지 못한다... 때문에 이 술을 피할 수 없다.조유진은 눈시울이 뜨거워 나서 힘껏 코를 훌쩍였다. 그녀는 눈가의 눈물을 닦고 돌아서서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좋아요. 마실게요. 배 사장님께서 꼭 약속을 지키셨으면 좋겠네요.”배현수가 조유진에게 술을 마시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 술을 마시지 않으면 여기서 나갈 수 없을 것이다.조유진은 배현수가 자신을 얼마나 원망하는지 잘 알고 있다.그 병 안의 보드카는 56도나 된다. 칵테일을 만드는
조유진은 돈을 줍고 바이올린을 든 채 발걸음을 옮겨 문 앞으로 갔다.배현수는 그녀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샴페인을 들이마시며 조유진에게 냉랭하게 당부했다.“그리고 조유진 목에 있는 목걸이의 그 은반지가 너무 신경 쓰이네.”조유진은 문 앞에 얼어붙었다. 그녀는 배현수를 등지고 서 있다.그녀는 손을 올려 목에 건 목걸이에 있는 은반지를 만졌다. 그것은 6년 전에 배현수가 사줬던 커플 반지였다. 싸구려 은으로 만든 것이지만 조유진은 보물처럼 여겼다.“습관이 돼서요. 이 반지를 6년 전에 저에게 선물하셨으니 제 거죠. 제 물건인데 어떻게 할지는 제 선택이죠. 배 대표님과는 상관이 없잖아요.”게다가 그것은 6년 전의 배현수가 그녀에게 선물한 것이다. 조유진을 아끼고 사랑하던 배현수가 준 것이다.조유진은 이기적이게도 아름다웠던 추억을 간직하고 싶었다. 비록 그 추억이 그녀의 가슴을 칼로 베는 듯 아프게 하지만 말이다.그런데 조유진은 뭔가에 홀린 듯 고집을 부리고 싶었다.그녀의 고집이 배현수의 화를 돋운 듯했다.“꺼져.”조유진은 떠났다.배현수의 손에 들어 있던 술잔이 순식간에 쨍그랑하고 깨졌다!진한 냄새의 알코올과 손바닥의 붉은 피가 섞여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육지율과 강이찬은 깜짝 놀랐다. 조유진의 등장이 배현수를 이 정도로 자극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현수야, 오늘은 내가 잘못했어. 생각이 짧았어!”어두운 불빛 아래, 배현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손바닥에서 끊임없이 떨어지는 피를 바라보았고 눈가가 붉어졌다. 그는 차갑게 한마디 했다.“이게 네가 준비했다던 서프라이즈야? 재미없어.”“미안해. 내가 생각이 너무 짧았어.”강이찬은 배현수와 아주 친한 친구 사이이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배현수는 그의 상사이기도 하다. 이 몇 년간에 배현수는 점점 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고 알 수 없게 변했다. 가끔은 강이찬도 함부로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앞으로 함부로 나서지 마. 특히 조유진에 관한 일은.”배현수가 하는 말에 강이찬은 따를 수밖
강이찬은 고개를 끄덕였다.“기억하지.”가장 심각했을 때는 배현수가 교도소에서 칼에 맞았는데 하마터면 심장이 찔려 죽을 뻔했었다....조유진은 술에 취해 어질어질해서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도 모른다.집에 돌아오는 길에 몇 번이나 토해서 겨우 속이 조금 편해졌다.약국을 지날 때 조유진은 들어가서 숙취해소제와 알레르기 약을 샀다.집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몸에 난 두드러기는 많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몸에서 나는 술 냄새는 너무 세서 막을 수 없었다.집 안에는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조유진은 가방을 내려놓고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조선유는 평소처럼 달려와 그녀에게 안기지 않았다.“선유야?”대답이 없었다. 잠든 것일까?조유진은 침실로 들어가자 조선유가 침대 위에서 웅크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힘겹게 입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조유진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녀는 큰 걸음으로 다가갔다.“선유야, 왜 그래?’“엄마... 나 아파... 가슴이 아파...”아이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엄마가 당장 병원 데려가 줄게! 선유야, 조금만 참아!”조유진은 곧바로 구급차를 부르고 조선유를 업은 채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밖에 날씨가 변했다. 어두운 밤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구급차는 아직 안 왔지만 조유진은 기다릴 새 없어 조선유를 업고 길가로 달려가 오는 차를 막았다!등에 업혀 있는 아이는 아파서 중얼거렸다.“엄마, 나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 너무 아파...”조유진은 불안해서 눈물을 흘렸다.“아니야! 선유야, 조금만 더 참아! 엄마가 당장 병원으로 데려가 줄게! 자지 말고 참아! 선유야...”아이는 더 이상 대답이 없었다!조유진은 한 손으로 아이 엉덩이를 바치고 다른 한 손으로 차를 잡았다.“멈춰요! 멈춰! 아이가 쓰러졌어요! 당장 병원에 가야 해요!”“차를 세워요! 제발 병원으로 데려가 주세요! 제 딸을 살려주세요...”하지만 비가 너무 크게 쏟아져 지나가는 차들은 이 광경을 보고도 감히 차
늦은 밤, 응급실에서.조선유는 응급실로 들어갔고, 온몸이 젖은 조유진은 간호사에게 막혀 문밖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보호자분, 여기는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조유진은 응급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너무 무력했다. 두 손을 떨며 간호사의 손을 잡고 쉰 목소리로 간곡히 부탁했다.“제 딸을 살려주세요. 제발 부탁합니다!”흐느끼는 목소리였다.간호사가 조유진을 위로하며 말했다.“저희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진정하세요.”조유진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병원으로 오는 내내 정신이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고, 마침내 병원에 도착하자 온몸에 힘이 빠진 조유진은 벽에 기대어 천천히 쭈그려 앉았다.두 다리에 힘이 풀렸다.조선유가 등에 업혀서 쓰러졌을 때 당장이라도 딸을 잃을 것 같은 느낌은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어둡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조유진은 몸을 덜덜 떨었다.6년 전에도 이런 느낌을 받았었다. 바로 배현수가 교도소에서 그녀와 완전히 헤어지자고 말했던 순간이었다.숨 쉬는 것조차 아팠다.한 사람이 극도로 슬플 때는 온몸이 저리다. 조유진은 한 손으로 벽을 짚고 일어서려 했지만 다리는 갯벌에 빠진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때 누군가 큰 손으로 그녀의 팔을 잡고 부축했다.“조심해요.”조유진은 고개를 들어 빨개진 눈으로 그 사람을 바라봤다.“신 선생님?”그 사람은 제일 병원 호흡기과 주치의 신준우였다. 3년 전 선유가 고열로 인해 병원에 왔을 때 치료해 준 사람이 바로 신준우였다.신준우는 조유진이 홀로 딸을 힘겹게 키우는 것을 알고 이 모녀를 많이 신경 쓰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두 사람은 친구가 되었다.“아까 선유가 응급실에 실려 가던데, 어떻게 된 거예요?”“제가 집에 도착했을 때 선유의 얼굴이 창백하고 숨을 잘 못 쉬더라고요. 저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선유가 너무 아프대요...”“걱정하지 마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병이 발작한 것일 수도 있어요. 제가 전에 선유를 데리고 와서 동맥 도관술을
조선유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매쉬드 포테이토도 먹고 싶어.”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매쉬드 포테이토 왔어!”신준우는 음식을 들고 들어왔다.“영양죽 좀 사 왔어요. 매쉬드 포테이토도 있고요. 선유랑 같이 먹어요.”“준우 아저씨.”신준우는 조선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선유 말 잘 듣고 치료받아야 해. 엄마 걱정시키지 말고.”“네!”“선유 말 잘 듣네.”조유진은 숟가락으로 으깬 감자를 퍼서 선유에게 먹였다.신준우는 그녀의 손등에 난 두드러기를 보고 물었다.“알레르기죠? 아까 약국에 가서 알레르기약 사왔어요. 조금 있다가 꼭 발라요.”조유진은 잠시 멈칫했다.“고마워요. 병원에 올 때마다 신세를 지네요.”“신세는 뭘요. 혼자서 선유 보느라 쉽지 않을텐데, 저도 그냥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는 거예요. 별거 아니에요. 유진 씨, 모든 일을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 마세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것은 꼭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게요.”조유진은 신준우가 마음이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신준우의 마음을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도 신준우의 마음을 잘 알고 있지만 그의 도움에 보답할 수가 없었다.그리고 어떤 일은 신준우가 도움을 줄 수도 없었다.그녀는 이미 진흙탕 속에 빠져 있기 때문에 신준우도 그녀와 함께 발버둥 치게 끌어들일 수 없었다.신준우가 떠나자 침대에 기대어 있던 선유는 갑자기 놀라운 말을 꺼냈다.“엄마, 준우 아저씨가 엄마를 좋아해.”조유진은 입꼬리만 올린 채 아무런 감정변화 없이 말했다.“애가 뭘 안다고.”“원래 그런 거지! 엄마, 엄마도 혹시 나처럼 아빠 생각하고 있어?”숟가락으로 감자를 뜨던 조유진의 손이 멈췄다.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조유진의 눈 밑에 그림자가 한 층 드리워져 외로워 보였다.“아니야, 엄마는 지금 선유를 너무 좋아해서 다른 사람은 하나도 생각 안 해.”선유는 고민에 빠졌다.“엄마, 아빠가 떠난 지 이제 몇 년이
다음 날 아침 일찍 조유진의 절친 남초윤은 선유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다급히 병원으로 달려왔다.남초윤은 두 손 가득 간식과 장난감을 사 왔다.“아이고, 우리 선유, 왜 이렇게 살 빠졌어!”“이모!”선유가 태어난 후부터 남초윤은 선유의 수양어미가 되기로 마음먹었다.“얼른 와, 이모가 안아보자! 아이고 내 새끼, 링거 맞느라 손이 다 부었네!”남초윤이 조선유의 얼굴을 마구 어루만지자 선유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이모! 너무 열정적이야! 나 얼굴 아파!”“쏘리 쏘리! 이리 와, 이모가 너 주려고 맛있는 음식과 장난감을 사 왔어. 마음에 들어?”조유진이 말했다.“너무 많이 사 왔어. 무슨 큰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이러다 애 나쁜 습관 들어.”남초윤은 신경 쓰지 않았다.“어린애잖아. 많이 사랑해 줘야지. 맞지, 선유야?”조선유는 너무 기뻐서 눈이 반달 모양으로 되었고 남초윤에게 윙크를 날렸다.“이모, 사랑해, 음뫄!”“사랑해, 사랑해!”남초윤은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발사했다.조선유는 한 켠에서 바비 인형에게 옷을 갈아입혀 주었고 남초윤은 조유진을 끌고 병실 밖으로 나가 이야기를 나눴다.“너 어젯밤에 술집에서 배현수를 만났어?”조유진은 흠칫했다.“너 어떻게 알았어?”“강이찬이 말했어. 네가 배현수 때문에 술을 들이켜 알레르기 났을 거라고 나보고 시간 있으면 보러 가라고 하더라고. 배현수 이 자식 너무 한 거 아니야?! 네가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난 괜찮아. 약 먹었어. 그래도 그 술 덕분에 칠백만 원이나 벌었어. 나 손해 본 거 아니야.”남초윤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를 노려봤다.“너 무슨 소리야! 너 운이 나쁘면 알코올 알레르기로 죽을 수 있어! 바보야!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너에게 이런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을 거야. 너 술집에서 알바하지 않았으면 그 자식이랑 다시 만나지도 않았을 텐데!”조유진은 한숨을 쉬었다.“좋은 거든 나쁜 거든 피할 수 없어. 이번이 아니더라도 다음에 언
배현수가 말했다.“유진아, 다시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널 만지게 하지 마. 난 견딜 수 없어.”그는 그렇게 집착이 강한 사람이었다. 사랑도 원망도.“초윤아, 난 그 사람이 나한테서 선유를 뺏어갈까 봐 겁이 나. 선유를 뻇어서 나한테 복수할까 봐.”남초윤은 깜짝 놀랐다.“배현수가 충분히 변태라 정말 그렇게 할 수도 있어!”그때 남초윤의 휴대폰이 울렸다. 신문사에서 결려온 전화였다.“네, 편집장님?”“너 어디 갔어! 배현수의 스캔들 기사가 인기 검색어 1위까지 올라갔어! 우리 신문사의 단독 기사가 또 상대한테 빼앗겼다고!”배현수에 관한 단독 기사?전화를 끊은 후 남초윤은 얼른 트위터를 확인했다.트위터 실검 1위: “배현수와 송인아 약혼!”이 검색어는 클릭 수가 폭발적으로 많았다.“미친! 무슨 일이야!”남초윤은 너무 놀라 욕이 튀어나왔다.조유진은 그녀의 신문사에 일이 생긴 줄 알았다.“무슨 일이야?”남초윤은 휴대폰을 그녀에게 넘겨주었다.“배현수에 관한 기사야, 봐봐!”송인아, 조유진은 그 여자가 누구인지 모른다.하지만...“약혼했네, 잘 됐어. 축하해.”남초윤은 눈을 크게 뜨고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조유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유진의 표정에서 속상한 감정을 찾아내려고 애를 썼지만 조유진의 표정은 지나치게 평온했고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왜 그렇게 쳐다봐?”“너... 이거 정상 반응이 아닌데? 너 예전에 배현수랑 죽고 못 살 정도로 사랑했잖아. 그 사람 때문에 아버지에게 반항까지 했으면서, 지금은...”조유진은 입꼬리를 올리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어떤 반응을 보여야 정상인데? 내가 울어도 배현수는 내 곁으로 돌아오지 않아. 그리고 그 사람이 약혼했다는 것은 과거를 잊겠다는 뜻이고, 나에게는 좋은 소식이야. 아마 그 사람이 지금의 약혼녀랑 잘 지내면 나에게 복수하는 것도 잊을 거야.”남초윤의 입꼬리를 떨렸다.“그래. 그 생각 괜찮네.”남초윤은 편집장의 재촉에 불안해하며 황급히 신문사로 돌아갔다.조유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