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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늦은 밤, 응급실에서.

조선유는 응급실로 들어갔고, 온몸이 젖은 조유진은 간호사에게 막혀 문밖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보호자분, 여기는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조유진은 응급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너무 무력했다. 두 손을 떨며 간호사의 손을 잡고 쉰 목소리로 간곡히 부탁했다.

“제 딸을 살려주세요. 제발 부탁합니다!”

흐느끼는 목소리였다.

간호사가 조유진을 위로하며 말했다.

“저희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진정하세요.”

조유진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병원으로 오는 내내 정신이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고, 마침내 병원에 도착하자 온몸에 힘이 빠진 조유진은 벽에 기대어 천천히 쭈그려 앉았다.

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조선유가 등에 업혀서 쓰러졌을 때 당장이라도 딸을 잃을 것 같은 느낌은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어둡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

조유진은 몸을 덜덜 떨었다.

6년 전에도 이런 느낌을 받았었다. 바로 배현수가 교도소에서 그녀와 완전히 헤어지자고 말했던 순간이었다.

숨 쉬는 것조차 아팠다.

한 사람이 극도로 슬플 때는 온몸이 저리다. 조유진은 한 손으로 벽을 짚고 일어서려 했지만 다리는 갯벌에 빠진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때 누군가 큰 손으로 그녀의 팔을 잡고 부축했다.

“조심해요.”

조유진은 고개를 들어 빨개진 눈으로 그 사람을 바라봤다.

“신 선생님?”

그 사람은 제일 병원 호흡기과 주치의 신준우였다. 3년 전 선유가 고열로 인해 병원에 왔을 때 치료해 준 사람이 바로 신준우였다.

신준우는 조유진이 홀로 딸을 힘겹게 키우는 것을 알고 이 모녀를 많이 신경 쓰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두 사람은 친구가 되었다.

“아까 선유가 응급실에 실려 가던데, 어떻게 된 거예요?”

“제가 집에 도착했을 때 선유의 얼굴이 창백하고 숨을 잘 못 쉬더라고요. 저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선유가 너무 아프대요...”

“걱정하지 마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병이 발작한 것일 수도 있어요. 제가 전에 선유를 데리고 와서 동맥 도관술을 받으라고 했잖아요. 왜 계속 미뤄요?”

조선유는 선천적 심장병이 있지만 단순히 동맥관이 닫히지 않은 것이기에 동맥 도관법 수술을 받고 휴식만 잘 취하면 보통 아이들과 똑같을 것이다.

이것은 치료하기 어려운 병이 아니지만 조유진은 계속 수술을 미루고 있다.

조유진은 난감했다.

“저... 저... 무서워요.”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맞잡고 있었고 너무 꽉 쥐어 손가락이 하얘졌다.

조선유는 조유진의 전부이다. 한 사람이 어느 한 사람에게 전부가 되었을 때, 그 사람은 모험을 두려워한다.

잃게 될까 봐 너무 겁이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그녀가 동맥 도관법 수술비를 아직 다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미룰 수밖에 없었다.

신준우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심각한 병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요. 많은 아이들이 동맥관이 닫히지 않았지만 평생 수술 받지 않고도 잘 살았어요. 그런데 선유는 지금 증상이 나타났으니까 일찍 수술을 받는 게 좋아요.”

조유진은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

“네. 이번에는 꼭 해야겠어요.”

30분 후 선유는 응급실에서 실려 나왔다.

조유진은 곧바로 달려갔다.

“의사 선생님, 제 딸 어때요?”

“위험은 넘겼습니다. 그런데 따님이 동맥관이 닫히지 않은 거 알고 계셨어요?”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럼 남편분하고 상의해서 아이에게 동맥 도관법 수술을 시키실지 잘 고민해 보세요. 지금은 아이가 진정되었고 큰 병도 아니니까 집에 돌아가셔서 잘 생각해 보세요. 아이가 어릴 때 도관 수술을 해야 회복이 더 잘 돼요.”

남편이란 단어가 나오자...

조유진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네.”

조선유는 일반 병실로 옮겨져 링거를 맞고 있었다.

몇 시간이 지나서 아이가 깨어났다.

“엄마...”

조유진이 부드럽게 물었다.

“배고프지 않아? 뭐 먹고 싶어? 엄마가 사 올게.”

선유는 베개에 기대어 조유진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엄마, 나 병 걸렸어?”

“의사 선생님께서 이제 곧 회복한대. 선유가 계속 방학했으면 했잖아? 엄마가 요 며칠 선생님에게 연락해서 휴가 받을게. 우리 병원에서 푹 쉬자. 어린이집 안 가니까 좋지?”

“좋아. 엄마, 나 아까 못 물어봤는데, 왜 엄마 몸에서 술 냄새가 나? 술 마셨어?”

조유진은 선유가 걱정할까 봐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엄마가 저녁에 방송국 동료들이랑 같이 회식했어. 그래서 술을 조금 마셨는데 괜찮아. 선유가 다 나으면 엄마랑 같이 햄버거 먹으러 가자, 어때? 너 치킨 먹고 싶어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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