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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배현수는 당연히 믿지 않았다.

“기억력이 이렇게 좋아?”

“네! 엄마가 기억력 좋은 것은 아빠를 닮아서 그렇대요! 우리 아빠 천재예요!”

배현수는 흠칫했다.

“네 아빠가 기억력이 엄청 좋아?”

“네! 왜요, 아저씨?”

배현수는 사실 별생각이 없이 물어봤을 뿐이다. 이 아이가 거짓말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 세상에서 천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손꼽힐 정도다.

그러나 배현수는 귀신에 홀린 듯 일부러 아이를 시험하고 싶기도 해서 자신의 전화번호를 빠르게 읊었다.

“기억했니?”

꼬마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했어요! 아저씨, 제가 미인을 소개해 드릴 테니 기다리고 있으세요!”

배현수는 당연히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손목을 들어 시계를 확인해 보니 시간이 꽤 지났다. 아무 연관도 없는 꼬마와 이야기하느라 20분이나 보냈다니.

배현수는 일어나서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난 갈게. 너도 얼른 병실로 돌아가.”

선유는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저씨, 또 봐요!”

경호원은 배현수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배현수는 고개를 들고 다시 한번 의자에 앉아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꼬마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마음속 깊이 가장 부드러운 곳이 뭔가에 걸린 것 같았다.

만약 그때 조유진이 배신하지 않았다면... 배현수와 조유진의 아이도 이만큼 컸겠지.

당시, 배현수는 졸업하자마자 조유진과 혼인 신고하고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그는 열심히 일해서 가장 좋은 것들을 그녀에게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만약은 없다.

배현수와 조유진에게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있을 수 없다.

예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있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

배현수는 시선을 차갑게 그 아이에게서 다른 데로 옮겼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이와 동시에 조유진은 드디어 조선유를 찾았다.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선유를 껴안았다!

“선유야! 너 왜 말도 없이 나가! 엄마가 엄청 걱정했잖아!”

“윽... 엄마 너무 꽉 껴안았어! 나 숨 막혀!”

조유진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물었다.

“너 왜 여기 앉아 있어? 춥지 않아?”

조선유는 입을 삐죽 내밀고 말했다.

“엄마 왜 이제 왔어? 선유 너무 심심했단 말이야. 다행히 멋있는 아저씨를 만나서 선유랑 한참 이야기 나눴어!”

“멋있는 아저씨?”

조유진은 걱정된 마음에 미간을 찌푸렸다. 인신매매범은 아니겠지?

“응! 방금 갔어! 엄마 만약 조금만 일찍 왔으면 그 아저씨를 봤을 텐데! 엄청 잘생겼어!”

조유진은 그 말에 신경 쓸 겨를 없이 얼른 아이를 안고 병실로 돌아가면서 당부했다.

“앞으로는 낯선 사람이랑 이야기하지 마. 만약 그 사람이 너를 납치해 가면 어떡해?”

조유진이 걱정하자 선유는 조유진의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

“알겠어요.”

병실로 돌아온 후 조유진이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을 때 선유는 재빨리 그 멋진 아저씨의 전화번호를 그림책에 적어 놓았다.

‘흥, 멋진 아저씨가 나를 쉽게 보다니. 내가 전화번호를 기억 못 한다고 했지, 내일 당장 내 기억력이 정말 좋다는 걸 알려주게 문자를 보내야지!’

조유진이 화장실에서 나오자 조선유는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엄마, 나 아직도 병원에 며칠 더 있어야 해?”

“며칠만 있으면 돼. 이제 작은 수술만 받고 선유가 얼른 다 나으면 엄마와 같이 놀이공원에 가서 회전목마 타자, 응?”

오늘 밤에도 조유진은 나이트클럽에 가서 여자처럼 말하는 남자 점장에게 부탁해 일 하나를 잡아달라고 했다.

여자처럼 말하는 그 남자 점장은 말은 독하게 하지만 마음은 착했다. 그는 조유진이 싱글맘인데다가 아이가 아픈 것을 알고 거물급 손님을 소개해 줬다. 듣는데 의하면 팁만 천오백만 정도 된다고 했다.

대제주시에서 가장 비싼 브랜도 호텔에서 비즈니스를 논하는 사람은 돈도 많고 권력도 있는 사람이라 팁을 줄 때 아주 시원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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