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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일이 순조로우면 조유진은 바로 돈을 모아 선유의 수술비를 댈 수 있다.

“엄마, 선유 아픈 거 무서워. 수술하면 엄청 아프지 않아?”

조유진은 마음이 아파 아이를 껴안았다. 그녀는 딸의 이마에 뽀뽀하고 말했다.

“무서워하지 마, 엄마가 옆에 있으니까.”

선유를 재우고 조유진은 침대 옆에 있는 수납장 위에 잡지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시대 주간>이었다. 그리고 표지는 배현수의 사진이었다.

조유진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천천히 잡지 속 남자의 눈썹과 눈을 쓰다듬었다. 지금의 그는 닿을 수 없는 비즈니스 거물이다. 시간이 모든 걸 바꿨다.

오늘 저녁에 남초윤은 카톡으로 송인아의 정보를 그녀에게 보냈다.

송인아는 최근에 인기가 급상승한 신인 가수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송인아는 송씨 가문의 딸이다. 송씨 가문은 대제주시에서 비록 배현수와는 못 비기지만 그래도 얼굴이 잘 알려진 집안이다.

송인아는 얼굴도 예뻐서 배현수와 같이 있으면 잘 어울렸다.

인간에게는 호기심이 있기 마련이다. 조유진은 궁금했다. 배현수는 그때 그녀를 아끼고 사랑해 주던 것처럼 송인아도 아껴줄까?

송인아가 생리할 때 따뜻한 생강차를 끓여줄까?

그런데 조유진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아픈 것을 발견했다.

조유진은 그 잡지를 서랍 안에 넣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도 답답하지 않을 것이다.

...

밤이 된 대제주시는 아주 눈부셨다. 도심 한복판에는 황금색 빛이 반짝거렸다.

조유진은 금색찬란한 브랜도 호텔의 VIP 룸 안에 서 있었고 머리 위에서 나오는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온몸이 덜덜 떨렸다.

그녀는 이렇게 빨리 다시 배현수를 만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배현수와 계약을 하려는 사람이 그녀의 전 약혼자 유승태인 것은 더 예상치 못했다.

6년 전 배현수가 교도소에 들어가고 조범은 그녀에게 선 자리를 마련했었는데 그 상대가 바로 서주시 선두 기업인 화용 그룹의 후계자 유승태였다.

조범은 그녀를 이용해 유씨 가문과 혼인시켜 자신의 시장 지위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

그때 조유진은 이미 배현수의 아이를 품고 있었는데 무자비한 조범은 심지어 그녀에게 아이를 지우라고 강요했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 조씨 가문에서 도망쳐 나와 유승태를 찾아가 자신이 미혼모이고 어느 날라리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고 말했다.

화용 그룹의 후계자인 유승태는 체면이 있는데 어떻게 미혼모에 순결까지 잃은 여자와 결혼을 하겠는가?

그렇게 유씨 가문에서는 이 결혼을 할 수 없다고 조씨 가문에게 알렸고 조유진은 이용 가치가 없어지자 조범과 정설혜가 서주시에서 쫓아냈다.

조유진이 멍 때리고 있을 때 유승태의 조롱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자 하니 조유진 씨가 우리 유씨 가문에게 혼인 거절 당하고 조 시장님에게 쫓겨났다던데, 지금 이렇게 비참하게 살고 있을 줄은 생각 못 했네요.”

조유진과 배현수는 두 번 모두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 마주쳤다.

조유진은 손바닥의 땀을 닦으면서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하늘이 저에게 벌을 주는 것 같네요. 그때 유승태 도련님의 혼인을 거절해서요.”

조유진의 말투는 가벼웠지만 유승태의 얼굴은 빛을 잃었다.

유승태의 첫 마디는 유씨 가문에서 조유진을 거절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유진의 자기가 유씨 가문을 거절한 것이라고 한 말은 반박이나 다름 없었다.

유승태는 체면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기 때문에 뒤끝이 심하다. 유승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코웃음을 쳤다.

“하늘이 벌을 주는 거라면 조유진 씨가 당시 눈이 어떻게 되어 배현수 대표를 배신한 것에 대한 벌이겠죠!”

조유진의 몸이 굳었다...

조유진은 자연스레 고개를 돌려 센터 자리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차가운 표정의 배현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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