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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호텔 식당 안의 한 예약룸.

배현수가 떠나자 강이찬이 뒤따라갔다.

룸에는 유승태와 조유진 두 사람만 남았다.

조유진도 바보가 아니기에 예감이 좋지 않음을 바로 느꼈고 바이올린을 들고 빨리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승태 도련님, 저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조유진이 룸 입구까지 걸어 나오자 유승태가 고개를 한번 까닥이더니 입구에 있던 경호원 두 명이 조유진의 앞을 막았다.

유승태는 하찮은 표정으로 비웃듯이 말했다.

“유진 씨, 못 들으셨어요? 배현수가 당신을 나에게 줬다고요.”

조유진은 바이올린을 든 손을 꼭 쥐었고 애써 침착한 척하며 입을 뗐다.

“승태 도련님, 무슨 말씀이세요. 배 대표도 말했잖아요. 저는 배 대표의 전 여자친구예요. 현재 여자친구도 아닌데 배 대표가 무슨 자격으로 나를 다른 사람에게 준다 안 준다 함부로 얘기하는데요.”

“조유진, 험한 꼴 당하기 싫으면 좋게 말할 때 들어!”

유승태는 웃으면서 상냥한 척하며 말하고 있었지만, 전혀 농담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조유진은 침을 한번 삼키더니 고개를 돌려 유승태를 바라보았다.

“승태 도련님,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예전에 나를 속여서 파혼까지 하게 했던 빚을 오늘 갚아야겠죠? 노래 부르는 것도 돈 벌기 위해서 아니에요? 이 술을 마시면 내가 보내드리죠.”

조유진은 의아했다.

“이것만 마시면 될까요?”

잔 속에 뭐가 들었든지 상관없이 조유진은 반드시 이 술을 마셔야 했다.

이 술을 마셔야 도망갈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오기 전에 조유진은 또 술을 마셔야 할까 봐 미리 숙취해소제와 알코올 알레르기약을 먹고 왔었다.

그래서 조유진은 일단 잔 속에 있던 술을 바로 마셨다.

조유진은 고개를 들어 단숨에 술잔을 비웠고 잔을 뒤집어 머리 위에 두 번 털기까지 했다. 술이 한 방울도 머리 위에 떨어지지 않았다.

“승태 도련님, 이렇게 하면 충분할까요?”

“짝! 짝!”

유승태는 박수를 쳤고 유쾌해 하는 모습이 보였다.

“유진 씨, 여린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일하는 게 생각보다 시원시원하네요.”

조유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려 예의만 갖춘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러나 문 앞의 두 경호원은 여전히 비켜주지 않았다.

“승태 도련님, 왜 이러십니까?”

유승태는 웃었고 방탕한 눈빛으로 조유진을 바라보았다.

“어찌 됐든 배현수는 유진 씨를 버렸으니 이제부터는 나와 같이 있는 게 어때요? 6년 만에 다시 만나 보니 사람은 역시 욕망의 동물이라는 말이 맞네요. 남의 집 떡이 더 커 보인다고 따먹지 못한 열매가 어디에 열렸든 꼭 먹어보고 싶네요.”

특히 조유진이라는 이 열매는 유승태에게 최고급이었고, 그녀는 배현수를 이미 겪어본 사람이다. 어쩌면 이 부분이 유승태의 궁금증을 더 자극하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유진은 온몸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후끈 달아오른 것을 느꼈다.

조유진은 잔을 들고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술에 뭘 탔어요?”

“흥을 조금만 돋우는 물건이요. 이제부터 기분이 더 좋아질 거예요.”

유승태가 문 앞을 향해 손짓하자 경호원들이 룸에서 나갔다.

조유진은 뒷걸음질 치며 소리쳤다.

“유승태! 당시 너무 비겁해!"

“조유진, 당신이 다른 남자를 따라다녔던 중고품임을 알면서도 내가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을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요? 얼마나 많은 여자가 나와 함께 있고 싶어 하는지 알아요? 지금 당신에게 기회가 왔을 때 빨리 잡는게 좋지 않겠어요?”

조유진은 속이 울렁거려 당장에라도 토할 것 같았다.

내가 버려진 중고품이면 도련님은요? 설마 수많은 여자와 잠자리를 가졌던 남자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죠? 저에게 도련님은 수차례 쓰다 버린 쓰레기만도 못해요!”

“유진 씨 온몸에 입만 살아 있군요!”

유승태는 조유진의 손목을 움켜쥐고 원형 테이블 위로 조유진을 눕혔다. 그리고 조유진이 입고 있는 원피스 상의를 찢으려고 했다.

이런 모욕감은 조유진으로 하여금 더없이 비참함을 느끼게 했다.

“배현수가 제일 증오하는 게 다른 사람 물건을 건드리는 거예요. 그게 설사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것이라도 말이죠. 유승태! 배현수가 두렵지...”

조유진은 유승태를 위협하여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유승태는 서주시에서도 대 악당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간이 배 밖에 나와 있는 사람이다.

유승태는 조유진의 말에 한쪽 입꼬리만 올리며 비웃더니 조유진 뺨을 두 번 툭툭 치며 말했다.

“설마 배현수가 와서 유진 씨를 구할 거라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니죠? 조유진 씨, 정신 차리세요. 배현수 같은 남자는 소유욕보다 더 혐오하는 게 배신이에요!”

조유진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창백한 모습이었다.

유승태의 말이 조유진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정곡을 찔렀다.

조유진의 모든 반항이 모두 쓸모없는 짓이 된 듯 약에 의해 몸이 통제되었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눈가가 촉촉해진 조유진은 이미 복종을 하는 듯 말했다.

“도련님, 조금만 부드럽게 해 주세요. 아픈게 싫어요.”

유승태는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진작 이렇게 말을 잘 들었으면 얼마나 좋아요?”

조유진이 갑자기 한 손으로 유승태의 목을 끌어안자 유승태도 더 이상 경계하지 않았다. 그때 조유진은 다른 한 손으로 옆을 더듬어 유리 재떨이를 잡았다.

퍽!

조유진은 재떨이로 유승태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순간 유승태는 머리가 어지러웠고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피가 눈으로 흘러 유승태의 시선을 가렸다.

조유진은 식탁에 있는 식칼을 손에 들고 재빨리 문 쪽으로 달려갔다.

입구에 있던 두 경호원은 무슨 상황인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그저 방 안에 있는 사람이 머리를 쥐어 잡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것만 들릴 뿐이었다.

“왜 가만히 있어! 저 여자 잡아! 저 빌어먹을 여자 힘은 왜 이렇게 센 거야!”

어둠 속에서 호텔 입구에 99가9999의 번호판이 달린 검은색 마이바흐가 서 있었다.

앞에 앉은 강이찬이 배현수를 설득하며 말했다.

“현수야, 유승태가 어떤 사람인지 너도 알잖아. 서주시 대 악당이야. 여자를 갖고 노는 게 취미인데 조유진이 그 손에...”

“그래서 마음이 아파?”

배현수는 쌀쌀맞은 얼굴로 강이찬의 말을 끊었다.

“조유진이 물론 너에게 미안할 짓은 했지만 그래도 한때 서로 좋아하던 사이잖아. 나는 네가 후회하는 것을 바라지 않아.”

배현수는 강이찬을 향해 말했다.

“운전해.”

강이찬은 어쩔 수 없이 시동을 걸었고, 차가 출발하려는 순간 조유진이 옷깃을 여미며 호텔 로비에서 뛰쳐나왔다.

그 뒤에 유승태의 두 경호원도 달려 나왔다.

조유진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마이바흐의 차 문을 열었다. 지금은 배현수만이 조유진을 구할 수 있다.

조유진은 차에 타자마자 배현수의 품에 안겼다.

자존심과 체면 따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조유진의 작은 입술이 저도 모르는 새에 배현수의 얇은 입술을 포갰고 어떻게든 배현수의 감정을 다시 되살리려고 노력했다.

조유진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했고 촉촉한 눈으로 애원했다.

“현수 씨, 나보고 내리라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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