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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조선유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매쉬드 포테이토도 먹고 싶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매쉬드 포테이토 왔어!”

신준우는 음식을 들고 들어왔다.

“영양죽 좀 사 왔어요. 매쉬드 포테이토도 있고요. 선유랑 같이 먹어요.”

“준우 아저씨.”

신준우는 조선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선유 말 잘 듣고 치료받아야 해. 엄마 걱정시키지 말고.”

“네!”

“선유 말 잘 듣네.”

조유진은 숟가락으로 으깬 감자를 퍼서 선유에게 먹였다.

신준우는 그녀의 손등에 난 두드러기를 보고 물었다.

“알레르기죠? 아까 약국에 가서 알레르기약 사왔어요. 조금 있다가 꼭 발라요.”

조유진은 잠시 멈칫했다.

“고마워요. 병원에 올 때마다 신세를 지네요.”

“신세는 뭘요. 혼자서 선유 보느라 쉽지 않을텐데, 저도 그냥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는 거예요. 별거 아니에요. 유진 씨, 모든 일을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 마세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것은 꼭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게요.”

조유진은 신준우가 마음이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신준우의 마음을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도 신준우의 마음을 잘 알고 있지만 그의 도움에 보답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떤 일은 신준우가 도움을 줄 수도 없었다.

그녀는 이미 진흙탕 속에 빠져 있기 때문에 신준우도 그녀와 함께 발버둥 치게 끌어들일 수 없었다.

신준우가 떠나자 침대에 기대어 있던 선유는 갑자기 놀라운 말을 꺼냈다.

“엄마, 준우 아저씨가 엄마를 좋아해.”

조유진은 입꼬리만 올린 채 아무런 감정변화 없이 말했다.

“애가 뭘 안다고.”

“원래 그런 거지! 엄마, 엄마도 혹시 나처럼 아빠 생각하고 있어?”

숟가락으로 감자를 뜨던 조유진의 손이 멈췄다.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조유진의 눈 밑에 그림자가 한 층 드리워져 외로워 보였다.

“아니야, 엄마는 지금 선유를 너무 좋아해서 다른 사람은 하나도 생각 안 해.”

선유는 고민에 빠졌다.

“엄마, 아빠가 떠난 지 이제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리면 어떡해!”

조유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너 누구한테서 그런 말 배웠어? 쓸 줄은 알아?”

“드라마 보고 배웠어! 이모가 한 말이 맞아. 엄마는 멋있는 남자들을 많이 만나야 즐거워져!”

조유진은 선유의 작은 코를 꼬집으며 말했다.

“엄마가 새아빠 만날까 봐 걱정되지 않아?”

선유는 갑자기 진지하게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엄마, 나는 엄마가 행복한 게 더 좋아.”

조유진은 침대옆에 앉아 딸을 꼭 껴안았다.

“엄마는 선유가 있어서 이미 너무 행복해. 너무 기뻐.”

선유는 한숨을 쉬었다.

“아빠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선유는 늘 아빠가 죽은 줄로 알고 있다.

선유가 세 살일 때, 조유진에게 아빠가 어디 갔냐고 고집스럽게 물었었다. 조유진은 아이에게 아빠가 하늘에서 우주선을 몰고 있다고 말했었다. 선유가 다섯 살일 때, 조유진은 더 이상 아이를 속일 수 없어 사실 아빠가 병으로 하늘나라로 갔다고 말했다.

“엄마, 아빠는 준우 아저씨보다 더 멋있지?”

그렇지 않으면 엄마가 왜 준우 아저씨를 좋아하지 않겠는가? 준우 아저씨는 마음도 착한데.

조유진의 머릿속에 배현수의 실루엣이 떠올랐다. 그 남자는 인파 속에 서 있어도 지나치게 눈에 띌 정도였다.

외모만 보면 배현수가 확실히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다.

그때 대제주대학교에서 떠도는 말이 있었다: 시험에 올패스하는 것과 배현수랑 자는 것은 인생에 두 가지 큰 행운이다.

“그래, 네 아빠 엄청 멋있었어.”

선유는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엄마에게 아빠같이 멋있는 남자친구를 소개해 주기로 다짐했다!

선유를 재우고 조유진은 은행 계좌에 돈이 얼마 남아 있는지 확인했다.

오늘 밤 배현수에게서 700만 원을 벌었고 카드에는 200만 원밖에 없었다.

월말에 다음 달 월세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선유의 수술비로는 2천만 원이 필요했다. 아직도 천4백만 원 정도가 더 필요했다...

조유진은 머리가 아팠다.

그러다 갑자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밤 배현수가 700만 원이나 벌게 해 주었으니 한 번 더 술 마시고 돈 버는 기회가 있었으면 싶었다.

알레르기로 두드러기가 나면 어떠한가. 2천만 원만 벌 수 있다면 선유는 수술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지금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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