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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1호동, 대표 사무실.

서정호는 마케팅 부문 과장의 전화를 받은 뒤 황급히 문을 박차고 사무실 내부로 달려갔다.

“대표님, 아가씨께서 사직서를 내셨다고 합니다.”

책상 위에 쌓인 서류에 고개를 파묻고 일에 집중하고 있던 배현수의 눈빛이 흠칫 떨렸다. 하지만 곧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대로 돌아왔다.

배현수는 시선을 컴퓨터 모니터에 고정한 채 미지근한 어투로 덤덤하게 말을 꺼냈다.

“항상 제멋대로 오고 가고 하던 사람이었는데 이젠 놀라울 것도 없어.”

“그럼... 아가씨께서 퇴사하시려는 일은...”

“신경 쓰지 마.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둬.”

보름 전부터 조유진은 배현수의 눈 밑에서 대놓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한 사람의 마음이 이미 이곳을 떠났는데 상대방의 몸을 붙잡아 두고 있는 건 헛수고와 다름없었다.

서정호는 자신의 눈앞에 앉아있는 회사대표의 속내를 도무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전임 마케팅 부서 과장인 진우민이 사고를 친 후 배현수가 직접 나서 새로운 과장을 뽑아 마케팅 부서에 파견했다.

그러고는 당시 마케팅 부서 직원들을 달래주기 위함이라고 공식적으로 말했었다.

하지만 고위층도 아닌 마케팅 부서의 일개 과장일뿐일 텐데 배현수가 굳이 직접 나서서 뽑았어야 했는지가 의문이었다.

배현수의 선택 속에 대체 얼마나 많은 본인도 알아채지 못한 사심이 들어갔을지는 서정호도 알 리가 없었다.

새로운 과장이 선임한 뒤부터 조유진의 회사생활은 말 그대로 정말 평화로워졌다.

그런데 조유진이 지금 퇴사를 하려는데 배현수는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하지만 이 또한 결국 배현수의 개인감정이었기에 외부인인 서정호가 곁에서 왈가왈부 할 처지는 되지 못했다.

서정호가 사무실을 나가고 컴퓨터 모니터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배현수의 시선이 점차 초점을 잃어가더니 그대로 허공에서 흩어졌다.

그렇게 결국 멍하니 그 자리에서 한참 멍을 때렸다.

배현수는 노트북을 덮고 책상 서랍을 열어 담배 한 갑을 잡으려 했다.

그러자 서랍 안에 놓여 있던 전에 찢어놓았다가 다시 붙인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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