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61화

조유진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너무 오래 앉아있었던 탓인지 일어서자마자 다리가 저려 말썽이었다.

다리가 풀린 조유진을 배현수가 다급히 부축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등을 돌리더니 허리를 굽혔다.

“이리와. 내가 업어줄게.”

조유진은 계단 위에 선 채 몇 초간 망설였다.

배현수도 조유진의 마음을 알아챈 것인지 그녀를 흘끗 바라보며 재촉했다.

“빨리 선유 보고 싶지 않아? 선유 지금 울면서 보채고 있어.”

이미 마음속으로 이별의 준비를 끝낸 탓인지 배현수를 다시 마주하게 된 조유진은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고 한 번 더 만나게 되었으니 이득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조유진이 배현수의 등에 올라탔다.

이는 배현수가 처음으로 그녀를 업어주는 것이 아니었다.

조유진은 배현수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왜 충남으로 온 거예요?”

“그럼 넌?”

“전 속죄하러 왔죠.”

“난 이제 결백한데 넌 이제 결백한 사람이 아니야.”

억울함을 전부 씻어냈으니 응당 기뻐해도 모자랄 판이지만 이상하게도 배현수는 생각했던 것만큼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조유진이 입술을 달싹이며 가볍게 웃어 보였다.

“전 항상 진흙탕 속에서 뒹굴며 살아왔어요. 결백 따위는 저에게 있어 중요하지 않아요.”

결백이라, 곧 생을 마감하게 될 사람에게 있어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조유진은 단 한 번도 배현수의 용서를 구걸하기 위해 이 일을 벌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살아 있는 동안 배현수에게 빚진 것을 모두 갚아주고 싶었을 뿐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충남에서 대제주시로 돌아가는 길.

네 사람은 모두 말이 없었다.

돌아가는 길에도 육지율이 운전을 도맡았다.

하지만 조수석에 탄 사람은 남초윤이었고 배현수와 조유진이 뒷좌석에 앉았다.

6년 전, 배현수가 감옥에 들어가면서부터 그는 줄곧 충남시를 혐오해왔었다.

3년 전, 출소하던 날.

배현수는 다시는 이 거지 같은 곳에 발을 딛지 않으리라고 결심했었다.

하지만 조유진과 재회하고 난 뒤의 두 달 동안 배현수는 무려 두 번이나 조유진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